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없는 당대표라야 총선 승리한다고?]
[당(黨) 장악이라는 자해극]
[소장(蕭墻)]
[윤 대통령에게 장제원은 어떤 존재인가]
[‘진박’ 운운하다 망한 당에서 재발된 꼴불견 내분]
[‘감별사’ 논란으로 번진 與 당권 경쟁, 이런 구태 또 봐야 하나]
[영문 모를 '나경원 사태']
[한국식 ‘당 대표’의 시대착오적 성격]
[與, 대통령에 업힌 ‘정치 양로원’인가]
[국민의힘 당권 전쟁 막전막후]
[소인배 정치는 ‘윤석열의 길’이 아니다]
존재감 없는 당대표라야 총선 승리한다고?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與 “내년 총선은 尹의 성과로 치러질 선거”
윤심에 무조건 따라야 이긴다고 믿는 듯
나경원을 ‘반윤’ 낙인찍은 건 전략적 패착
안철수, 결선서 김기현 대신 ‘플랜 B’ 될 수도
대통령만 따르는 당대표는 승리 기여 못 해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년 4월 총선은 당대표 얼굴로 치르는 선거가 아니고 윤석열 대통령 얼굴과 성과로 치러질 선거”라고 말했다. 아마도 윤 대통령의 마음을 대변한 듯하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다음 총선은 어차피 내가 치르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행 비상대책위원은 한 발 더 나갔다. 차기 당대표는 “요순시대 왕이 누구인지 모르듯 당을 이끌어야 한다”며 황우여 전 대표를 소환했다. 황우여 대표에게 임기 2년을 다 채운 비결을 물었더니 “첫째, 무조건 대통령을 도왔다. 무조건이 제일 중요하다. 둘째, 나를 제외한 나머지 당 소속 의원들을 전부 다 스타로 만들려고 애썼고 나는 존재감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당대표를 하는 동안 사람들이 당대표가 누군지 모르더라”고 답한 얘기를 전했다.
“그때 황우여가 당대표인지 모르는데도 4번의 선거, 총선·대선·지방선거·보궐선거까지 다 이겼다”고 한 건 사실이 아니다. 황우여 대표는 총선을 지휘한 사실이 없다. 2012년 총선을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로 승리한 후 황우여 대표 체제가 출범했다. 그해 대선도 박근혜를 보고 찍었지 황우여를 보고 찍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이준석 대표 기여를 두고 논쟁할 수는 있어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황우여 대표 덕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2014년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 9곳을 민주당에 내준 패배였다. ‘7·30 재보선’은 김무성 대표가 이끌었다.
윤석열 대통령, 정진석 비대위원장, 김행 비대위원의 말을 종합하면 결론은 윤석열 대통령 뜻을 ‘무조건’ 따르는 ‘존재감 없는’ 대표를 원하는 것이다.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당·청 분리 이후 치러진 다섯 번의 총선 결과 네 번은 여당이 이겼고 단 한 번만 야당이 이겼는데 바로 그 선거가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충돌한 2016년 총선이었다. 그러니 혼연일체로 총선을 치러야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것도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 말대로 2024년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당대표 영향력도 작지 않다. 국민은 총선에서 현재와 미래를 아울러 평가한다. 대선 주자가 당대표로 총선을 이끌었을 때 승리 가능성이 높은 건 역사가 증명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고민은 ‘이길 수도 있고, 믿을 수도 있는’ 당대표를 찾는 것이지만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길 수 있으면 믿을 수 없고, 믿을 수 있으면 이길 수 없는 게 딜레마다. ‘무조건’ 대통령 뜻을 따르는 당대표는 (민심의 외면을 받아) 총선 승리에 기여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플랜A’ 김기현 체제가 최선의 선택이 되려면 세 가지에 대한 답이 긍정적이어야 한다. ①김기현 당대표를 만들 수 있다, ②김기현 체제가 총선까지 붕괴하지 않아야 한다, ③총선을 승리해야 한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은 세 가지 모두 100% 가능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객관적인 눈으로 냉정하게 보면 모두 50% 정도로 보인다.
(절대 ‘반윤’이 될 수 없는) 나경원을 ‘반윤의 우두머리’로 낙인찍은 것은 자칫 전략적 패착이 될 수 있다. 이준석을 쳐내는 것은 한 사람을 제거하는 것이지만 나경원을 쳐내는 것은 한 세력을 제거하는 것이다. 훨씬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비유하면 이준석이 돈바스라면 나경원은 키이우다. 나경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초선 ‘장핵관’들의 집단 린치는 모멸감을 느낀 당원들을 적으로 만든 것이다.
전략적 실수를 연발한 나경원이 명분, 세력, 동력을 모두 잃은 것은 사실이다. 나경원은 ‘유승민 포비아’가 확산될 때 검토할 수 있는 ‘플랜B’였지만 이젠 ‘플랜C’도 될 수 없는 곤궁한 처지가 되었다. 당대표에 뜻이 있었다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지 말았어야 한다. 맡는 순간 명분을 잃었다. 대통령실과 충돌한 후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①사퇴 후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상책), ②사퇴 후 잠행과 침묵(중책), ③사퇴 후 출마 행보(하책). 하책을 선택한 순간 고립무원 신세가 되었다.
유승민의 출마는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득이 없다. 당대표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건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안다. 2015년 원내대표 때 박근혜 대통령과 충돌한 트라우마가 있는 그로서는 기적적으로 당대표가 된다 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과의 충돌이 부담스러을 것이다. ‘민심 1등’이라는 명분을 얻은 상황에서 자칫 ‘초라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는 무모한 선택을 할까 싶다.
안철수는 기회를 얻었다. 안철수의 강점은 유승민·나경원·김기현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승민의 외연 확장, 나경원의 수도권, 김기현의 ‘친윤’을 대체할 수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플랜B’다. 영화 ‘퀴즈쇼’처럼 세 개가 답이 아니므로 남은 하나가 답이 됐듯 결선투표에서 승리할 수도 있다.
실제로 결선투표에서 김기현과 나경원을 모두 이기는 여론조사가 있다. 만약 이런 조사 결과가 계속 발표되면 승부는 예측불허로 흐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플랜A’ 김기현과 ‘플랜B’ 안철수 사이에서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쯤 되면 ‘수도권 연대’가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윤핵관 사이에서도 반(反)장제원 균열이 올 수 있다.
