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3년 후 인력 3000만명 부족, 우리에겐 도약의 기회 될 수도]
[“인구 감소”에 운 日 시골 소녀]
[지방소멸 위기와 대응]
[먹고 튀었다?… 출산율 1위 ‘해남의 기적’이 끝난 이유]
중국도 3년 후 인력 3000만명 부족, 우리에겐 도약의 기회 될 수도
어느 순간 문득 식당에서 대기 중인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을까 궁금해졌다.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소비는 여전히 굳건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10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월 대비 2.6포인트 감소한 88.8로 나타났다. 소비 둔화에도 불구하고 식당에 긴 줄을 만들게 하는 원인은 인력 부족이다. 과거에 비해 적은 인력으로 식당을 유지하다보니 회전 속도는 낮아지고 대기 줄은 길어지고 있다. 인력 부족으로 영업 시간을 단축하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인력 확보에 따른 스트레스로 업장 규모를 스스로 축소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식당뿐만 아니라 모든 곳에서 인력 부족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얼마 전 만났던 대형 병원 관계자는 “여기는 인력 부족 문제가 없죠?”라는 질문에 대해 “사람이 없어 난리죠”라고 답했다. 만성적인 간호 인력 부족을 넘어서 의사 역시 부족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공의 근무 시간이 80시간으로 제한된 제도적 변화와 더불어 다른 한편으로는 전문의 과정을 중도에 포기하는 인력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던 수련 기간을 포기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거나, 개업을 통한 실리를 찾는 것이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조선업은 오랜 불황 끝에 주문이 증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급기야 조선 업체 간에 인력을 둘러싼 법적 다툼도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경우 정부가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미심쩍다. 농업 분야에서는 이제 수박과 참외의 재배 면적이 감소하고 있다. 땅에 엎드려서 일을 할 인력을 더 이상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인력 부족은 이제 업종과 시기를 가리지 않고 상시적 현상이 되고 있다. 한정된 인력을 둘러싼 쟁탈전이 격화되면서 임금은 상승하고 있다. 전국의 용접사, 배관사, 제관사 등은 모두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에 몰려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기능공이라면 평택 삼성전자 현장에서 바싹 일하면 월 1000만원을 훌쩍 넘는 급여를 챙겨갈 수 있다. 특별한 기술이나 경험이 없는 중년 여성들도 현장에서 보조 업무를 수행하면서 400만원 넘는 급여를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러다 보니 창원, 울산, 여수, 거제 등 전통적인 제조업 지역에서는 필수 인력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되고 있다.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우수하고 저렴한 인력은 이제 소멸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력 부족은 전 세계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기업 90% 이상이 노동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 10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있지만 실업자는 600만명에 불과하면서 인력 부족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역시 제조업, 도·소매업, 교육 및 의료 서비스 부문의 인력 부족 현상이 심하며, 이에 따라 2021년 하반기를 기준으로 400만명 이상의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미국 기업이 추가적으로 부담한 비용은 2조5000억달러(약 3345조원)에 이르고 있다.
고질적으로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던 유럽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국가별로 일부 차이는 있지만 전체 일자리의 3% 이상이 노동력 부족으로 비어있는 상태이다. EU의 실업률은 지난 7월 6%를 기록했는데 이는 2001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중국의 경우도 제조업 인력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판매원, 식당 종업원, 택배 직원 및 가사 도우미 등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호주 인구보다 많은 약 3000만명의 제조업 근로자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이 존재하고 있는 아세안 국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 지역 역시 지난 20년 사이에 20세 미만 인구의 비율이 42%에서 33%로 축소되고 있다. 고령화 속도 역시 예상보다 빨라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에서 14%로 증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대한민국이 18년이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베트남 18년, 태국 20년 등 우리와 비슷하게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여전히 폭발적인 인구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아프리카를 제외한다면 이제 노동력 부족은 특정 국가와 지역의 문제가 아닌 세계 공통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과 고령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력난은 어쩌면 기회가 될 수 있다. 모두가 겪고 있는 문제는 경쟁에서 출발선을 같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노동력 부족에 대한 해답은 더 많은 이민과 적극적인 자동화와 로봇의 활용 등인데 우리의 경우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와 산업용 로봇 밀도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체 인구의 5% 수준의 외국인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생각보다 대응을 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력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올해 10월 미국에서 발간된 ‘티타늄 경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고용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미국 기업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러한 관점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직원들에게 숙련도 향상을 통한 대폭적인 급여 인상 및 승진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기업의 이익을 우리사주 제도를 통해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한정된 인력을 산업 현장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돈을 주고 부리는 존재가 아닌 성장을 위한 파트너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인구 증가를 위한 무의미한 노력에서 탈피해 노동력 부족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 여성, 장애인 및 외국인 등이 차별받지 않고 일할 수 있으며, 능력에 맞는 대우와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체제의 마련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핵심일 것이다.
