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차수판만 있었다면.. ] [기상청이 호들갑 떨었다고?] [기후와 날씨]

뚝섬 2022. 9. 8. 07:41

[차수판만 있었다면… 할 수 있는데도 안 한 대책 이뿐인가]

[기상청이 호들갑 떨었다고?]

[기후와 날씨]

 

 

 

차수판만 있었다면… 할 수 있는데도 안 한 대책 이뿐인가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6일 오후 소방당국이 경북 포항시 오천읍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수색 중 발견한 여성 생존자 1명을 추가로 구조해 나오고 있다. 2022.9.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침수된 경북 포항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던 주민 9명 중 7명이 숨지는 사고가 6일 발생했다. 이날 오전 지하 주차장 차량을 이동해달라는 관리사무실 안내 방송을 듣고 나갔다가 인근 하천에서 범람한 물이 주차장으로 밀려들면서 변을 당한 것이다. 2명은 구조됐지만, 어머니를 따라 나간 중학생 아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50대 아들 등이 숨졌다.

이 사고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침수에 대비하지 않은 탓도 크다. 이 아파트는 왕복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둔 인근 하천이 범람하면 물이 도로보다 낮은 지대에 있는 아파트 단지 주차장으로 쏟아져 들어오게 된 구조다. 하지만 주차장 입구엔 차수판은 물론 모래주머니도 없었다. 그러니 범람한 물은 지하 주차장으로 순식간에 밀려들었다.

 

주차장 입구에 차수판만 있었어도 ‘1 방어 있기 때문에 대피 시간을 벌어줬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 경남 마산만 일대는 2003년 태풍 ‘매미’로 막대한 피해를 당한 후 2m 높이 철제 차수벽을 만든 덕분에 이번 태풍 때 침수 피해를 거의 당하지 않았다. 지난달 서울 강남 일대에 기록적 폭우가 내렸을 때에도 지하 주차장 입구에 차수문을 설치했던 한 빌딩은 별다른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현행 행정안전부 고시 기준에 따르면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고 인정하는지역의 지하 공간에는 출입구에 차수판을 설치하게 있지만 정작 필요한 지역에도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다고 한다. 기준 자체가 모호한 데다, 주민들도 집값이 떨어질까 봐 침수 피해 우려 지역 지정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 지하 주차장, 지하 상가 등 지하 공간에는 차수판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하천변, 저지대 상습 침수 지역 지하 공간의 차수벽 설치를 우선하도록 하면 된다.

 

차수판만으로 피해를 막을 없다. 지하 공간으로 흘러드는 물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는 ‘빗물 유입 방지 배수로’를 설치하도록 하고, 유입된 물을 빼내는 배수 펌프 용량도 높여야 한다. 현행 행안부 고시는 10년 내에 가장 많은 비가 왔을 때를 기준으로 지하 공간 배수 펌프 용량을 갖추도록 돼 있는데, 최근엔 100년 빈도의 폭우가 내리고 있다. 국민 생명과 안전이 달린 일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비해야 한다.

 

차수판은 돈이 많이 드는 장비가 아니다. 입구 바닥과 양옆에 홈을 파서 차수판을 끼우는 방식이면 1차 방어막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지하 공간 침수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거듭되는데도 아직도 차수판이 설치되지 않아 귀중한 목숨을 잃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대비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차수판뿐인지 조사해야 한다.

 

-조선일보(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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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서 숨진 7, 기구한 사연에 가슴이 먹먹.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 우리 옆에 있어.

 

-팔면봉, 조선일보(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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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이 호들갑 떨었다고?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본격 영향권에 들었던 요 며칠 이동 경로 및 예상 피해 등에 관한 기사를 쓰고 댓글창을 읽다가 ‘호들갑’이란 단어가 눈에 밟혔다. “역대급 태풍이라며 호들갑 떨더니 막상 피부로 체감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 기상청은과잉 예보’, 정부는과잉 대응이란 식으로 나무랐다. 심지어 이 댓글에 수많은 ‘좋아요’를 눌렀다.

 

그 시각 태풍과 만조(滿潮)가 겹친 부산에선 아파트 7층 높이인 최대 15.4m 해일이 일었고, 제주는 최대 파고가 21m까지 솟구쳤다. 포항은 새벽 집중호우로 갑자기 불어난 물에 도심 하천이 범람하며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잠겼고 주민들이 갇혔다. 지역에 따라 누군가에겐 세찬 비바람 정도로 느꼈을지 모르나, 제주·남해안 일대 사람들에겐 너무나 가혹했고 누군가는 소중한 가족을 잃었다.

 

그래도 호들갑 덕에 인명 피해, 재산 피해를 줄일 있었다. 공식 기록으로 힌남노는 역대 우리나라에 상륙한 태풍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위력이었다. 아직도 수마(水魔)가 남긴 상흔이 생생한 2003년 ‘매미’와 중심기압이 1.9hPa(헥토파스칼)밖에 차이가 안 나는 무시무시한 태풍이었다. 매미 땐 131명이 죽거나 실종됐고, 4조200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매미의 상처가 반복되지 않았다. 그만큼 더 철저히 대비했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힌남노의 예상 진로·강도가 대체로 일치했던 것도 태풍 대비에 역할을 했다. 기상청 분석관 13명은 힌남노가 일본 도쿄 남동쪽 먼바다에서 발생한 지난달 28일부터 9박 10일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밤샘 근무에 돌입했다. 분석관들은 밤새 태풍 이동 경로와 강도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이튿날 오전 11시 브리핑에서 발표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태풍 거리 오차인 200㎞ 안팎에서 움직임과 강도를 거의 정확하게 맞혔다.

