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병력 부족 계속되면 한국의 미래는… ]
[병력 절벽 극복 위한 50·60 저강도 군 근무, 시범 실시 해볼 만 ]
[현역 판정 85.5%로 늘었지만… '50만 강군 시대' 이제 원천 불가능]
[병력 감소 국가 위기, 병력 확충 방안 논의 절박하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신경 끄기의 기술’]
저출산-병력 부족 계속되면 한국의 미래는…
[벗드갈 한국 블로그]
한국의 사계절 중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이다. 나들이 다니기에 최적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들과 함께 산책하고 등산 다니면서 사회에 대한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얼마 전엔 그렇게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출산과 일자리, 그리고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함께 있던 친구 중 한 명이 직업군인이었는데, 그는 갈수록 군대에 사람이 줄어든다고 걱정했다. 한국군이 현재의 병력 수준을 유지하려면 매년 20만 명이 입대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2022년 전체 출생아 수가 20만 명대였다. 남녀 성비가 5 대 5라고 가정하면 20년 뒤 아무리 많아야 입대자는 10여만 명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인구는 계속 더 줄어서 2072년이면 연간 출생아 수가 16만 명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여기에 직업군인들도 점차 군을 떠나고 있어서 군 병력 감소는 가속화할 것이라고 지인은 전했다.
한국은 ‘종전’ 국가가 아닌 ‘휴전’ 국가다.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남한을 위험한 상태라 인지하고 있는데 직업군인들은 업을 떠나고 입대자는 줄어들어 군 병력이 쪼그라들고 있다니. 필자에겐 매우 위험하게 들리는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군 지원자를 늘릴 수 있을까’ 하는 주제로 한참 토론했다. 현직 군인인 친구 의견은 군대 의무 복무 대상을 남성뿐 아니라 여성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아이를 출산한 여성은 면제해 주자고 덧붙였다. 그러면 군 인력 문제는 물론 저출산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어 일석이조가 되지 않겠느냐고 지인은 말했다. 필자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 꽤 납득이 가는 이야기라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지인에 따르면 요즘 군대는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자율성과 인권 존중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해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에 여성도 충분히 군대에 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이미 몇몇 정치인이 이와 관련한 정책을 제안하고 공약을 걸고 있어서 지인은 기대가 크다고 했다.
여성을 군 복무 의무 대상에 포함하면서 ‘엄마는 면제’하자는 그 아이디어가 정말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까? 그날 참석한 또 다른 친구는 월 급여 100만 원 정도를 받는 프리랜서였는데,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연금에 가입해야 한다고 안내받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지금도 급여가 적어서 생계를 유지하기가 벅찬데 국민연금까지 붓게 되면 더욱 빠듯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요즘 불경기가 심하다 보니 그런 걱정이 나올 법했다. 사실 앞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저출산이 심화하면 이런 불경기는 더욱 심해질지 모른다. 프리랜서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욱이 앞서 직업군인 지인이 이야기한 ‘여성 군 의무 복무 및 엄마 면제안’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다. 보육시설도 잘돼 있고 육아 관련 지원금도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외국인들이 보기에 육아 인프라가 훌륭하다. 그런데도 한국 청년들은 아이를 낳지 않고 있다. 필자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이런 상황이 매우 미스터리였지만, 이제 많은 것을 깨닫고 이해해 가고 있다. 안타깝게도 요즘 가임기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에 관한 생각은 매우 부정적인 것 같다. 제대로 된 재산과 지위도 없이 결혼하고 출산하는 것은 아이에게 죄를 짓는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많다. TV를 틀면 결혼은 지옥이자 위기라고 하고, 출산은 공포라고 한다. 개인이 혼자 사는 것도 충분히 행복하고 즐겁다는 걸 보여주는 TV 프로그램도 많다. 이런 것들이 결혼과 출산에 대해 더욱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듯하다. 그리고 이렇게 고착화한 청년들의 인식을 뒤집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될 때 한국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필자의 노후는 어떤 모습일지 매우 걱정된다. 나뿐 아니라 한국으로 귀화한 많은 외국인과 이민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
필자도 딸 두 명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지만, 딸들을 군대에 보내자는 지인의 의견에 공감한 건 그 때문이다. 사실 여성을 군 복무 대상자에 포함하는가 여부는 찬반이 첨예한 문제다. 하지만 정말 지인이 말한 것처럼 군 병력 증강과 저출산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또 누가 아는가. 한국의 저출산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다소 발칙한 발상이라도 필자는 기꺼이 찬성할 준비가 되어 있다.
