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벌써 복지부동 만연]
[與, 남의 허물만 들추지 말고 제 허물부터 제대로 털어내야]
[새 정부 기대감이 낮은 이유]
[“우리 여리,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지는 말고…”]
[‘머슴 대통령’과 ‘메모 공무원’의 동상이몽]
공직사회 벌써 복지부동 만연
최근 공직 사회는 상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용산’과 가까운 곳일수록 더욱 그렇다. 에이스 공무원들의 승진 코스였던 대통령실이나 국회 파견은 손을 드는 사람이 없다. 되레 몸이 아프다는 등 갖은 핑계를 대며 손사래를 친다. 자칫 ‘순장조’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를 추진할 산업통상자원부 태스크포스(TF)도 지원자가 없어 애를 먹고 있다. 시추해도 성과가 없을 경우 정권이 바뀌면 곤경에 처할 수 있어서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공직 사회에서는 복지부동, 보신주의가 팽배해 있다. 이제 겨우 임기 반환점을 돌았건만 분위기는 벌써 임기 말이다. 4대 개혁 등 정부의 핵심 정책에 전혀 힘이 실리지 않는다. 용산에서 업무 지시가 내려오면 공무원들은 절차상 문제가 없는지부터 따진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 담당자들이 감사, 수사로 탈탈 털리는 것을 본 학습효과다. 책임 면피를 위한 대비는 일상화됐다. 윗사람 지시를 녹음하고, 보고서는 누구 지시로 수정했는지 표시해 둔다.
▷‘어차피 뭘 해도 안 된다’는 자괴감도 크다. 공무원은 법률로 일하는데, 아무리 정책을 열심히 만들어도 여소야대 국회에서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정책을 내놓으라고만 할 뿐 정치적 실타래를 풀어 정책의 추진동력을 높일 노력은 제대로 하지 않는다. 야당은 정부의 발목을 잡고, 정부는 거부권으로 응수하는 멱살잡기 식 국정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니 일을 안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엇박자, 부실 논란에 휩싸인 것도 공직사회의 힘을 빼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 축소 논란 등에서 보듯 대통령이 불쑥 언급하면서 설익은 정책을 내놨다가 여론이 안 좋으면 180도 뒤집는 일이 반복됐다. ‘가계부채 관리’와 ‘서민 지원 확대’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라는 모순된 지시 속에 주택 대출 정책은 오락가락했다. 정부의 정책 철학과 방향성이 모호하니 부처 간 긴밀한 업무 협조는 사라지고 각자도생의 이기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구조개혁이 지지부진하다며 연말까지 성과를 내라고 닦달하고 있다. 갑자기 임기 후반부의 우선 국정목표로 ‘양극화 해소’를 제시한 뒤 정책을 가져오라고 다그친다. 하지만 몰아붙이기만 한다고 해서 좋은 정책이 나오고 느슨한 공직 기강이 잡히는 건 아니다. 적당히 하는 시늉만 하다가 일이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대통령부터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정치를 복원하지 못한다면 바짝 엎드린 공무원들을 일으켜 세우긴 쉽지 않을 것같다.
-김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11-20)-
______________
與, 남의 허물만 들추지 말고 제 허물부터 제대로 털어내야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유죄 선고로 반전의 기회를 맞은 듯한 분위기다. 한동훈 대표는 선고 당일 이후 이 대표의 다른 혐의 재판까지 거론하며 공세를 취하다가 그제부터는 민생 챙기기에 주도권을 쥐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인 김건희 여사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지 않은 채 민생을 내세워 슬그머니 우회하는 것이 얼마나 통할지는 의문이다.
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법 대상을 14개 혐의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명태균 씨에 의해 촉발된 공천 개입 의혹, 두 의혹 수사 중 발견된 의혹 등 3개로 축소했다. 공천 개입 의혹은 검찰이 수사 중이어서 특검을 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최소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은 특검이 재수사해서 기소든 불기소든 새로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지난 대선의 승자와 패자에 대한 사법 처리가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은 문재인 정부에서 검사 수십 명을 동원해 샅샅이 뒤졌는데도 나온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특검의 재수사를 피할 이유가 없다.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조차 하지 않고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작 김 여사 출장 조사 한 번으로 종결한 이 의혹 수사는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은 어제 경기도 관용차를 부인 김혜경 씨 자가용처럼 사용하고 법인카드로 집안 제사용품을 구입하고 각종 식사비 등을 결제한 이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5번째 기소다. 검찰 기소 내용으로만 보면 이 대표의 죄질이 나쁘지만 식사비 결제까지 일일이 추적해 수사하면 문제가 될 기관장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특활비 사용 영수증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 제출하지도 않았다. 법원의 엄정한 재판도 검찰의 공정한 기소가 없으면 얼마든지 편파적으로 될 수 있다.