김기현 의원이 당대표가 된다 하더라도 끝난 게 아니다. 2011년 7월에 출범한 한나라당 홍준표 체제는 해를 넘기지 못하고 ‘박근혜 비대위’로 넘어갔다. 2015년 2월에 출범한 민주당 문재인 체제도 ‘김종인 비대위’로 넘어갔다. 2004년 4월 총선을 바로 앞둔 3월 말에 한나라당 최병렬 체제가 붕괴하고 들어선 박근혜 체제도 ‘비대위’ 성격의 임시 지도부였다. 총선 앞에서는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는 곳이 여의도다.
나경원과 유승민을 제압한 윤석열 대통령은 김기현과 안철수를 놓고 한 달 정도 지켜볼 시간을 벌었다. 예측할 수 없는 승부가 이제 막 시작되려고 한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조선일보(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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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黨) 장악이라는 자해극
[이기홍 칼럼]
윤핵관이 부추기는 당 장악 구상은 실현 불가능하고 정권 성공 훼방할 몽상
윤심 없다 선언해 경선 축제 만들고 국정성과로 지지도 높이는게 당 장악 첩경
집안싸움이 거의 집단 자해극 수준이다.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고들 했는데, 정반대다. ‘윤석열 캠프’ 시절부터 DNA처럼 도지는 국민의힘 내분의 중심엔 공통으로 ‘장제원’이라는 인물이 있다.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 초기 달라붙지 않았더라면 중앙 일간지 칼럼에서 이름 한번 거론될 일이 없었을 그런 인물이다. 별다른 개인적 매력 자본도, 감동적 인생 스토리도, 별다른 의정활동 업적도, 대(對)문재인 정권 투쟁 공적도 없는, 보수 텃밭 금수저 의원 중 한 명에 불과했다.
다른 윤핵관들도 대동소이하다. 다들 입안의 혀처럼 처신이 빠르고, 대단한 전략가연(然)하지만 큰 그림을 보는 안목이나 직관·통찰력은 보여준 적 없다. 보수의 미래로 거론될 인물은 한명도 없다. 흰 종이 상태에 가까웠을 ‘윤석열의 정치 도화지’에 이들이 끄적인 건 낡고 음습하고 저급한 정치공학이다. 그 결과물이 현재의 당 대표 경선 파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시나리오를 썼을 당 장악 프로젝트는 대통령을 벼랑으로 내모는 짓이다. 내재적 관점을 취해 선의(善意)로 윤 대통령의 의도를 해석해 보자.
‘여의도 정치는 대한민국의 가장 낙후된 분야다. 정치개혁 없이는 우리 사회의 도약이 불가능하다. 대대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 총선 공천은 그런 정치개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헌신적으로 공익에 봉사할 엘리트들을 대거 진입시켜야 한다….’ ‘지금은 정말 정부와 당이 혼연일체가 돼야하는 시기다. 국민이 나를 뽑아준 이유는 비정상의 정상화다. 지난 5년간 좌파들이 뒤틀어 놓은 현실 왜곡이 워낙 심대해서 이걸 바로잡으려면 그만큼 집중적인 반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당정 일사불란은 필수불가결하다. 뜻을 같이해줄 여당 지도부가 절실하다….’
대략 이렇게 정리될 윤 대통령의 의중은 야당의 시각으로는 사당화(私黨化), 당 장악, 제 사람 심기 공천이나 다름없다. 어느 시각으로 볼지는 각자의 판단이지만, 설령 의도가 선하다 한들 당 장악이 과연 실현 가능하며 정권 성공에 도움이 될까.
대통령이 A라는 인물을 밀어줘 당 대표가 됐다고 한들 원하는 대로 물갈이가 가능할까. 아무리 대표가 공천심사위를 자기 사람들로 채워도 통제는 불가능하다. 대통령 인기가 하늘을 찌를 수준이 아닌 한 공천 불복 사태가 터져 나온다. 아무리 양심적인 새 얼굴들을 투입해도 검찰 시절 라인이나 김건희 여사 관련 연줄 흔적이 있는 인물들이 포함되면 쇄신 명분은 얼룩진다.
대통령이 당에 개입한다는 의구심이 퍼지면 지지도가 떨어지고, 게다가 밀어준 당 대표가 수도권이나 MZ세대에 별 어필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의 물갈이 파워가 더 약화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더구나 윤핵관이 공천을 좌지우지한다는 인식이 퍼지면 국민이 무슨 미래를 기대하겠는가. ‘내 뜻대로 공천’과 ‘총선 승리’는 양립이 불가능한 것이다.
당장 3월 경선에서 이른바 윤심 후보가 지거나 턱걸이하는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한다. 리더십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나경원 전 의원의 행태는 문제가 많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거리가 먼 기득권 이미지를 탈각하지 못해온 그가 총선 승리를 이끌 외연 확대력이 있을지 고개를 젓는 이들이 많다. 더구나 저출산·고령화 과제 책임자로서 경솔한 처신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당 대표 욕심이 있었다면 부위원장직을 거절했어야 마땅하다. 당장 달다고 꿀떡해버린 단견을 후회해도 늦다. 그럼에도 심판은 국민과 당원이 직접 하게 했어야 한다. 온 식구가 총출동해 몽둥이찜질하는 것 같은 장면은 집안의 수준을 드러낸다. 갈등이 불거지기 전에 대통령이 조용히 불러 설득하고,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그냥 놔두면 된다. 경선이 본격화하면 나경원의 그 가벼운 처신을 경쟁 후보들이 가만 놔뒀겠는가.
지난 초가을 대통령실 쇄신으로 ‘숙청’된듯했던 장제원은 이번에 대통령이 특별히 미션을 준 것도 아닌데, 갑자기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담임선생님의 못마땅한 심기를 읽고 나서서 급우를 혼내는 자칭 기율반장 처신이다. 윤핵관들은 대통령 주변에 이런 논리를 끊임없이 주입해 왔을 것이다. “정권이 성공하려면 당에 대통령 사람이 많아야 한다. 대표가 대통령의 사람이어야 공천 때 사람을 넣을 수 있다. 대통령이 직접 배지 달아준 의원이 많아야 퇴임 후도 담보할 수 있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모순에 가득 찬 논리다. 누가 되든 대통령에게 전적으로 협조 안 할 여당 대표가 있을까. 그리고 아무리 줄을 세워도 당 전체를 가질 수는 없다. 당만 친윤 비윤 갈라진다. 퇴임 후 안전 보장도 친위 의원 몇 명으로 되는게 아니다. 최대의 안전 보장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이고, 당 장악 첩경은 지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인기 만점 대통령 이름을 업으면 총선에 이기는데 누가 충성하지 않겠는가.
