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西조선’이 된 나라, 중국몽은 없다]
[美中 틱톡 2차전]
[순간의 선택]
‘西조선’이 된 나라, 중국몽은 없다
[박정훈 칼럼]
자유를 억압하고 시장을 통제하는 전체주의 국가가 선진국이 될 순 없다…
한국 좌파가 동참하겠다는 중국몽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

지난 4월 상하이에서 중국 공안이 방역 정책 비판 시위 참가자를 제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진핑 독재를 완성한 중국에서 비상식적 일들이 꼬리 물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귀를 의심케 하는 것이 ‘휴대폰 불심 검문’이다. 경찰이 길거리에서 대학생 또래 청년들의 휴대폰을 열게 한 뒤 반정부·시위 관련 내용이 없는지 검열한다는 것이다. 당국의 감시망을 우회하는 가상사설망(VPN)이라도 깔려 있다면 휴대폰을 압수하고 경찰서로 연행해 간다고 한다. 21세기 문명 세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나라는 북한이나 이란 정도일 것이다. 중국은 그런 실패 국가들에 비견될 전체주의 공포 사회가 됐다.
거대 중국의 메가 트렌드와 관련해 빗나간 예측이 두 가지 있다. 첫째가 중국 민주화론이다. 중국을 자유무역 질서에 편입시키면 민주 체제로 전환해갈 것이란 믿음이 서구 세계를 지배했다. 미국이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적극 지원한 것도 이런 전략적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경제 발전이 정치 민주화를 이끌 것이란 기대는 허망한 착각으로 드러났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도약했지만 민주주의는 찾아오지 않았다. 민주화는커녕 ‘시진핑 황제’가 등극해 ‘중국화된 마르크스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공산당이 영도하는 중국식 모델로 자유민주주의와 체제 경쟁을 하겠다고 했다.
빗나갈 가능성이 커진 또 하나의 예측이 미·중 경제 역전론이다. 중국이 경제 총량에서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그 시점은 2030년쯤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회의론이 커졌다. 연 7~8%씩 불어나던 중국의 고속 성장세가 멎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은 3% 성장에 그쳤다. 코로나 요인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론 성장 동력이 한계에 도달한 탓이다. 숨겨진 부실, 부동산 거품, 고령화 등이 맞물려 중국의 성장세는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공동부유(富裕)’ 대신 ‘미부선로(未富先老·부자가 되기 전에 늙는다)’ 시나리오가 우세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시진핑의 급속한 좌경화 노선이 경제에 제동을 걸고 있다. ‘중국식 현대화’란 이름 아래 시장을 억제하고 공산당의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중국 지도부 입에서 ‘개혁·개방’이란 말이 사라졌다. 대신 시진핑은 내수 중심, 기술 자립을 내세웠다. 자급자족을 강화하겠다는 뜻인데, 북한식 주체 경제를 연상시킨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실망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중국 부자들이 싱가포르 등지로 집단 탈출한다는 뉴스도 나왔다.
시진핑식 통제 경제의 실상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숙청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중국식 혁신의 아이콘이던 그는 공산당 관치(官治)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회사 지분을 내놓고 경영에서 물러났다. 텐센트·디디추싱·메이퇀 등의 빅테크 기업들도 줄줄이 철퇴를 맞았다. 권력에 밉보였다고 하루아침에 기업을 빼앗기는 나라에서 혁신과 창의성이 살아날 수는 없다. ‘시장’보다 ‘마르크스’를 우선하는 시진핑의 중국 경제는 과거 같은 활력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한국 좌파가 중국식 국가 모델에 동경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진보를 대표한다는 전직 대통령은 “중국몽(夢)에 동참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나 인류 보편적 가치에서 일탈해 기형적 특수 국가로 변질한 것이 중국의 실상이다. 방역을 이유로 도시 전체를 봉쇄하고 수천만 명을 몇 달씩 집안에 감금했다. 이런 전제 통치가 가능한 나라는 지구상에서 중국과 북한뿐일 것이다. 5억여 대에 달한다는 CCTV와 감시 드론으로 안면 인식·홍채 등의 생체 정보를 수집해 14억 감시망을 구축했다. 어디에 가서 누구를 만나는지 사적 동선과 사회적 관계를 추적하고, 전 인민의 언동과 선행·악행 기록을 빅데이터로 집적해 개인별로 사회적 신용 등급을 부여하는 계획까지 추진되고 있다.
절망한 중국 네티즌들은 자기 나라를 ‘서(西)조선’으로 부른다고 한다. 김정은 왕조의 북조선처럼 중국이 ‘서쪽의 조선’이 돼간다는 자조적 표현이다. 권력자 스캔들을 암시한 스포츠 스타가 돌연 종적을 감추고, 체제 비판 인사들이 행방불명되는 일들이 일상화됐다. 억압과 감시, 개입과 통제, 공권력 독재 등에서 중국은 북한을 닮아가고 있다. 북한이 아날로그 감시라면, 중국은 첨단 기술을 총동원한 디지털 감시 국가가 됐다.
