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경제 버블과 정치 양극화의 유사성] [연애도 훼방 놓는 진영 갈등] ....

뚝섬 2023. 1. 17. 08:49

[경제 버블과 정치 양극화의 유사성]  

[연애도 훼방 놓는 진영 갈등]

[정치인 각성과 상식 회복이 국민 분열 해소 출발점]

[가짜뉴스로 돈 버는 사람, 가짜인 줄 알면서 지지하는 사람]

[정치는 축구가 아니다] 

[“뽑을 사람 없어 절망”…대한민국은 지금 ‘대선 블루’]

 

 

 

경제 버블과 정치 양극화의 유사성  

 

[朝鮮칼럼]

합리적 투자자라면 갖지 않을 확증 편향이 버블 일으키며 위기 불러
가짜 뉴스로 돈까지 버니 틀렸다는 반증 있어도 음모론의 버블 꺼지지 않아

 

버블은 자산의 내재 가치보다 가격이 높은 현상이 일정 기간 지속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버블의 원인을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론으로는 2003년 샤인크만(Jose Sheinkman)과 시옹(Wei Xiong)이 제시한 ‘이견의 동의(agree to disagree)’를 들 수 있다.

 

이 이론은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의 내재 가치에 대한 평가에서 자신이 더 정확하다는 과신에 사로잡힌 투자자들이 A집단과 B집단 양극단으로 분리되어 상호 대치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럴 경우 자산 가격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마치 사인이나 코사인 곡선처럼 본질가치를 중심으로 진동하는 행태를 보여주게 된다. 즉 자산 가격이 어떤 때는 저평가되고 어떤 때는 고평가된다. 자산 가격이 저평가되어 있을 경우 이를 인지한 제3의 합리적 투자자들이 집중 매수를 통해 가격을 끌어올림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평가는 빠르게 해소된다. 문제는 반대인 경우다. 자산 가격이 고평가되어 있을 경우 합리적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통해 고평가를 해소해야 하는데 공매도는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그 규모에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고평가는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힘들고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만큼 버블이 발생하게 된다.

 

이 이론의 중요한 시사점은 어떤 특정 시점에는 집단 A가 버블의 수혜를 받게 되고, 다른 시점에는 집단 B가 버블의 수혜를 받게 된다는 점이다. 서로 버블을 주고받다 보니 장기적으로 보면 상호 손해 볼 것이 없다. 따라서 집단 A와 집단 B는 계속해서 양극단으로 대치하게 되고 버블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즉 자기 과신이 지속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형성되는 것이다. 투자자가 합리적이라면 사후적으로 자신이 틀린 경우 자신이 과신에 빠졌던 것을 인식하고 이를 수정하는 학습 현상이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자신이 그러한 편향성을 수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길게 보면 딱히 손해 볼 것이 없다. 상대편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언젠가는 자신의 견해가 맞는 시기가 올 것이고 그때 그동안 손해 본 것을 다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론의 무서운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이론을 강의할 때마다 연상되는 것은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의 양극화 현상이다.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기존의 대의민주주의에 직접민주주의가 접목하는 통로가 형성됨에 따라 민주주의가 한 단계 발돋움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최근의 정치 양극화 현상을 보면 그야말로 혀를 차게 한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한 가지 주요 원인으로 유튜브나 팟캐스트 같은 유사 언론을 들 수 있다. 이들은 경쟁적으로 극단적인 편파성을 드러내면서 가짜 뉴스와 음모론의 온상이 되어 왔다. 특히 유튜브가 가동하는 추천 알고리즘은 시청자들에게 유사한 성격의 채널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게 만들어 확증편향을 강화시키는 기제가 되고 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서 보듯 아무리 이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반증을 보여줘도 소용없다. 전혀 학습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지난 2010년대 초반 스탠퍼드 대학 출신인 가수 타블로에게 학력 위조 누명을 씌었던 타진요 사태가 이제 정치 현장에서 일상화된 것이다.