윤 대통령이 정리해줘야 한다. “자꾸들 오해하는데 윤심은 없다. 나경원 해임은 막중한 공직을 가볍게 여기는 데 대한 질책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선거에 나를 끌고 들어가지 마라. 국정만이 관심사다. 당원들이 누구를 택하든 그 선택에 흔쾌히 따를 것이다. 더 이상 윤심 윤심 하지 마라….” 이 시대 대통령에겐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과제와 민주적 리더십이 필요한 과제가 함께 놓여 있다. 적폐청산, 민노총 대응, 간첩 적발 등등엔 강력한 리더십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울타리 외연을 확대해야하는 정치에선 달라야 한다. 정치는 검찰 조직처럼 지휘·명령 관계가 아니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휘젓고 다니는 게 불편해도 참고 귀를 열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불편하지만 결국은 지킨 사람에게 보답을 준다.
친박 친이 싸움질로 집단 자해극을 벌이다 좌파에 정권을 헌납한 당에 국민은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정권을 되찾아 맡겼다. 그저 교과서에 적힌 대로 경선 주자들은 미래를 놓고 페어플레이 하고, 대통령은 중립을 지키면 저절로 지지율이 치솟을 텐데 그 쉬운 일조차 못한다는 말인가.
-이기홍 대기자, 동아일보(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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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蕭墻)
[이한우의 간신열전]
공자 제자 염유(冉有)는 공직을 맡을 만한 능력은 안 되고 전형적인 가신(家臣) 체질이다. 실제로 염유는 노나라 실력자 집안인 계씨(季氏) 가신이 되었다. 이때 계씨는 노나라에 속해 있는 작은 부용국(附庸國) 전유(顓臾)를 쳐서 차지하려 했다.
염유는 공자를 찾아와 “계씨가 전유를 치려 합니다”라고 말했다. 공자는 곧장 “네가 잘못한 것 아니냐”라고 물었고 염유는 “계씨가 치려는 것이지 저는 아닙니다”라고 했다. 한발 물러선 공자는 그렇더라도 염유에게 책임이 있음을 밝히며 말한다.
“모시는 주군이 위태로운데도 붙잡아주지 않고 넘어지려는데도 부축해주지 못한다면 그런 가신을 어디에다 쓰겠는가?”
일이 이렇게 되자 염유는 말을 바꾼다.
“지금 저 전유는 성곽이 튼튼하고 계씨 요충지 비읍(費邑)과 가까우니 지금 차지하지 않으면 후세에 반드시 자손들에게 근심거리가 될 것입니다.”
마침내 공자는 분노했다.
“염유야! 군자는 이처럼 둘러대는 것을 미워한다.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면 되지 굳이 계씨를 위해서라고 변명하는가? 나라가 갈라져 무너지고 나뉘어 쪼개지는데도 능히 이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나라 안에서 전쟁을 일으키려는 모의가 일어나고 있으니 나는 계씨의 근심이 전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네 담장[蕭墻] 안에 있을까 두렵다.”
자기네 담장 안이란 염유를 가리킨다. 그 후로 그냥 소장(蕭墻)이라고 하면 근심과 우환이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 있음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능력과 비전 경쟁은 없이 윤심(尹心) 잡기 타령으로 국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저 당이 왜 자기 당 대통령 후보를 만들지 못했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 와중에 ‘몽니’ 나경원 전 의원과 ‘제1호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수준 이하 설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 장 의원 언동은 누가 보아도 소장(蕭墻)이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조선일보(2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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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에게 장제원은 어떤 존재인가
[오늘과 내일]
친윤 당 대표 만들기 돌격대장 자처한 장제원
尹, 차라리 ‘찐윤 인증’해 혼란 줄이는 게 낫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여권에선 한 가지 오래된 퀴즈가 있었다. 국민의힘 권성동, 장제원 의원 중 누가 더 실세냐는 것이다. 이 해석에 따라 친윤 그룹이 권핵관과 장핵관으로 나뉘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 퀴즈의 답은 달라졌다. 지난해 7월 권성동이 윤 대통령에게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노출해 파문이 일자 “권성동은 이제 끝났다”고들 했다. 실제로 그해 9월 원내대표에서 조기 퇴진했다. 그렇다고 장제원이 계속 잘나간 것도 아니다. 지난해 8월 대통령실 인적개편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측근들이 잇따라 물러난 뒤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2선 후퇴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아무튼 둘 다 잠시 권력투쟁에서 밀리는가 싶더니 국민의힘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시즌이 다가오자 지난해 말부터 다시 기지개를 켰고, 최근에는 권성동보단 장제원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권성동이 당권 레이스에서 조기 낙마하는 과정에서 윤심(尹心)이 전달됐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용산에서 마음을 두고 있는 김기현 대표 구상을 나경원 전 의원이 과욕이라는 욕을 먹어가면서도 흔들자, 김기현과 손잡은 장제원이 최근까지 융단폭격을 퍼붓는 걸 보며 이런 해석은 더 힘을 얻고 있다. 누가 봐도 윤 대통령이 장제원의 나경원 저격을 결과적으로 묵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장제원이 친윤의 핵심임을 다시 확인했다고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이런 해석에 “정말?” “과연?”과 같은 반응을 내놓는 것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장제원의 언행, 행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충성스럽고 순발력 있지만 동시에 과격하고 위험한 측면이 있다는 건 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대개들 공감한다. 일부는 안철수와 단일화를 해낸 그의 뚝심을 평가하지만, 일부는 가벼운 처신에 혀를 찬다. 김기현이 갑자기 “김장연대는 철 지났다”며 뒤늦게 장제원과 거리두기를 하려는 것도 이런 흐름을 감안한 것이다.
때문에 필자는 이 지점에서 윤 대통령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이 하나 있다. 대통령에게 도대체 장제원은 어떤 존재냐는 것이다.
