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표밭에서 투표지가 모자랐다면]
['가장 오래 투표할 세대'와 오래 살기 시합할 건가]
[장 대표 속 보이는 "전국 재선거" 무리한 요구]
[잠실 2030을 만나보니]
[’30대 이준석 대표' 등 野에 청년 혁명, 낡은 정치 확 바꾸란 국민 명령]
민주당 표밭에서 투표지가 모자랐다면
[박정훈 칼럼]
잠실의 청년들이 물었다
"참정권이 무너졌는데 어른들은 왜 안 나서냐"…
일만 있으면 뛰쳐나와 민주주의를 외치던
그 많던 '어른'은 다 어디 갔는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청년들이 10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1987년 12월 제13대 대선일 오전, 서울 구로을 선거구에서 투표함 한 개가 이송되는 장면이 시민들에게 목격됐다. 투표가 마감도 되기 전에 옮기려 한 것이 의심을 샀다. 상자 위에 현수막·봉투 등을 쌓아 은폐하려는 듯한 인상까지 주었다. 선관위는 부재자 우편 투표함을 미리 개표소에 갖다 두려던 것이라 해명했으나 부정선거 의혹은 삽시간에 폭발했다. 시민과 학생 수천 명이 투표함을 탈취하고 구로구청을 점거해 사흘간 농성을 벌였다. 경찰과 시위대 충돌로 수십 명이 부상당하고 1000여 명이 연행되는 대형 시국 사태로 번졌다.
꽁꽁 봉인된 채 선관위 수장고에 보관됐던 투표함은 한국정치학회 요청으로 2016년 개봉됐다.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 투표함 속 표수는 당시 선관위가 집계해 둔 부재자 투표수 기록과 정확히 일치했다. 우편 봉투, 등기번호도 정상이었고 조작 흔적이라곤 없었다. 1987년 사태는 오해가 빚은 비극이었다. 그렇다고 공정 선거를 갈망한 민초(民草)의 저항 정신이 폄훼될 수는 없었다. 방식의 과격성 논란은 있었지만 부정 의혹에 맞선 시민운동으로 민주화 항쟁사(史)에 기록됐다.
그 39년 뒤, 민주주의 선진국임을 자부하는 나라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터졌다. 구로구청 의혹과 비교도 안 될 만큼 명백하고도 총체적인 국민 참정권 침해였다. 용지가 없어 투표를 못 하고, 개표 방송을 보며 투표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문제 된 91개 선거구는 거의 예외 없이 야당 강세 지역이었다. 그간 민주당이 선관위를 감사원 감사 대상에서 빼는 법안까지 내며 시종 감쌌다는 사실이 더해져 의혹을 키웠다. 주권자가 들고 일어나 항의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잠실에서 펼쳐진 참정권 운동의 주역은 2030 청년이었다. 선거권 침해에 분노한 것은 구로구청 때와 같았으나 표현 방식은 달랐다. 야당·재야가 주도했던 39년 전과 달리, 잠실의 청년들은 지도부 없이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풀뿌리 집회를 이끌었다. 피켓 대신 종이에 쓴 구호와 태극기 그림을 들었고 애국가만 불렀다. 정치엔 선을 그었다. 청와대로 가자던 야당 정치인이 야유받고, 음모론을 외친 유튜버가 제지당했다. 각목과 화염병이 난무했던 구로구청 식의 폭력도 없었다. 청년들은 자신이 기본권을 지키려는 국민일 뿐 ‘시위대’가 아니라고 했다. 전혀 새로운 형태의 국민 저항 운동이 탄생했다.
이념·진영 범벅의 과격 투쟁에 익숙한 기득권 좌파에겐 청년들이 왜 화났는지 이해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민주당 스피커를 자처하는 유튜브 방송은 보수 온라인 커뮤니티를 향해 “탱크로 밀어버려야” 운운하며 막말을 퍼부었다. 김어준씨는 2030 남성의 투표 성향이 “MB 국정원의 공작 기획”이고 “범죄적 현장”이라 했다. 청년 세대의 당연한 분노에 ‘보수화·우경화’ 프레임을 씌워 문제 집단인 양 매도했다.