 

이러한 유사 언론인들 중 일부는 공중파, 심지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까지 진출해 ‘아니면 말고 식’의 가짜 뉴스를 퍼트려왔다. 문제는 이를 해소하려 노력해야 할 정치인들이 이에 편승하더니 이제 아예 국회에서 버젓이 이들의 음모론을 재생산하는 것이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펼치는 가짜 뉴스와 음모론의 배후에는 자본주의, 그것도 천박한 자본주의 원리가 도사리고 있다. 확증편향을 불러일으킬수록 구독자 수가 늘어나고 슈퍼챗까지 덤으로 들어오니 ‘돈’이 된다. 이러니 가짜 뉴스와 음모론의 버블이 형성되고 이러한 버블은 더욱 지지층의 결속력을 강화시킨다. 왜곡된 선순환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자기 과신과 확증편향, 학습의 부재, 양극화 지속, 그리고 인센티브의 왜곡까지 상기한 버블 이론과 너무도 유사하다. 다만 버블 이론이 ‘이견의 동의’, 즉 의견이 다른 상대를 ‘상대편(opponent)’으로 인정하되 적대시는 하지 않는 반면 우리 정치 상황은 상대를 적(enemy)로 인식하기 때문에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우리 정치, 나아가 우리 국가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합리적 국민이 투표를 통해 이를 바로잡아 적어도 정치인들이 이에 편승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치에 문외한인 필자 입장에서는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균형(equilibrium)’의 회복력(resilience)에 그나마 기대를 걸어본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조선일보(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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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도 훼방 놓는 진영 갈등

 

[여론&정치]

 

조선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여당 지지자는 다수가 거짓이라고 했지만 야당 지지자는 다수가 사실이라고 했다. 여야(與野) 지지자들이 사이좋게 어울리는 게 힘든 분위기다.

 

양쪽 진영 간 거리감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의 결혼’에 대해 물어본 항목에서도 잘 드러났다. 이 질문에 ‘불편하다’는 응답이 44%였고 특히 20대에서 49%로 가장 높았다. 진영 갈등이 젊은 세대에서 더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다. 20대 3명 중 1명은 정치 성향이 다르면 같이 밥 먹는 것도 꺼려진다고 했다. 상대 정당 지지자와 결혼은 물론 연애도 싫다는 것이다.

 

문제는 20 남성과 여성의 정치 성향이 너무 다르다는 점이다. 20대 남성은 국민의힘(43%) 지지율이 민주당(14%)보다 세 배나 높았는데 정반대로 20대 여성은 민주당(39%)이 국민의힘(12%)보다 세 배나 높았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도 20대 남성은 38%였는데 20대 여성은 18%에 그쳤다. 외모나 직업 연애 조건에 정치 성향까지 더해진다면 서로 마음에 맞는 상대를 만날 확률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역대 대선 자료를 보면 2017년 대선까지는 20대 남녀 사이에 여야 지지 성향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정치권의 ‘내 편, 네 편 갈라치기’와 ‘젠더 갈라치기’로 남녀 갈등이 증폭됐다. 20년 전인 2002년 대선에선 노무현 대통령의 득표율이 20대 남성(59%)과 여성(62%)이 비슷했지만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득표율은 20대 남녀가 59%와 34%로 차이가 컸다.

 

이번 신년 여론조사에선 ‘나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은 국가적 이익에 무관심하다’는 응답이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자 모두 67%에 달했다. 여야 지지자가 서로를 향해 ‘나라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라며 손가락질하고 있다. 분명하게 공동체의 위기다. 상대를 절멸시키기 위해 악하고 추한 존재로 몰아세우는 정치권에 지지자들까지 가세한 정치 양극화가 낳은 심각한 폐해다.

 

집단이 선호하는 정책의 교집합이 없어져서 다수에게 지지를 받는 정책의 수립도 어렵다. 젊은 세대의 상대 정당 지지자와 교류 단절은 출산율은커녕 결혼율까지 떨어뜨릴 있다. 최근에는 경제 여건 악화와 가치관 변화 등으로 ‘반드시 결혼을 하겠다’는 20대가 30%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여기에 ‘정치 성향이 다르면 안 만나겠다’는 진영 갈등까지 결혼 적령기 세대의 연애 훼방꾼 노릇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가짜 뉴스까지 동원하며 진영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인이 득세하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 정치권은 젊은 세대 남성과 여성을 화성과 금성만큼 멀어지게 하고 있지만 반성할 줄도 모른다.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데이터저널리즘팀장, 조선일보(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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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표, 성남 FC 사건 피의자로 출두하는 성남지청 앞에 2300맞불 집회신고. 大選은 아직도 끝났군.