-최준영·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조선일보(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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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에 운 日 시골 소녀

지난 17일 일본 사이타마현에 있는 오가노마치의 마을회관. 대나무 우산인 와가사(和傘)를 쓴 오가노중학교 학생들이 무대 위에서 가부키 공연 연습 중이었다. 가부키는 전업 배우들의 몫이지만 오가노마치는 에도시대부터 일반인들이 스스로 공연하고 즐긴 축제 문화로 유명한 마을이다. 인구 1만명인 마을에서 가부키 공연에 참가한 경험자만 1000명이 넘는다. 한 시간 연습을 끝낸 고바야시 고토미 양은 “중학교에서 가부키를 공연하는 곳은 일본에서 우리뿐”이라고 했다. 가부키 자랑하느라 들뜬 여중생에게 “매년 인구가 감소하는데 오가노중도 학생이 없어 가부키가 사라지면 어떡하냐”고 물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는지 눈만 껌뻑이던 학생은 한참 후에야 “안 없어질 거예요”라고 답했다. 커다란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 오가노중학교는 7년 전 3개 중학교가 통폐합한 학교다. 요시오카 아키라 교장은 “전교생이 298명인데 10년 후엔 3분의 1인 100명 이하로 준다”고 했다.

잡초가 무성한 도쿄 도심의 빈땅. 빈땅 옆 주택도 빈집으로 방치돼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와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일본의 땅값은 90년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빈집도 급증하고 있다./차학봉 기자
일본은 30여 년 전 ‘출산율 1.57 쇼크’ 이후 끈질기게 인구 감소와 싸웠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수다. “북한과 인구는 일본의 2대 국난”이라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말처럼 인구 문제는 좀체 해결 못 한 싸움이었다. 일본엔 소멸 위기의 마을만 3633곳이 있다. 오이타현 나카쓰에 마을처럼 자연 소멸을 택한 곳도 있다. 한때 7500여 명에서 600여 명으로 줄어든 나카쓰에는 이주민을 유치하는 정책을 포기했다. 이주 정착금, 출산 축하금 등 인구에 집착한 지원 대책보다 남아있는 마을 사람들이 편안한 여생을 보내는 데 마을 재정을 쓰겠다는 역발상이다. 아무도 탓할 수 없는 그들의 선택이다.
한국의 인구 감소는 일본보다 더 심각하다. 일본은 2005년 출산율 1.26명의 최저점을 찍고선 1.3~1.4명 선을 지킨 반면, 한국은 작년 출산율 0.81이었다. 한국의 출생아 수는 2015년 43만8400명에서 작년 26만1000여 명으로 급감했다. 대책을 안 세운 건 아니다. 2005년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초기엔 인구 문제에 관심이 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한민국 근간이 흔들리는 인구 위기 상황이며 지금이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며 “골든 타임을 살려내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 9월 국무회의에서 “인구 위기에 기회가 다신 없단 각오로 임해 달라”고 했다. 다들 맞는 말을 했지만 단숨에 V자 회복이 불가능한 인구 문제는 5년 임기 대통령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십상이었다. 우리 10대에게서도 가부키 소녀의 눈물을 보게 될까. 윤 대통령의 말의 무게는 다른 정치인과는 다르길 기대한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조선일보(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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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위기와 대응
[송의달 선임기자의 Special Report]
일자리·베이비부머 유치·소도시 혁신… 지방소멸 멈출 ‘3종 병기’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수도권 공화국’이다. 60년 넘게 진행된 수도권 집중화로 국토 면적의 11.8% 남짓한 서울·인천·경기도에 총인구의 51%, 상위 1000대 기업의 74%, 100대 상장사 중 91%가 몰려 있다.
수도권 과밀화와 이에 따른 집값 급등은 저출산을 고착화하는 주범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2018년부터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5년 연속 부동(不動)의 꼴찌이다. 더 심각한 것은 지방소멸 속도가 매년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2000년 6개이던 인구 3만명 미만 시·군·구(市郡區)는 20년 만에 18개로, 2013년 75개이던 소멸위험 지역은 지난해 108개로 각각 늘었다. 지금 추세라면 30년 후에 전국 228개 시·군·구의 절반 정도(47%)가 사라진다.