-벗드갈 몽골 출신·글로벌 비에이 유학원 대표, 동아일보(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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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 절벽 극복 위한 50·60 저강도 군 근무, 시범 실시 해볼 만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이 병력 자원 급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퇴직한 5060세대를 군 경계병 등으로 다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내겠다고 밝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돔에서 열린 2024 을지훈련 및 국가 중요 시설 합동 대테러 훈련에서 52사단 군인들이 인질 구조 훈련을 하는 모습. /뉴시스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이 심각한 병력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군 복무 경험이 있는 50·60세대를 일선 군부대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퇴직한 40대 후반~50·60대 남성들을 계약직이나 군무원으로 고용해 경계병·행정병 등으로 복무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지금 세계 최악의 저출생으로 병력 50만명 선이 무너질 위기다. 작년 출생아는 23만명으로 줄어 20년 뒤엔 군에 갈 남성이 1년에 10만명에 그칠 것이다. 작년 학군장교(ROTC)는 전국 대학 108곳 중 81곳이 정원에 미달이었다. 육군 부사관은 정원의 절반도 못 채웠다. 행정병이 없어 소대장·중대장이 이 업무를 떠안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리 북한군이 낡고 뒤떨어졌다고 하지만 병력 차이가 너무 심하면 심각한 군사 위협이 된다. 통일의 기회가 찾아와도 북한 지역 관리조차 못할 것이다. 군을 과학화·무인화해도 인간이 할 일을 다 대체할 순 없다. 사람이 없으면 최첨단 스텔스기나 이지스함도 무용지물이다. 육군 참모총장은 “군사작전하듯 군 인력 확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병역 특례를 줄이고 여성 모병제를 확대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 50·60대는 과거 30대에 못지않은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군 복무 경험으로 기본 군사 상식과 행정·기술 분야 전문성, 국가관·애국심도 갖추고 있다. 전투병은 어려워도 경계·행정·기술 분야 근무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내년 200만원까지 인상되는 병장 월급에 일정 수당만 더 지급하면 지원자가 적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선 다시 군에 들어가겠다는 5060세대가 상당하다고 한다. 나라에 대한 봉사이자 재취업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군은 기지 외곽 경비와 MRO(군 유지·보수·운영)를 민간에 넘기고, PMC(민간 군사 기업)도 활성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40세 예비군 복무 이후에도 행정·보급·지원 분야에서 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사고 발생 가능성, 유사시 전투 투입 여부, 임금·근무 여건과 지휘 계통 문제 등 정리해야 할 문제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병력 자원 급감이란 국가적 위기를 넘기 위해 특정 분야에서 시범 실시해 볼 가치는 있다. 일부에선 한국어 능력이 있고 건강한 외국인에 대해 7~10년간 군 복무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병력 절벽은 눈앞에 닥친 시한폭탄이다. 여러 해법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하다.