민주당 편향의 어떤 지상파는 잠실 집회를 보도하며 ‘도 넘는 시위대’ ‘생난리·준동’이라고 했다. 민노총이나 운동권 시위의 경찰 폭행, 기물 파손, 음주·방뇨엔 눈감던 친여 방송이 청년들에겐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청와대는 6·3 선거일 오후 투표용지 부족이 알려진 뒤에도 한동안 딴전을 피웠다. 상황 발생 4시간여가 지난 밤 10시에야 ‘선관위는 행정부 소속 아닌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한 줄짜리 자료를 냈다. 남의 일이라는 뜻이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한밤중에도 글을 올리던 이재명 대통령은 만 하루가 지난 다음 날 오후에야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친여 유튜버의 ‘탱크’ 망언에도 말문을 닫았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벤트를 향해 “저질 양아치의 막장 행태”라고 몰아세우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잠실의 청년들은 “참정권이 무너졌는데 어른들은 왜 안 나서느냐”고 했다. 그들의 물음은 민주주의 제도의 파탄 앞에서도 진영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정파적 어른들’을 겨냥하고 있었다. 광우병에서 세월호·천안함·사드·후쿠시마까지, 꼬투리만 있으면 뛰쳐나오던 그 많은 사회단체가 성명 한 줄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내세우던 운동가, 종교인, 자칭 지식인들은 왜 조용한가. 탄핵 시위대에 커피를 쏘던 ‘개념 연예인’들은 어디 갔나.
이 기이한 침묵은 ‘장소’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약 송파구가 아닌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투표지 부족 사달이 났다면? 당장 나라가 뒤집히고, 지난 탄핵 정국 때 1700여 단체가 ‘비상행동’을 조직해 1800여 회 집회, 47차례 시국 선언을 했던 것에 버금가는 대규모 투쟁이 펼쳐졌을 것이다. 구로구청 농성 지도부의 후예인 민주당도 가만있을 리 없다.
하지만 기득권이 된 그 진영의 ‘어른’들은 정치적 이득이 없는 일엔 행동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위기조차 선택적 분노의 대상으로 삼는 그 극단적 정파성이 지금 우리가 맞이한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이다.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2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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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 투표할 세대'와 오래 살기 시합할 건가
[정우상 칼럼]
민주당, 출구조사 결과에 "2030 큰일 났다" 했더니
86세대 "우리도 안 죽어" "보수화, 탱크로 밀어야"
모두 잘못된 진단.. 이들이 무대 중심 서도록 공간을 터줘야

2025년 2월, 미국 NBC 방송의 SNL 50주년 기념 무대에서 폴 사이먼(오른쪽)과 사브리나 카펜터가 협연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폴이 1966년 발표했던 '홈워드 바운드(귀향)'를 함께 불러 세대를 뛰어 넘는 감동을 선사했다.
작년 2월 미국 SNL 50주년 기념 무대에 폴 사이먼(85)과 사브리나 카펜터(27)가 함께 섰다. 폴은 포크의 전설이고, 사브리나는 MZ세대 팝의 아이콘이다. 폴이 “1976년 이 무대에서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과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하자, 사브리나는 “전 그때 태어나지 않았거든요. 우리 부모님도요”라고 답했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둘이 함께 부른 노래는 폴이 1966년 발표한 ‘홈워드 바운드(귀향)’였다. 나이 차이만큼이나 경이롭던 것은 이들의 하모니였다. 기타를 든 폴은 사브리나에게 무대 중심을 내주고 낮은 목소리로 절제했다. 사브리나는 거장의 유산을 존중하면서도 자기 스타일로 불렀다. 어른의 배려와 젊은이의 존중은 자칫 쉰내 날 뻔한 60년대 노래를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화음으로 빚어냈다. 세대 화합은 이래야 한다.
한국 정치는 지역과 이념 갈등에 세대 갈등까지 가세했다. ‘화음’은커녕 ‘악다구니’의 난장판이 됐다. 86세대는 부모 세대를 ‘수구 꼴통’으로, 60대 이상은 4050을 ‘친북 좌파’로 손가락질했다. 정치권은 갈등에 편승했다. 민주당은 전교조 세대의 이익을 적극 대변하며 이들을 주력군으로 만들었다. 보수 정당은 지역적으로 영남, 세대적으로 60대 이상으로 고립됐다. 자연사가 예정됐던 보수 정당은 2021년 30대 대표를 선출하며 혁신의 깃발을 들었고, 2022년 대선에서 검찰총장 출신의 정치 신인으로 도박을 했다. 도박은 성공했지만 그 대가는 참혹했다. 그는 갈등을 치유하라는 명령을 배반하고 2030을 ‘내부 총질 싸가지’로, 4050을 ‘종북 좌파’로 몰더니 비상계엄이라는 유물을 꺼내 부인과 자폭했다.