◇300조 쏟아도...’백약이 무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지역균형발전특위를 설치할 정도로, 지방소멸은 국가 존망(存亡)을 좌우하는 사안이다. 역대 정부도 2006년부터 15년간 30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으며 해결에 나섰다. 그러나 신생아 일인당 300만~1500만원의 장려금 지원으로 출산율 전국 1, 2위인 전남 영광군과 해남군 조차 거주 인구가 매년 줄고 있다.
153개 공공기관을 세종시와 10개 지방 혁신도시로 옮겼으나 이전 작업이 끝나기 무섭게 2017년부터 4년간 수도권 인구는 25만명이 순증(純增)했다. 올해부터 10년간 정부가 투입하는 9조 7500억원의 ‘지방소멸 대응기금’ 성공도 미지수이다. 구멍 난 독에 물 붓기처럼, 정부의 ‘지역’ 지원 사업은 효과를 못 낸 채 표류하고 있다.
◇도심에 기업 본사 유치
이런 상황에서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기업과 베이비부머 유치, 지역의 혁신 세 가지를 전략적 카드로 꼽았다. 먼저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가 2만여명 규모의 브베시(市)에, 폭스바겐이 인구 12만명의 소도시 볼프스부르크에 본사를 두는 것 같은 사례가 생겨야 한다.
문제는 방법이다. 수도권이 청년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데다, 사기업의 지방행(行)을 강제할 수 없어서다. 이두희 산업연구원(KIET) 박사는 “허허벌판 외곽에 공짜 부지와 감세(減稅) 혜택을 왕창 주면 기업이 오는 시대는 끝났다. 지방의 도심 최고 요지에 기업이 본사를 옮겨 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인구 2만명 미만의 스위스 소도시 브베(Vevey)에 위치한 세계 최대 식품기업 네슬레 본사 모습. 네슬레는 본사가 지방에 있다는 제약 요인을 세계화로 이겨냈다./ChosunBiz 제공
기업이 원하는 목좋은 곳을 지자체와 공동개발하거나 기업에 개발권까지 줘 그들이 수익을 내며 근로자에게 아파트 특별공급도 해주는 식의 파격적인 발상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박재영 광주전남연구원장은 “기업이 지방으로 가면 직원들도 따라간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라며 “서울 강남, 경기 판교처럼 복합쇼핑몰과 교육·문화·여가시설이 밀집한 혁신적 융복합 공간이 지방에 있어야 청년들이 정착하고 결혼도 한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유력 기업 본사 한 곳이라도 지역으로 옮겨 ‘수도권 불패(不敗) 신화’를 깨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440만 베이비부머 공략
1차(1955~63년 출생)와 2차(1968~74년)를 합해 1700만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도 공략 포인트이다. 특히 지방에서 태어나 수도권에 거주하는 440만명의 베이비부머가 유력하다. 이들 중 10~20%만 귀향해도 상당한 파급이 예상된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베이비부머야말로 생산과 소비 측면에서 지방 중소도시와 시골을 살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집단”이라며 “명확한 경제적 이득을 안겨줘야 이들이 지방으로 온다”고 했다. 일례로 베이비부머들이 수도권에 실(實)거주하지 않더라도 주택연금 자격을 부여하고, 자녀에게 주택 등을 증여할 때 세금을 낮춰주는 방안 등이 가능하다.