-조선일보(24-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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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판정 85.5%로 늘었지만… '50만 강군 시대' 이제 원천 불가능
저출생으로 병력 자원 급감… 軍, 국방개혁법서 '50만명 목표' 삭제
미·영·독 등 세계가 비슷… 스웨덴·노르웨이 등 징병제 부활·확대
무조건 대규모 병력 배치보다 작지만 이기는 군대로 탈바꿈해야
지난 2023년 4월 28일 금요일 스톡홀름 외곽 베르가 해군 기지에서 열린 오로라 23 군사 훈련에 참가한 스웨덴 군인들. /AP 연합뉴스
저출생의 영향이 가장 크게 미치는 곳은 군대이다. 징집제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출생 감소는 병역 자원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2003년 병무청이 펴낸 ‘병무 54호’에서 당시 징집자원 과장은 2020년 이후가 되면 병역 자원이 순수 현역병 소요를 충족하기에도 부족할 정도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현역병 입영은 2020년까지 23만명 내외 수준을 유지하였지만 2021년 21만5000여 명으로 감소한 이후 2022년에는 18만6000여 명으로 대폭 줄어들면서 20년 전의 예상은 현실이 되었다.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비 병력 규모는 2020년까지 50만명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법률이 제정되던 2006년에는 70만 명에 달하던 상비 병력을 감축하기 위한 목표로 50만 명이라는 규모가 제시되었고, 국방부는 2022년 12월 ‘2023~2027 국방중기계획’에서도 상비병력 규모를 2027년까지 50만 명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상비병력 50만 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22만 명을 충원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인구구조로 이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징병검사에서 현역 판정 비율은 1980년대 50% 수준이었지만 2022년에는 85.5%를 기록하고 있어서 이를 더 높이는 방식으로 병력을 충원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50만 명의 상비 병력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한 국방부는 2023년 7월 상비 병력 규모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가용 자원을 고려하여 안보 위협에 대응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국가 안보와 관련한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가 간 전면전 발생이 현실화되자 병력 확보는 세계적 화두가 되고 있다. 냉전 종식 이후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하였다. 하지만 모병제로 필요한 병력을 확보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독일의 경우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2023년 모병된 병력은 2022년에 비해 오히려 1500명 감소하였다. 영국군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 14년 연속으로 모집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청년 실업률이 20%를 넘어서고 있지만 연간 8000명의 모병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있다. 미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22년 미 육군은 6만명 모집 목표에 25% 미달하는 약 4만5000명만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군은 MZ 세대에게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독일 및 영국 등에서 다시 징병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에서 징병제 부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남녀 평등과 질적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는 스웨덴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10년 징집제를 폐지했던 스웨덴은 2018년 징집제를 부활시켰는데 만 18세가 된 남녀에 대해 지능, 심리상태 등을 온라인으로 검사한 후 이 가운데 20%에 대해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하여 상위 3분의 1을 징집 대상으로 선발하고 있다. 징집 대상 인구의 5% 수준으로 징집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인데 스웨덴 정부는 2030년까지 이 비율을 10%로 증가시킬 계획이다. 징집 대상자는 11개월 동안 복무하며 매월 약 62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전체 입대자의 15%는 여성이다. 까다로운 선발 기준을 통과함에 따라 스웨덴 사회에서 현역 입대자는 지적 능력과 체력 및 정신적으로 완비된 사람으로 간주되어 기업의 우선 채용 대상이 되고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도 스웨덴과 유사한 방식으로 선발하는데 징집 대상자 가운데 17%가 복무하고 있으며, 여성 비율은 35% 수준에 이르고 있다.
대규모 전면전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스웨덴 등의 사례는 높은 선발 기준보다는 여성에 대한 징병의 근거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실제로 북유럽 국가들은 남녀 구분 없이 징집을 시행하며, 독일과 영국 모두 남녀 구분 없이 군사훈련을 받거나 지역사회에 기여하도록 하는 국방 의무를 부여하는 쪽으로 징병제 부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우리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적정 병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물음에 답을 내놓는 것이다.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위협의 종류와 우선순위를 정하고, 대응에 필요한 병력의 질과 양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현재의 병력 운용과 편제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 대응 방안은 지속 가능한 것인지 등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155마일 휴전선에 배치된 경비 병력은 상징적인 존재이지만 소규모 침투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상시 배치하는 것이 타당한지 고려해봐야 한다. 철조망이 아닌 적의 이동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대규모 요새화를 통해 감시 및 경비에 투입되는 병력을 감소시키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슈가 생길 때마다 생겨나는 각종 사령부들이 꼭 필요한지도 검토해봐야 한다. 보병들이 드론을 이용하여 적 참호와 장비를 타격하는 것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드론 사령부의 필요성은 의문이다. 보직을 유지하기 위한 불요불급한 조직이 얼마나 되는지, 전투 능력을 상실한 노후 시설과 장비를 유지하기 위해 과도한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적정 병력의 규모가 결정된 이후에 여성을 포함한 징집 대상 확대, 복무 기간 조정 등이 이루어져야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간 출생아 40만 명 수준을 기록한 것은 2016년이다. 우리가 안보와 방위태세를 변화시킬 수 있는 남은 시간은 이들이 입대할 때까지의 약 10년이다. 이 기간 동안 작지만 싸울 수 있고, 싸우면 반드시 승리할 군대로의 변화 여부가 우리의 안보를 결정할 것이다.