여권이 이 대표 리스크에 묻어가겠다는 듯이 김 여사 문제를 어물쩍 넘기면 야권에 공세의 빌미를 주고 야권의 협조가 필요한 민생 챙기기로 나가기도 어렵다. 당당히 김 여사 의혹부터 제대로 털고 가야 ‘이중 잣대’ 논란에서 벗어나 국정 동력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동아일보(24-11-20)-
______________
○政局의 블랙홀 된 ‘이재명 선거법 사건 1심 징역형 선고’…. 與野 셈법 복잡하겠지만 이럴 땐 정공법이 최선.
-팔면봉, 조선일보(24-11-20)-
______________
새 정부 기대감이 낮은 이유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할 것’이란 응답이 55%였다. 과거 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기대치인 문재인 87%, 박근혜 78%, 이명박 84% 등보다 크게 낮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News1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윤 당선인을 선거에서 외면한 반대층이 여전히 그를 믿지 않는 것의 영향이 크다. 보수층은 80%가 윤 당선인이 일을 잘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진보층은 25%에 불과했다. 2017년 대선 직후엔 문 대통령이 잘할 것이란 기대가 진보층(98%)과 보수층(73%) 모두 다수였다. 2012년 대선 직후에도 박 대통령에 대해 보수층(90%)과 진보층(61%) 모두 다수가 잘할 것으로 기대했다. 갤럽 자료는 지난 5년간 현 정권의 ‘진영 편 가르기’로 보수층과 진보층의 정치적 양극화가 예전보다 얼마나 심해졌는지 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이 전임자들보다 높은 것도 ‘집토끼’를 확실하게 지킨 편 가르기 정치의 결과란 해석이 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언론 기고문에서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고 했지만 개그로 끝났다”며 그의 통치술을 정권 비리 은폐 시스템 구축, 욕먹을 일은 하지 않는 책임 회피, 집요하고 공격적인 자화자찬 홍보 등으로 요약했다.
그 결과 문 대통령은 친문(親文)의 맹목적인 지지로 지지율을 지켰다. 최근 갤럽 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 1위가 ‘모르겠다·응답 거절’이었다. ‘묻지 마 지지’의 부작용은 대선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편 가르기 정치에 신물이 난 반대층이 강하게 결집하면서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다. 임기 말 역대 최고라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여권에 ‘축복’이 아니라 ‘저주’에 가까웠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 청와대 이전, 임기 말 인사 등으로 부딪치자 친문 지지층도 적극 호응하며 선거 때처럼 야권 지지층과 다시 대치 중이다. 유권자가 반반으로 쪼개져 대선 연장전에 돌입한 듯한 분위기에선 새 정부에 대한 지지가 고공 행진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과거 주요 정치인들과 달리 충성심 강한 ‘콘크리트 지지층’이 없는 윤 당선인은 국정 지지율이 처음부터 안정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
대선 패배를 승복하지 못하고 윤 당선인의 성공을 기대하지 않는 40%가량의 친문 유권자가 견고한 가운데 새 정부는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언제든지 정부를 거세게 비판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을 포용해야 하는 과제를 풀지 못하면 국정 운영이 원활하기 힘들 것이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취임 초 지지율이 51%였지만 퇴임 때 63%로 더 높았다. 그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초반 지지율을 극복하고 성공한 비결은 ‘소통과 설득’이었다.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겸 데이터저널리즘팀장, 조선일보(22-03-29)-
_____________
“우리 여리,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지는 말고…”
지난 5년 내내 복장을 뒤집어놓은 한마디가 있다.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정권이 무슨 헛발질을 하든 이 한마디로 일관하는 데 얼마나 속이 터졌는지! 심정 같아서는 ‘우리 여리(윤석열 당선인)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하고 똑같이 돌려주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비위가 약해서 무리다. 그게 누가 됐든 정치인은 그저 일꾼일 뿐이지 숭배 대상이 아니며 팬질 대상은 더더욱 될 수가 없다. 잘생긴 아이돌도 천지에 널렸는데 왜 하필 다 늙은 정치인을…. 취향 참 특이하다.
