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베트남·폴란드의 과거사에서 배우는 교훈] ....

뚝섬 2023. 3. 31. 09:09

[베트남·폴란드의 과거사에서 배우는 교훈]

[계묘국치, 진짜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

[미래를 위한 한일 정상회담의 첫걸음]

[5년 단임 대통령의 새 승부처]

 

 

 

베트남·폴란드의 과거사에서 배우는 교훈

 

[朝鮮칼럼]

20C 지도서 사라졌던 폴란드, 800만명 숨진 베트남현재 나라의 발전을 보라
가장 위대한 과거사 극복은 부국강병과 경제발전잊지 않되, 실력 키워야

 

극소수 강대국을 제외한 현존하는 국가 대부분은 외세 침략과 식민 지배의 아픈 역사를 겪었다. 특히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제국주의 시대엔 더욱 그랬다. 아프리카는 물론이고, 중동에서 극동에 이르는 아시아 대륙 전체에 온전한 독립국은 일본과 태국 두 나라뿐이었다. 당시엔 국가의 무력행사가 합법적 주권행위로 간주되었고, 어떤 국제법도 무력을 통한 영토 합병이나 식민 지배를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것이 불법화된 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판 반 장 베트남 국방부 장관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3.3.28/국방부

 

시기 가장 처절한 고난의 역사를 겪은 나라는 단연 아시아의 베트남과 유럽의 폴란드였다. 베트남은 1883년 프랑스 식민 통치, 1940년 일본군 진주, 1950년 대프랑스 독립전쟁, 10년간의 대미 전쟁 등으로 전체 국민의 10%인 800만 명을 잃었다. 폴란드는 독일, 러시아, 오스트리아에 의해 전 국토가 분할돼 123년간 지도에서 사라졌다가 1918년 독립을 회복했다. 그 후 1939년 나치 독일과 소련에 의해 다시 분할 합병되었다가 1945년 회생했는데, 그 6년간 유대계 300만 포함, 560만 국민이 나치 독일 손에 목숨을 잃었고, 군장교, 경찰, 지식인 등 지도층 인사 2만2000명이 소련군에게 집단 학살되었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인류에게 가장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 교훈도 얻지 못하는 있다”고 했다. 이는 “과거를 잊은 국가에 미래는 없다 유럽의 오랜 격언과도 일맥상통한다. 과거 역사를 교훈 삼아 다시는 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가 간 관계에 있어 그런 역사의 교훈은 주로 미래의 도전과 재앙에 대비한 부국강병, 즉 부유한 나라와 강력한 군사력의 건설을 의미한다. 과거의 역사적 원한을 잊지 말고 길이 기억하라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폴란드, 독일 전차 우크라에 첫 인도-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인 지난 24일(현지 시각) 데니스 슈미할(왼쪽에서 둘째) 우크라이나 총리와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왼쪽에서 셋째·뒷모습) 폴란드 총리가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독일제 주력 전차 레오파르트2 앞에서 전차 운용 요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이날 서방 국가 중 처음으로 레오파르트2 전차 4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며“가능한 한 빨리 러시아 침략군을 몰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뉴스1

 

베트남은 과거의 모든 가해국을 향해 과거를 덮고 미래를 위해 협력하자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경제 발전을 통한 부국강병이 최우선 국가 목표이기 때문이다. 과거 김대중 정부가한국군의 베트남 양민 학살 의혹 대한 공동 조사와 보상 용의를 전달했을 , 베트남 정부는 과거사에 대한 일체의 논의에 반대한다 이를 즉각 거부했다. 과거 두 차례 국가 소멸을 겪었던 폴란드는 러시아의 위협에서 벗어나고자 냉전 종식 후 가장 먼저 NATO에 가입해 민족의 오랜 숙적인 독일과 안보 협력을 강화해 왔고,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악몽으로 대대적 군비 증강을 서두르고 있다.