이 질문은 단지 한 정치인의 미래가 궁금해서 하는 게 아니다. 벌써 여권에선 김기현 대표 체제가 될 경우 장제원이 사무총장을 맡아 정치 지형에 적지않은 변화가 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이야 사무총장을 별것 아닌 당직으로 인식하지만, 대통령이 대표를 겸하던 시절에는 당의 인사권 재정권을 휘두르며 무소불위의 파워를 자랑한 사무총장들이 많았다. 당의 2인자였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장제원이 사무총장을 맡으면 공천에 적극 관여하는 실세형 총장이 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국민들은 정치 지도자가 어떤 사람을 곁에 두는지 보면서 그의 정치적 역량이나 그릇, 더 나아가 국정 방향을 짐작한다. 한동훈을 법무장관으로 기용한 뒤 검찰 수사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던 것처럼, 장제원이 당의 핵심이 되면 대통령실과 당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장제원을 어떻게 여기고 쓸지는 그에 대한 세간의 복잡한 평가를 떠나 온전히 대통령 몫이다. 나중에 역사가 평가할 정치적 선택이다. 때문에 차라리 장제원이 대통령에게 어떤 존재인지 이제라도 분명히 밝혀두는 게 그나마 향후 불필요한 혼란이나 윤심에 대한 오독(誤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찐윤 공인 마크’를 받은 최측근인데도 주변 시선을 의식해 괜히 아닌 척해서 대통령실과 여의도를 바라보는 관가, 특히 애꿎은 기업인들을 헷갈리게 하는 것보다는 낫다.
-이승헌 부국장, 동아일보(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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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박’ 운운하다 망한 당에서 재발된 꼴불견 내분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5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당대표 경선을 앞두고 친윤과 비윤으로 갈라져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고 당 쇄신과 총선 승리를 이끌기 위해 치러지는 경선이 주자들 간 편가르기와 낙인찍기로 난장판이 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총선 참패로 이어졌던 새누리당의 ‘진박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친윤 핵심부에서 불출마 압박을 받아온 나경원 전 의원은 “제2의 진박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됐다”고 했다. 친윤의 장제원 의원을 2016년 총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진짜로 미는 후보가 누구인지 감별했다는 친박계 중진에 빗댄 것이다. 당시 진박 논란에다 이른바 ‘옥새 파동’까지 터지면서 압승을 낙관했던 새누리당은 선거에서 패배했다.
장 의원은 나 전 의원을 향해 “반윤의 우두머리” “제2의 유승민이 되지 말라”고 맞포문을 열었다. 다른 친윤계 의원들도 “羅(나) 홀로 집에” “왜 장관이 못 됐는지 스스로 알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사무총장 호소인”이라며 장 의원을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도 “특정인을 향한 위험한 백태클이 난무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이준석 전 대표 징계 문제로 석 달 넘게 내홍을 겪느라 지지율이 급락하고 국정 운영까지 흔들렸다. 가까스로 혼란을 수습하고 전열을 정비하나 싶었는데 전당대회가 시작되자 마자 계파 싸움이 재연됐다. 경선 룰이 ‘당원 투표 100%’로 바뀌자 반윤 성향인 유승민 전 의원 배제하기라는 논란이 일었다. 출마 후보들은 저마다 “윤 대통령을 돕겠다”면서 ‘윤심 팔이’에 나섰다. 당대표 지지율 조사에서 선두권인 나 전 의원이 출마를 검토하자 친윤계는 “정치적 욕심에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 자리를 석달도 안돼 그만두느냐”고 집중 공격했다.
일각에선 “차라리 윤 대통령이 당대표를 지명하라”는 말이 나오는 지경이다. 찐박, 대박, 범박, 변박, 쪽박, 탈박 등 각종 파생어가 난무했던 2016년 진박 논란에 국민은 피로감을 넘어 혐오감을 느꼈다. 그 결과가 단순히 총선 참패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조선일보(2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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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별사’ 논란으로 번진 與 당권 경쟁, 이런 구태 또 봐야 하나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과 ‘친윤’ 그룹 간의 감정 싸움이 도를 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에서 해임한 이후 친윤계는 연일 나 전 의원을 ‘제2의 유승민’ ‘반윤 우두머리’ 등으로 공격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제2의 진박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라고 반박했다.
표면적으론 나 전 의원의 ‘출산 대출 탕감’ 발언이 문제가 됐지만, 갈등의 본질은 당권이다. 내년 4월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하게 될 당대표를 뽑는 3·8전당대회를 앞두고 나 전 의원이 출마 의사를 접지 않자 친윤 그룹이 ‘나경원 배제’ 의도를 노골화하면서 갈등이 격화됐다. 지난해 이준석 파동에 이어 또다시 한심한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권 내 갈등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총선 때를 연상시키는 듯한 모습이다.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은 ‘진박(진실한 친박) 감별사’ 등 공천파동 막장 드라마를 빚은 끝에 총선에서 패배했다. 이 갈등의 근원은 2014년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밀었던 서청원 후보가 비박 김무성 후보에게 패한 데서 비롯됐다.
더불어민주당도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친문·비문 갈등으로 시끄러웠고, 앞서 노무현 대통령 시절엔 친노·비노 갈등 끝에 분당까지 이르렀다. 여야 할 것 없이 새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대표와 의원들을 줄 세우는 행태나 계파 갈등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고물가에 이은 경기 침체로 민생경제가 힘들고 북한의 도발 위협 등 안보도 심상찮은 상황이다. 집권당이 어떤 사람을 대표로 뽑아야 대통령을 잘 뒷받침하고 정부를 견인해서 국민을 편안케 해줄 것인지는 궁극적으로 여당 당원들이 판단할 일이다. 하지만 국민은 지금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비전과 희망은 온데간데없고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잿밥다툼에만 열심인 듯한 집권세력의 구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묻고 있다.
