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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대변을 나눠줘 명의가 된 의사] ....

뚝섬 2021. 4. 25. 06:13

[자기 대변을 나눠줘 명의가 된 의사] 

[전화선 너머 상대는 인간인가, 인공지능인가]

 

 

 

자기 대변을 나눠줘 명의가 된 의사

 

[김철중의 생로병사]

 

서울의 한 유명 대학병원에서는 난치성 대장 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타인의 대변을 넣어주는 치료를 하고 있다. 엄격히 말하면 다른 사람의 대변 속 장내세균을 이식하는 치료다. 내시경으로 항문과 가장 먼 대장 끝까지 가서 생리식염수로 묽게 간 ‘액체 대변’ 200cc 정도를 뿌려 준다. 그러면 새로운 장내세균이 항문 쪽으로 내려오면서 골고루 퍼진다. 대장 내시경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면, 소화기 관을 입에서 십이지장 넘어 넣은 후 소장에 주입하기도 한다.

 

항생제 오남용 등으로 대장 내 나쁜 세균이 과다 증식해 대장염이나 중증 설사를 하는 환자가 대상이다. 그런 환자에게 항생제를 세게 쓰면 나쁜 세균만 더 자란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 장내 세균을 넣어주면, 환자의 장내세균의 조성과 분포가 정상으로 돌아와 염증에서 회복된다.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시도되는 치료법이다. 사람의 대장에는 약 40조개의 세균이 살고 있다. 이는 설사를 한다고 씻겨 나가지 않는다. 장내세균의 조성은 대장 질환뿐만 아니라 비만, 우울증 등 전신 건강과도 연관돼 있다.

 

대변을 이식할 때 기증자를 누구로 할 거냐가 치료 성공에 이르는 관건이다. 건강한 사람 중에서 바이러스 감염이 없는 사람을 고른다. 최근 3개월간 항생제를 복용한 적이 없어야 한다. 대개 환자 가족이나 친지들이 맡는다. 기증자가 없을 때는 의료진이 나설 때도 있다. 그 대학병원에서는 30대 중반의 건장한 남자 내과의사가 채택됐다. 그는 기증품을 잘 만들어 환자들에게 희사했다. 그런데 그가 제공한 이식은 매번 성공이었다. 설사가 멈추고, 대장염이 사라졌다. 가히 ‘신의 산물’이라 할 만했다. 그는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되어 나중에 그 병원을 떠났는데, 환자들은 그를 최고의 ‘명의’로 기억할 것이다.

 

대변 이식계에는 이 같은 기증자를 수퍼 도너(Super Dorner)라고 부른다. 장내에 유익하고 생명력이 좋은 세균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수퍼 도너의 장내세균을 타인에게 넣으면, 그곳의 토호 세력 나쁜 유해균을 물리치고, 좋은 균이 살아남아 정착한다. 미국·일본 등에서는 이런 사람의 대변을 기증받아 보관한 뒤 필요할 때마다 환자에게 투여하는 ‘장내세균 은행’이 등장했다.

그럼 누가 ‘황금 똥’을 가진 수퍼 도너일까. 아직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인종마다 장내세균의 조성과 분포는 다르다. 대변 감별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과민성장증후군 관련된 장내세균과 유해한 황화물 생성에 관여하는 디설피토박테륨균은 나쁜 균 그룹에 속한다. 장내세균을 갖고 유전체 검사를 해서 ‘유해’와 ‘유익’ 분포를 짐작할 수는 있다. 미국에서는 자기 대변을 진단 키트에 담아 보내면, 이를 검사해주는 회사들도 성업 중이다.

 

특별 질병에 맞는 수퍼 도너가 선발되기도 한다. 예를들어 아토피 환자 치료에는 피부가 탱탱하고, 먼지 많은 곳에서도 기침이 없는 사람의 대변을 구하는 식이다.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는 아니다. 장내세균이 그 사람의 여러 질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에 따른 치유책이다. 신경 쇠약 환자에게는 성격이 대범하고 아무거나 잘 먹는 사람의 똥이 쓰인다.

