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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살고 싶다"] [눈물의 파독 60년] ....

뚝섬 2024. 11. 21. 06:17

["한국에서 살고 싶다"]

[눈물의 파독 60년]

[영국에 불어닥친 ‘이민자 허리케인’]

 

 

 

"한국에서 살고 싶다"

 

한 세기 전만 해도 한반도는 희망을 찾기 위해 벗어나야 할 땅이었다. 1900년대 초 이 땅의 청년들은 먹고살 길을 찾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떠났다. 그들이 보내온 사진 한 장으로 맞선을 보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이민선에 오른 여성을 ‘사진 신부’라 했다. 탈(脫)한국은 우리 소설과 영화의 주요 테마이기도 했다.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나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에 나오는 ‘뿌리 뽑힌 한인의 삶’은 불과 반세기 전까지도 우리 모습이었다.

 

▶지금은 반대다. 지난해 한국행 이민자 증가율이 50.9%로 OECD 기준 세계 2위를 기록했다는 외신 뉴스가 나왔다. 전체 이민자 수는 118만명을 기록한 미국이 압도적 1위지만, 이민자 증가 속도만 보면 52%인 영국과 수위를 다툰다. 외국인 입국자 수가 한국인 출국자 수보다 12만명 많다는 통계도 있다. 한국이 ‘떠나고 싶은 나라’에서 ‘가서 살고 싶은 나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외국에 나가보면 한국을 보는 시선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다. 몇 해 전 동남아에 출장 간 한 회사원은 현지인에게서 “한국인이라니 부럽다”는 말을 들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이는 “한국 사람은 시간은 없지만 돈이 많고, 스페인 사람은 시간은 많지만 돈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많은 외국 젊은이가 K팝 아이돌을 꿈꾸며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소셜미디어에도 한국 상찬이 넘친다. 젊은 여성이 밤늦게 한강변을 거닐며 “여기는 안전한 한국”이란 글을 올리면 엄지 척으로 공감하는 이모티콘이 쏟아진다. 소매치기에 익숙한 유럽인들은 휴대전화를 자리 맡아 두는 용도로 쓰는 한국의 카페 풍경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높은 의료 품질과 편리한 대중교통, 깨끗한 화장실도 찬사를 듣는다. 한 외국인은 “한국은 모든 게 선진국”이라고 했다.

 

지난해 국내 외국인 거주 비율이 4.8%에 다다랐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개방 국가의 길에 들어섰다는 징표라고 한다.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 금지를 두고 논란을 빚는 프랑스처럼 전에 없던 갈등도 겪게 될 수 있다. 어떤 경우건 반세기 전만 해도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미래다.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가 흘린 피땀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온통 장밋빛은 아니다. 장강명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엔 기회의 문이 닫히며 취업과 결혼, 내 집 마련의 미래를 꿈꾸지 못하고 호주로 떠난 청년들의 좌절이 그려져 있다. 모두가 희망을 꿈꿀 수 있어야 진짜 살고 싶은 한국일 것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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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파독 60년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이 차관(借款)을 얻기 위해 서독을 방문할 때 고민 중의 하나는 비행기 편이었다. 나라 살림이 전 세계에서 꼴찌에 가까웠기에 독일까지 갈 비행기가 있을 리 만무했다. 서독 정부에 부탁해 서울로 날아온 루프트한자기(機)는 박 대통령 일행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홍콩·방콕·뉴델리·로마 등을 거치며 일반 승객들을 태웠다가 내리기를 반복한 후에야 서독 상공에 들어섰다. 꼬박 28시간이 걸렸다.

 

▶한국과 서독은 1960년대 들어 이색적인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박 대통령의 서독 방문 1년 전에 시작된 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 파견은 독일 사회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적인 이유로 서독에 간 근로자들은 이를 악물고 열심히 일했다. “독일 막장은 지하 1000m까지 파고 들어간다. 온도는 최고 38도. 땀이 질퍽해져 양말을 7~8차례 짜야 하루가 끝났다.”(파독 광부 김태우씨) 한국 간호사들은 독일인들이 꺼리는 장애인 돌보기, 야근을 도맡아 했다. 일부는 시체 처리도 군말 없이 했다고 한다.

 

▶독일 방문 중 파독 근로자를 만난 육영수 여사가 눈물을 흘리는 영상이 남아 있다. “걷잡을 수 없는 격정은 애국가를 핑계 삼아 나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흐느끼게 하고 말았다.” 박 대통령은 이들 앞에서 다짐했다. “후손만큼은 결코 이렇게 타국에 팔려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박 대통령은 파독 근로자들을 사실상의 담보로 서독 정부로부터 1억5900만마르크를 빌리는 데 성공했다. 광부 8000명, 간호사·간호조무사 1만1000명이 국내로 송금한 돈과 함께 고속도로, 철도를 깔고 공장을 세웠다.