-동아일보(2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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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모를 '나경원 사태'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0월 1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했다. 나 전 의원이 이날 부위원장 사직서를 서면 제출하자 사표 수리 대신 기후환경대사까지 모두 해임해 버린 것이다. 장관급인 부위원장은 대통령의 지휘를 받아 정부 부처들과 조율해 인구·저출산 대책을 세우는 중요한 자리다. 그런데 나 전 의원의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출마를 놓고 내부 갈등이 표출되더니 극단적 상황으로 가버린 것이다. 윤 대통령과 나 전 의원은 여러모로 사이가 나쁠 수 없는 관계다. 그러니 많은 국민은 무슨 영문인지 의아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나 전 의원이 “자녀 출산 시 대출 원금까지 탕감해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하자 대통령실이 “정부 기조와 다르다”고 공개 반박하면서 시작됐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정책을 내부 조율 없이 발표한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내부 이견 조정 과정이 이렇게 없을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문제의 본질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친윤 진영이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선거 출마에 부정적이란 것이라고 한다. 나 전 의원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은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선두권을 달리자 저출산위 부위원장에 취임한 지 석 달도 안 돼 당대표 선거에 나가려고 했다. 여기서 사달이 났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이런 문제는 자주 있는 일이다. 막후에서 대화로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것이 정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엔 조율이 아니라 전부 밖으로 파열음이 터져 나와 국민 앞에 현장 중계되듯 했다. 희한하고 납득 못할 현상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이준석 전 대표 징계 문제로 석 달 넘게 내홍을 겪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급락하고 국정 운영까지 흔들렸다. 정치적 해결의 길이 있었지만 정치는 완전히 실종됐다. 내부 소통이나 조율도 없었다. 이번에도 나 전 의원이 대통령 면담을 신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매사에 정면충돌해 파열음이 난다면 지켜보는 국민은 피곤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2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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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임된 羅 “대통령 뜻 존중.” 다정했던 네가, 상냥했던 네가 그럴 수 있나(나 어떡해 中).
-팔면봉, 조선일보(2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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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당 대표’의 시대착오적 성격
[송평인 칼럼]
대통령과 맞짱 뜨는 당 대표는 뭘 몰라
공천권을 유권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대통령 위해 행사하는 당 대표도 결격
정당 민주화·院內化로 당대표 없애야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는 여야 모두 당의 리더가 있고 그들은 총리이거나 야당 지도자다. 대통령제 국가는 약간 다르다. 미국에는 중앙당이 없고 당 대표가 없다. 당의 리더는 여당의 경우 대통령이고 야당은 의회 원내(院內)대표다. 프랑스에는 중앙당이 있고 당 대표가 있다. 그러나 여당 대표는 대통령이다. 야당 대표는 대개 의회 원내대표를 겸한다.
우리나라는 프랑스처럼 중앙당이 있고 당 대표가 있지만 여당 대표는 대통령이 아니고 야당 대표는 국회 원내대표를 겸하지 않는다. 당 대표가 여당의 경우 대통령으로 국정을 이끌거나, 야당의 경우 원내에서 국정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공천에만 몰두하는 나라는 의정 체제가 비교적 잘 알려진 나라 중에서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당에서 당 대표는 대통령과 원내대표 사이에 낀 과잉의 존재다. 당 대표가 자신이 과잉이라는 주제 파악도 못하고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여길 때 여당은 늘 위기를 맞았다. 더불어민주당보다는 국민의힘 쪽에서 그런 일이 많았다. 박근혜 정권에서 김무성이 그랬고 윤석열 정권에서 이준석이 그랬다. 유승민은 원내대표 때부터 그런 전력을 보여줬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유승민의 태도가 당 대표라는 자리의 성격을 잘못 이해한 데서 온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윤핵관’의 당 대표 장악 시도가 정당화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당 대표는 본래 원외(院外)에서 중앙당을 대표하는 자리다. 원외의 당이 의미를 갖는 것은 당이 진성(眞性)당원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그들이 내는 당비에 의해 당이 운영될 때다. 국민의힘 책임당원은 가짜 진성당원이다. 이들이 내는 당비는 고작 월 1000원이다. 당비는 다 모아도 정당 운영비의 1%밖에 기여하지 못한다. 정당 운영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건 국가보조금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당에서 가짜 진성당원 중심으로 대표를 뽑고 그 대표가 공천을 좌우하는 방식이 민주주의를 밑바닥에서부터 위협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선거 룰을 개정해 이번 선거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그 자체가 반칙인 데다 개정된 룰은 일반 유권자의 의사를 30% 반영해온 데서 당원들의 의사를 100% 반영하는 쪽으로 퇴행했다. 반칙과 퇴행을 해서라도 당 대표 자리를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출산율 제고를 위한 의견 표명일 뿐인 것을 트집 잡아 벌인 나경원에 대한 공격은 느닷없었다. 대통령의 참모들과 윤핵관은 대강 친윤(親尹)인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확실한 자기들의 사람을 꽂아 위로부터의 일사불란한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의 개혁은 누구를 당 대표로 뽑느냐에 달려 있지 않고 당 대표라는 자리를 없애는 데 달려 있다. 당 대표는 지역구를 좌우하는 중앙당, 플랫폼 정당을 거부하는 폐쇄적 당원, 위로부터의 공천 같은 시대착오적 개념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자리다. 물론 현실적으로 당장 당 대표를 없애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의 전진은 이런 시대착오적 개념을 떨쳐낼 당 대표를 뽑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
민주당은 당 대표란 자리에 붙어 있는 시대착오적 개념에 또 하나의 시대착오적 개념을 더했다. 사법처리 방탄이다. 검찰의 수사가 여전히 변죽만 울릴 뿐 정곡을 찌르지 못한다고 여기지만 이재명도 드러난 혐의를 믿을 만하게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이재명을 민주당 당선이 확실한 지역구에 출마시켜 불체포특권이 있는 국회의원을 만들더니 그것으로도 모자라 당 대표로 만들고 국회를 끊임없이 열어 이중 삼중의 방벽을 치고 있다. 자신의 사법처리를 막는 데 바쁜 사람이 현 국정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할 야당 대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우리나라 양대 정당은 한 번도 진성당원 중심의 정당이었던 적이 없지만 더 이상 진성당원 중심의 정당이 모범도 아니다. 오늘날의 정당은 원외에서는 당원만이 아닌 일반 유권자와 두루 소통하면서 원내에서 입법 활동을 통해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을 정당의 원내화라고 한다. 우리나라 정당이 원내화의 추세로부터 동떨어져 유독 후진적임을 보여주는 것이 독립된 당 대표라는 자리다.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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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대통령에 업힌 ‘정치 양로원’인가
[박제균 칼럼]
여의도, 公의식 실종 ‘정치업자’ 판쳐
‘방 빼기’ 거부하는 최고 노인 일자리
‘그 나물에 그 밥’ 與 전대, 관심 못 끌어
경제 한파에 ‘그들만의 잿밥’ 잔치인가
“내가 득점하는 것보다 팀이 승리하기를 바란다.” 스포츠 경기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멘트다. 하지만 이는 스포츠 세계의 미담일 뿐. 어느 때부턴가 한국 정치에선 이런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팀의 승리(정권의 성공)보다 자신의 득점(당선)에만 혈안이 된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곳이 작금의 여의도다.