보수는 2024년 총선, 2025년 대선,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연패했다. 기대를 배반으로 답한 정치 세력이 치러야 할 대가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국민은 보수에 마지막 기회를 줬다. 2030 세대가 60대 이상과 ‘전략적 연대’를 한 것이다. 이를 두고 “2030이 보수화됐다”거나, ‘극우, 일베’ 같은 낙인을 찍거나 난리도 아니다. 이래선 앞으로 ‘가장 오래 투표할 세대’와 어깨 걸고 전진할 수 없다.
정부와 민주당은 코스피 축포를 쏘고 있지만 2030에 이런 이야기는 뜬구름이다. 일자리와 소득은 줄고, 전세와 월세 부담만 늘었다. 86세대는 자산과 일자리를 독점한 기득권이다. 전과가 있어도 ‘민주화 운동’으로 봐준 세대와 달리 이들에겐 국보법이나 폭력이나 똑같은 전과다. 수원FC위민 선수들은 자신들의 실축에 환호하며 북한 축구단을 응원하는 어른들 앞에서 눈물 흘렸다. 대통령은 투표지를 보여주면 안 된다는 공무원에게 “상관없다”고 했다. 국회의원은 관봉권 띠지를 문제 삼아 30대 여성 수사관들을 내란 세력으로 몰았다. 잠실에 모인 2030들은 나의 참정권을 강탈하고도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오만한 권력에 분노한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내가 마시는 커피까지 사상 검증하겠다는 기득권에 대한 거부가 있다.
정치는 잠실에 집결한 2030의 요구에 답을 내야 한다. 그러나 선거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할 장동혁 대표는 재선거 요구를 자기 방패로 이용하고 있고, ‘윤어게인’까지 돗자리를 깔았다. 개그맨은 “일베를 탱크로 밀어 버려야 한다”고 했고, 학생운동 했다는 언론학자는 “합법적 몽둥이로 제압해야 한다”고 했다. 출구조사에서 2030의 오세훈 지지에 놀란 민주당 40대가 “2030 큰일 났다”고 하자, 86세대 관계자는 “괜찮아. 우리도 안 죽어”라고 답했다고 한다. ‘가장 오래 투표할 세대’와 오래 살기 시합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2030이 무대 중심에 서도록 공간을 내줘야 하지만, 보수나 진보나 정반대로만 간다. 보수 정부가 들어서면 인생 이모작도 모자라 삼모작, 사모작 하려는 어른들로 북새통이다. 30대에 배지를 단 정치인들은 후배 양성은 뒷전이고 80대까지 기사 딸린 관용차 타려는 욕망에 불타고 있다.
그래도 장강의 뒷물은 앞물을 밀어낸다. 래퍼 비와이(이병윤·33)는 신곡 도입부에 “내가 지금 말하는 것은 2300만 동포들에게 생명의 소식이요 자유의 소식입니다”라는 이승만 대통령의 1942년 육성 연설을 담았다. 극우니 일베니 비난이 쏟아졌다. 비와이는 “비난을 각오했다”며 왜 이승만이냐에 답했다. “이승만은 공과 과가 있다.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그의 공을 누리며 살고 있다. 그는 나라를 건설했고 이제 아빠가 된 나도 가장이자 가수로서 새로운 것을 건설해야 한다. 그래서 이승만은 내게 상징적”이라고 말했다. SNL 50주년의 폴과 사브리나처럼, 2028년 대한민국 80주년 무대에서 AI로 생명력을 얻은 이승만과 비와이 세대가 만든 하모니를 듣고 싶다.