1955~1974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는 지방 중소도시와 시골의 생산·소비를 살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서울 삼성동 뉴시니어라이프(시니어모델협회)에서 2019년 연말에 베이비부머 모델들이 워킹 연습을 하고 있다./조선일보DB
수도권의 베이비부머들이 지방으로 가면, 수도권 임대차 주택 시장에 10만~20만호가 새로 나와 전월세 및 매매 가격 하향안정 효과도 생긴다. 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박사는 “독일 국민의 25% 정도가 갖고 있는 ‘복수(複數)주소제’를 우리도 도입한다면, 베이비부머의 귀향 활성화로 지자체 인구와 세금 수입이 늘어 지방 경제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매력 소도시’로 탈바꿈
마지막 카드는 인구 5만~10만명의 지방 소도시들이 자기 지역의 필살기(必殺技)를 살려 매력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아직도 상당수 지방 중소도시 공무원과 주민들은 ‘손님’인 기업과 도시민들에게 텃세를 부리며 포용성 부족과 배타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는 “중소도시가 진짜 부흥하려면 옛 영광에 기반한 지방 토호적 사고방식을 완전히 버리고 고객 지향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했다. 외부인들이 찾고 싶고, 살고 싶은 곳이 되면 생활 인구가 확보되고 인구 유출도 억제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도시민의 지방 유입을 활성화하는 한 방법으로 지방도시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강원도 속초에서 '한 달 살기' 모습/조선일보DB
1주일 중 도시와 촌에서 4일, 3일씩 생활하는 ‘4도(都)3촌(村)’, ‘한 달 살기’ 같은 라이프스타일 변화 프로그램과 도시·지방 교류 활성화도 필요하다. 지방에 대한 친밀감 형성이 목표인 일본의 농산어촌(農山漁村) 체험과정에는 79만명의 초중고생이 참여했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기전의 각오로 지방으로 옮겨올만한 ‘사람’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달 임시국회서 ‘지방소멸 대응 특별법’ 꼭 통과되어야”
강보영 대한민국시도민연합회 회장

강보영 대한민국시도민연합회(약칭 대도연) 회장/강보영 제공
“수도권 일극화(一極化)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2040년에는 전남과 경북의 거의 모든 시·군이 사라집니다. 이제는 국가 차원의 마스터 플랜과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합니다.”
강보영 ‘대한민국 시도민(市道民) 연합회’(약칭 대도연) 회장의 말이다. 그는 전국 7개도 및 4개 광역시 향우회 회장들과 함께 2019년 5월부터 50여차례 토론회 등을 열어 지방소멸 해법 의견을 수렴해 작년 하반기 특별법안 초안을 국회에 전달했다. 2019년 출범한 대도연은 전국 11개 시도민회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대도연의 법안을 토대로 서영교 의원과 추경호 의원 등이 작년 11월 ‘지방소멸 대응 특별법안’을 사흘 간격으로 대표발의했고, 두 법안에 의원 131명이 참여했어요. 작년 12월 ‘지방소멸 대응 특별법안 국회발의 보고회’에는 여야 대선 후보들이 모두 참석해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대도연은 특별법안에서 대통령 직속 ‘지방소멸대응 국가특별위원회’를 설치해 5년 마다 중앙정부가 지방소멸 대응 국가전략계획과 부문별 계획을 수립·시행토록 했다. 위원장은 대통령과 총리가 위촉한 인사 2명이 맡고, 위원은 주요 부처 장관과 민간인 등 30명 이내로 했다.
‘소멸위기 특별 지역’에 전입하는 주민에게 각종 세금 감면과 건강보험료·기초연금 지원 특례를, 이전(移轉) 기업에는 법인세·취득세 감면과 기업상속 요건 완화, 대학 등록금 감면 같은 혜택 제공도 담았다.
강 회장은 “병합심사를 거쳐 올 4월 임시국회에서 지방소멸 대응법안이 최우선 국가 과제로 선정돼 통과되길 바란다”며 “법이 제정돼 예산과 인력을 갖고 지방을 위해 실제로 일하는 기관이 있어야 지방소멸을 막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송의달 선임기자, 조선일보(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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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튀었다?… 출산율 1위 ‘해남의 기적’이 끝난 이유
‘제로섬 게임’ 된 지자체 출산경쟁
‘해남의 기적.’ 한때 다른 지자체 공무원들이 전남 해남군의 출산 장려 정책을 이렇게 일컬었다. 얼마 전까지 해남은 ‘저출산 해결 모범 사례’로 불렸다. 2012년부터 7년간 전국 지자체 합계 출산율 1위. 2016년 보건복지부 ‘인구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전국 150여 지자체가 해남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그랬던 해남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발표된 2019년 합계 출산율에서 1.89명을 기록하며 전남 영광군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여전히 전국 평균(0.92명)보다 두 배가량 높지만, 2015년 출산율(2.46명)에 비하면 확연히 낮아졌다. 그사이 7만6194명이던 군 인구는 6만8806명으로 7000명 넘게 줄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하는 ‘인구소멸 위험 지역’ 중 하나가 됐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전국 합계출산율과 해남군 출산율. /그래픽=양진경 기자
◇출산율 저하… 현금 지원 밀려서?
해남군의 출산율 증가는 대대적인 출산 지원 정책 도입 이후 일어났다. 해남군은 2008년 전국 최초로 출산장려팀을 신설했다. 2012년부터는 첫째 아이 300만원, 둘째 350만원, 셋째 600만원, 넷째 이상은 720만원 등 당시 기준 최고 수준의 출산 장려금을 지급했다. 처음 출산장려금을 도입한 2005년 1.44명이었던 출산율은 2015년 2.46명까지 올랐다.