 

임진왜란의 교훈을 후세에 전하려던 영의정 류성룡의 징비록과 이순신 장군의 업적은 치욕적 역사를 덮으려던 조선에서 곧 잊혀졌지만, 일본은 수백년간 이들을 연구해 전쟁의 교훈을 되새겼다. 1905년 러시아 발틱 함대를 격파한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은 출전에 앞서 이순신에게 승전기원제를 올렸고, 승전 후 축하연에서 자신은 이순신에 비하면 하사관만도 못한 존재라 말한 것으로 일본 사료는 전한다. 그와 대조적으로 조선은 왜란을 겪은 후에도 아무 대책 없이 친명사대와 당파싸움에만 몰두하다 30 만에 다시 정묘, 병자호란을 맞았고, 그러고도 다시 대책 없이 19세기 제국주의 침공을 맞아 무너졌다.

 

식민 지배 종식 후 80년이나 지난 현재도 한국에선 그 시절에 대한 추가 사과‧보상 요구가 큰 화두다. 그러나 우리보다 참혹한 과거사를 겪은 나라도 다들 미래를 위해 더불어 살아가는 시대에 우리만 홀로 과거사에 매몰돼 수는 없다. 케냐, 인도네시아, 나미비아 등도 식민 지배국에 사과‧보상을 요구했다 하나, 이는 특정 대량 학살 사건에 국한된 요구였을 뿐이다. 그럼에도 굳이 과거사 논의를 계속하려면 남침 전쟁을 일으켜 수십만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북한중국과의 과거사도 함께 논의되어야 것이다.

 

우리가 그 시대 역사로부터 배울 교훈은 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게 부국강병을 확고히 하는 일이다. 일제 36년의 기억은 지워질 수 없지만, 그것이 미래의 안보와 번영에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은 양국이 과거사를 넘어 미래로 나갈 구체적 길을 제시한 용기 있는 정치적 결단이었다. 한일 관계가 가야 길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명확하다. 단지 과거사의 강을 건너기 위한 정부와 국민의 용기 있는 행동이 필요할 뿐이다.

 

-이용준 외교부 북핵대사, 조선일보(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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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국치, 진짜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

 

[송평인 칼럼]

강제징용 해법, 일본에 숙이고 들어간 것 분명
그러나 國恥 자초한 원인은 2018년 대법 판결
한일관계를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게 만들어
尹 책임도 있어, 반성하고 해법 이해 구해야

 

2012년 대법원 1부는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 배상 책임을 처음 인정했다. 당시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지 않고 소부(小部)에서 결정된 것은 1부에 속한 김능환(주심) 이인복 안대희 박병대 대법관이 모두 배상 책임 인정에 동의했음을 뜻한다.

당시 대법원 1부가 파기환송한 사건은 재상고돼 6년 만인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해 13명이 참여해 이 중 김 대법원장과 김소영(주심) 조희대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대법관 등 11명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그로써 판결이 확정됐다.

국가는 어찌 되건 말건 자신만 비난을 면하면 된다고 여긴 대법관 15명의 이름을 기억해 두라고 일일이 거론해봤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상권 행사 없는 ‘제3자 변제’로 일본에 숙이고 들어가는 국치(國恥)를 자초한 책임은 윤 정부 외교 3인방이 아니라 바로 이들에게 있다.

 

2012년 대법원 1부 판결이 내려진 직후 이 문제에 정통한 이근관 서울대 교수 등 국제법 전문가들의 비판 논문이 쏟아졌다. 요지는 두 가지다. 첫째,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는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도 포함돼 있다는 게 일본 정부만이 아니라 한국 정부도 오랜 기간 일관되고 명확하게 견지해 온 견해라는 것이다. 둘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체결된 대부분의 유사한 협정이 국가와 개인의 청구권을 구별하지 않고 동시에 소멸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2018년 대법원은 6년 전과 똑같은 판결을 내렸다.

한일 청구권 협정에는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표현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에서 위안부 합의가 따로 체결된 것은 1965년 당시에는 위안부가 현안으로 부상하지 않아 한일 간의 묵시적 합의에 의한 청구권 범위에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제징용은 그 범위에 들어 있었다. 강제징용 배상 청구권이라면 그것이 개인의 청구권이지, 국가의 청구권이겠는가. 그래서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가 대신 배상을 받았으니 피해자에게 대위(代位) 변제한다는 구상이 나왔고 그대로 실행됐다.

