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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선호하는 당대표의 조건] ....

뚝섬 2022. 12. 17. 07:12

[MZ세대가 선호하는 당대표의 조건]

[석 달 만에 끝나는 이준석 사태가 與에 남긴 것]

[보스 아닌 리더의 길… ‘3만’만 피하면 된다]

[또다시 기획재정부 출신인가]

 

 

 

MZ세대가 선호하는 당대표의 조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9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2 경제산업비전포럼 '쓴소리, 윤석열 정부에 2030 MZ세대가 전하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나가야 할 방향 제언 토론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대선 분위기가 달아오르던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전 대표가 서울 종로에 있는 게임 전용 경기장 롤파크를 찾아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을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의도는 뻔했다. 2030세대에게 인기 있는 게임을 체험하는 모습을 보여줘 그들의 관심을 끌고 지지를 호소하려는 전략이었다. 비슷한 시기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힙합 퍼포먼스 영상을 틱톡에 올렸고, 박용진 의원은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에 맞추어 춤추는 모습을 선보였다. 리그오브레전드와 틱톡과 롤린, 모두 2030에게 인기 있는 콘텐츠였지만 정작 청년들 반응은 시큰둥했다. 열렬한 지지자들이나 그들의 회춘에 열광했을 뿐이다.

 

청년들을 향한 대선 주자들의 구애가 ‘흑역사’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진정성이 없었던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굳이 리그오브레전드를 할 필요가 없었다. 만일 그가 갤러그나 테트리스 같은 옛날 게임이라도 평소에 즐겨왔고, 게임 산업에 대한 약간의 식견이라도 보여주었다면 반응은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다 하루 하는 체험은 말 그대로 단편적 소통이요 껍데기뿐인 구애라는 걸 청년들은 모르지 않았다.

 

뜬금없이 이낙연 전 대표 얘기를 꺼낸 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한 말 때문이다. 얼마 전 그가 한 토론회에서 “차기 당대표는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대표여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른바 ‘MZ세대 대표론’이 촉발되었다. 그의 발언을 많은 언론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그러자 주 원내대표는 “일반론을 말한 것”이라며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사실 한동훈 장관을 겨냥한 것이냐, 혹은 그가 정말 청년들에게 인기가 있느냐 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설령 한 장관이 청년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당이라는 전제 조건이 바뀌지 않는 한 큰 변화를 가져오긴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당 자체가 바뀌지 않는데 청년층에게 인기 있는 사람을 앉히면 저절로 인기가 따라올 거라는 생각은 안이할 따름이다.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본질이다. 2019년 당시 자유한국당은 유튜버들과 종종 간담회를 갖고 소통했다. 청년층 지지율이 바닥을 기던 때였다. 황교안 대표는 청년층이 유튜브를 많이 보니 그거로 소통하면 지지를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 판단한 모양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유튜버 관리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보수 유튜버 챙기기 논란’이 일 정도였다. 하지만 이듬해 총선은 역대 최악급 참패. 유튜브는 그저 채널일 뿐, 그걸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를 간과한 결과였다.

메시지는 그대로인데 형식만 젊게 바꾼다고 MZ세대가 지지하는 게 아니다. 유권자들이 바보가 아닌 한, 선거 앞두고 한두 번 보여주는 행사와 입에 발린 공약이 먹힐 리도 없다. 그런 점에서 정치에 대한 인상은 빅데이터와 같다. 평소엔 종북 세력이니 검찰 개혁이니 청년들은 관심도 없는 정쟁을 일삼다가 선거 앞두고 민생 챙기는 척 태세 전환을 한다고 지지를 얻긴 어렵다.

