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이란과 북한, 대만으로 본 무기 판매의 국제정치학] ....

뚝섬 2026. 6. 17. 10:00

[이란과 북한, 대만으로 본 무기 판매의 국제정치학]

[북한 미사일 개발 막후의 인물들] 

[서울 아크로비스타와 평양 은정아파트]

 

 

 

이란과 북한, 대만으로 본 무기 판매의 국제정치학

 

이란·북한은 원유·무기 거래, 美는 대만 지원 저울질로 中 압박
군사 교류의 연결망과 주고받는 협상 카드를 정확히 파악해야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북한 대사관은 한국 대사관보다 규모도 크고 위치도 좋다. 파견 인원도 전 세계 북한 대사관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란과 북한의 외교 관계가 범상치 않다는 뜻이다. 이란도 평양에 상주 대사관을 운영한다. 평양은 무신론으로 종교를 배격하지만 테헤란은 신정(神政) 체제로 상극이다. 하지만 반미 연대로 결속했다. 양국은 테러 지원국으로 오래전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았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친미 팔레비 왕조가 무너졌다. 그 후 이란 정부는 반미를 앞세워 북한과 밀착했다. 1980년 시작된 이라크와의 8년 전쟁 동안 이란은 북한에서 26억달러어치 무기를 지원받았다. 이란은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에서 화성 5호 미사일 100기를 수입했다. 미국의 제재로 고립무원의 이란은 북한산 무기로 이라크와의 전쟁을 지탱했다. 이때부터 이란 혁명수비대와 평양 지도부는 특수 관계로 전환했다.

 

1989년 5월 하메네이는 이란 대통령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과 회담했다. 2010년 북한은 이란에 대포동 2호 미사일 기술을 제공했다. 테헤란은 원유 공급 대가로 평양에서 기술과 부품을 전수받아 화성 5호의 이란 버전인 샤하브-1을 개발했다. 2013년 이란 과학자들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참관했다.

 

이란의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SHIG)과 북한의 조선광업개발회사는 양측 거래 창구 역할을 했다. 북한은 액체 추진 탄도미사일과 우주 발사체(SLV)의 발사 실험에 쓰이는 밸브, 전자 부품, 계측 장치를 남포항에서 선적해 이란으로 운송했다. SHIG의 미사일 기술자들이 평양에서 로켓 추진체 기술을 전수받았다. 이란은 미사일 발사 기지, 각종 지하 시설과 터널 등 북한의 방공망 인프라 건설을 벤치마킹했다. 최근 이란의 방공망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을 10주 이상 막아낼 수 있었던 이유다. 이란 원유와 북한 무기는 양측이 반미 연대를 고리로 47년째 밀착하는 수단이다. 

 

북한의 5000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에서 지난 12일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취역을 앞둔 최현호에서 진행된 전략순항미사일과 함대함 미사일 시험 발사를 참관했으며, 이 미사일들은 서해 상공에 설정된 궤도를 따라 비행한 뒤 목표를 ‘초정밀 명중 정확도’로 타격했다고 전했다. 최근 이란이 여러 종류의 미사일과 드론으로 이스라엘 등 이웃 중동 국가의 방공망을 뚫는 것을 본 북한이 순항미사일과 함대함 미사일의 ‘섞어 쏘기’를 시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동신문 뉴스1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의 마지막 보루인 대만관계법을 협상 카드로 흔들었다. 사전 협상에서는 보잉 항공기(Boeing), 대두(bean)와 소고기(beef) 등 3B 품목에서 중국의 구매를 압박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관세(tariff), 기술(technology)과 대만(Taiwan) 등 3T로 맞서자 트럼프는 히든카드를 꺼내 들었다. 1982년 발표된 대만에 무기 판매 시 중국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다는 ‘6개 보장(six assurances)’을 유보할 수도 있다는 패를 내밀며 시 주석을 유혹했다. 트럼프는 대만 무기 판매에 대해 “승인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며 “현재 일시 보류 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미국 정부는 대만에 약 111억달러(약 16조원) 규모의 대규모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최근 무기 판매 규모 중 최고 액수다. F-16 전투기 부품 및 서비스, 전술 데이터링크 시스템(Link 16) 등이 포함됐다. 대만의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고,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억지 목적이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어긋난다며 격분했다.

 

올해 들어 미국은 대만에 140억달러(약 21조원) 규모의 추가 무기 판매를 검토 중이다. 패트리엇 대공 미사일과 첨단 지대공미사일 나삼스(NASAMS) 등 4개 시스템이다. 미 해군은 무기 판매가 “이란 전쟁에 필요한 군수품을 확보하기 위해 잠시 중단된 상태”라고 했다. 타이페이는 미국의 변심으로 패닉 상태다.