-최준영·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조선일보(2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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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 감소 국가 위기, 병력 확충 방안 논의 절박하다
자랑스런 대한민국 여군/뉴시스
개혁신당이 이르면 2030년부터 경찰과 소방, 교정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은 남녀 성별에 관계없이 병역을 치러야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준석 대표는 “시험에서 한두 문제 더 맞는 것이 아닌 국가를 위해 1∼2년 군 복무 할 수 있는 진정성과 성실성을 지원 자격으로 두는 것”이라며 “병역 수행이 어려운 일부는 예외를 두겠다”고 했다. 앞서 금태섭·류호정 전 의원이 만든 신당 ‘새로운선택’도 남녀 병역 평등을 제안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 성별 갈등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여성 징병제까지 논의해 보자고 했다. 국민의힘, 민주당이 침묵해 온 병력 자원 감소 대책을 신당이 먼저 들고나왔다. 찬반이 첨예하겠지만 국가적으로 시급한 문제를 공론화한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출산율을 보면 병력 자원 감소는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일이 아니라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2023년 현재 우리 지상군이 36만여 명이고 북한이 110만여 명이다. 10년 뒤 우리 육군은 29만명, 20년 뒤엔 19만여 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한다. 반면 북한은 그때도 육군 100만명 이상을 유지할 것이다. 10년 뒤엔 3배, 20년 뒤엔 5배 많은 적을 맞아 어떻게 전선을 지킬 수 있겠나. 드론과 AI 등을 활용해 병력 부족을 메운다고 하지만 인간 병력은 전쟁에서 영원히 바뀔 수 없는 승패의 기본 요소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고전하는 것도, 처음에 기습당한 이스라엘이 결국 하마스를 제압할 수 있는 것도 압도적 병력 차 때문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첨단 군사력을 가진 미군이 130만명 넘는 병력을 유지하는 이유가 뭐겠나.
핵무기를 수십 기 가진 김정은은 “대한민국 전 영토를 평정하겠다”고 한다. 이런 위협에 맞서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책임 있는 정당, 정치인이라면 병력 자원 급감 사태를 걱정하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 병력을 늘리려면 새로운 자원을 발굴하거나 복무 기간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해왔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군 복무 기간을 줄이는 포퓰리즘 장난을 쳐왔다. 현 18개월 복무 기간으로는 기본적 군 지식과 기량을 숙달하기도 어렵다. 조금 익숙할 만하면 전역이다.
이제 여성 군 복무도 논의해 볼 때가 됐다. 문제도 적지 않을 것이다. 병역은 남성의 책임이었고 그런 이유가 있다. 그러나 우리 상황이 너무 절박하다. 이미 우리 군에는 여군이 1만5000여 명 근무 중이다. 전차 조종, 특전사는 물론 금녀의 벽이라던 잠수함 근무까지 한다. 여성도 행정 지원이나 드론 조종 같은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여성 징병제가 어렵다면 여성 병사 모병제부터 실시할 수 있다. 지금 여군은 장교나 부사관만 뽑는다.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수적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도 국정 책임을 느낀다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조선일보(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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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신경 끄기의 기술’
[朝鮮칼럼]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 한국 사회 비판 유튜브, 주말 강타
하지만 문제는 단순하지 않아… 자살·저출생은 사회·경제 구조 탓
대기업 정규직에 혜택 집중된 노동시장 이중 구조가 핵심 원인
국가 소멸 피하고 미래 개척 위해 고통스러운 개혁 무릅써야
베스트셀러 작가 마크 맨슨이 '한국의 우울증'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유튜브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를 여행했다.” ‘신경 끄기의 기술’로 잘 알려진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크 맨슨이 지난 22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 제목이다. 대한민국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정작 한국인들은 불안하고, 우울하며, 자살률마저 높다.
