[교통통제도, 응급의료도, 재난통신망도 ‘늑장’ 아니면 ‘불통’]
[담당 장관 놔두고 현장 실무자에게만 책임 물을 수 있나]
[112, 119의 수난]
교통통제도, 응급의료도, 재난통신망도 ‘늑장’ 아니면 ‘불통’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예방과 대응뿐 아니라 구조에도 실패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구조기관 사이의 소통 실패로 응급의료팀 출동이 지연되고 교통과 인파 통제도 제때 이뤄지지 않아 인명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서울시의 재난문자도 제구실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사상자가 나오는 재난이 발생하면 전국 41개 재난거점병원에 상시 대기 중인 재난의료지원팀은 현장 요청에 따라 즉시 출동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압사 사고 현장에 출동한 15개 의료지원팀 가운데 밤 12시 전에 도착한 팀은 2개 팀에 불과했다. 나머지 13개 팀은 다음 날 0시 이후 도착했고, 이 중 9개 팀은 사고 발생 3시간이 지나서야 나타났다. 응급의료 대응이 제대로 됐을 리가 없다. 현장 상황이 응급의료 상황실에 제대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는데도 대응이 늦어진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의료 대응이 지체된 데는 늑장 교통 통제 탓이 크다. 소방당국은 참사 발생 직후 2시간 동안 15차례에 걸쳐 경찰에 교통과 인파 통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즉각 대응하지 않았고, 인파와 교통 혼잡을 뚫느라 119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는 데는 평균 1시간 38분이 걸렸다. 서울시도 오후 11시 56분에야 재난문자를 보냈다. 그것도 인파 해산이 급박한 상황에서 ‘차량 우회를 바란다’는 엉뚱한 내용이었다.
구조기관 간의 엇박자는 1조5000억 원짜리 재난안전통신망을 생각하면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세월호 참사 후 구축한 전국 단일통신망으로 경찰 소방 지방자치단체 병원 등 관계 기관 333곳이 동시에 소통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고 발생 1시간 26분 후에야 통신망을 통한 소통이 이뤄졌고 이용 시간도 극히 짧았다. 소방청은 총 이용 시간이 15초에 불과했다. 막대한 세금을 들인 통신망이 왜 무용지물이 된 건가. 재난 관련 기관들이 유기적인 공조에 실패한 원인을 짚어보고, 응급상황 시 일사불란한 구조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휘 및 의사소통 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
-동아일보(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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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장관 놔두고 현장 실무자에게만 책임 물을 수 있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제8차 전체회의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2022.11.7/뉴스1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8일 야당의 사퇴 요구에 대해 “현재 위치에서 제가 할 일을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사고 뒷수습, 재발 방지책 마련이 더 급선무”라며 “이런 일을 겪으면서 더욱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다”고 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이날 국회에 출석해 “지금은 조사, 원인 규명, 수습 대책을 마련할 때”라며 “무슨 사건이 났다고 장관, 총리 다 날리면 새로 임명하는 데 두 달 넘게 걸린다. 그 공백을 어떻게 하겠나”라고 했다. 야당의 이 장관 경질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행안부 장관은 정부조직법에 따라 국가 안전 및 재난에 관한 정책의 수립·총괄·조정 사무를 관장한다. 이번 참사의 초기 대응을 맡은 경찰청과 소방청도 행안부 소속 기관이다. 용산구청도 행안부가 사무를 감독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거의 모든 기관과 사무가 이 장관 관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건 초기부터 이 장관의 상황 인식이 안이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참사 직후 “경찰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문제는 아니었다”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은 아니었다”고 하다가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접수된 사실이 밝혀진 후에야 ‘무한 책임’을 언급하며 사과했다.
큰 사고가 날 때마다 합리적 인과관계를 따지기보다 희생양부터 찾는 구태는 없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참사에 대한 책임을 현장 실무자들에게만 묻는 것이 타당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당시 용산서장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용산서 정보과장과 계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대부분 현장 실무자들이다. 특히 최 소방서장은 밤새 구조 작업으로 고생한 사람 중 하나다.
특수본 수사는 이번 참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규명하는 과정이다. 이 일이 법적 책임만으로 끝날 일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히 그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 장관과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용산구청장 등은 정무직 공직자다. 정무직 공직자는 국민에 대해 정치적·도의적 책임도 져야 한다. 지금이 그럴 때가 아닌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조선일보(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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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圈서 용산구청장 사퇴론. 늘공에게 엄중 책임 물으려면 어공부터 더 큰 책임을 져야.
-팔면봉, 조선일보(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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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9의 수난

“아빠, 나 짜장면 먹고 싶어서 전화했어.” 작년 4월 112로 이런 전화가 걸려왔다. 두 번째 통화까진 별말 않던 여성은 세 번째엔 “모텔”이라고 하더니 네 번째 통화 때 이 말을 했다. 경찰은 신고자 아빠인 척 대화를 이어가 위치를 확인한 뒤 모텔에서 성폭행범을 체포했다. 얼마 전엔 119로 걸려온 “으으으” 하는 신음소리만 들은 소방관이 전화번호 하나만 갖고 주변 동사무소 등에 주민 검색을 요청해 신고자를 살렸다. 신고자는 쇼크 증상으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112와 119는 절체절명 순간에 사람 살리는 생명줄이다. 이런 세 자리 응급전화를 1930년대에 만든 영국은 999를 쓴다. 이를 본떠 미국과 캐나다에선 911을 만들었다. 화재·범죄·응급 신고를 같이 받는다. 일본은 112로 정했다가 오접(誤接)이 잦자 119로 바꿨다. 우리도 1935년 119를 시작했다. 범죄 신고를 따로 하는 112를 만든 건 1957년이다. 비상통화기 6대로 시작했는데 ‘일일이(112) 알린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황당한 신고나 허위 신고도 많다. “다리 아프니 집까지 태워 달라” “기분 우울하니 소방관 보내 피리 불어달라” “배우 안성기씨 바꿔달라”는 것도 있었다. 8년 전 인천소방본부는 ‘119 신고 황당 베스트 10′을 선정하기도 했다. 112엔 허위 신고가 많다. 한 해 1만건 넘은 적도 많다. 10년 전엔 “괴한에게 납치됐다”고 거짓 신고해 50명의 경찰과 순찰차를 출동하게 한 20대 남성에게 법원이 792만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한 적도 있다. 허위 신고에 대한 첫 손해배상 판결이었다.
▶미숙한 대응도 있었다. 10년 전 수원에서 오원춘에게 끌려간 여성이 112로 전화를 걸어 7분 36초나 연결됐는데도 경찰이 헤매는 바람에 살해되고 말았다. 피해 여성이 장소를 어느 정도 특정했는데도 “거기가 어딥니까”만 되풀이해 물었다. 이 사건 후 경찰은 112 신고 총력 대응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로 112와 119가 동시에 비판받고 있다. 참사 4시간 전부터 112로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왔는데도 경찰은 별 대응을 하지 않았다. 참사 직후 119엔 구조 요청이 빗발쳤는데 첫 신고 접수 후 30분가량 지나서야 소방대응 1단계가 발령됐다고 한다. 소방청은 올해 소방의 날(11월 9일)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 국민 정서를 고려했을 것이다. 시스템 문제는 고쳐야겠지만 일선에서 애쓰는 소방관과 경찰관 사기까지 꺾이지 않았으면 한다.
-최원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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