대법관들은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이 한일 간 협정을 파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외교 갈등을 초래하리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나 정부가 알아서 하라고 던져버리고는 빌라도처럼 손을 씻었다. 그들이 지난 5년간 한일 관계의 악화를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세상 물정에 어두운 오지(奧地) 국가에서나 나올 법한 판결을 했으니 일본 기업이 배상을 거부해도 문재인 정부 5년간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가져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사법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고 판사 검사 변호사 교수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대법관의 자리에까지 오른 똑똑한 사람들이 외교관계를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헝(hung)’ 상태로 만드는 판결을 내리는 바람에 결국 일본에 숙이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 부끄러워한다면 진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두 사람을 더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사람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고, 다른 한 사람은 윤 대통령이다. 외교에는 ‘한목소리 원칙(one voice principle)’이라는 게 있다. 사법부냐 행정부냐 입법부냐를 넘어 국가 전체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원칙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한일 정부 간의 외교적 해법이 마련되기까지 판결 확정을 가능한 한 연기시키려 했다. 그런 그를 박근혜 정부와의 재판 거래로 몰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다름 아닌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는 여러 혐의가 적용됐지만, 그를 구속까지 몰아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강제징용 재판을 질질 끌었다는 혐의다.

제3자 변제는 채권자도 채무자도 원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사과할 사람은 사과할 생각이 없고 아무런 관련 없는 제3자가 대신 사과한다면 사과를 받아들일 수 있겠나. 분명 무리한 해법이다. 그렇다고 이 해법을 탓하기도 어려운 건 이미 두어진 무리수는 새로운 무리수를 두지 않는 한 바로잡을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는 듯이 딴청 부리지 말고 문재인 정부 적폐수사의 장단에 맞춰 칼춤을 춘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해를 구해도 구해야 할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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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한 한일 정상회담의 첫걸음

 

한일 정상회담은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이번 회담을 두고 야당과 비판적 시민단체는 애국과 매국의 잣대로 정쟁을 몰아가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상반된 여야의 논란은 어떤 극일(克日)을 선택할지를 국민에게 묻고 있다. 과거냐 미래냐 또는 감정이냐 전략이냐의 선택이다.

흔히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평가할 때 상대국(일본)의 양보, 관련자(피해자)의 이익, 여론의 지지율 등을 고려해 ‘윤석열 정부는 얻은 것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은 기존의 한일 관계 패턴을 변화시키는 큰 전략적 그림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한일 관계 대립의 악순환을 더 이상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윤 대통령의 결단이 일본과의 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9면에 걸친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윤 대통령 소개, 윤 대통령에 대한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 평가 등을 보더라도 일본도 한일 관계 개선은 절실하다. 일본의 기대를 넘은 윤 대통령의 결단에 화답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 일본 정치권에서조차 한국에 대한 비판적 논조는 자취를 감췄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일 관계 개선 분위기는 만들어졌다. 당장 기대에 못 미쳤다고 해서 미래를 위한 새로운 발걸음마저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어떤 한일 관계를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그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의의는 소통과 대화가 시작됐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한일 관계 개선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의 불만에서 시작돼 일본이 마지못해 양보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 한국 국력 상승에 따른 일본의 초조함은 반성과 사죄를 하지 않으려는 상황을 만들었다. 게다가 한일의 자존심 대립은 과거사뿐 아니라 경제, 안보 등 전 영역으로 확산됐다. 전형적인 예가 2019년 아베 총리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였다. ‘경쟁 상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속 좁은 대응’이 반도체 3품목의 규제로 나타났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는 ‘죽창가’로 대응하면서 한일 관계 대립은 악화됐다.

 

한일의 자존심 대립은 결코 양국 국익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4차 산업혁명 대응, 미국과 중국의 위협, 그리고 북한 핵문제 앞에선 양국은 똑같은 입장이다. 서로 협력해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다. 감정 대립의 악순환을 끊어버리지 않고는 양국은 서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먼저 대승적인 차원에서 한일 관계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자 결단했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정상회담으로 화답한 것이다.