-정우상 논설위원, 조선일보(2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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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표 속 보이는 "전국 재선거" 무리한 요구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6·3지방선거 관내 사전투표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지 부족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전국 재선거밖에 없다”고 했다. 투표지 부족 사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투표지 부족 사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였다고 법원이 판결하면 재선거도 가능하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투표지 부족이 가장 심각했던 송파구에서 오세훈 시장이 압승했다. 다른 지역의 투표지 부족 상황을 고려해도 오 시장이 이긴 6만표 차이는 뒤집히기 어렵다. 그래서 민주당 정원오 후보도 결과에 승복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앞장서 재선거를 주장한 것은 법에도 맞지 않고 상식에도 어긋난다. 전례도 없다.
국힘은 시도지사 16곳 중 12곳을 졌다.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하는데 장 대표는 “중요한 문제로 싸우는 중”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원내대표 후보 3명 모두가 재선거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인데 장 대표는 무시하고 있다. 장 대표가 재선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다만 청년층의 재선거 주장 흐름에 올라타 자신의 대표직을 지키려는 것이다. 이런 속내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장 대표는 인천과 광주전남 등 사전 투표에서 다른 동(洞)의 후보자별 득표 수가 똑같이 나온 것을 두고 부정선거 음모론 같은 주장도 했다. 과거 선거에서도 동네는 다른데 후보자 간 득표 수가 같은 경우가 있었다. 광주전남의 경우 여야 표차가 100만표 이상으로 조작할 필요조차 없는 곳이다. 장 대표 주장은 부정선거 음모론과 선을 긋고 참정권 운동에만 집중하자는 2030세대의 뜻과도 배치된다.
투표지 부족사태의 원인과 책임 규명을 위해 합동수사와 국회 국정조사가 예정돼 있다. 이것이 미진하면 특검도 불가피하다. 이 특검은 야권에서 추천해야 한다. 그리고 장 대표는 자신의 선거 패배 책임을 돌리기 위해 투표지 부족사태를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조선일보(2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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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2030을 만나보니

지난 토요일 오후 서울 잠실에 갔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항의하는 청년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언론이 우리를 외면한다”고 쓴 글을 봤기 때문이었다. 잠실 투표소에서 시작된 집회가 개표소인 옆 핸드볼 경기장으로 옮겼는데 여기에 2030 청년들이 모이면서 대규모 집회가 됐다. 이 청년들은 누구고 무슨 이유 때문에 이렇게 모이는지 궁금했다.
▶올림픽공원역에서 핸드볼경기장까지 걸어 가며 놀란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참석자의 80% 이상이 2030이었다. 학생들은 태극기와 ‘재선거’라고 적힌 종이를 손으로 그려 일일이 나눠주었다. 손잡고 나온 커플과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부도 많이 눈에 띄었다. 시내 집회의 귀를 찢는 괴성과 욕설, 조롱과 극단은 없었다. 대규모 집회 같지 않게 쾌적하기까지 했다. 다만 그들의 ‘재선거’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좌우 이념 아닌 국민 권리’라는 피켓을 든 20대 청년에게 ‘재선거는 불가능하다’고 하자 “대한민국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며 여기까지 왔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이와 나온 30대 부부는 “권한 남용으로 대통령 2명을 탄핵한 나라에서 수많은 시민이 투표할 권한을 박탈당했다”고 했다. 음모론 구호인 “부정선거”를 외치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수는 “부정선거 말고 재선거를 외쳐달라”고 했다.
▶귀가 지하철에서 옆자리 30대 청년에게 ‘선거 때 선택 기준이 뭐였느냐’고 물으니 “당이 아니라 전과”라고 했다. 같이 있던 30대는 “내가 지지했던 후보가 재선거로 낙선하더라도 절차적 정의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주중에는 직장 일 때문에 나올 수 없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 주에 또 오겠다고 했다. 이들은 경기도 시흥에서 왔다고 했다.
▶그런데 일요일 저녁 다시 찾은 잠실은 전날과 달리 어수선했다. ‘윤어게인’과 부정선거 집회 주도 인사들이 다수 목격됐다. 구호는 ‘재선거’에서 ‘부정선거, 재선거’로 변했다. 이준석 대표에게 “어머니가 중국 사람 아니냐”고 욕하는 유튜버, 참석 청년을 대진연 대학생으로 몰아세우는 광경도 봤다. “밤새 자원봉사한 나를 일부 선동꾼들이 대진연으로 몰았다”는 SNS 글도 올라왔다.
