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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종류 안 가리고 잡는다”… '꿈의 백신' 올해 임상]

뚝섬 2021. 5. 12. 06:17

[유럽 찬사받던 K방역의 추억, 이젠 잊어야]

[코로나 종류 안 가리고 다 잡는다”… 꿈의 ‘범용 백신’ 올해 안 임상시험 계획]

 

 

 

유럽 찬사받던 K방역의 추억, 이젠 잊어야

 

절박한 프랑스, 백신접종 전 연령 확대
백신 지지부진 한국, 지난 성과에 함몰

 

“프랑스 언론에 참고할 만한 좋은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공유하고 싶어서 연락했어요.”

7일 오후 프랑스 내 한국 관련 공보 업무를 담당해온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으로부터 불쑥 전화가 걸려 왔다. 국제의학저널 ‘랜싯’에 발표된 연구를 다룬 일간 르몽드 기사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함께 생활하는 ‘공존 전략’을 채택한 국가보다 코로나19 박멸 전략을 추진한 국가들이 사망률이 낮고 경제 회복도 빠르다는 내용이었다. 박멸 전략을 추진한 국가로 한국이 꼽혔다. 이미 본 기사인 데다 그다지 새로운 관점도 아니어서 ‘굳이 전화를 왜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3일 뒤인 10일 오후, 파리 외곽에 있는 코로나19 백신접종센터를 방문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부터 백신 접종 대상을 기존 55세 이상에서 50대 이상, 기저질환자로 확대했다. 여분의 백신이 있는 센터에서는 12일부터 나이 제한 없이 접종이 이뤄진다. ‘6월 15일부터 전 연령 접종’이란 당초 목표를 사실상 1개월 이상 앞당긴 것이다.

 

40대 중반인 기자는 10일 기준으로 프랑스 정부가 정한 접종 대상 조건에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센터를 찾은 이유는 백신 접종 없이는 프랑스 외 유럽연합(EU) 회원국 취재가 불가능할 것이란 불안 때문이었다. EU는 다음 달부터 ‘면역여권’을 발급해 백신 접종자에 한해 역내 이동을 자유롭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장에서 의료진에게 접종이 필요한 이유를 설득할 참이었다. 프랑스는 ‘사데팡(¤a d´epend)’의 나라로 불린다. ‘그때그때 다르다’는 뜻이다. 외국인 신분으로 파리에서 여러 행정 절차를 겪다 보니 설명을 잘하면 ‘안 될 일도 되는’ 경우를 자주 경험했다.

잔뜩 긴장했지만 담당 의사는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고 접종을 허락했다. 예진표 작성, 화이자 백신 접종까지 13분이 걸렸다. 접종 후 부작용 관찰실에서 만난 센터 관계자에게 “느려 터진 프랑스 행정을 자주 겪었다. 이곳은 (프랑스가) 아닌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넸다. 그는 “접종 대상 조건을 까다롭게 따지지 않는다”며 “그만큼 절박하다. 봉쇄 조치로 자영업자들이 다 죽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1년간 유럽 주요국들은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내 일일 신규 확진자가 수만 명에 달하는 원인을 분석하는 기사를 수시로 썼다. “미개한 유럽” “한국이 최고”란 국내 독자 반응도 자주 접했다. 하루 확진자가 수십 명에 불과했던 한국 방역 정책을 조명하는 유럽 언론 보도가 쏟아지기도 했다.

현재는 어떨까? 코로나19 확산을 최소화해온 K방역의 장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국가들은 백신 접종 속도를 높여 봉쇄를 해제하고 경제 정상화를 빠르게 이루는 코로나 대응 ‘2라운드’에 돌입했다. 프랑스는 11일 현재 전체 인구(6700만 명)의 약 27%가 1차 접종을 마쳤다. 독일은 32%, 영국은 53%에 달한다. EU가 8일 화이자 백신 18억 회분을 추가로 계약하면서 백신 접종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국의 1차 접종자는 전체 인구 대비 약 7%에 불과하다. 백신 부족으로 신규 접종도 중단됐다. 백신을 맞은 뒤 20여 분의 부작용 관찰시간 동안 3일 전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걸려온 전화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여전히 ‘K방역’에 함몰된 것 같아 답답했기 때문이다. K방역’의 지난 성과는 잊어야 할 때가 아닐까? 터널의 진짜 끝을 지나 사회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 말이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동아일보(2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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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종류 안 가리고 다 잡는다”… 꿈의 ‘범용 백신’ 올해 안 임상시험 계획

 

[이영완의 사이언스 카페]

 

코로나19 전염력, 메르스 치명률 합친 변이 땐 1년 1억명 사망”
호흡기 질환 유발 코로나 7종에 전부 듣는 ‘범용백신’ 개발 경쟁
‘키메라 mRNA 백신’ ‘모자이크 백신’… “mRNA방식 가능성 높아”

 

2017년 미국의 백신 연구자들이 모든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듣는 범용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정부에 연구비를 요청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표면에 왕관(코로나) 모양의 돌기가 나 있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그때까지 대표적인 종류가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2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유발한 코로나 바이러스였다.