‘나보다는 당(黨), 당보다는 나라’를 앞세웠던 선배 정치인들의 공(公)의식은 실종된 지 오래다. 그 대신 정치 영역이 자신들의 전유물인 양 착각하는 ‘정치업자’들이 판친다. 여의도를 ‘정치 양로원’ 삼는 노추(老醜)들이 늘어만 간다. 심지어 국회의원이 기초단체장으로, 대선후보가 광역단체장으로 격을 낮추며 한사코 방 빼기를 거부한다. 이러니 국회가 신인들의 충원을 막고, 권세와 생계를 동시에 챙겨주는 최고의 노인 일자리로 전락해가는 느낌이다. 정치를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정치에 발 들이고 제 발로 나온 사람은 거의 없다. 시대의 화두인 ‘세대 불평등 해소’에 가장 노력해야 할 정치야말로 그 불평등의 본산(本山)이다.
정치의 저질 평준화에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비정상으로 폭주했던 문재인 정권을 거치며 바닥으로 파고들던 정치의 수준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표방한 윤석열 정권에서도 올라올 줄을 모른다. 여기엔 아직도 정권이 교체됐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거야(巨野)의 책임이 더 무거울 것이다. 하지만 제힘으로 이루지도 못한 정권교체를 제 공(功)으로 착각하며 이제 겨우 살 만하니까 ‘기득권 본색(本色)’부터 드러내는 여당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벌써부터 염불보다 잿밥에 혈안이 된 국민의힘 3월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룰을 놓고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고 했으나 별 관심을 끌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거론되는 후보들만 놓고 보면 모두 ‘그 나물에 그 밥’이기 때문이다. 정권교체 후 첫 집권여당 대표를 맡을 만한 무게감과 개혁 의지를 지닌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친윤(親尹) 주자든, 비윤(非尹) 주자든 ‘윤 정부의 성공’이라는 염불을 외지만, ‘공천권 혹은 공천’이라는 잿밥에만 쏠려 있다.
비윤 주자 중 윤 대통령 쪽에서 가장 먼 유승민 전 의원을 보자. 유승민은 2015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들이받으며 정치적으로 컸다. 돌아보면 여당 원내대표라는 분이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를 노린 건 ‘자기 정치’요, 물러나면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운운한 건 치기(稚氣)에 가까웠다. 그런 그를 키운 건 ‘배신의 정치’로 찍어낸 박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이후 유승민은 탈당 창당 합당 등을 거듭하며 지난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한 번은 본선에서, 한 번은 경선에서 탈락했다. 올해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에까지 도전해 경선 탈락했다. 그쯤 됐으면 자신의 정치 인생을 돌아볼 때도 된 거 같은데, 또다시 뛰어들었다.
다른 주자들도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다. ‘지족원운지(知足願云止·만족함을 알고 멈추기를 바람)’하고 후배들에게 길을 터줬으면 하는 분들이거나 ‘친윤’이라는 라벨만 떼면 당 대표가 아니라 원내대표하기에도 버거운 정치력을 지닌 분들이 거의 다다. 윤석열 정부의 성패는 차기 총선 결과에 달려 있고, 여당의 총선 성패는 공천에 좌우된다. 18대 총선의 ‘친이(親李) 공천’은 공천권을 행사한 사람들이 자기 선거에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질 정도로 역풍을 불렀고, 이후 여권의 극심한 분열로 이어졌다. 20대 총선의 ‘친박 공천’은 총선 참패의 역풍을 불러 결국 박근혜 탄핵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윤 대통령으로선 오히려 ‘친윤 공천’이란 말을 경계해야 한다. 대통령에 업혀 당선되려는 사람들만 좋은 일 시키고, 정작 자신은 실패하지 않으려면. 이런 점에서 전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친윤 공천의 자락을 까는 듯한 ‘당원투표 100%’ 룰 변경이 과연 대통령에게 득이 될지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내년 상반기엔 최악의 경제 한파가 몰려온다. 국민의힘이 무슨 대단한 일을 했다고 논공행상이라도 하듯, ‘그들만의 잿밥’을 놓고 벌이는 잔치가 국민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 윤 대통령과 여당 사람들은 돌아봐야 한다. 그래야 집권세력이다.
-박제균 논설주간, 동아일보(2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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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권 전쟁 막전막후
김기현·권성동·나경원 ‘尹心·찐윤’ 경쟁… 안철수 ‘수도권 대표’로 당심 잡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건배하는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의 차기 당대표 경쟁이 시작됐다. 이번 대표는 다음 총선 공천권을 갖고 선거를 진두지휘한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 중반도 함께 이끈다. 권한과 책임이 막중하다. 친윤과 비윤의 거물들이 앞다퉈 경선에 뛰어들면서 신경전도 치열하다.
당 지도부가 경선 룰을 ‘당원 투표 100%’로 바꾸고 결선 투표를 도입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친윤(親尹)계는 “당원이 당대표를 뽑는 게 당연하다”고 했지만, 비윤계는 “친윤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골대 옮기기”라고 반발했다. 룰 개정으로 인해 경선 판도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친윤 후보 간 경쟁은 더 격해지고, 비윤(非尹) 진영에선 ‘역(逆)연대론’이 나온다. 윤심(尹心)과 수도권, 2040의 선택이 가장 큰 변수다.

◇격해지는 친윤 내전, 용산만 본다
친윤의 선발 주자는 김기현 전 원내대표다. 그는 몇 달 전부터 당권을 향해 뛰었다. 특정 계보가 없던 그는 ‘김·장 연대’를 앞세운다. 친윤의 핵심인 장제원 의원과 한 몸으로 당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그는 “김장을 잘 담그겠다”고 했고, 장 의원은 “데이트 중”이라고 했다. 당내 최대 친윤 모임인 ‘국민공감’ 의원 상당수도 그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윤 대통령과 만났고, 영남 지역 친윤 모임에 수시로 참석하고 있다.