 

미국은 작년부터 이란 드론에 중국산 모터, 배터리, 통신 모듈 등 핵심 부품이 들어간다는 첩보를 확보했다. 러시아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우크라이나 자폭 드론의 부품도 상당수가 중국산이다. 미 재무부는 미·중 정상회담 직전 이란에 무기 및 부품을 공급한 중국, 홍콩 개인과 기업 10곳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이란의 ‘샤헤드’ 드론 생산에 쓰이는 원자재와 무기 지원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이란 간 무기 거래 차단에 신경을 썼다. 레버리지로 대만 무기 판매 카드를 흔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26년 5월 15일 금요일 베이징 중난하이 정원을 방문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만 무기 판매에 대해 “승인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며 “현재 일시 보류 중”이라고 했다. /신화 연합뉴스

 

최근 이란이 조기에 군사력을 복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의 무기 지원이 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중국이 이란에 미사일 제조 부품을 공급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를 반박했다. 이란을 석기시대로 만들겠다는 미국의 위협에도 이란은 굴복하지 않았다. 무기 거래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 중국 및 북한을 둘러싼 4자 간 신경전은 치열하다.

 

이란 전쟁은 끝물이다. 트럼프는 서서히 호르무즈에서 발을 빼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토마호크 및 사드 미사일 재고는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유가 급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도 절박해졌다. 미국은 장기전에 발목이 잡히지 않기 위해 출구 전략이 필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잊고 김정은과의 회담으로 방향 전환에 주력한다. 60일간의 휴전 기간에 오바마 대통령의 2015년 이란 핵 합의보다 좋은 핵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적당한 선에서 매듭을 짓고, 중국에는 3B 품목, 대만에는 21조원 상당의 무기 판매가 11월 중간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백악관의 전략이다.

 

지난주 평양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은 군사 교류 확대에 합의했다. 정상회담에 군복을 입은 양측 국방부장 배석은 이례적인 장면이다. 친러로 기울어진 외교·국방 시계추를 친중으로 원상 회복하는 측면과 함께 조선인민군과 중국 인민해방군 간 군사 기술 이전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란 전쟁이 가르쳐준 교훈은 무기 거래의 은밀한 연결망과 외교 관계에서 주고받는 패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조선일보(26-06-17)-

______________

 

 

북한 미사일 개발 막후의 인물들 

 

북한의 대륙간탄도 미사일(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과 극초음속 미사일(hypersonic missile) 막후에는 외부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be opaque to outsiders) 김정은으로부터 특별 대우를 받는 비밀스러운 무기 개발자(secretive weapons developer)들이 있다.

 

중간 실무급 과학자·기술자들(mid-level and working-level scientists and technicians) 이름과 직위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망명 위험성(defection risk) 등에 대비해 특별 구역에 격리돼 있으며(be sequestered to special districts), 교육과 훈련에 쏟아부은 재원과 노력 때문에(because of the resources and effort expended to educate and train them) 각별한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경제 분야 간부나 군 지휘관과는 또 다르게(unlike economic cadres or military commanders) 쉽게 대체될 수 없는(be not easily replaced) 전문 인력이어서 특수한 신분(exceptional status)을 보장받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들은 경쟁 팀들로 나뉘어(split into competing teams) 각기 비슷한 무기 유형을 개발하면서 복수의 경로를 통해 가장 유망한 기술(the most promising technology)을 선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대다수는 국방 과학·기술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국방종합대학 출신이며, 최근엔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전문 단과대학이 부설됐다.

 

김정은이 공개적으로 거느리고 다니는(take in tow) 최고위 전문가는 4~5명으로 압축된다. 엊그제 할리우드 영화 찍듯이 검은색 가죽 점퍼에 선글라스를 끼고 좌우에 거느렸던 장창하 국방과학원장과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이 그들 중 두 명이다. 장창하는 2012년 광명성 3호 발사 성공으로 영웅 칭호를 받았고, 화성-14형과 화성-15형 등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김정식 역시 영웅 칭호를 받은 로켓 과학자 출신으로, 김정은이 ‘광명성 4호’ 발사를 지휘한 그를 전용 열차에 태우고, 연회에선 자신의 부인 리설주의 옆자리에 앉히기도 했다.

 

더 높은 직위의 인물로는 리병철과 박정철이 있다. 공군사령관 출신 리병철은 군 서열 1위에 올라 김정은과 맞담배를 피우기도 했으나, 지난해 문책을 받고 최근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를 대신해 김정은 바로 다음 직급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오른 포병 사령관 출신 박정천도 막후에서(behind the curtain) 미사일 개발 최고 책임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김정은의 후계자 시절 가정교사 역할을 했었다(play the role of private tutor). 지난해 9월 임명된 유진 군수공업부장도 요주의 인물이다. 그는 미사일 연구·개발 외에 이란과의 무기 거래 총책을 맡기도 한 국제통이다.

 

그 밖에 해외에서 물자와 기술 첩보 조달(procurement of materials and technical informations)을 돕고 있는 인물로는 북한 국적자 리성철과 러시아 국적자(Russian national) 한 명이 있으며, 아르디스 그룹 등 러시아의 2개 기관이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고(be closely linked) 한다.