 

-팔면봉, 조선일보(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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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각성과 상식 회복이 국민 분열 해소 출발점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 10명 중 4명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결혼은 물론, 식사를 함께하는 것도 불편하다고 답했다. 최근 3~4년 내 정치 성향 때문에 가족·친구와 불편함을 경험했다는 사람도 40%에 달했다. 정부의 코로나 방역 대책은 크게 변한 게 없지만, 민주당 지지층에서 ‘잘한다’는 응답은 문재인 정부 때 84%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33%로 줄었다. 반대로 국민의힘 지지층은 24%에서 87%로 늘었다. 무조건적인 지지와 반대다. 양측이 다른 나라에 사는 것과 같다.

 

지역 감정과 정치 갈등이 이렇게 심각한 적은 없었다. SNS 사용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고 한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절반 이상이 매일 정치 유튜브를 이상 본다고 답했다. SNS 이용자의 구미에 맞는 콘텐츠만 세뇌하듯 끊임없이 재공급한다. 이렇게 형성된 양극단 지지층에 정치인들이 영합하고 있다.

 

국민 분열엔 정치인과 지지층 모두 책임이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40%, 민주당 지지자의 70%가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제기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사실일 것이라고 답했다. 의혹을 꾸며낸 당사자 첼리스트가 거짓말이라고 사과까지 했지만 소용이 없다. 거짓말한 사람이 거짓말이라는데도 국민 40% 거짓 아닌 사실이라고 한다. 그러니 김 의원은 사과를 거부하고 괴담 생산자들은 도리어 돈을 챙긴다.

 

하지만 김 의원이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이 의원의 사과를 비난했을지 모르지만 사실은 사실대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국민 분열 해소는 여기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정치인들의 상식 회복과 각성이 절실하다.

 

-조선일보(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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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로 돈 버는 사람, 가짜인 줄 알면서 지지하는 사람

 

/페이스북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가짜 뉴스로 판명 났지만, 이를 제기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더탐사라는 유튜브 채널은 많은 후원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이 한도액 1억5000만원을 채웠다고 밝혔다. 지난해 그는 9900여 만원으로 의원 평균(1억3600여 만원)에 못 미쳤던 사람이다. 김 의원과 이 가짜 뉴스를 ‘협업’했다는 더탐사도 폭로 이후 유튜브 이용자로부터 직접 돈을 받는 ‘슈퍼챗’ 수입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슈퍼챗 순위 사이트에 따르면 하루에 2000만원이 넘는 수입을 올려 국내 전체 유튜브 채널 중 1위를 한 날도 있었다. 가짜 뉴스를 만들어 퍼뜨리자 오히려 돈벌이가 늘어난 것이다.

 

이는 가짜 뉴스를 믿어주는 대중(大衆)이 있기에 가능하다. 가짜를 믿는다기보다는 밀어주는 사람들이다. 가짜 뉴스를 만드는 사람의 목적은 권력 아니면 돈이다.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 사드 전자파 괴담 등은 모두 특정 세력이 정략적으로 생산, 유포했다. 지지자들에게 명분을 결집시키고 자신들은 덕을 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우호적으로 받아들이고 불일치하는 정보는 폄하하거나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 한다. 실제 그런 실험 결과도 있다. 지난 대선 직전 대장동 사건이 이재명 아닌 윤석열 게이트라고 답한 사람이 무려 40%에 육박했던 것도 한 예다.

 

‘청담동 술자리 괴담’사례로 본 가짜뉴스 확산경로

 

이들 지지자들에겐 사실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자신들이 믿고 싶은 뉴스가 가짜로 밝혀져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를 가짜 뉴스 생산자들이 잘 알고 있다. 김의겸 의원은 주한 유럽연합(EU) 대사가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낸 것은 사과했지만 청담동 술자리 가짜 뉴스는 여태 사과하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 대사에겐 사과해도 지지자들이 화를 내지 않지만, 청담동 가짜 뉴스에 사과하면 지지자들의 비난을 들었을 것이다. 정치 양극화를 조장해놓고 거꾸로 극단화된 지지자 팬덤 속에 갇혔다. 이번엔 청담동 가짜 뉴스가 문제 됐지만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 돌아다니는 가짜 뉴스도 적지 않다.

