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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생산기지 한국] [공공장소 음주 천국]

뚝섬 2021. 5. 15. 06:59

백신 생산기지 한국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2010년 3월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수장으로 복귀하며 던진 화두다. 얼마 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지하층에 만들어진 실험실에 임직원 12명이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해 5월 발표된 삼성그룹 ‘5대 신(新)수종 사업’에 바이오·제약이 포함됐고 이듬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출범했다.

▷당시 삼성그룹 안팎에선 “100년 이상 앞선 세계적 제약회사들을 따라잡긴 어렵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래서 택한 1단계 전략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이었다. CMO는 반도체로 치면 미국의 팹리스(설계전문업체) 의뢰를 받아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해주는 대만의 TSMC와 같은 비즈니스다. 반도체처럼 공정관리가 생명인 대형 장치산업이어서 삼성의 기량이 충분히 통할 것이란 이 회장의 판단은 적중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는 36만4000L의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1위 CMO다.

▷삼성바이오와 미국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 측은 “확정된 바 없어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공시를 냈지만 이전 비슷한 소문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정했던 것과 온도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대통령이 백신동맹을 논의한 직후 계약 내용이 공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mRNA(메신저 리보핵산)를 이용한 모더나의 첨단 백신은 화이자 백신과 함께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된다. 모더나로서도 삼성바이오와 손잡으면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어 유리한 게임이다. 다만 한국에 당장 모더나 백신이 공급되긴 어렵다. 모더나에서 원료를 받아 후반 작업만 한다면 시점이 앞당겨지겠지만 생산설비를 새로 까는 데에만 최소 6개월이 걸린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미 미국 노바백스 기술을 이전받아 경북 안동 공장에서 6월부터 백신을 생산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의 계약까지 성사되면 한국이 동아시아의 ‘백신 생산 허브’로 도약할 기회가 된다. 코로나19는 팬데믹이 일단락된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계속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백신 생산 능력을 갖추는 건 국가경쟁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중요한 문제다.

 

▷선진국에 앞서 한국이 백신을 개발했다면 좋았겠지만 기초역량과 투자 규모의 차이를 고려할 때 금세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20여 년 전만 해도 바이오산업의 불모지였던 한국이 백신 생산 위탁기지로 주목받는 것만 해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 경제의 최대 장점인 빠르고 정확한 대량생산 능력이 한국인을 포함한 세계인의 생명을 코로나19로부터 구하길 기대한다.

-박중현 논설위원, 동아일보(21-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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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 음주 천국

 

신종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적용으로 모든 요식업과 유흥업소의 영업시간이 끝난 지난 4월 26일 밤 22시 30분이 넘은 서울 서초구 한강시민공원에서 일부 시민들이 음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밤 10시 30분쯤 서울 경의선숲길 공원. 한 여학생이 비틀거리다 잔디밭 줄에 걸려 넘어졌다. 그냥 넘어진 정도가 아니라 퍽 소리가 나도록 땅바닥에 쓰러졌다. 같이 산책하던 아내가 “얼굴도 다쳤을 것 같다”고 걱정할 정도였다. 그제야 일행 남학생들이 부축하려고 몰려들었다. 주변엔 캔맥주 등 술을 마시는 젊은 사람이 가득했다. 코로나로 술집·음식점은 문을 닫은 시간이었다. 고성은 끊이지 않았다.

 

▶서울 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이 숨지기 전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외국이라면 이 자체가 있기 어려운 일이다. 이 사건 진상과는 별개로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규제하자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한강공원을 금주 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에 대해 공청회 등을 열기로 했다 한다.

 

▶외국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법이나 조례로 강력하게 규제하기 때문이다.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개봉한 술을 갖고 다니는 것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주류개봉금지법이 있는 나라도 많다. 미국 뉴욕주는 공원에서 술병을 내놓고 마시면 1000달러(약 110만원) 이하 벌금 또는 6개월 이하 징역에 처하고 있다. 다른 주도 대부분 법이 비슷하다. 아이오와주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술에 취한 것처럼 보이기만 해도 625달러 이하 벌금을 물거나 30일 이하 투옥을 당할 수 있다.

 

 

▶호주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으나 길거리·공원·해변 등을 공공장소로 지정해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 술에 취한 사람을 발견하면 경찰이 바로 제재하는데, 술이 깰 때까지 취객을 경찰서 내 임시 거처 등에 격리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오후 10시 30분부터 오전 7시까지, 그리고 주말에 모든 공공장소(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장소)에서 음주가 불가능하다. 어기면 초범은 최고 1000달러 벌금, 누범은 최고 2000달러 벌금과 3개월 실형이다. 태국도 비슷한 규제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술을 아무 곳에서나, 그것도 만취하도록 마시고 비틀거리는 취객이 흔한 나라는 사실상 없다. 그런데도 공공장소 음주를 규제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없었다. 서울시, 대구 수성구 등이 금주 구역에서 술을 마시고 심한 소음, 악취를 낼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었지만 유명무실하다. 제한된 장소에서 적당한 음주는 삶에 즐거움과 활력을 준다. 그러나 선을 넘으면 사고와 타인의 피해로 이어진다. 공공장소 음주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1-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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