그는 공천권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한다. 안정적으로 당을 관리하면서 윤 정부의 성공을 위해 뛰겠다고 했다. ‘국민공감’의 핵심 의원은 “윤심과 친윤은 결국 김기현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나·기·원 연대설’도 나온다. 나경원·김기현·장제원이 함께 뭉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 전 의원과 잘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대중적 인지도와 지지세다. 오래 뛰었지만 지지율은 선두권에 뒤진다. 윤심을 받더라도 당선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찐윤’(진정한 친윤) 후보를 자처한다. 윤 대통령의 어릴 적 친구이자 대선을 이끈 최고 공신이다. 윤 대통령의 의중과 국정 철학을 잘 아는 사람이 당을 이끌어야 총선도 이길 수 있다고 한다. 대선 캠프 출신 상당수도 그를 지지한다. 친윤 핵심 의원은 “올해 김장은 맛이 없다”며 “김기현이 친윤 대표 주자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권 전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를 노출하고 대야 협상에서 실패하는 등 수차례 실수를 한 점이 발목을 잡는다. 당원 지지율도 낮다. 김 전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거듭된 실책으로 스스로 물러난 분”이라며 “이미 평가가 끝났다”고 했다. 한 친윤 의원은 “국민 비호감도가 큰데 총선 승리를 이끌 수 있겠느냐”고 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앞세운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지지율도 선두권이다. 아직 출마 의사를 밝힌 적이 없지만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한 여당 의원은 “경선에 나가 확실히 이길 후보는 나경원”이라며 “윤심도 결국 이길 후보를 선택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은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를 맡고 있다. 친윤 핵심 인사는 “윤 대통령이 장관급 감투를 준 것은 당대표에 나가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라며 “대통령 허락 없이는 출마하기 힘들다”고 했다.
◇尹에 러브콜 안철수 “수도권 책임진다”
안철수 의원은 ‘수도권 대표론’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는 “총선 과반 승리를 위해선 수도권에서 50~70석을 얻어야 한다”면서 “내가 그걸 해내겠다”고 했다. 그는 인수위원장으로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자신이 왜 비윤이냐고 반문한다. 대통령에 대한 러브콜로 당심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친윤 성향의 현역 의원은 “수도권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은 총선에서 자신들을 당선시켜 줄 사람이 누구냐를 보고 있다”며 “지금 친윤 후보들로는 힘들고 안 의원이 적임자”라고 했다. 하지만 안 의원이 당권을 잡으면 차기 대선을 향한 자기 정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친윤 인사는 “안 의원에게 공천을 맡길 수는 없다”며 “윤 대통령도 그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고 했다.
여권에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권영세 통일부 장관 차출설도 나온다. 특히 원 장관은 최근 화물연대 파업에 강단 있게 대응해 민노총의 항서를 받아냈다. 대중적 인지도도 높다. 여권 핵심 인사는 “김기현·권성동 카드가 어필하지 못하면 원 장관이 유승민·안철수 대항마로 대타 출격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현직 장관이 나서려면 그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친윤 핵심부에서 원 장관에 대한 비토 기류도 없지 않다. 권영세 장관은 “장관들은 윤 대통령이 ‘오케이’해야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수도권·MZ 당심이 이변 낳을 수도
결국 윤심이 가장 큰 변수다. 친윤 의원들은 모두 용산을 바라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누굴 지목하는지 보고 지지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여권 핵심 의원은 “후보들이 저마다 낙점을 받았다고 하지만 아직 윤 대통령은 어떤 메시지도 낸 적이 없다”며 “2월에야 가시화할 것”이라고 했다. 친윤 후보들이 각자 뛴 뒤 그 결과를 보고 윤심이 정해질 것이란 얘기다.
윤 대통령이 끝까지 침묵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가 다른 결과가 나오면 리더십에 큰 상처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친윤 의원은 “어차피 결선 투표엔 친윤과 비윤 후보가 한 명씩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며 “그때 자연스럽게 윤심이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변수는 수도권과 2040 당원들의 표심이다. 2040 비율은 1년 사이 27%에서 33%로 늘어났고, 수도권 당원도 30%에서 37%로 급증했다. 반면 영남은 55%에서 40%로 크게 줄었다. 과거엔 영남과 60대 이상이 결과를 좌우했지만 이젠 젊은 수도권 표심이 이변을 낳을 수 있다. 복수의 의원들은 “의원들이 오더를 내린다고 따르는 당원이 많지 않다”며 “수도권 MZ 세대가 파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유승민 “도전 정신” 출마 의지, ‘非尹 연대’ 뜰까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경선 룰 개정에 거세게 반대해 왔다. ‘당원 70%, 여론조사 30%’를 ‘당원 100%’로 바꾼 것은 자신을 떨어뜨리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실제 비윤 진영은 ‘유승민과 비윤 후보 배제 룰’로 받아들였다.

“룰 개정으로 유승민 당선 가능성은 0%가 됐다”며 그의 출마 포기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22일 “나오지 말라는 메시지가 분명하지만 오히려 제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룰 변경이 출마 의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도 했다. 당대표 출마 의지를 밝힌 것이다.
유 전 의원은 대선 때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웠고, 최근엔 도를 넘는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그래서 윤 대통령 핵심 지지층과 국민의힘 강성 당원들의 분노와 반발을 샀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선 30%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10% 안팎으로 뚝 떨어졌다. 2위 안에 들기도 힘들지만, 결선 투표에서 친윤 후보를 꺾는 건 더 힘든 일로 받아들여졌다. 저조한 성적으로 떨어지면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유 전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은 “그는 명분을 중시한다”며 “어차피 불리한 싸움이니 밑질 것 없다고 보고 한판 붙을 공산이 크다”고 했다. 그럴 경우 비윤 표를 놓고 안철수 의원과 경쟁하게 될 것이다. 결선 투표에 두 사람 중 한 명이 올라갈 경우 막판 ‘비윤 연대’ 가능성도 있다. 당 운영과 공천에서 협력을 전제로 서로를 밀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비윤 의원은 “두 사람은 케미가 맞지 않아 함께 가기 쉽지 않다”면서도 “지지 선언 수준의 연대는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배성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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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배 정치는 ‘윤석열의 길’이 아니다
[이기홍 칼럼]
경선 코앞 룰 변경은 尹 장점인 당당함 훼손
‘당원-국민 비율’ 변경은 차차기부터 적용하고 결선투표만 도입하는 교통정리 나서야
편한 길, 눈앞 이익 택하면 신뢰·존경 약해져
필자는 칼럼을 준비하면서 지인들의 의견을 청해 듣곤 한다. 그중엔 우리 사회 이념 스펙트럼을 극좌1~극우10으로 놓고 펼쳐볼 때 5.1~8 사이로 분류할 만한 인사 그룹이 있다.
