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이 자기 광낸 청구서가 나라로 몰려온다]
[“인류는 살얼음판 위에 서 있다”]
[항룡유회(亢龍有悔)]
文이 자기 광낸 청구서가 나라로 몰려온다
[김창균 칼럼]
온실가스 감축, 연금 개혁, 脫원전, 한전공대, 가덕도
자신은 박수 받고 떠나고 국가에 남긴 엄청난 부담
개인 비위보다 더 큰 폐해… 두고두고 반면교사 삼아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참석 등 7박 9일간의 유럽 순방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5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1.11.5/연합뉴스
‘온실가스 40% 감축’ 약속은 국가적 자해 행위였다. 2030년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려면 포스코 같은 기업 3곳을 멈춰 세워야 한다. GDP가 83조원 줄어들고, 경제성장률은 4% 떨어지며, 일자리 46만개가 사라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나라 걱정하는 지도자라면 결코 꺼낼 수 없는 카드다.
2021년 10월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개 선언한 게 바로 그 ‘온실가스 40% 감축’이었다. 매년 온실가스 저감 속도가 미국, 일본보다 빨라야 하고 EU에 비해선 두 배 이상 과속을 요구했다. 국제사회는 “G7보다 더 과감한 목표”라며 문 대통령의 결단을 추켜세웠다.
문 정권이 떠나고 현장에 남은 기업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40% 감축”은커녕 그 3분의 1도 버겁다는 것이다. 2030년 기후변화협약 총회에 참석할 대한민국 대통령은 “40% 감축” 약속 위반을 사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임기 7개월 남긴 문 대통령이 허세 부리고 박수 받은 대가를 대신 치르게 된다.
2017년 6월 19일, 취임 한 달을 갓 넘긴 문 대통령이 “원전은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그렇게 선언한 탈원전 방침에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탈원전은 ㎾h당 발전 비용이 60원인 원자력을 120원인 LNG와 200원인 태양광·풍력으로 대체하는 것이었다. 멀쩡한 원전을 멈추고 건설을 중단하는 것은 두 배, 세 배 손해 보는 일이다. 2030년까지 손실 140조원, 그에 따른 전기 요금 인상 40%라는 산업자원부 계산서가 나왔다. 문 정부는 그 사실을 숨기고 전기 요금 인상을 막았다. 오히려 한여름 에어컨 전기료를 깎아주기까지 했다. 10조원대 흑자를 내던 한전은 문 정부 5년 동안 부채가 34조원이나 늘어났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거덜 낸 한전에 한전공대라는 혹까지 달아줬다. 한전공대 교수 연봉은 일반 국립대의 두 배 수준이다. 학생들의 등록금, 기숙사비도 면제된다. 5년 내에 대학 4분의 1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인데 문재인 대선 공약을 위해 특혜 지원을 했다. 10년간 한전공대에 지원해야 할 돈이 1조6000억원이다. 문 정부가 한전 어깨에 지웠던 모든 부담이 전기 요금 인상으로 밀려오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도 부산 가덕도 공항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후에는 대(對)국민 사과까지 하면서 거둬들였다. 공항에서 얻을 이익이 비용의 절반이라는 경제성 평가를 보고는 국가 지도자의 양심상 밀어붙일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추행으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되자 또다시 가덕도 공항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선거 한 달 전 공항 부지를 방문해 “신공항 예정지를 보니 가슴이 뛴다”며 매표 행각도 서슴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이 대못을 박아 둔 가덕도 공항이 2029년까지 공사비 13조7600억원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2018년 11월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네 가지 선택지를 청와대에 보고했다.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고 소득의 45%를 연금으로 받는 체제로는 2057년에 기금이 바닥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퇴짜를 놨다. 더 내거나 덜 받게 되는 대안들은 당장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더 내지 않고 미래의 목돈을 마련할 마법은 없다. 초등학교 1, 2학년 산수만큼이나 뻔한 이치다. 다른 대안을 내놓으라는 대통령 주문은 100원 주면서 150원짜리 빵 사 오고 50원 거슬러 오라는 학폭 심부름이나 다름없다. 결국 문 정부 5년 동안 연금 개혁은 없었다. 그래서 연금 기금 고갈 시기가 2055년으로 2년 앞당겨졌다. 문 대통령의 책임 회피로 미래세대에게 더 무거운 부담을 안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정권이 일본과 맺은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했다. “피해자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그렇다면 할머니들이 원하는 합의를 위해 일본에 재협상을 요구해야 했다. 그런데 5년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더 나은 합의를 얻어낼 능력도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반일(反日) 정서에 올라탄 합의 파기로 정치적 이득만 취했다. 한일 관계 파탄에 따른 부담은 다음 정권 몫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인기와 이해관계를 나라의 장래보다 앞세웠다. 그렇게 벌인 일들이 차례차례 청구서로 날아들고 있다. 나라에 끼친 해악이 역대 대통령들의 개인 비위에 비할 바가 아니다. 명확히 기록으로 남겨 두고두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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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살얼음판 위에 서 있다”

프랑스 서남부의 지롱드 숲은 ‘최고의 숲’이라는 애칭을 얻을 만큼 아름다운 수목이 울창했다. 하지만 작년 여름 ‘괴물 산불’로 불리는 대규모 산불이 이 숲을 덮쳐 잿더미가 된 상태다. 화마에 할퀸 면적이 파리의 2배에 이른다. 화재의 원인이 된 이상고온은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전 유럽이 40도가 넘는 무더위로 몸살을 앓았다. 대서양 건너편에 있는 미국은 한겨울 ‘폭탄 사이클론’으로 홍역을 치렀다. 아프리카 동부에서는 5년째 심각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지만 파키스탄에서는 역대급 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지구온난화가 불러온 기상이변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지구온난화는 이미 일상생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구의 온도가 더 올라가면 해수면 상승, 전염병 확산, 농작물 재배 급감 등으로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될 수 있다. 그래서 200여 개국은 파리협정을 맺고 1850∼1900년 대비 지표면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줄이기로 하고 국가별로 2030년에 도달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설정한 뒤 탄소 배출을 줄여왔다.