 

▶독일에 자주 가본 이들은 안다. 2만명에 가까운 파독 근로자들이 그동안 얼마나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놓았는지를. 지난해 베를린에서 열린 한독 포럼에서도 독일 측 참석자들이 파독 근로자들의 근면함과 성실성을 높이 평가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 올해 수교 140주년을 맞은 한독 관계의 근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취임식에 처음으로 파독 근로자를 초청했다. 정부 공식 초청으로 고국 땅을 밟은 분들은 감격에 겨워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독일 파견 근로 60주년 기념식에서 “여러분의 삶이 곧 우리 현대사”라고 했다. “약 2만명의 광부와 간호사들이 보내온 외화를 종잣돈 삼아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고 했다. 우리는 그때 그분들의 눈물을 기억하자. ‘코리안 드림’을 만들려고 오는 외국 노동자들도 좀 더 따뜻하게 맞았으면 한다.

 

-이하원 논설위원, 조선일보(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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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어든 외노자, 쉬운 일자리 쏠림에 中企 인력난. 외국인 이민 정책이 선택 아닌 필수가 된 우리 노동시장.

 

-팔면봉, 조선일보(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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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불어닥친 ‘이민자 허리케인’

 

[특파원칼럼]

브렉시트 이후 전쟁-박해 피해 온 이민 급증
통합 노력 대신 ‘反이민’ 여론 선동은 부적절

 

영국 내무장관이 이주민을 ‘허리케인’이라고 불렀다. ‘반(反)이민’ 여론에 편승하는 극우 정치인이 아니라 국가 살림을 이끄는 장관의 발언이어서 영국은 물론이고 유럽에 주는 충격이 작지 않다. 내무장관 수엘라 브래버먼은 1960년대 아프리카 모리셔스와 케냐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부모를 뒀다. 자신도 영국 정부 이민 정책의 혜택을 받아 장관까지 올랐지만 더 강경한 이민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영국으로 건너오는 이들이 과연 사회를 풍비박산 낼 허리케인인 걸까. 영국은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 이후 EU 회원국 이주민이 줄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이민이 급증하긴 했다. 지난해 영국으로의 순이주 인원은 60만6000명으로 전년에 비해 24% 증가했다. 반이민 여론이 고조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전 순이주 인원의 약 2배에 달한다.

이민이 늘어난 데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난민이 12만 명 넘게 영국으로 이주한 영향이 컸다. 여기에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아프가니스탄과 중국 정부의 시민권 탄압이 커진 홍콩에서 영국으로 도피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영국 정부는 박해나 탄압을 피해 이주한 이를 받아들이는 인도주의적 비자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가결될 정도로 영국 국민의 이민에 대한 반감은 여전한데 불에 기름 붓는 격으로 이주민이 급증하니 반이민 여론은 더 악화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최근 이민 관련 여론조사 결과 66%가 ‘당국의 이민 대응이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는데 이는 같은 조사가 시작된 2015년 이후 가장 높다. 7%대 고물가와 5%를 넘어선 고금리로 팍팍해진 경제 탓에 반이민 여론은 더욱 심각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가 긴장할 정도로 이민 문제 해결은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민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적극 환기시키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도 내무장관이 반이민 감정을 부채질하듯 “다문화주의는 실패했다”는 선동성 발언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 이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만 키울 뿐 이주민의 사회 통합은 더 어려워진다.

영국 이웃 나라에서도 이주민과 관련된 부정적인 사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주민을 통합시키려는 정부와 사회의 노력이 부족한 결과가 아닐까. 프랑스 낭테르에서는 올 6월 17세 이주민 청년 나엘이 경찰 총에 맞아 숨진 이후 한동안 이주민 차별에 반대하는 폭력 시위 사태가 빚어졌다.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돼 일부 지역 학교와 관공서 건물 등이 파괴되거나 훼손되는 등 피해를 낳았다. 이제 시위 소식은 뉴스 헤드라인에서 사라졌지만 파리 도심 곳곳에는 나엘의 죽음을 기리는 문구와 벽화가 남아 있다.

복지 천국’ 스웨덴도 쿠르드족 이민자 출신인 라와 마지드가 이끄는 갱단 폭력 사태로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달에만 이 갱단 폭력으로 12명이 숨지자 당국은 군대를 동원해 치안을 유지하는 초강수를 뒀다. 폭력 사태 원인이 이민자이기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갱단이 이민자 출신으로 구성된 사실이 알려지자 이민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가 감소해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피한 한국에 유럽의 반이민 바람은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불법 이민 문제를 부각하고 반이민을 선동하려는 조짐이 보인다. 이민 문제는 경제가 어려워질 때 불만을 표출하는 타깃이 되곤 한다. 정치인 발언이 반이민 여론을 일으켜 불필요한 사회 혼란과 불안을 키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감정적인 대응 전에 장기적인 이민 정책을 설계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유럽의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다.

 

-조은아 파리특파원, 동아일보(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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