독립을 염원하는 식민치하 백성들처럼 정권교체를 열망했던 그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말실수나 측근 편중 인사에 한숨을 내쉬면서도 “그래도 문재인의 캠코더보다는 낫지 않나. 이재명 정권이라면 얼마나 악몽이었겠느냐”며 스스로를 다독였고, 당 대표를 무리하게 쫓아내려는 윤핵관에 개탄하면서도 이준석의 박덕(薄德)한 인성에 혀를 찼고, 간단한 사과 한마디면 정리될 사안을 ‘새끼’ 발언마저 부인하며 질질 끌고 가는 걸 답답해하면서도 MBC의 행태에 몇 배 더 분노했다.
그런 그들이 이번 주 필자에게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며 지적한 것은 “내 주변 보수들은 유승민류의 정치인에게 눈곱만큼의 관심도 없는데 왜 느닷없이 경선룰 분란을 자초하느냐”는 것이다. 필자가 “당의 대표는 당원들이 뽑는 게 맞지 않느냐”고 당원 100% 타당론을 슬쩍 제시하자 대뜸 “핵심은 그게 아니지 않으냐”는 반박이 돌아왔다.
“당원 100% 방식에 찬성한다”는 분들도 “이번부터 적용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했다. 친윤계가 당원 100% 당위성 홍보에 아무리 열을 올려도 국민은 ‘당신들 속셈을 다 안다’며 실소하는 것이다. 친정체제 구축은 국민에겐 지긋지긋한 패거리 정치, 소인배 정치의 동의어로 들린다. 문제는 소인배 정치가 당사자들만의 자승자박에 그치는 게 아니라 나라 미래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윤핵관의 의중대로 공천 영향력을 확대해 자기 사람들을 쉽게 심으면 총선은 해보나 마나다. 총선에서 지면 친윤-비윤이 극렬히 싸우고 나라는 다시 포퓰리스트 좌파의 수중에 넘어가게 된다. 지금은 여권이 단결해 외연을 넓혀도 총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 정세는 급변하고 내년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먹고 사는 문제가 악화되면 윤 대통령의 개혁도 동력이 떨어지고 여당은 더 불리한 조건에서 총선을 치러야 한다.
백번 양보해 정치공학적으로 친정체제가 유용하다 해도 지금 룰 변경을 밀어붙이는 친윤계가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이라는 ‘빅 픽처’에 따른 정교한 전략을 갖고 그러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런데도 갈대처럼 한 방향으로 눕는 여당 의원들을 국민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연극 보듯 환시(環視)하고 있다. 의원들의 우선 관심사는 대통령이나 지지자들과 다르다. 그들은 설령 정권이 쇠하는 길로 갈지라도 내 공천과 배지가 안정적이 되는 게 우선이다.
이제라도 윤 대통령이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 당원 중심으로 가자는 의원들 총의는 존중하되 다음(차차기)부터 적용하고 이번에는 결선투표만 도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당원-국민 비율’ 변경은 시험 코앞에 출제범위를 완전히 바꿔버리는 것에 해당하지만, 표심 왜곡을 막기 위한 결선투표 도입은 채점 절차를 더 엄격히 하는 것이므로 불공정 시비 소지가 적다. 결선투표를 반대하는 후보라면 자신이 과반수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사람임을 알면서도 상대 표 분산이라는 요행수만 노리고 있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보수진영 지도자에게 지지율 못잖게 중요한 건 지지층 마음 속의 신뢰와 존경이다. 좌파 진영에서는 ‘지지=신뢰=존경’의 등식이 성립한다. 권력 쟁취가 곧 실질적 자기 이익의 증대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주말 거리의 좌우 시위대를 비교해보라. 좌파 진영의 상당수는 노조, 시민단체, 온갖 조합·사회적 기업 등 우파 정권의 몰락이 자신의 이익과 직결돼 있는 사람들이다. 반면 우파 중에 정권 향배가 실제 자신의 일상 경제활동이나 이해관계에 직결돼 거리로 나온 사람은 드물다.
‘문재인의 40%’는 그 어떤 내로남불에도 “사랑해요”를 외치는 데 반해 ‘윤석열의 40%’ 중 태반은 말실수 한 번에도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런 모래성을 견고하게 만드는 방법은 존경과 신뢰다. 길은 간단하다. 당당하게 대도(大道)를 걷고, 자기편의 허물이나 실수에 엄정하고 겸허해지는 것이다. 만약 샛길, 꼼수를 택하면 존경과 신뢰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윤석열’은 정치 입문 전까지 최소한 절반이 훌쩍 넘는 국민에게 멋있는 사람이었다. 그 멋은 당당함에서 나온 것이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며 당당했던 검사, 뒷거래 꼼수는 생각하지 않는 강직한 이미지…. 그런 점에서 경선을 앞두고 룰을 바꾸는 식의 정치는 가장 비(非)윤석열적인 길이다. ‘윤석열 돌풍’은 기존과 달랐기 때문이다. 정권의 사냥개였던 옛 검찰과 달랐듯이, 계파·친정체제 욕심을 부리다 수렁에 빠졌던 과거 대통령들과 달라야 한다.
정치 신인이 뭐가 아쉬워서 야합과 술수에만 능한 정치꾼들의 때를 묻히는가. 게다가 윤 대통령이 개혁하고 싶어 한 보수정치의 가장 큰 병폐는 패거리·계파정치 아니었나. 힘들게 쌓았던 당당함의 이미지를 한줌도 안 될 현실 이익 때문에 훼손해선 안 된다. 검사 시절 정권이 아무리 난리 쳐도 국민이 지켜줬듯이, 당 대표가 누가 되든 대통령만 당당하면 국민이 최대의 버팀목이 되어줄 것임을 잊은 것인가.
-이기홍 대기자, 동아일보(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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