▷하지만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일 만장일치로 승인한 제6차 종합보고서를 보면 인류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온난화의 심각성에 비춰 볼 때 크게 미흡한 수준이다. 이번 세기 내 온도 상승 폭이 1.5도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NDC를 높여 잡지 않으면 2100년에는 지표면 온도 상승 폭이 최고 3.4도까지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인류는 살얼음판 위에 서 있고, 그 얼음판은 빨리 녹고 있다”고 절박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정부가 21일 발표한 탄소중립 로드맵에는 이 같은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는다. 이전 정부가 설정한 대로 203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되 산업 부문 감축목표는 14.5%에서 11.4%로 줄여 부담을 줄여주고 나머지는 미래 기술과 국제 협력에 의존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눈길이 가는 대목은 감축 시간표다. 이번 정부 내에는 전체 목표량의 25%만 감축하고 나머지 75%는 다음 정부의 숙제로 넘겼다.
▷지난 정부가 원래 감축 목표였던 26.3%를 갑자기 40%로 끌어올린 것도 무책임하지만, 정책의 연속성을 고려하지 않고 감축 의무를 다음 정부로 떠넘긴 정부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숙고하지 않고 무리한 목표를 덜커덕 국제사회에 제시한 전 정부나, 다음 정부에 ‘폭탄’을 떠넘긴 현 정부나 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장택동 논설위원, 동아일보(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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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룡유회(亢龍有悔)
‘주역’은 64괘(卦)가 있고 각 괘에는 6효(爻)가 있다. 이 여섯 효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데 맨 아래는 신진 세력, 그다음은 중간 간부, 세 번째는 대신이다. 대신이란 조선에서는 판서, 오늘날 기업에서는 부장쯤 된다. 네 번째는 재상이나 전무가 해당하고 다섯 번째가 바로 임금 혹은 대표이사에 해당하며 맨 위 여섯 번째는 상왕(上王) 혹은 회장이 해당한다.
64괘 중에서 건괘(乾卦)는 임금의 도리를 단계적으로 풀어낸 것이고 곤괘(坤卦)는 신하의 도리를 풀어낸 것이다. 나머지 62괘도 모두 군신(君臣) 간에 일어날 수 있는 62가지 상황을 제시하고 상황별로 각각 여섯 가지 행동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상왕에 해당하는 건괘의 맨 위에 있는 양효에 대해 주공(周公)은 “항룡유회(亢龍有悔)”라고 말을 달았다. “가장 높이 올라간 용은 후회할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계의 뜻인데 이를 공자는 좀 더 상세하게 풀어낸다.
“신분이 귀한데도 그에 맞는 자리가 없고 임금보다 높은데도 다스릴 백성이 없으며 뛰어난 신하들이 아랫자리에 있는데도 아무런 보필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움직이게 되면 뉘우침이 있게 되는 것이다[動而有悔].”
다산 정약용은 항룡이 “움직이게 되는 이유”에 대해 “항룡은 교만하고 스스로 잘난 척해[自亢] 조금도 자신을 낮추지 않는다. 그래서 따르는 백성이 없는 것이고 보좌하는 신하가 없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항룡이란 전직 대통령들을 가리킨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서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을 했느니 안 했느니 논란이 뜨겁다. ‘주역’에서 ‘움직이면 뉘우칠 일이 있게 된다[動而有悔]’고 할 때의 움직임이란 이런 처신을 말한 것이다. 이제 뉘우칠 일만 남은 것인가? 이미 군위(君位)에 있을 때 명군(明君)보다는 암군(暗君)에 가까웠던 전직이라 항룡유회에 담긴 경계를 지킬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조선일보(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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