▶2030 잠실 집회는 지휘부가 없다. 이들의 분노를 수렴해 선관위를 개혁하는게 정치의 의무다. 그러나 장동혁 대표 등 국힘 지도부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이용해 자신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민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2030이 분노한 것은 기본권조차 지켜주지 못한 정치 때문인데, 정치인들은 여기서도 제 잇속만 챙기고 있다.
-정우상 논설위원, 조선일보(2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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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이준석 대표' 등 野에 청년 혁명, 낡은 정치 확 바꾸란 국민 명령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2021.06.11 이덕훈 기자
국민의힘에서 36세 청년 이준석이 당대표로 선출됐다. 원내 교섭단체급 주요 정당에서 30대 당수가 나온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얼마 전까지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일이다. 그는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선 다른 후보들이 얻은 것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은 58%를 득표했다. 야당의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 그만큼 크고 간절했다는 뜻이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30·40대인 조수진(49)·배현진(38) 의원이 선출됐다. 청년 최고위원에는 31세인 김용태 광명을 당협위원장이 현역 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올드보이·꼰대·영남 정당’이라 불렸던 국민의힘이 3040 중심의 젊은 정당으로 변신했다.
이 대표의 당선은 고여서 썩은 듯했던 한국 정치가 그 내부에 역동성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970년대 초 돌풍을 일으켰던 ’40대 기수론'과 비교되기도 한다. 당시 신민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김영삼·김대중·이철승 의원은 40대 초·중반이었다. 하지만 당시 40대는 지금의 50대라고 봐야 한다. 이준석 대표는 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적이 없는 ‘0선’의 원외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참모도 조직도 사무실도 없이 이번 선거를 치렀다. 대중교통을 타고 움직였고 소셜미디어(SNS)와 유튜브 등 디지털로 선거운동을 했다. 그런 청년 정치인을 국민이 보수정당 쇄신과 내년 대선을 책임질 대표로 올린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우리나라 보수 정당과 그 지지층은 변화에 둔감하고 새로운 선택을 두려워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런 보수 정당이 30대 청년을 당대표로 선택한 것은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한 충격이 컸고 작년 총선에서 무소불위의 의석을 챙긴 집권당의 무도한 정치 행태에 대한 분노도 각성을 불러왔을 것이다. 이준석 바람은 결국 문재인 정권이 불러냈다고 봐야 한다.
이준석 현상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보수·진보 대립 구도와 586 정치를 깨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정권은 위선과 오만, 무능을 드러냈는데 견제해야 할 국민의힘은 낡은 기득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만 보였다. AI와 빅데이터, 5G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는데 정치권은 과거의 틀에 매여 싸우고, 국민의힘은 그런 구태의 표본처럼 돼 있었다.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는 이 낡은 정치에 신물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하나의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 대표의 과제는 국민에게 약속한 쇄신과 개혁을 제대로 이뤄내는 것이다. 이날 이 대표는 “다양한 대선 주자와 지지자들이 공존할 수 있는 용광로 정당, 각각의 고명이 살아있는 비빔밥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젊은 세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대표는 국민 여론에선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당원 투표에선 뒤졌다. 이것이 국민의힘 실상이다. 당내에서 이 대표의 쇄신을 언제든 가로막을 수 있다. 이 대표가 이 저항을 넘어서 쇄신에 성공한다면 한국 보수 정치, 나아가 정치 전체가 크게 바뀔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영국의 캐머런 총리와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 같은 인물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하지만 이 대표가 좌초하거나 구습과 타협하면 지금의 기대와 희망은 빠른 시간 내에 사라질 것이다.
민주당도 변화의 바람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운동권 586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할 만큼 했고, 혜택받을 만큼 받았다. 4년여간 독주, 폭주하면서 온갖 위선과 불공정, 반칙을 저지르고도 반성조차 하지 않았다. 이제는 이념과 특권 의식, 나만 옳다는 독선과 편가르기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내년 대선에서 다시 민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2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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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 부동산 출구 없는 2030 “정치 못 바꾸면 희망 없다” 마지막 비상구를 찾는 진격의 시작.
-팔면봉, 조선일보(2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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