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보다 ‘장사의 신’
[카페 2030]
일본 요식업계 전설 우노 다카시는 책 ‘장사의 신(神)’에서 이렇게 말한다. “토마토를 자를 수 있다면 밥집을 열 수 있고, 병뚜껑을 딸 수 있다면 술집을 할 수 있다.” 5평짜리 가게에서 시작해 수십 개 이자카야 업장을 성공시킨 그는 입지 선정, 무조건 팔리는 메뉴 개발법, 한 번 온 손님을 단골로 만드는 방법 등을 책에 소개하면서 “누구나 장사는 해볼 만하다”는 용기를 준다. 이 책이 발간된 지 꼭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개업보다 폐업 소식에 더 익숙해진 코로나 풍파 한가운데 서 있다.

‘유튜브판 골목식당’으로 알려진 ‘장사의 신’ 채널을 운영하는 은현장씨(왼쪽)가 한 매출 부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음식점의 주방에서 업장주와 함께 해법을 찾고 있다./유튜브 '장사의 신'
최근 우노 다카시보다 더 유명한 ‘장사의 신’이 등장했다. ‘유튜브판 골목식당’이란 콘셉트로 ‘장사의 신’ 채널을 운영하는 은현장씨다. 평생 일군 치킨 프랜차이즈를 건강상 이유로 수백억원에 매각하고 헛헛함에 빠져 살던 그가 전국 곳곳 위기에 처한 식당을 찾아가 설루션을 제공하는 내용이다. 코로나 여파로 매출 타격을 입었거나 사업 수완이 부족한 자영업자를 찾아가 가게를 심폐 소생한다. 특히 2030 사이에서 열렬한 팬덤이 형성돼 있는데, 그가 라이브 스트리밍을 켜거나 설루션 장소·시간을 미리 공지하면 그 가게 앞에 수백 명 인파가 몰린다. 그렇게 해당 가게를 접해본 지역 사람들이 단골이 돼 다시 가게를 찾으면서 영업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요즘엔 중·장년층까지 팬덤이 확대된 모양새다.
우노 다카시와 달리 은씨는 ‘장사의 신’이란 타이틀에 ‘매울 신(辛)’ 자를 쓴다. 그리고 이름처럼 존폐 위기에 몰린 사장들에게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가게가 왜 망할 수밖에 없는지, 생채기에 소금 뿌리듯 직언을 작렬하고 때로는 쌍욕 퍼부으며 “잠은 죽어서 자라” “모든 걸 쏟아부어라”고 다그친다. 음식 맛, 메뉴판, 가격, 배달앱 팁 등 노하우가 전수되고, 무엇보다 업주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맛있는 음식을 간절한 마음으로 만들어내니 손님이 늘어나지 않을 수 없다.
성공 비결을 전수하는 여느 멘토링 프로그램과 달리, 이 채널이 유독 인기를 끄는 것은 다 죽어가는 자영업자의 재기 스토리를 ‘장사의 신’과 구독자가 함께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3평 고시원 살며 수천만원 빚에 허덕이는 장사 경력 17년 차 삼겹살집 사장, 코로나로 벌이가 사실상 끊기면서 이혼 위기에 내몰린 황태집 사장, 두 아이 아빠면서 카드 돌려막기로 가게 월세 내는 20대 족발집 사장 등 곡절 많은 사연을 가진 자영업자들이 진정성 있는 설루션과 구독자의 ‘돈쭐’에 다시 일어선다. 코로나로 추억이 깃든 가게가 한순간 사라지는 모습에 익숙해진 지금, 그들을 살리는 서사에 모두가 기꺼이 동참하는 것이다.