시진핑이 말하는 ‘중국몽’은 글로벌 패권 국가의 꿈이다. 경제·군사력, 문화와 소프트파워에서 미국을 뛰어넘어 ‘팍스 시니카’의 초강대국이 되겠다고 한다. 그러나 시장을 통제하고, 인권을 억누르고, 인민을 감시하고, 사상을 검열하는 나라가 강대국이 될 수는 없다. 자유와 창의성을 억압하는 전체주의 체제로는 결코 선진국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 시진핑이 ‘서조선 황제’로 앉아 있는 한 그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다. 한국 좌파가 “동참하고 싶다”는 중국몽은 환상일 뿐이다.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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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틱톡 2차전

유튜브에서 쇼츠(shorts)라고 하는 짧은 동영상이 유행이다. 인스타그램의 짧은 동영상은 릴스(reels)라고 불린다. 그러나 약 15초 길이의 짧은 동영상은 틱톡이 원조다. 어른들은 젊은이들이 영상만 보려 하고 글을 읽으려 하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고 있지만 정작 젊은이들은 동영상도 긴 것은 참지 못하고 짧은 것을 선호한다.
▷틱톡은 인스타그램이 사진 중심일 때 유튜브처럼 동영상을 중심에 뒀다. 똑같이 동영상을 중심으로 해도 틱톡에서는 기존 유튜브에서 볼 수 없는, 챌린지라고 불리는 따라하기 현상이 종종 일어난다. 동영상이 짧고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앱 속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틱톡을 세계 최초의 헥토콘(기업가치 100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만들었다.
▷다만 틱톡의 인기를 짧은 동영상이라는 형식에만 돌릴 수 없다. 틱톡에는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다. 어쩌면 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고도 볼 수 있다. 짧기 때문에 자극적이지 않으면 관심을 끌 수가 없다. 최근에도 틱톡에서 약 700만 명의 팔로어를 가진 사람이 그랜드캐니언 협곡 아래로 골프 샷을 하면서 골프채까지 날려 보내는 영상을 올렸다가 당국의 조사를 받고 처벌됐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다.
▷미국 인디애나주 법무부는 7일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 바이트댄스를 상대로 틱톡의 콘텐츠들이 어린이와 청소년의 중독을 야기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감기약으로 치킨 튀기기, 유리조각 먹기, 아기 던지기 같은 영상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좋은 영향을 줄 리가 없다.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10세 소녀는 지난해 12월 틱톡의 기절 동영상을 따라 챌린지하다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고 끝내 숨졌다.
▷미국의 더 큰 우려는 중국 정부가 미국 틱톡 사용자의 정보를 빼갈 수 있다는 데 있다. 조 바이든 정부의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달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회에 “중국 정부가 수백만 틱톡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재작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틱톡 다운로드 금지 행정명령은 법원에 의해 일단 제동이 걸렸다. 그러자 주정부가 독자적으로 나서고 아예 연방의회에서 법으로 규제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틱톡을 둘러싸고 2차전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미중 갈등의 불똥이 화웨이에 이어 틱톡으로 본격적으로 튀고 있다. 위챗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시진핑 디스카운트라고 할 만하다. 중국이 정치적으로 더 민주적이 돼도 부족할 판에 오히려 마오쩌둥의 1인 독재 시대로 회귀하고 있으니 그런 정부에 예속된 기업은 끊임없이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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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선택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사람은 늘 착잡하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짧은 시간을 푸념하는 표현이 발달했을 듯하다. 순식(瞬息)이 우선 그렇다. 눈 한 번 깜빡이고[瞬], 숨 한 차례 쉬는[息] 시간이다. ‘순식간(間)’, 또는 줄여서 ‘순간(瞬間)’으로 적는다.
눈동자 한 번 굴리는 일은 전순(轉瞬)이자 별안(瞥眼)이다. 우리는 ‘별안간(間)’이라는 말을 곧잘 사용한다. 손가락 한 차례 튕기는 시간이라는 뜻에서 탄지(彈指)라고 적을 때도 있다. 모두 짧은 시간의 형용이다.
가장 짧은 시간은 찰나(刹那)라고 한다. 중국에 전해진 불교의 영향으로 한자(漢字) 권역에 자리를 잡은 음역(音譯) 단어다. 한 차례의 마음이 일었다 사라지는 일념(一念)도 있다. 고대 인도의 시간 기준으로는 찰나가 가장 짧고, 그 다음이 일념, 이어 순간의 순서란다.
흰색 말이 휙 지나가는 광경을 문틈으로 보며 적은 성어는 백구과극(白駒過隙)이다. 마치 섬광처럼 나타났다 금세 사라지는 모습이다. 역시 세월의 ‘광속(光速) 주행’을 일컫는다. 구극(駒隙), 극구(隙駒), 구광(駒光) 등이 파생 단어들이다.
경각(頃刻), 편각(片刻)도 있다. 후딱 스쳐가는 시각(時刻)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수유(須臾)라는 말로도 잘 적었다. 비의 모습에서 유래한 삽시(霎時)라는 단어도 있다. 앞 글자 ‘삽’은 조금 내리다가 곧 그치고 마는 비다. 따라서 ‘삽시’는 역시 길지 않은 시간의 지칭이다. ‘삽시간’이라는 말로 자주 쓴다.
중국의 개혁·개방이 44년째다. 그에 견주면 최근 1~2년은 ‘삽시’라고 할 만하다. 길지 않은 그 시간에 활력 넘치던 중국이 크게 생기를 잃었다. 개방적인 기조의 후퇴가 큰 원인의 하나다. 흥망(興亡)과 성쇠(盛衰)의 고비 또한 어느 한 ‘순간’의 마음먹기에 달렸을지 모른다.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조선일보(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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