 

적어도 MZ세대에게 산업화와 민주화 담론은 유통기한이 다했다. 이들이 나고 자란 시대는 그 시절의 욕망이 모두 해소된 시대였기 때문이다. 대신 IMF 외환 위기나 글로벌 금융 위기처럼 걸핏하면 일어나는 세계적 경제 위기가 이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청년들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고 이들의 먹고사는 문제, 즉 ‘먹고사니즘’을 이해하는 인물이라야 MZ세대의 인기를 얻을 수 있다. 이런 문제에는 나 몰라라 하면서 애들 흉내나 내는 어른이 아니라, 믿고 따를 수 있는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조선일보(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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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만에 끝나는 이준석 사태가 與에 남긴 것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9월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낸 비상대책위원회 직무 정지 및 당헌 개정 무효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에 따라 정진석 비대위 체제가 효력을 인정받고 이 전 대표는 당헌에 따라 대표직을 자동 상실했다. 지난 7월 당 윤리위의 이 전 대표 징계 처분 이후 이어진 여당 내분 사태가 석 달 만에야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달아 이기고도 오히려 집안싸움에 빠졌다. 국민 지지를 바탕으로 강력한 국정 정상화와 개혁에 매진해야 할 집권 초기를 이해할 수 없는 내분으로 허송세월했다. 내분은 초유의 지도부 실종 사태로까지 악화됐다. 새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여당 대표가 징계를 받고 밀려나고 그 대표가 당을 상대로 법정 공방까지 벌인 것은 우리 정당사에 없던 일이다. 이 전 대표와 친윤계 핵심들이 막말을 주고받으며 싸우는 것이 일상이 됐다. 국민은 혀를 찼다.

 

‘내부 총질이나 하는 당 대표’라는 대통령 문자 메시지가 공개돼 불에 기름을 부었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을 “양두구육” “신군부”라고 직접 공격했고, 친윤계엔 “눈이 돌아간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자신이 몸담았던 당을 향해서도 “불태워 버려야 한다”고 했다. 신선한 청년 정치에 대한 기대가 환멸로 바뀌었다. 이 와중에 원내대표를 비롯한 친윤 핵심들은 각종 실책과 말실수, 구설에 휘말려 물러났다. 경제·안보 위기 속에 집권 여당이 몇 달 동안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 채 막장 싸움만 벌이니 국민들이 이런 정부에 등을 돌린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정진석 비대위는 조속히 내부 혼란을 수습하고 국정을 뒷받침하는 책임 있는 여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경제 위기 쓰나미가 닥치면서 국민들은 지금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과 우크라이나전 확전으로 인해 안보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국회를 장악한 야당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 정부의 정책 거의 전부에 시비를 걸며 흠집 내는 일밖에 하지 않고 있다. 최악의 발목 잡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당이라도 민심을 살피고 야당을 설득해 주도적으로 국정을 추진하지 않으면 위기를 넘어설 수 없다.

 

이준석 사태는 정치에서 인내와 절제, 타협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준다. 정치엔 완승, 완패가 없다. 상대를 없애버릴 수 없고, 설사 그런다고 해도 그 역풍은 반드시 불어오게 돼 있다. 어쩐 일인지 선거에 연승한 집권 여당 안에서 이 정치의 기본이 실종되면서 대통령이 취임 몇 달 만에 ‘레임덕’이 아닌 ‘취임덕’에 빠졌다는 개탄까지 나왔다.

 

국민의힘이 초반의 실패를 만회할 시간은 있다. 문제는 이들이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느냐이다. 그것은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알고 반성하느냐에 달렸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오만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진짜 위기가 찾아오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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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 아닌 리더의 길… ‘3만’만 피하면 된다

 

[이기홍 칼럼]

15라운드 경기 이제 1라운드 끝낸 尹, 자기 말만 하고 자기편만 챙기는 보스 아닌
경청하고, 인재 모으고, 자기에게 엄격한 지도자의 길 지켜 국가 품격 높여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마지막 길은 국가와 지도자의 품격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지도자의 권위와 신뢰, 존경이 나라의 갈등과 정쟁을 멈추게 할 만큼 소중한 국가적 자산임을 보여준다. 지난 문재인 정권 5년간 진영 수장, 부족 족장으로 스스로를 전락시킨 대통령의 행태에 진절머리 쳤던 우리 사회이기에 존경받는 리더십에 대한 갈증이 더욱 큰 것이다.

 

그런 갈증의 파도를 타고 정치 무경험자에서 최고 권좌로 직행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주말로 취임 4개월이 지났다. 과거 15라운드였던 프로복싱 세계타이틀전에 비유하면 이제 1라운드 종료 공이 울린 셈이다. 첫 라운드 동안 윤 대통령은 신뢰받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만들어냈을까. 보스와 지도자를 구분하는 잣대는 많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

 

지도자는 경청하지만 보스는 떠벌린다. 퀴즈 하나. 다음 발언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내가 먼저 말하면 그게 곧 결론으로 여겨지지 않겠는가. 누가 스스럼없이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겠는가.” <보기> ①삼국시대 손권 ②세종대왕 ③이병철 ④김영삼 ⑤최태원.