 

스크립스 연구소의 앤드루 워드 박사는 당시 사스와 메르스는 물론, 앞으로 출현할지 모르는 또 다른 코로나 전염병을 막으려면 미리 범용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는 “연구 목표는 뛰어나지만 범용 코로나 백신의 중요성이 높지 않다”며 연구비 지원을 거절했다.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 대유행을 막을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미국 정부, 국제기구 나서 개발 지원

 

과학계가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범용 코로나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NIAID는 지난해 11월 범용 코로나 백신 개발을 위한 긴급 연구 과제를 공모했다.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은 “코로나에 대한 해결책은 명확하다. 모든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범용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민간기구인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는 지난 3월 범용 코로나 백신에 2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이 범용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려는 것은 지금까지 나온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인 종류가 출현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7종이다. 일반적인 감기를 유발하는 4종과 사스와 메르스, 이번 코로나를 유발한 바이러스(SARS-CoV-2) 등 3종이 있다. 그중 메르스와 사스, 이번 코로나까지 3종의 질환을 유발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치명적이다. 메르스는 치명률이 35%였고, 사스는 10%이다. 이번 코로나19는 치명률이 1%에 그치지만, 전염력은 월등하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이 세 가지 바이러스의 독성을 모두 합친 강력한 신종이 출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제민간기구인 인간백신프로젝트의 웨인 코프 대표는 “다음번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번 코로나처럼 전염력이 강하고 사스와 메르스처럼 치명적이면 1년 안에 1억 명이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잇따라 출현하고 또 서로 결합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맞춤형 백신 개발까지 범용으로 시간 벌어

 

백신은 인체가 병원체를 약하게 경험하고 면역력을 확보하는 원리이다. 위험하지 않은 포로를 심문하면서 적군을 익히는 것과 같다. 기존 코로나 백신의 공략 지점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체에 들어와 가장 먼저 스파이크를 세포 표면에 결합시킨다. 그 다음에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와 융합하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백신은 인체가 이 스파이크를 미리 경험하고 그에 결합하는 항체를 생산하도록 유도한다. 항체가 스파이크에 먼저 붙으면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할 수 없다.

 

범용 코로나 백신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를 공략한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나온 코로나 바이러스들에 효과가 있는 범용 백신을 만들어 비축했다가 새로운 코로나가 유행하면 임시 백신으로 쓸 수 있다고 제안했다. 범용 백신으로 일종의 기본 면역을 형성하는 동안 새 바이러스에 최적인 백신을 개발해 완전한 면역력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범용 백신은 최근 문제가 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임시방편이 될 수도 있다.

 

범용 백신은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의대의 랄프 바릭 교수 연구진은 사람과 박쥐에 감염되는 코로나 바이러스 4종에서 각각 스파이크를 만드는 유전물질 mRNA를 모았다. 이렇게 만든 이종(異種) 키메라 mRNA 백신을 쥐에게 투여하자 4가지 코로나 바이러스를 모두 이겨냈다.

 

워싱턴대 연구진은 여러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들을 추출해 나노입자에 결합시켰다. 여러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약물이나 방사선으로 죽인 뒤 동시에 투여하거나, 각각 다른 스파이크를 가진 나노입자를 순차적으로 주입하는 방법도 개발됐다.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의 파멜라 뵤크만 교수는 인간과 동물에 감염되는 여러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스파이크의 끝 부분을 모아 백신용 인공 단백질을 만들었다. 특히 바이러스 종류가 달라져도 변화가 없는 줄기 부분만 모았다. 지난 2월 사이언스 발표 논문에 따르면 스파이크 단백질 조각을 모아 만든 모자이크 백신은 생쥐 실험에서 다양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보였다. 심지어 백신 제조에 포함되지 않았던 종류의 바이러스도 막아냈다.

 

과학자들은 여러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변화가 없는 단백질이 생쥐 몸 안에서 면역세포인 T세포 반응을 더 강하게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백신은 바이러스에 결합하는 항체를 유도해 인체 감염을 막고, 동시에 T세포를 불러와 감염 세포를 죽인다. 기존 코로나 백신이 항체에 집중했다면 범용 백신은 T세포도 강화시켜 더 광범위한 면역반응을 유도한다는 말이다.

 

독감과 코로나 동시 막는 이중 백신도 가능

 

범용 백신은 올해 안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바이오기업 콘저비 바이오사이언스는 mRNA로 만든 범용 코로나 백신을 개발해 올해 안에 임상시험에 진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VBI 백신도 역시 올해 안에 사스와 메르스, 이번 코로나까지 모두 듣는 범용 백신을 임상시험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과거 범용 인플루엔자(계절독감) 백신 연구가 단편적으로 진행됐지만 범용 코로나 백신 연구는 전무한 상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꿈의 백신으로 불리는 완벽한 범용 백신은 10년 이상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번에 처음 성공한 mRNA 방식으로 인플루엔자와 코로나에 모두 듣는 이중 범용 백신을 개발하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조선일보(2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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