 

‘장내세균 꽃미남’은 성병이 있어서도 안 되고, 마약을 했던 경력이 있어도 안 된다. 대사질환, 신경학적 질환이 있는지도 검사받는다. 간기능 검사는 물론 갑상샘 호르몬이 정상인지도 본다. 담배도 안 피우고, 과음하지 않고, 현재 먹고 있는 약물도 없어야 한다. 어떤 치료 그룹은 기증자가 태어날 때 제왕절개가 아닌 질식 분만으로 세상에 나왔는지도 본다. 그래야 엄마의 유익한 장내세균이 몸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논리다. ‘양질의 대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기증자에게 몇 개월 동안 단백질과 비타민 많은 야채·과일, 섬유질 많은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게 한다. 그 과정을 거쳐 기증 작품이 나오면 영하 20도에 얼려서 보관한다.

 

당신은 대변 기증자가 될 수 있을까요. 건강하고 정갈하게 살지 않으면 기증자가 되기 어렵다. 모든 대변이 똑같은 수준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개똥도 약으로 쓰려면 없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세상만사가 잘 들어가야 잘 나온다. 골프나 테니스도 ‘피니시’가 좋아야 잘 맞는다. 입력이 좋으면, 출력이 좋고, 뒤가 괜찮으면 앞이 괜찮은 법이다. 다들 대변 기증자가 될 양으로 살아보자. 삶의 끝이 좋을 것이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조선일보(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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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선 너머 상대는 인간인가, 인공지능인가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정보가 유통되는 세상이다 보니 가짜 스토리가 담긴 ‘속임수 뉴스(fake news)’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속임수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더 빠르고 넓게 퍼지며, 이런 현상은 특히 정치 영역에서 두드러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관련 한 통계에는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가짜 뉴스 스토리가 한 소셜미디어에서만 선거 전 3개월간 3000만 번 공유되었다는 통계치도 존재한다.

 

논리적으로 잘 따져보는 사람이 속임수 뉴스에 덜 빠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의 한 연구에서 정서적인 요소가 가짜 뉴스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는데, 결과는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든, 자부심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든, 감정적으로 상승되어 있는 상태에서 가짜 뉴스를 접했을 때 속을 확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충분히 예상되는 결과이다. 뛰어난 설득 기술을 가진 웅변가 중에는 분노든 희망이든 강한 감정적 반응을 청중에게 일으키는 타입이 상당수이다. 문제는 진실의 전달이 아닌 청중의 마음을 조작하기 위해 이런 기술을 활용할 때이다.

 

최근 저명 해외 학술지에 실린 ‘인공지능’에 관한 사설이 흥미롭다. 진실하지 않아도 타인이 자신을 추종하도록 설득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정치 사례가 있는 것처럼, 인간의 설득력을 갖추어 가고 있는 인공지능이 사람에게 해를 주지 않도록 규제 등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앞의 사설에서 소개된 최근의 한 연구를 보면 4억 개의 신문 기사 데이터 베이스를 학습한 인공지능과 토론 전문가인 인간이 다양한 주제를 놓고 설전을 펼치는 것을 청중이 평가하게 했을 때, 아직 사람에겐 못 미치지만, 인공지능이 사람에게 상당히 근접한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언젠가 인공지능이 사람의 마음을 설득 내지는 조종할 수 있는 언어 기술을 확보하게 될 때를 대비해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단 주장이다. 예를 들어 투명성에 관한 것이다. 내가 전화 등 비대면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 상대방이 최소한 사람인지 인공지능인지는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신약 개발에 있어 여러 부작용을 사전에 철저히 테스트하는 규제가 있는 것처럼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대해서도 유사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능하고 정직하지 못한 정치 프레임이 선거의 승리에 영향을 줄 때 국가와 국민이 피해를 입는 것처럼, 미래에 기술이 더 발전해 설득의 알고리즘만 강력한 인공지능이 좋지 못한 목적으로 사용될 때 인간에게 오히려 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선일보(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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