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23-02-22)-
[우크라 전쟁 1년 “세계의 운명과 질서가 결정되고 있다”]
[전략적 도전에 맞서 강화되는 미국의 아시아 동맹]
우크라 전쟁 1년 “세계의 운명과 질서가 결정되고 있다”

“바로 지금, 여기 우크라이나에서 국제질서의 운명이 결정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20일 대국민 방송연설은 비장하면서도 힘이 넘쳤다. 그는 그 국제질서가 ‘규범과 인간성, 예측 가능성’에 기반을 둬야 한다며 “필요한 것은 결의뿐”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전투기 지원 등을 요청한 직후였다.
▷러시아가 침공 사흘 만에 끝날 것으로 믿었다던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곧 1년(24일)이 된다.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한 이 전쟁은 국제 정세의 판을 완전히 흔들어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과 유럽에 맞서 러시아와 중국이 밀착하는 ‘자유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구도가 공고해졌다. 중-러의 밀착 속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아시아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오커스(AUKUS) 등과의 협력으로 태평양까지 연대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블록화를 바탕으로 전선(戰線) 재편이 급속히 진행 중이다.
▷세계 2위의 군사대국인 중국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은 향후 판도를 뒤흔들 변수다. 중국은 부인하지만 미국은 관련 움직임을 일부 포착했다는 게 외신의 보도다. 중국의 군사 지원이 현실화할 경우 진영 대결은 이념 전선을 넘어 유혈 충돌로 번질 수도 있다. 자칫 대규모 국제전으로 비화할지도 모를 일이다. 전쟁 장기화의 피로감 속에 러시아가 핵무기를 꺼내 들 가능성도 다시 제기됐다. 종신집권을 노리는 푸틴 대통령이 내년 3월 대선 승리를 위해 무리수를 쓸 수 있다는 우려다.
▷에너지난과 식량난 같은 지리경제학적 리스크도 현실화하고 있다. 제재로 막혀버린 기존 시장과 공급망의 대안을 찾느라 각국이 분주하다. 그렇다고 모든 국가가 진영 싸움에 동참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로 불리는 제3국가들 중에는 선뜻 편을 들지 않은 채 전세를 봐가며 합종연횡을 모색하는 곳이 적지 않다. 이념보다는 각국 이해관계에 따라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끝나고 다극체제로 넘어가는 분기점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측 사망자 수 22만 명, 난민 등 인도적 지원 대상자 1800만 명, 물적 피해 1145억 달러(약 149조 원)…. 처참한 현실 앞에서도 전쟁은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의 ‘3월 대공습’을 앞두고 양측 모두 전방에 병력과 무기를 다시 집결시키고 있다. 이 파국적인 소모전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새 국제질서는 어떻게 정착될지, 그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를 비롯해 수많은 숙제가 던져질 것이다. 한국도 비켜 갈 수 없는 질문들이다.
-이정은 논설위원, 동아일보(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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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도전에 맞서 강화되는 미국의 아시아 동맹
[세계의 눈]

한미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다음 날인 19일 한반도 영공에서 미 공군 전략폭격기 B-1B 등을 비롯해 연합 편대비행 방식으로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들은 올 초부터 권위주의 정권들의 강렬한 전략적 도전에 직면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인한 침공을 계속하고 있으며, 북한은 외교를 거부한 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고 핵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경제적 질서에 대한 광범위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안보 환경은 아시아태평양 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적 도전들은 오히려 미국과 아시아 민주주의 동맹국들을 더욱 가깝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주요 아시아 동맹국은 새로운 전략적 도전에 대한 대응으로 안보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외교·국방 등 잇따른 장관급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다. 또 이를 넘어 70년 전통의 안보동맹을 기술과 민주주의 증진을 포함한 포괄적인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확장하고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이 과거보다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한국은 연합훈련을 확대해 전투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통합 억지의 신뢰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 역내는 물론 글로벌 무대에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자유와 법치, 인권 및 국제 규범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미국의 또 다른 아시아 주요 동맹국인 일본은 방위 예산을 대대적으로 증액하고 연합 방위 태세에 대한 기여를 대폭 확대해 새로운 전략 지정학적 도전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의 조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위협에 자극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강화된 방위 태세는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억지하고, 이를 통해 한미일 3국의 공통된 이익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과 남중국해 영유권 침해는 필리핀과 미국의 동맹 관계 부활을 이끌어냈다. 필리핀은 7000여 개의 섬이 한국의 중요 해상 노선에 자리 잡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다. 필리핀 내 미군 주둔은 1992년 미군 주둔 협정 종료로 미군 함선의 필리핀 방문과 연합 훈련 등 극히 제한적인 영역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필리핀을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필리핀 정부의 합의로 미군은 이제 남중국해와 대만 인근 필리핀 군사기지를 정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아시아 동맹국들에서 나타난 이 같은 진전들이 합쳐지면서 역내 안보 도전에 대처하기 위한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들의 능력은 향상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협력할수록 공동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은 더욱 강화된다. 이런 관점에서 한일 관계는 특히 중요하다. 미국은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노력을 따뜻하게 환영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새로운 방위정책의 일환으로 한미일 3각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강제징용 문제와 일본의 수출통제 문제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는 데 고무돼 있다.
한미 동맹은 올 10월 70주년을 맞는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올봄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문은 70년간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한 한미 동맹을 기념하고 어려운 시기에 아시아 역내 및 국제 안보에 기여할 포괄적 글로벌 파트너십을 더욱 발전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다.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동아일보(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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