 

가짜 뉴스는 정치의 저질화, 양극화를 심화시켜 사회 통합을 해치는 암과 같다. 가짜 뉴스 생산자에 대한 처벌과 포털·SNS 등 유포 채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사법기관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

 

-조선일보(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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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축구가 아니다

 

새해 1월 1일 취임하는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 룰라는 20여 년 전 내가 브라질에서 유학하던 시절에도 ‘직업이 대통령 후보였다. 룰라는 1980년대 후반부터 세 번을 출마, 낙선한 끝에 2002년에 대통령이 되었고 연임에 성공, 8년을 집권했다. 그 룰라가 이번에 다시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브라질인 친구들과 메신저로 대화했다.

 

브라질 국민은 룰라를 선택했을까? 룰라는 경제성장과 고질적 빈부 격차 해소에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고, 집권 말기 지지율 80%를 넘은 성공한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퇴임 후 수뢰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고 이 판결은 나중에 무효가 되었으나 룰라가 결백을 증명한 덕분이 아니었다. 사법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패 혐의로 감옥에 갔던 77세 고령 전직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아나(50·건축학 교수)는 “룰라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현직 대통령 보우소나루를 낙선시켜야 했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는 정치적 실책을 거듭했고 극우 성향을 드러냈으며 무능한 측근들을 내각에 기용했기에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다”고 평가한다.

 

반면 보우소나루에게 표를 찍었다는 에두아르두(61·건설 사업가)는 “자유 시장경제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는 우파 정책이 브라질 경제에 필요하기에 우파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사회주의 정책과 급진적 노동 운동이 브라질 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고 이미 증명되었건만 여전히 좌파 이념을 추종하는 브라질 지식인들은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소년들 같다”고 말한다.

 

이들이 대통령을 뽑는 선택은 달랐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정치적 양극화가 브라질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의견은 공통적이었다. 결선투표를 치른 끝에 역대 최소 격차인 1.8%포인트 차로 룰라가 승리한 후 지금 브라질은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군부 개입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사회적 혼란 속에 있다.

 

브라질 친구들은 현대사회의 소셜미디어 대중화가 정치적 양극화를 부채질한다고 우려했다. 자극적인 가짜 뉴스와 거짓말을 뒤섞은 선동이 정치 팬덤을 증폭시키고 불법과 폭력마저 정당화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것인데 이는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다. 청담동 술집 거짓말을 두고 제2의 국정 농단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민주당 의원들이 그러하고, 법무부 장관 거주지 침입을 하고서 “제발 나를 기소해서 법원에서 다투게 해달라”는 유튜브 더탐사가 그러하다.

 

역시 룰라를 신뢰하진 않는다면서도 “약자와 소수자를 혐오하는 극우 성향 보우소나루를 이길 후보로 룰라 외에 대안이 없었다”고 말하는 지아나(52·언론학 교수)도 “상대 진영을 비난하는 편향성만 키우는 가 짜뉴스가 검증 없이 유통되는 소셜미디어 세상”이 걱정된다면서 “오늘날 브라질 정치는 축구를 닮아간다. 경기장 안에서 우위를 차지하여 상대를 패배시키는 데만 몰두하는 진영 전쟁이 한계를 넘었다”고 말했다.

 

축구에서는 골을 더 넣어 이기는 게 전부지만 정치는 그래서는 안 된다. 타협과 대화는 더디고 품이 많이 들어서 못하겠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고 상대를 악마로 몰아세워 끌어내려 숨통을 끊겠다는 정치가 아니다. 양쪽으로 갈라진 진영 간 적대감과 증오를 부추기는 허위 내러티브가 소셜미디어를 타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세상에 민주주의와 경제 안정은 요원하다. 브라질과 대한민국은 지금 닮은꼴의 퇴행을 겪는 중이다. 축구에는 룰이 있어서 경고도 받고 퇴장도 당하지만 정치에는 그나마도 없다. 반칙을 하고도 우리 편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해도 좋다는 팬덤 응원 속에 오히려 의기양양한 이들이 진영의 오피니언 리더로 군림하고 있다.