차마 ‘우리 여리’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5년 동안 당한 울분을 담아 딱 한마디만 똑같이 돌려주겠다. 민주당이 발작하는 거 보니까 윤석열 당선인,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아 시원하다, 이 맛에 여당 지지자 하는구나! 어쨌든 ‘무지성 지지’를 할 생각은 없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선인에게 바라는 점을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하나,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은 하지 말기
대통령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전문가들 말에 귀 기울이면 되는 것이다. 이 정권 초기에 낸 8·2 부동산 대책을 보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폭등을 경고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이후로 수십 차례 대책을 더 내면서 폭등을 거듭해도 그때마다 변함없는 신임으로 화답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김현미 장관이 아니라 엄연히 대통령 책임인 이유다. 그 자리에 김현미가 아닌 내가 앉았어도 같은 정책을 냈을 테니까.
원전은 또 어떠한가? 대통령의 ‘향후 60년간 원전이 주력’ 발언을 듣고 제 귀를 의심한 것이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 터다. 국가의 미래가 걸린 산업을 스스로 포기하고 흉물스러운 태양열 패널이 온 천지를 뒤덮은 지금에 와서…. 대통령이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해서는 안 되는 자리라는 것을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
둘, 적폐 청산.
이번 대선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민주당 지지자들끼리 패를 갈라 싸우는 장면이었다. ‘윤석열이 당선되면 분명 문프(문재인 대통령)를 감옥에 보낼 것이다!’ ‘아니다 이재명이야말로 반드시 문프를 감옥에 보낼 것이다!’ 아니 대체 ‘문프’가 무슨 짓을 했다고 다른 사람도 아닌 지지자들이 기승전감옥 타령인지?
“범죄가 있으면 유시민 아니라 그 누구라도 법에 따라 수사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고 법치주의라는 것입니다.”(한동훈 검사, 1월 27일) 대상이 누가 되었든 잘못한 바가 없으면 감히 뒤집어씌우지 못할 것이며, 혹 잘못이 있거든 철저히 파헤쳐주기를 바란다.
일단 대장동 몸통은 밝혀야 하지 않겠는가? 일각의 주장대로 혹여 그게 윤 당선인이라면 군말없이 감방에 가면 된다. 이는 석패한 후보의 지지자들도 오매불망하는 일일 테니 빠른 재수사를 촉구하는 바이다. 잠은 죽어서 자고, 수사해라 검사!
셋, 국민을 갈라치기 하지 않기.
지난 5년간 정권은 국민을 양쪽으로 갈라치기하는 데 바빴다. 열심히 일해서 세금 많이 내는 사람들이 받은 것은 구박과 설움, 그리고 강요당한 자부심뿐이었다. 그렇다고 못 가진 사람들이 잘살게 됐느냐?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고 절대 다수가 살아생전 서울에 내 집 마련하기는 감히 꿈꾸지 못하게 되었다. 부디 윤 당선인은 가진 사람도 못 가진 사람도, 지지한 사람도 지지하지 않은 사람도 모두 섬겨야 할 국민임을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
좌파였던 내가 돌아선 순간이 여태 떠오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인터넷상에서 수많은 상대 진영 지지자들에게 저주를 듣는 것을 보고, ‘아무리 그래도 새 대통령인데 잘하길 바라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한마디 했다가 알바로 몰려 두들겨 맞으면서 깨달음을 얻었다. (그때 알바비가 여태 입금이 안 되고 있다. 구 한나라당 빠른 정산 바란다.) 아, 이 사람들은 국가의 안녕은 안중에도 없구나. 그저 반대하는 후보가 망하기만을 바라는구나. 그런 실망감이 나를 반대 진영으로 이끌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그랬듯, 나는 지금 이 순간도 윤석열 당선인이 부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온 마음으로 바란다. 바로 그가 이 나라의 안녕과 미래를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묵 윤세경 옛 삼호어묵·'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 저자, 조선일보(22-03-29)-
______________
‘머슴 대통령’과 ‘메모 공무원’의 동상이몽
관료들 경력관리 몰두하며 복지부동
‘신발 속 돌멩이’ 빼는 개혁 가능한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에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선임한 것은 의외였다. 최 전 차관은 전 정부에서 미르재단 설립과 관련해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퇴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추락 경험 덕에 최 전 차관이 윤 당선인의 눈에 들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를 앞둔 2017년 초, 그는 관료사회의 복지부동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게 말했다. 공무원은 상관의 명령이 곧 국민의 명령이라고 믿고 일하는데 ‘최순실 게이트’로 이 신뢰가 깨졌으니 민감한 업무가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는 것이었다.