정부가 2020년 7월부터 올해 초까지 ‘코로나 소상공인 지원금’으로 살포한 현금은 32조5000억원. 수백만원의 일회성 현금 지원으로 다시 일어났다는 자영업자는 본 적 없다. 들쭉날쭉한 집합 금지와 영업시간 제한으로 자영업자가 절벽으로 내몰리는 사이, ‘장사의 신’과 구독자는 정부가 주지 못한 감동과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박상현 기자, 조선일보(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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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낮추기
고객의 기대를 높이지 마라.
당신의 결혼 생활을 되돌아보라.
장사의 성공 요인은 반복 고객(repeat customer), 즉 단골을 만드는 일이다. 고객 만족(CS)의 핵심인 고객 가치 창조란 것도 알고 보면 단순하다. 이는 고객이 지불한 돈보다 얻은 가치가 더 크다고 느끼게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에서 최고로 맛있는 통닭’을 내걸고 개업한 식당을 보라. 고객의 기대를 한껏 부풀린 결과는 뼈아픈 실패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기대를 낮추고, 실행치를 높여라” 하는 것은 경영학의 오랜 진리다. 역대 정권이 하나같이 집권 초기에 높았던 지지도가 반 토막이 된 것도 이 사실과 깊은 관련이 있다.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조선일보(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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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쓰고 덜 먹기
[양해원의 말글 탐험]
한밤 ‘백반 기행’은 고문(拷問)이다. 장칼국수, 마늘 통닭, 김치 찜, 만두, 시래깃국, 숯불 돼지 불고기…. 흔한 끼니에 재방송인데도 허기를 들쑤신다. 보고만 있자니 잠들기까지 괴롭고, 뭐든 먹자니 더부룩한 아침이 기다리고. 출연자가 고기 한 점에 국물 한술 뜨고 말한다. “이렇게 먹으니까 더 좋은 것 같네요.” ‘좋네요’ 하면 되지 ‘좋은 것 같네요’는 뭐람. 투덜대기도 좋은 밤이다.
추측이나 불확실한 단정을 나타내는 ‘(것) 같다’에 우리말이 초라해진다. 노래 경연 심사위원이 천연덕스레 말하지 않던가. “좋았다는 말밖에 안 나오는 것 같습니다.” 기껏 좋다면서 왜 추측하듯 평(評)하나. 이뿐 아니다. “몰입이 안 됐던 것 같은 느낌” “좋은 가수를 만난 것 같아요”…. 내로라하는 음악인들이 자기 감상과 분석을 밝히는데 어째 그리 어정쩡한지. ‘좋았다는 말밖에 안 나옵니다” “몰입이 안 된 느낌” “좋은 가수를 만났다고 생각해요” 하면 개운할 텐데.
몇몇만 애꿎게 탓할 일이 아니다. ‘같다’는 매체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튀어나온다. 설령 미뤄 생각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어도 얼마든 달리할 수 있건만. 그렇게 판에 박힌 표현이 우리말의 넉넉한 어감도 부피도 찌그러뜨린다.
‘올 들어 파란 하늘 흰 구름 보는 일이 처음인 것 같은데 (중략) 강릉이 청정 도시라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처음이 확실치 않으면 ‘처음이다 싶은데’ 해도 그만(하다못해 ‘것’이라도 빼고 ‘처음 같은데’ 하면 낫겠다). 또 ‘이제야 알겠다’ 한들 함부로 단정한다고 누가 탓하랴.
‘남쪽은 봄꽃이 활짝 핀 것 같은데’ ‘능력은 부정하지 않을 것 같다’ ‘앞장설 수 있을 것 같아’ 대신 ‘핀 모양인데’ ‘부정하지 않으리라 본다’ ‘앞장설 법해’처럼 써보자. 천편일률 ‘것 같다’보다야 낫지 않을까.
아내는 잠들었는데 라면마저 떨어진 밤. TV 속 찌개처럼 식탐(食貪)이 끓는다. 기어이 집 밖으로 나서려다 아차, 지금이 어느 때라고…. 징글징글 코로나.
-양해원 글지기 대표, 조선일보(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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