정상회담 평가에 일본의 사죄와 반성 표명만 매몰할 것은 아니다. 일본 스스로가 선진국으로서 역사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 일본 내 보수 세력조차 ‘통절한 반성과 사죄’에 대한 언급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일본 내 움직임이 확산하도록 한국이 앞서 나아가야 한다. 윤 대통령은 피해자들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아픔을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양국은 미래를 위한 프로젝트에 함께 협력해 동북아의 모범을 보여야 하며 이번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성숙한 한일 관계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동아일보(2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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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단임 대통령의 새 승부처

 

외교 이슈에서 승부 보려 했던 한국 대통령들
尹도 이 분야서 임기 상반기 성패 결정 날 듯

 

“That’s the beauty of one-term presidency.”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을 하러 가기 직전 미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5년 단임 대통령이니까 이 정도의 강제징용 해법을 갖고 한일 정상회담이라는 승부수를 보란 듯이 던졌다”는 얘기다. “재선에 도전해야 하는 미국 대통령 같으면 생각하기 어려운 카드”라고도 했다.

한일 간의 화해를 권했던 미 정부 인사의 말이라 의외였다. 정상회담 후 벌어지는 풍경은 그의 반응처럼 복잡하다. 여권은 “윤석열식 결단”이라고 치켜세우지만,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이완용” “제2의 을사늑약”이라고 맹비난한다. 일본 측은 회담에서 독도, 위안부 합의 이행 등이 거론됐다고 주장하며 뒤통수를 치고 있다. 회담 후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가 완연하다.

 

윤 대통령은 물러설 기색이 없다. 21일 국무회의에서 민주당을 “반일 외치며 정치이득 취한 존재”로 규정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주변에는 “지지율이 한 자리로 떨어져도 한일 문제는 해결하겠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이 시점에서 사람들이 윤 대통령에게 궁금해하는 포인트가 하나 있다.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일 관계를 풀려는 속내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는 교과서적 답변 말고 실존적인 진짜 이유 말이다. 필자는 전직 외교관에게 힌트가 될 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단임제 특성상 역대 대통령은 돌고 돌아 외교안보 이슈에서 자기만의 승부를 보려는 경향이 강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역주의 타파를 내세웠던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이라크 파병처럼 지지층이 반대하는 결정으로 지금까지 평가받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자원외교, 원전 수주 등 나라 밖에서 승부를 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허상이었지만 집권 내내 북한의 비핵화와 종전선언에 매달렸다. 단지 대통령 직무의 한 축이 외치라서 그랬을까. 그에 못지않게 진영 논리가 첨예하게 갈리고 협치 가능성이 사라져가는 정치 환경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다.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 국면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로 여야 간 대화가 막혀 내년 4월 총선 전까지는 입법을 통해 큰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정치 입문 전 외교안보 분야 경험이 거의 없던 윤 대통령이 이 분야에서 중대한 모멘텀을 맞이한 것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숙명적인 요소도 있다. 윤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러 일본에 간 것도, 4월 미국 국빈 방문도 공교롭게 12년 만이다. 5월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히로시마를 찾아 한미일 정상회담을 할 듯하다. 3-4-5월로 이어지는 릴레이 외교 행보는 국내에 미칠 파장이 직접적이다. 특히 한일 정상회담 성과가 채 마무리되지 않을 시점에 미국을 찾는 윤 대통령은 실질적 확장억제 강화와 반도체법 등 한국 기업을 조여 오는 바이든판 ‘아메리칸 퍼스트’ 대처라는 2개의 중차대한 숙제를 받게 된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권의 적폐를 갈아엎고, 이재명 대표를 사법적으로 응징하는 것이 윤 대통령의 사명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건 누군가에겐 시대를 뛰어넘는 성과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한 진영의 정치적 축배에 그칠 수 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윤 대통령은 새로운 승부처를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2023년 봄 미국과 일본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윤석열 정권 상반기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이승헌 부국장, 동아일보(2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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