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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시 ‘N수생’ 천하.. 국가경쟁력 갉아먹는 인재 쏠림] ....

뚝섬 2023. 4. 4. 09:10

[의대 정시 ‘N수생’ 천하… 국가경쟁력 갉아먹는 인재 쏠림]

[진통제]

[상위 0.2% 몰리는 의대, 세계 의대 순위는 크게 낮은 이유] 

[‘의료 삼성전자’ ‘노벨 의학상’ 불가능한 ‘의대 공화국’]

 

 

 

의대 정시 ‘N수생’ 천하… 국가경쟁력 갉아먹는 인재 쏠림

 

46세 22학번인 지방대 의대생. 이 늦깎이 학생의 사연이 얼마 전 유튜브 등에서 화제가 됐다. 서울 명문대 97학번인 그는 17년간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3수 끝에 의대에 합격했다. 마흔 넘어 얻은 늦둥이 딸을 위해 ‘정년 없는 전문직’이 필요하다고 여겨 의대를 선택했다고 했다. 최근 의대엔 번듯한 직장을 포기한 ‘유턴족’을 비롯해 재수 이상의 N수생이 늘어나 고령화되고 있다.

▷교육정책연구단체인 ‘교육랩공공장’ 조사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전국 의대 정시 합격자 4명 중 3명은 N수생이었다. 전체 5000여 명 중 N수생이 77.5%나 됐다. 지난해 서울 소재 대학의 N수생 비율이 34.5%인 것과 비교하면 2배 넘게 차이 난다. 유독 의대에 N수생이 쏠리는 건 늦깎이 학생의 기대처럼 ‘정년 없고 연봉이 높다’는 것 때문이다. N수로 몇 년 늦게 출발해도 남는 장사라는 계산이다.

▷N수생은 주로 어디서 올까. 입시업계에선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이공계와 KAIST 등 4개 과학기술원 학생들이 N수생의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본다. 수시를 위해 내신을 신경 써야 하는 고3과 달리 이들은 정시 과목에만 집중할 수 있어 수능 고득점에 유리하다. 여기에 지방 의대에서 서울 지역 의대로 갈아타려는 수요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이 옮기고 간 빈자리로 인해 이공계 학과나 지방 의대들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거나 다시 편입생을 뽑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한다.

 

의대 N수생에 밀린 고3 재학생들은 원치 않은 이공계로 가거나 대학 간판을 따기 위해 문과 침공을 감행한다. 이들에게 밀린 문과 지망생들은 재수생이 되기 십상이다. 꼬리에 꼬리를 문 연쇄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과학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영재고와 과학고의 우수 재학생들은 그동안 받았던 지원금까지 반납하면서 의대로 진로를 바꾼다. ‘공부 잘하면 의대’라는 사회적 인식 속에서 ‘의대를 정점으로 한 학력 줄 세우기’의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의대 지망생은 화수분처럼 늘지만 소아과 흉부외과 등 필수 진료 의사는 태부족이다. 한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의사는 모르는 것도 죄가 되는 직업”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사명감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단지 공부 잘한다는 이유로, ‘정년 없고 높은 연봉의 전문직’ 지위를 얻겠다는 목표만으로 너도나도 의대 문을 두드리는 현실이 씁쓸하다. 전국 대학 의대 정원은 약 3000명. 수능 응시생 중에서 상위 1% 내의 인재들이 간다. 이런 최고급 두뇌들을 병원 말고도 반도체, 인공지능, 로봇, 우주항공 등 첨단 분야 연구실에서도 골고루 볼 수 있었으면 한다. 그게 개인도, 국가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길이기에….

-서정보 논설위원, 동아일보(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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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 

 

기원전 3000년 버드나무 껍질 사용… 동의보감에선 치통약으로

 

버드나무(왼쪽)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진통제의 재료로 사용됐어요. 오른쪽 사진은 오늘날 진통제로 널리 쓰이는 아스피린. /위키피디아

 

얼마 전 스위스 바젤에서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이 한데 모이는 행사인 '바이오 유럽 스프링'이 열렸습니다. 이 행사에 참여한 비보존(Vivozon)사는 비(非)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을 우리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식약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한다고 해요. 아플 때 통증을 덜기 위해 진통제를 사용하는데요. 일반 진통제로 덜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은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마약성 진통제는 중독성이 있어 오남용될 경우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효과가 뛰어난 비마약성 진통제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통제는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요?

기원전 3000년쯤 이집트에서는 파피루스에 다양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 중엔 다치거나 병들었을 때 버드나무 껍질로 약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있어요. 고대 그리스의 의사인 히포크라테스도 버드나무 껍질을 진통제로 썼다고 해요. 또 히포크라테스 이후의 인물인 디오스코리데스 역시 버드나무 잎과 껍질을 잘게 빻아서 후추와 함께 와인에 타 먹으면 복통에 효과가 있다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동양에서도 버드나무를 진통제의 재료로 사용했습니다. 조선 중기의 의사 허준이 집필한 '동의보감'에는 버드나무 가지를 달인 물로 양치를 하면 치통이 멎는다고 서술돼 있습니다.