답은 물론 전부다. 예로 든 5명뿐 아니라 성공한 리더들의 거의 공통된 특징이 단연 경청이었다. 단순히 누군가를 불러 오래 듣는 ‘학습’ 차원의 경청이 아니라, 사람들이 찬반과 다양한 견해를 마음껏 얘기할 수 있게 해준 뒤 자기 의견을 내놓는 그런 경청이다.

특히 나이가 어리거나 경험이 일천한 상태에서 최고 책임자의 지위에 오른 리더의 공통된 성공 비법이 단연 경청이었다. 손권은 19세에 오나라의 군주가 됐고, 최태원 SK회장은 38세에 그룹 경영권을 이어 받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대통령실 주변에 떠도는 농담은 씁쓸하다. 대통령 별명이 90프로에서 95프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 점유율이 취임 전엔 90프로였는데 취임 후엔 95프로로 높아졌다는 농담이다.

물론 뭔가 불만을 가진 직원들이 학창시절부터 다변가로 소문났던 윤 대통령의 성향을 과장해서 비꼬는 말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우리 대통령은 정말 귀가 크고 넓다”는 말 대신 이런 말이 도는 건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더구나 긴 세월 동고동락한 동지들이 아니라 연을 맺은지 기껏해야 수개월 밖에 안된 사람들이 대다수이므로 대통령의 심기를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기가 더 꺼려질 것이다. 리더가 더더욱 각별한 의지를 갖고 경청 리더십을 펼쳐야만 하는 상황이다.

사람을 쓰는 데서도 보스와 리더는 다르다. 보스는 편한 사람, 심복만 쓰지만 리더는 인재를 널리 구한다. 보스는 패거리를 모으지만 지도자는 존경심을 모으는 것이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묘비엔 ‘여기, 자신보다 더 우수한 사람을 끌어모을 줄 알았던 사람이 잠들다’(Here lies a man who knew how to enlist the service of better men than himself)라고 새겨져 있다.

보스와 리더를 구분 짓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준은 자신에 대한 엄격함인데 채점은 시대적 상황과 국민 기대치에 따라 주관적이다. 새 정부의 검찰·기재부 편중 인사를 문 정권의 운동권과 좌파단체 편중에 비교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민은 그렇게 객관적으로 비교해서 평가하지 않는다. 기대치가 다르고, 시대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안 그럴 줄 알았기에, 파렴치한 좌파정권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라 기대했기에 측량해 보면 훨씬 작은 분량일지라도 더 실망하는 것이다.

겨우 1라운드가 끝났지만 상당수 국민은 벌써 나름의 채점을 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가드를 내리고 어깨에 힘을 주다 몇 차례 슬립다운을 했다. 물론 4개월간 한미동맹 복구, 대(對)중국 굴종 관계 정상화, 탈원전 폐기, 공기업 개혁 등 이탈했던 국가 궤도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고, 명절연휴에 김치찌개를 만들어 무료급식 하는 등 현장을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지지율에 크게 반영되지 않는 것은 홍준표 안철수 등 다른 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됐어도 당연히 했을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에게 가장 기대가 컸던 문 정권 비리·권력남용 청산은 아직 청사진이 안 나왔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외치고, 추미애의 광란의 칼질에 당당히 맞서면서 치솟은 윤석열표 공정과 상식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눈높이는 “아내 장모 모두 감옥에 가도 상관없다. 한점 의혹 남기지 말고 수사하라”고 강조하는 정도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보스는 약속을 어겨도 호위무사만 든든하면 되지만, 리더는 신뢰를 잃으면 무너진다. 자신에 대한 엄격함, 공정과 상식의 약속은 정치인 윤석열을 존재케 하는 시작이자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지금의 한국사회는 존경과 신뢰가 유지되기 어려운 구조다. 서구 선진 사회에서 품격이 가능한 본질적 토대는 구성원 간의 보이지 않는 합의다. 아무리 경쟁하고 적대해도 공동체의 기반을 이루는 지향점과 가치 자체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무언의 약속이 지켜지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이를 산산조각 냈고, 그 청와대 출신을 비롯한 강경파 인사들에겐 금도도 상식 파괴의 한계도 없다. 이런 상황을 헤쳐 나가려면 더더욱 보스가 아닌 지도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거창한 게 아니라 망하는 리더의 조건인 ‘3만’만 피하면 된다. ‘자기 말만, 자기 사람만, 자기만 예외.’