그저 기우가 아니었다. 현 정부 들어 장차관, 실국장 등 상관의 명령을 받는 공무원들은 지시의 배경에 의심을 품으며 메모와 녹취로 증거를 남기려 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 자신은 직접 책임이 없다는 비망록이 차고 넘친다.
젊은 공무원들은 자기 앞가림에 급급한 장관들을 보면서 더 납작 엎드리고 있다. 2019년 기재부는 ‘청와대가 적자 국채 발행에 압력을 넣었다’고 공개한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정작 대선에 출마한 김동연 전 부총리는 청와대와 마찰을 빚은 비화를 2번 폭로했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경제와 방역이 망가지는데도 홍남기 부총리는 모범적 코로나 대응, 선진 경제 도약 등 자화자찬을 SNS에 15회 시리즈로 게재했다. 공무원들이 사석에서 하는 장관 뒷담화는 차마 옮기기 민망할 정도다. 공무원들은 지금 복지부동에서 더 나아가 낙지처럼 빨판을 아무 데다 딱 붙이는 ‘낙지부동’, 빗자루로 쓸어도 쓸리지 않는 ‘젖은 낙엽’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국민을 섬기는 머슴이 되겠다고 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대통령의 지시는 곧 국민의 명령이니 믿고 행동하라’는 메시지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런데도 공무원들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정부세종청사에서 만난 한 과장은 “1급까지 노려볼지, 민간으로 옮길지 곧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려면 줄을 잘 서거나 흠집 없이 경력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 고위 공직자 중에 전문가보다 정무적 판단이 빠른 사람이 더 많고, 지난해 민간 취업심사를 신청한 공무원은 5년 전의 1.6배로 늘었다. 본업에는 소극적인 반면 인맥 관리와 재취업에는 적극적이니, ‘선택적 복지부동’이라고 해야 할까.
복지부동의 근본 원인은 국가의 주인(principal)인 국민을 위해 일하는 대리인(agent)인 공무원이 정보를 독점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일처리 과정이 대외비로 숨겨져 있으니 일을 잘못하거나 설령 안 해도 드러나지 않는다. 차기 정부 경제정책 설계도를 그리는 최상목이 먼저 할 일은 이 대리인 문제를 푸는 것이다. 그는 전직 관료들과 쓴 책에서 대리인 문제를 다루며 정보 공개 확대를 해법으로 언급했다. 대외비의 장막을 조금씩 걷어내는 게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과거 진보 정부는 각종 민간 위원회를 만들어 공무원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진보 정부 때 요직을 맡았던 한 관료는 보수로 정권이 바뀌자 공무원교육원에서 “뇌를 씻어내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고질적인 복지부동이 꼭 관료 탓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머슴 대통령’은 일사불란한 공무원 조직을 기대하지만 적지 않은 ‘메모 공무원’은 벌써 버티기에 들어갔다. 윤 당선인은 ‘신발 속 돌멩이’를 빼는 규제개혁을 공언했지만 이런 동상이몽 상태로는 한 걸음도 떼기 어렵다.
-홍수용 논설위원, 동아일보(22-03-29)-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론 머스크 평전 “아버지가 때릴때마다 영웅 상상... ”] .... (16) | 2024.11.21 |
---|---|
["한국에서 살고 싶다"] [눈물의 파독 60년] .... (5) | 2024.11.21 |
[포스텍의 '대치동 키즈' 배제 입시 성공했으면] .... (2) | 2024.11.20 |
[나치 전범재판] [대통령, 국가 興亡의 이치로 나라 돌아볼 때] (0) | 2024.11.20 |
[왕위 계승 분쟁] [모두의 '女王'이 되고 싶었다면.. ] (0) | 2024.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