 

힌남노가 빠져나간 후 “이젠 잠 좀 잘 수 있겠다”며 한숨 돌렸던 기상청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탄식이 흘러나온 건 6일 밤이었다. 침수된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수색하는 뉴스가 나왔을 때다. 여전히 퇴근 못 하고 청사에 남아있던 직원들은 속보가 흘러나오는 TV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기적적으로 생존자가 나왔을 땐 박수가 나왔고, 심정지 상태로 주민들이 발견됐을 땐 짧은 탄식 후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한 통보관은 “이번에도 인명 피해를 막진 못했다”면서 “우리 탓이라는 생각이 커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태풍은 소멸했으나 태풍이 남긴 상처는 하나둘 수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추가 피해가 더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호들갑’이란 비아냥보단 태풍에 맞서 노력한 기상청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격려의 댓글이 달리길 바란다.

 

-박상현 기자, 조선일보(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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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와 날씨

 

태풍·홍수보다 더 피해 커… 여러 고대 문명 몰락 원인도 됐다

 

가뭄

 

"이 세상에서 힘이 가장 센 것은 나야. 내가 한번 지나가면 남아나는 것이 없거든." 태풍이 말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대홍수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무슨 소리, 내가 물을 쏟아부으면 다 떠내려간다고. 내가 최고야." 가만히 앉아 있던 가뭄은 이렇게 말해요. "지금까지 가장 많은 사람이 죽은 것은 나 때문이라고. 내 힘이 가장 세거든!"

예부터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가뭄이 태풍과 대홍수 앞에서 힘자랑을 하는 모습을 묘사했는데요. 실제 기후학자들이 가장 염려하는 기상 현상은 태풍이나 대홍수·쓰나미가 아니라 소리 없이 다가오는 가뭄이랍니다. 가뭄은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 문명, 마야 문명, 앙코르와트 문명 등 찬란했던 고대 문명을 수도 없이 몰락시켰지요.

가뭄은 식량과 물 부족으로 인한 대기근을 불러옵니다. 1800년대 말 세 차례의 강한 엘니뇨(적도 동태평양 부근의 바다가 더워지면서 온도 상승이 지속되는 현상)로 인해 큰 가뭄이 들었는데요. 이로 인해 인도·중국·아프리카 등지에서 70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었습니다. 1932년부터 1934년까지 이어진 소련의 기근 때는 약 500만명이, 1958년부터 1961년까지 이어진 중국의 기근으로는 최대 2950만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요.

올해 유럽과 미국·인도·중국 등이 극심한 가뭄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강물 속에 숨겨져 있던 것들이 나타나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해요. 미국 남부 텍사스의 공룡 계곡 주립공원에서는 물속에 있던 1억1300만년 전의 공룡 발자국이 드러났고요. 중국 충칭 양쯔강 유역에서는 600년 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 3개가 발견됐지요. 또 유럽의 엘베강에선 1616년 새겨진 '헝거 스톤(hunger stone)'이라고 불리는 돌이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15세기부터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이 돌에는 가뭄의 정도가 심했던 연도가 기록돼 있어요. 옛날 사람들이 강물이 줄었을 때 강바닥에 있던 돌에 경고의 의미로 새긴 것으로 추정되지요. 돌에는 "내가 보이면 울라"는 글귀도 새겨져 있는데, 가뭄으로 흉년이 들어 많은 사람이 굶주릴 것을 예견합니다.

이집트의 나일강에도 헝거 스톤처럼 가뭄과 관련된 바위가 있습니다. '나일미터'로 불리는 바위인데요. 이 바위는 강물의 높이를 재기 위해 고대 로마 이전에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어요. 과거 이집트는 나일강에 홍수가 나야 곡식이 잘 자라고 풍년이 들었어요. 홍수와 함께 상류에서 비옥한 흙이 운반돼 오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가뭄으로 강물이 낮아지면 이집트에는 흉년과 대기근이 닥쳤습니다. 그래서 강물의 높이를 잴 필요가 있었던 거지요. 이 나일미터를 보고 만들어진 것이 돌기둥에 눈금을 새겨 물의 높이를 잴 수 있도록 한 '나일로미터'라는 건축물입니다. 나일강의 수위를 측정하기 위해 861년 이집트 카이로의 남부 로다섬에 지어진 것이 대표적이지요.

고대 로마의 정치인이었던 플리니우스는 식민지인 이집트 국민의 상태를 강물 높이에 따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강물 높이가 약 22.5m면 '안심', 약 21m면 '행복', 약 19.5m면 '고생', 약 18m일 땐 '배고픔'이라고 썼습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조선일보(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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