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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재건 아니라 자유대한민국 재건하라]

뚝섬 2026. 6. 12. 09:15

보수 재건 아니라 자유대한민국 재건하라

 

대통령은 재판 없애는 공소 취소에 열심
커피·주거·대출 통제는 북한스러운 발상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등 총체적 부실

北은 핵포기 없다며 남한 적대시하는데
우리 안의 '작은 북한'은 왜 더 커지는가
허술한 선거제 고쳐 자유대한민국 수호를

 

지방선거에 온 나라가 정신 팔린 사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7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다는 뉴스를 들었다. 북한은 방문 전날 김여정의 담화문을 공개했는데, 내용은 “핵전쟁 억제력 끊임없는 강화는 불가역적 결론”이며 “핵보유국 지위는 절대 불퇴의 한계선” “헌법에 핵무력 고착... 누구와도 위헌 논의 안 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예의 칼끝 같은 언어로 “적대세력은 북한 비핵화 망상 걷어치워야”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여기서 적대세력은 남한을 일컫는다.

 

관측통들은 북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논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라고 해설해 준다. 북한이 올해 3월 개정한 헌법은 통일 조항을 완전히 삭제하고, 핵무력 지휘권을 국무위원장인 김정은에게 주며, 핵무력 발전을 고도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핵 포기는 꿈도 꾸지 말라는 천명이다. 게다가 북한은 우리를 더 이상 동족이라고 보지 않는다. 대신 ‘교전 중인 두 국가’로 규정하며 통일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이 그들의 공식적 입장이다. 이른바 ‘적대적 두 국가론’이다. 우리는 적대세력의 가공할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살고 있으며, 그런 그들과 대화가 끊긴 지 오래다.

 

이 와중에 집권세력은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근원부터 삭제하는 ‘공소취소’에 열심이다. 선거 이전에는 ‘조작기소 특검법’을 밀어붙이더니, 선거가 끝난 후 대통령은 “안 할 수는 없다. 은폐된 게 있다면 드러나야 한다”며 공소취소를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일부 유죄가 확정된 범죄를 기소 자체가 없던 것으로 돌리는, 보통 국민은 꿈도 못 꿀 일을 대통령이 벌이는 것이다.

 

공소취소라는 네 글자의 기상천외함에 가려 정작 무슨 죄가 어떤 문제인지는 관심에서 밀려난 듯하다. 대상 범죄 중 하나는 북한에 800만달러를 불법으로 보냈다는 대북 송금 사건이다. 대장동 비리가 그나마 경기도 안에서 벌어진 범죄라면 대북 송금은 국경을 넘어 적대국까지 뻗쳐 있는 범죄다. 우리를 적대국으로 간주하고 핵무력에 열을 올리는 국가에 엄청난 액수의 돈이 건너갔고, 그 사건에 지금의 대통령이 연루되어 있다. 본인은 부인하지만 국가의 최고이자 최후 수문장 노릇을 해야 할 지도자가 적대국에 돈을 주는 데 관여됐다면, 그건 단순한 외환 관리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그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너의 주적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오가고, 후보는 그 질문 앞에 머뭇거리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또 다른 후보는 자기를 뽑아주면 지역을 살리고 나라도 살리겠다고 지지를 호소한다. 구의원을 뽑는 선거조차 번번이 사생결단의 청백전으로 변질되는 건 늘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경각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안에는 ‘대한민국스러움’과 ‘작은 북한’이 공존하는 것 같다. 북한은 정부가 시장을 이기는 곳이다. 더 정확히 북한에는 시장이랄 게 없다. 스타벅스의 ‘감다뒤(감 떨어진다는 MZ용어)’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가 외면하면 될 일이다. 대통령부터 장관, 시장 후보까지 나서서 불매운동을 부추기는 건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대한민국에 어울리지 않는다. 혐오 표현을 찾아내 벌 줄 수는 있으나, 특정 사이트나 매체를 폐쇄하겠다는 건 북한스러운 발상이다. 인터넷 강국인 우리에겐 실핏줄 같은 언로(言路)가 틔어 있고, 자유로운 표현들이 그 안을 돌아다닌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저질도 섞여 있지만 꽤 쓸 만한 정보도 많다. 자유인인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걸 가려내는 ‘미디어 리터러시’지 우리를 어린애 취급하는 ‘통제’가 아니다. 북한과 달리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는 우리는 집을 능력껏 사고팔고 싶고, 전세든 월세든 사글세든 다양한 방식으로 거주할 장소를 선택해 살고 싶다. 집을 소유했더라도 다른 곳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갚도록 하면 된다. 빌린 사람은 열심히 일할 것이고 은행도 부자가 될 것이다. 

 

6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시민 3만6000여 명(경찰 추산)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재선거를 촉구하고 있다. 핸드볼경기장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함을 개표한 곳이다. 7일에도 핸드볼경기장 앞에는 3만8700여 명이 모였다. /박상훈 기자

 

대한민국스러움의 정점은 1948년 제헌국회의원 선거에서 시작해 오늘에 이른 보통 평등 직접 비밀 선거다. 그 선거제도로 우리는 그동안 크고 작은 혁명적 변화를 이끌어왔다. 그걸 관리하기 위해 별도의 법을 만들어 독립기구로 운영되어 온 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총체적 부실은 민주주의 보루로서의 자격을 의심하게 만든다. 투표용지를 소쿠리에 담아 보관하고(2022년), 친인척을 특혜 채용하고(2023년), 재외선거율 부풀려 해외출장 예산을 과대 확보하고(2024년), 투표용지 수령 후 투표소 외부반출을 용인하더니(2025년), 급기야 올해 전국 91개 투표소에서 용지부족 사태를 일으켰다. 파보니 점입가경으로, 투표용지가 부족해 추가 송부한 곳이 140곳, 한때 투표가 중단된 곳이 26곳이고, 충북 청주시에서는 유권자 1295명이 명부에서 누락되는 일이 벌어졌다. 드라마 ‘도깨비’에나 나오는 ‘기타누락자’가 이렇게 무더기로 나오는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진다니 황당할 뿐이다.

 

우리 안의 작은 북한이 더 이상 커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건 좌·우를 떠나 대한민국의 개념에 관한 문제다. 보수 재건을 외치는 우파와 합리적 좌파가 대한민국스러움을 지키는 대열에 모두 합류해 나라의 기틀을 잡았으면 한다. 그 출발은 나라의 위상과 깜냥에 한참 못미치는 허술한 선거 관리제도를 다잡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박성희 이화여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조선일보(26-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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