이처럼 버드나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진통제의 재료로 널리 이용됐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버드나무가 진통제 역할을 한다는 것만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을 뿐, 그 원리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버드나무의 진통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부터입니다. 1763년 영국의 목사 에드워드 스톤은 50여 명의 발열 환자들에게 버드나무 껍질 달인 물을 마시게 했어요. 실제로 열이 떨어지자 그는 런던 왕립협회에 버드나무의 효능을 알렸어요. 이후 유럽의 여러 화학자들이 버드나무의 성분을 연구했고, 1828년 독일 화학자 요제프 부흐너, 1829년 프랑스 화학자 앙리 르루가 버드나무 껍질에서 진통 효과를 내는 성분인 살리신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1838년 이탈리아의 화학자 라파엘레 피리아는 살리신에서 진통 효과가 더 강한 살리실산을 추출해냈습니다.

하지만 살리실산은 산성이 너무 강해 신맛이 강하고 위장을 심하게 자극했어요. 독일 제약회사에 근무하던 펠릭스 호프만은 살리실산의 진통 효과는 유지하면서 산성은 줄인 화합물인 '아세틸살리실산'을 개발했어요. 아세틸살리실산이 오늘날 진통제로 널리 쓰이는 아스피린입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 조선일보(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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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0.2% 몰리는 의대, 세계 의대 순위는 크게 낮은 이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020년 8월 14일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에 반대하며 집단 총파업에 나선다. 서울 여의대로에서 '4대 악(惡) 의료 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를 개최한다. 전공의 상당수와 전임의 다수도 참여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응급실, 분만실, 투석실, 입원환자 및 중환자 담당의 등 필수 의료 인력은 이번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기로 해 응급 환자 등의 진료 공백은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의 모습.

 

최근 영국 대학평가기관 QS 발표한 ‘2023 학문 분야별 세계 대학 순위의학 분야에서 국내 순위가 가장 높은 서울대 의대가 세계 37위에 그쳤다. 순위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그다음이 연세대 의대 56위, 성균관대 의대 94위순이었다. 서울대 의대 순위가 낮은 것은 환자 치료 기술은 세계 수준까지 왔지만 의학 연구가 크게 미흡하고 특히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논문이 세계 151위로 하위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한국 사회엔 의대만 갈 수 있다면 재수, 3수, 4수 등 몇 번이고 대입 시험을 보는 이른바 ‘N수생’이 넘쳐나고 의대에 보내겠다고 초등 의대 준비반이 성행할 정도다. 상위 1% 수험생들이 전국 의대를 차례로 채운 다음 다른 학과에 눈을 돌리는 현상이 나타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서울시 안에 있는 의대를 가려면 전국 0.2% 이내에 들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서울대 화학공학과는 세계 17위, 카이스트 재료과학과는 18위였다.

 

대학 평가 기관이 매기는 순위는 여러 가지 한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흐름과 추세는 보여준다. 한국 최고의 수재들이 모이는 의대가 그렇지 못한 분야에 비해 국제 경쟁력이 뒤진다면 이유를 살필 필요가 있다. 공대에 수재들이 몰릴 때 한국 제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지금은 몇몇 분야에선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을 선진국으로 만든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의대는 최상위권 수재들이 한꺼번에 몰려든 20년이 넘었는데 15000 달러에 달하는 세계 의료 시장에 거의 존재감도 없다.

 

이제 한국 의료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의사과학자를 적극 키우고, 과감한 비대면 진료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연구 개발해야 한다. 해외 의료 시장 진출 여지도 크다. 한국 의료가 나라에 활로를 열어줬으면 한다.

 

-조선일보(2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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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삼성전자’ ‘노벨 의학상’ 불가능한 ‘의대 공화국’

 

[양상훈 칼럼]

의대에 수재들 다 모이지만 세계 의료 시장 韓 비율 2%… ‘2%’에도 의사들 기여는 ‘0′
한국은 의료 산업 키울 의사 과학자 불모지대… 거기에 기득권 저항까지

 

초등학생 학원에 의대 준비반이 생길 정도다. 동년배들의 기억을 모아보면 과거에도 의대는 상위권이었지만 이런 정도는 아니었다. 1997년 외환 위기로 많은 직장인이 졸지에 실직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직장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세상이 어떻게 되든 망하지 않고 쫓겨나지 않을 직업에 대한 열망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심어졌다. 그게 의사였다.