현금성 지원을 앞세워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곧 경쟁자들이 따라붙었다. 인구 감소 속도가 빠른 경북 북부 지역이 대표적이다. 경북 영덕군이 2017년부터 첫째 아이에게 출산장려금 48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고, 봉화군은 2018년 첫째 아이 기준 전국 최고 금액인 700만원을 약속했다.
최근에는 셋째 아이를 낳으면 최대 1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지자체까지 나왔다. 경남 창원시는 결혼하는 부부에게 1억원까지 ‘결혼드림론’을 지원하고, 10년 안에 셋째 아이를 낳으면 대출금 전액을 제해준다. 충북 제천시도 셋째 아이를 낳으면 주택자금 대출 5150만원을 대신 갚아준다.
2019년 해남군을 제치고 출산율 1위(2.54명)를 차지한 영광군의 비결도 ‘화끈한 지원’이었다. 영광군은 신혼부부에게 장려금 500만원을 준다. 첫째 아이 500만원, 둘째 1200만원, 셋째~다섯째 3000만원, 여섯째 이상에는 3500만원을 지급한다. 이외에도 신생아 양육비, 신혼부부 건강검진, 임신부 교통카드, 출산용품, 난임부부 시술비 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매년 45억원을 쓴다.
반면 해남의 출산장려금은 9년째 그대로다. 도입 당시만 해도 전남 22개 시군구 중 최고액이었지만, 지금은 중간으로 밀려났다. 같은 도내에 있는 광양시, 영광군, 진도군 등은 첫째 아이 기준 500만원을 주고 있다. 해남군 관계자는 “재정 여유가 있는 지자체만큼 장려금을 올리기는 어렵다”면서 “대신 출산 용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했다. 해남군의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기준 7.4%로, 전국 군 단위 기초지자체 평균(17.3%)에 한참 못 미친다.
다른 지자체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동안 해남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급격히 줄고 있다. 2015년 해남에서 태어난 신생아 수는 839명이었지만, 2019년에는 490명으로 4년 사이 42% 정도 줄었다.
◇장려금만 받고 떠나는 ‘먹튀’ 출산자
전국 지자체의 출산장려금 지급액은 매년 증가 추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전국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지출한 출산지원금은 약 3822억원. 전년(약 2827억원) 대비 35%가량 올랐다.
늘어나는 출산 장려금과 반대로 대한민국의 합계 출산율은 매년 감소 추세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에서 주는 출산장려금은 출산 인구를 두고 인근 지자체와 경쟁하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해 국가 차원에선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출산장려금 정책이 국가 전체 출산율을 높이기보다는 인근 지역 인구를 뺏어온다는 얘기다.
지원금만 받고 지역을 떠나는 ‘먹튀’도 문제다. 전남도의회 우승희 의원에 따르면 2017년까지 5년 동안 전남 지역에서 출산장려금만 받고 떠난 ‘먹튀 출산자’는 1584명. 지자체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원금을 2~3년에 나눠 지급하고 있지만, 지원 기간이 끝난 뒤 이사하는 것까지 막을 방법은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해남군의 0세 인구는 797명이었지만, 6년이 지난 2019년 6세 아동 수는 426명이었다. 2013년 출생한 아이들 중 47% 정도가 6년 안에 해남군을 떠난 것이다.
육아정책연구소 양미선 연구위원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전국 226개 지자체 출산 정책 담당 공무원 중 81.1%가 ‘현금지원사업 확대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들은 현금 위주 사업의 효과가 낮거나 없고(69.6%), 지자체 간 과다 경쟁만 지속된다(66.0%)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들의 과도한 현금성 지원 경쟁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재훈 교수는 “현금 지원은 중앙 정부에 맡기고, 지자체는 아이가 떠나지 않도록 지역 일자리 창출과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는 게 옳다”고 했다. 하지만 중앙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지자체별 출산장려금 통합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출산율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정책학과 교수)은 “통계로 나오는 출산율은 산모 수가 적은 농촌 지역이 높게 나오는데, 실제로는 이들 지역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했다. 2019년 출산율 1위 영광군에서 태어난 아이는 570명이었다. 상대적으로 비율이 높았을 뿐, 전체 군민 수는 매년 감소세다. 2020년 영광군 인구는 5만3099명으로 전년(5만3852명) 대비 700명 넘게 줄었다. 이 원장은 “무의미한 출산율 경쟁을 멈추고, 대신 체감 가능한 ‘살기 좋은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유종헌 기자, 조선일보(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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