 

-오진영 작가·'새엄마 육아일기' 저자, 조선일보(2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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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을 사람 없어 절망”…대한민국은 지금 ‘대선 블루’

 

비호감 경쟁’ 된 대선정국
우울감 호소하는 국민들

 

“내년 3월 9일에 1박2일 일정으로 속초 여행을 예약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뽑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박모씨·36세·회사원)

 

“이렇게 인물이 없나요. 이게 최선인가요. 기대감(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절망감이 들어요. 대선 거부 촛불이라도 들고 싶어요.” (A인터넷 커뮤니티)

 

대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뽑을 후보가 없어 우울하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름하여 ‘대선 블루(blue·우울감)’.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후보로 확정했고, 국민의힘은 내달 5일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가나다순) 예비 후보 중 한 명을 후보로 선출한다. 양당 밖에서는 심상정(정의당)·안철수(국민의당)·김동연(새로운 물결) 등이 채비하고 있다. 일부 유권자는 이들 중에 자신의 표를 던질 만한 후보가 없거나, 결국 원치 않는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판단해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자영업자 이모(51)씨는 “이재명·윤석열·홍준표 셋 중 한 명이 대통령이 될 것 같은데, 모두 비호감이라 뽑고 싶지 않다”며 “(후보들의) 비리 의혹과 각종 논란, 망언 같은 것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실제 세 후보의 비호감도는 높은 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호감도는 30% 안팎에 그친 반면 비호감도는 윤석열(62%), 이재명(60%), 홍준표(59%) 순으로 높았다. 과거 대선을 앞두고는 선두그룹 후보들은 40~60%대의 호감도를 보였다.

 

이른바 대장동 의혹, 고발사주 의혹 등 수사 중인 사안에 유력 주자들이 관련돼있다는 점, 후보 간 거센 네거티브 공방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민심 이반을 부추긴다. 경기 군포시에 사는 주부 백모(63)씨는 “죄다 수사 대상인데 누굴 뽑겠느냐. 서로 악다구니하는 것도 보기 싫다”면서 “이런 대선은 처음”이라고 했다. 한 대선주자를 지지했다가 최근 철회했다는 대학원생 엄모(33)씨는 “자고 일어나면 논란이 하나씩 늘어나는데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오더라. 이런 사람에게 나라를 맡길 순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 정치 양극화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무주택자라는 직장인 안모(36)씨는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사회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며 “그냥 다 같이 망하자는 생각에 ○○○ 후보를 뽑을까 싶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재직 중인 박모(44)씨는 “사회 전반적으로 혐오와 적대 감정, 극단적 대립이 만연한데 유력 주자들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편승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주요 대선 후보 호감도 조사. 10월 19~21일 전국 성인 1000명 전화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한국갤럽

 

대선을 앞두고 불안과 우울감을 표출하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은 아니다.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심리학협회가 발간한 연례 연구보고서(Stress in America)에 따르면, 미국 성인 68%가 ‘대통령 선거’를 주된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았다. 2016년 실시된 같은 조사(52%)보다 높아진 수치다. 미 건강전문매체 헬스라인은 당시 선거가 정치 양극화, 코로나 팬데믹, 경제적 불확실성 등의 환경에서 치러졌고, 많은 유권자가 무력감을 느끼는 등 ‘선거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헬스라인은 선거 관련 뉴스 노출 제한, 정치 관련 대화 줄이기, 소셜미디어 사용 중단하기 등을 제안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많은 국민이 국가 운영을 맡길 만한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자괴감,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정치 양극화, 대선 후보 개개인에 대한 실망감, 사회경제적 불안을 방치하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 등이 우울감의 원인”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정치적 화합을 이끌 리더가 필요하고, 경제·코로나 등 구조적 문제가 해결돼야 그 우울감이 완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옥진 기자, 조선일보(21-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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