 

이제 좋은 일자리라는 대기업에서도 50대 중반 넘어서까지 버티기 쉽지 않아졌다. 임원 승진은 회사에서 곧 나가야 한다는 신호인 경우가 많다. 과거에도 50대 퇴직은 흔했지만 그때는 퇴직 후 20년 정도 더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50대 퇴직 후 50년을 더 살지도 모르는 세상이다. 요즘 의사는 70세가 넘어도 능력만 있으면 고용하려는 병원이 있다. 수입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성적이 좋은 학생과 학부모가 의대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것이다. 어느 자리에서 많은 분이 의대 쏠림 현상을 걱정했지만, 한 분이 “내가 지금 수험생이라도 의대를 가겠다”고 하자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당장은 어떤 조치로도 이 물결을 막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의대를 환자 치료 역할을 넘어서 의료 바이오 산업을 일으켜 세우는 기지로 만들어야 한다. 의사만이 아니라 국민을 잘 살게 할 의사 과학자들을 길러내자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의사 공화국’은 사회 병리 현상이 아니라 반도체 못지않은 국부를 창출할 기반이 될 수 있다. ‘의료 삼성전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의사라고 하면 수술하고 약 처방하는 치료(임상) 의사밖에 모른다. 미국 등 선진국엔 의사 과학자가 많이 있다. 의사 과학자는 의사 면허를 갖고 새로운 치료법과 의약품, 의료 장비를 연구 개발하는 사람이다. 의학, 과학, 공학 융합 연구 역량을 갖춰야 한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절반이 의사 과학자다. 나머지는 생물학자, 생화학자 등이다. 치료만 해온 의사 중 수상자는 없는 것으로 안다. 한국 의대에 수재가 다 모여도 노벨 의학상이 나올 수 없는 이유다.

 

치료 의사는 평생 수백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지만 의사 과학자는 바이러스와 질병으로부터 온 인류를 구할 수 있다. 의사 과학자는 바이오 산업을 일으켜 수십 만 일자리를 창출하고 막대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다. 한국처럼 의대 쏠림 현상이 심한 나라가 없으니 세계 수준의 의사 과학자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현재 세계 상위 제약 회사 10곳 CTO(최고기술책임자) 중 70%가 의사 과학자다. 이들이 신약 개발과 투자를 결정한다. 미국 영국 투자 유치 상위 스타트업 20곳 중 의사 과학자가 창업한 곳이 3분의 1이 넘는다. 화이자 코로나 백신도 터키 출신 독일 의사 과학자 부부가 개발했다. 화이자 코로나 백신은 매출 900억달러, 최소 추정 이익 180억달러다. 역시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도 MIT 교수인 의사 과학자다. 에볼라 치료제를 개발한 의사 과학자는 세계 20위권의 제약 기업을 만들었다.

 

세계 의료 시장 규모는 1조5000억달러라고 한다. 1조달러가 제약, 5000억달러가 의료 장비다. 한국은 이 시장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이 2%에 한국 의사들이 기여한 것은 사실상 ‘0′이다. 공대 출신들이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는데 수재 집단 의사들이 경제에 기여하는 것은 없다. 환자 치료가 우선 문제이겠지만 ‘의사 공화국’이 됐다면 거기에 그쳐선 안 된다.

 

하버드대 병원 의사 3000여 명 중 3분의 1이 연구 의사라고 한다. 이들의 연구 프로젝트가 큰 부가가치를 만든다. 공대가 의대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이스라엘 명문 테크니온 공대 내 의대는 강력한 이스라엘 바이오 산업의 중심지다. 미국 일리노이 공대에도 의대가 있다.

 

불행히도 우리 현실은 한마디로 의사 과학자 불모지대다. 전국 의대 졸업생 중 연구 의사를 지망하는 사람은 극소수로 유명무실하다. 소수가 스타트업 창업도 하지만 아직 미약하다. 모두가 앞길이 보장된 치료 의사만 지망하고, 모험적인 연구 의사를 하려는 사람이 없다. ‘미래 먹거리 산업 바이오’ 운운은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다. 이 뿐이 아니다.

 

카이스트가 의사 과학자 양성을 위해 의전원을 만들려고 하자 의사협회에서 가로막고 있다. 치료 의사 숫자가 늘어날까 봐 반대하는 것이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이 “카이스트 의전원엔 인턴 레지던트 과정이 없다. 전문의 자격증이 없다. 임상 의사 경쟁력이 없으니 기존 의사들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호소하지만 기득권에 혹시라도 손해가 될까 봐 반대하는 의사들 앞에서 통하지 않고 있다. 다행히 윤석열 대통령이 카이스트 방문 때 의전원 설치 추진을 지시했다고 한다. 의료 바이오 산업이 발전하면 결국 의사들도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것이다. 조금만 양보하고 멀리 봤으면 한다.

 

-양상훈 주필, 조선일보(23-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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