 

[영문 참고자료 사이트]

☞ https://wtvbam.com/2022/01/24/explainer-minds-behind-the-missiles-n-koreas-secretive-weapons-developers/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2-03-31)-

_______________

 

 

서울 아크로비스타와 평양 은정아파트

 

2014년 5월 13일 평양 평천구역 아파트 붕괴 사고 발생 나흘 뒤 인민보안성 고위 장성이 깨끗이 정리된 붕괴 현장에서 수백명의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있다. 동아일보DB

 

1995년 6월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소식을 북한에서 노동신문을 통해 접했다. 썩고 병든 남조선에선 이런 대형 참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고 비난했다. 그 전해 10월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 소식도 노동신문에 사진과 함께 큼직하게 실렸다. 남조선은 잘사는 사회라고 알고 있던 내겐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대다수 북한 사람들도 한강 다리 상판이 떨어지고, 백화점이 무너져 내린 사진을 보면서 남조선은 사람 못 살 사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532명이 사망·실종되고 940여 명이 부상당한 이 참사가 워낙 충격적이어서 한국에 와서 관련 기사를 찾아보기까지 했다. 2004년 6월 삼풍백화점 자리에 주상복합아파트가 건설돼 입주가 시작됐다는 기사를 보고 “저기에 왜 하필 주거시설을 지어야 했을까. 나라면 왠지 께름칙해서 못 살 것 같은데 저기 들어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그 아파트에 살던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 대통령 배우자 역시 결혼 전에 거기에 거주했다. 풍수가들의 논리에 따르면 대통령이 나온 자리는 길지(吉地)가 되겠는데, 길지라고 하기엔 또 대형 참사가 이해되지 않는다.

 

10일 새벽 당선이 확정된 윤석열 후보가 아크로비스타를 나올 때 나는 평양 평천구역 은정아파트를 떠올렸다. 불과 8년 전인 2014년 5월 13일 오후 4시 북한의 가장 대표적인 붕괴 참사가 일어난 그 23층 아파트이다. 남쪽에는 평천 아파트 붕괴 사고로 알려져 있다.

이 아파트의 붕괴 역시 부실시공 때문이었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붕괴 이후 현장은 아파트 잔해인지, 흙더미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고 한다. 아파트 건축을 담당한 군인들이 철근과 시멘트를 빼돌려 팔아먹고, 그 대신 저강도 시멘트를 섞어 건설했기 때문이다.

사망자 수는 북한이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사고 3년 뒤 평양에서 나온 한 북한 간부에게 물어봤더니 300명 정도로 알려졌다고 했다. 북한에서 개별적 회사가 건설해 파는 아파트는 내부 미장까지만 해주기 때문에 골조만 세워지면 그 이후엔 집을 산 사람들이 벽지도 바르고 인테리어도 한다.

 

평천 아파트 역시 완공도 되기 전에 입주 예정자들이 들어가 마무리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남편이 출근한 뒤 집에 남아 작업을 하던 가정주부와 노인들, 건설 후속 작업을 하던 군인 수십 명, 개별 가정의 청부를 받은 건설 전문 인력들, 아파트 주변에서 놀던 어린이들, 밖에서 한담을 하던 다른 아파트의 노인 일부 등이 사망했다. 아파트 붕괴 현장에선 생존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사망자 시신도 제대로 수습되지 않았다. 김정은의 지시로 굴착기와 덤프트럭을 총동원해 불과 이틀 만에 붕괴 잔해를 치워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피해자 가족 수백 명을 모아 놓고 최부일 인민보안상이 직접 나와 사과했다. 북한은 보험이 없어 피해자들은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했다.

붕괴 현장엔 불과 몇 달 만에 똑같은 아파트가 건설됐다. 김정은의 배려로 건설된 아파트란 의미로 은정아파트란 이름이 붙었고, 붕괴 전에 아파트를 샀던 사람들에게 다시 분양됐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그 자리에서 살 리가 만무했다. 북한 당국은 유가족들이 김정은의 ‘은정’을 거부하고 아파트를 팔고 떠나도 이를 눈감아 주었다고 한다. 문제는 은정아파트가 매물로 나오자 수많은 사람들이 사겠다고 줄을 섰다는 것이다. 평양 간부의 증언에 따르면 은정아파트가 엄청난 인기를 끈 이유는 표면적으론 김정은의 지시로 건설돼 튼튼할 것이기 때문이라 했지만, 실은 수백 명이 사망해 액막이가 잘된 아파트라고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양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에 이 증언을 2018년에 쓴 저서 ‘평양자본주의백과전서’에도 실었다.

삼풍백화점 붕괴 터에서 남조선 대통령이 나왔다는 소식이 북에 알려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역시 액막이가 된 아파트가 최고라며 은정아파트 가격이 치솟을 것 같다. 물론 남쪽 소식을 대다수 북한 사람들이 알 수 없겠지만, 통전부 간부들을 포함한 일부 고위층들은 한국 소식을 접할 수 있다. 게다가 삼풍백화점 붕괴는 많은 북한 사람들도 기억하고 있는 참사이다. 머잖아 북한에 “남조선에 아크로비스타가 있다면 우리에겐 은정아파트가 있다”는 소문이 퍼질지 모르겠다.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22-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