-이기홍 대기자, 동아일보(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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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기획재정부 출신인가

 

선후배끼리 업무 효율성 높일 순 있어
다양성 결여, 일방통행 일처리 우려돼

 

‘□ 없습니다.’

2010년 12월이었던 것 같다. 경기 과천시의 한 음식점에서 기획재정부 공무원들과 출입기자들이 모여 송년회를 했다. 그때 기재부 측에서 이 퀴즈를 내면서 “기재부 직원들이 □에 들어갈 단어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이 무엇일지” 물었다.

기자들의 답은 다양했다. ‘이성 친구’ ‘돈’ ‘자유시간’ ‘취미’…. 다 틀렸다. 기재부가 공개한 답은 ‘불만’이었다. 일이 많아 자유시간이 부족하고, 데이트를 할 여유가 없으니 이성 친구를 사귀기도 힘들며 민간 기업에 비해 월급도 크게 낮다. 하지만 기재부 공무원들은 “불만 없습니다”라고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약 2년간 기재부를 출입한 기자는 그 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상 24시간 깨어 있어야 하는 기자가 가장 바쁜 직업이라 여길 때였는데, 기재부 공무원들은 기자 이상으로 바쁘다고 인정했다. 경제위기 상황이었기에 경제사령탑인 기재부가 특히 바쁘기도 했을 것이다.

기재부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기자지만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조규홍 현 1차관이 지명된 것에는 고개가 갸웃해진다. 조 차관은 1988년 공직에 입문해 기재부 내에서 예산총괄과장, 경제예산심의관, 재정관리관(차관보) 등을 지냈다. 30여 년간 예산과 재정 업무를 담당한 정통 경제관료다. 지난해 10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에서 퇴임한 후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일했고, 대통령직인수위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다가 5월 복지부 1차관에 기용됐다. 그리고 4개월 만에 장관 후보자가 된 것이다.

그를 보건 및 복지 분야 전문가로 부르기는 힘들다. 그렇기에 대통령실도 이번 인사에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전문성을 가진 의사, 교수도 여럿 접촉했지만 그들은 예외 없이 장관직을 고사했다. 청문회를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 후 3년 동안 업무 관련성이 있는 곳에 재취업을 할 수 없는 점도 걸림돌이었을 것이다.

 

조 후보자를 포함해 이번 정권에서 기재부 출신들이 대거 기용되고 있다. 대통령실 경제수석,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등 사실상 기재부 몫인 자리뿐 아니다. 대통령비서실장, 총리와 국무조정실장,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도 기재부 출신이다. 은행연합회 등 주요 금융 협회와 공기업에도 전직 기재부 인사들이 두루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해 과거 청와대 고위직을 거친 한 기재부 출신 인사는 “서로 눈빛만 보고서도 알아서 일처리를 할 테니 효율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다른 부처 의견을 제대로 들을지 모르겠다. 다양성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현재 상황은 2012년 말 일본과 유사하다.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당시 두 번째로 총리에 오르면서 경제산업성 출신들을 대거 중용했다. 러시아와의 영토 교섭을 외무성이 아니라 경산성이 주도했다. 재무성이 재정 안정을 걱정할 때 경산성은 “일단 투자부터 하라”며 밀어붙였다. 하지만 아베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0번 이상 정상회담을 하고서도 영토 교섭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본이 선진국 최악의 국가채무에 짓눌리고 있는 것은 재무성 목소리가 작아진 탓도 있다. 2020년 9월 일본 총리가 바뀌자 경산성 출신들은 모두 요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정부의 한 부처가 실권을 쥐면 분명 속도감 있게 일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멀리 가려면 여럿이 함께 가는 게 낫다.

-박형준 경제부장, 동아일보(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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