맨슨에 따르면 이것은 잘못된 문화의 문제다. 유교적 집단주의의 나쁜 부분인 수치심, 타인에 관한 판단은 극대화된 반면 가족주의와 사회적 친밀도는 희박하다. 이는 자본주의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현란한 물질주의에 휩싸여 있으며 돈벌이에 눈이 멀어 있지만 자기 표현과 개인주의는 억압당한다. 유교와 자본주의의 장점은 없고 단점만 있는 나라인 것이다.
이 냉철한 ‘한 줄 요약’은 업로드 직후 조회 수 수십만을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왔다. 일제의 가혹한 식민 통치 후 한국전쟁과 극도의 빈곤을 거치며 과도한 경쟁으로 최대한 성과를 내야만 하는 사회 분위기가 정착되었고 그것이 한국인을 우울하게 만든다. 이 논리는 지난 주말 ‘조선일보’를 비롯한 여러 언론의 소개로 유튜브 바깥에서도 많은 호응을 얻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2021년 현재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4.1명으로 OECD 1위다. 10만명당 18.5명인 리투아니아를 큰 격차로 따돌린 압도적 1위다. 이것이 한국 특유의 스트레스와 문화적 압력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1위인 한국, 2위인 리투아니아, 3위인 슬로베니아는 모두 노인 빈곤율이 높고, 그만큼 노인 자살률도 높다. 2019년과 2020년 기준, 노인 자살률 1위가 한국, 2위가 슬로베니아, 3위가 리투아니아다. 통계적 상관관계가 너무도 분명한 현상이다.
OECD 1위인 자살률은 기본적으로 ‘노인 빈곤’ 문제다. 물론 최근 청년층 자살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으며 정신 건강 악화도 심각하게 볼 일이다. 하지만 ‘한국의 자살 문제’라는 주제를 다룰 때 치열한 입시 경쟁과 아이들을 들볶는 교육 같은 논의에 방점을 찍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정수리가 간지러운데 발바닥을 긁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맨슨의 영상을 소개한 언론 기사들의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의 반응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현상이 도드라진다. 젊은이들, 특히 여자들이 유교적으로 다른 사람 눈치를 보고 비교하면서 자본주의적으로 허세를 부리다 보니 출산율이 곤두박질쳤다는 꾸중이 빗발치는 것이다. 그런데 맨슨은 저출생을 딱히 거론하지 않았거니와, 한국의 저출생은 ‘유교와 자본주의의 나쁜 결합’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OECD 국가 중 출산율이 1.3명 이하인 초저출산 국가는 한국, 이탈리아, 그리스 세 곳이다.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유교 때문에 애를 안 낳는 나라일 리는 없다. 원인은 문화가 아니라 사회와 경제의 구조다. 조귀동 작가가 ‘이탈리아의 길’에서 지적했듯 “한국과 이탈리아가 최하위권인 이유는 두 나라 모두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대기업 정규직 위주의 복지 혜택,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 참여율과 남성의 양육 불참 등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맨슨의 논의 그 자체를 비판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지닌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믿는다’는 덕담으로 영상을 마무리한 그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한국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언급해주는 것은 우리 자신을 돌이켜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의 문제를 그런 식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한국의 문제는 유교 때문도 자본주의 탓도 아니다. 단 하나 핵심 원인을 짚자면 ‘정규직 코스’로 정년을 끝내지 않는 한 빈곤 노인으로 추락하기 십상인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와, 그 속에서 지대를 추구하는 기득권 세력이다. 가난한 노인들이 보수 정당을 찍는다고 조롱과 저주를 퍼붓는 고학력 중산층의 똘똘 뭉친 이기심이 문제다.
우리는 문제의 원인을 이미 알고 있다. 다만 그 해결을 위해 감당해야 할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진짜 개혁은 시작조차 어렵다. 국가 소멸을 피하고 미래를 개척하려면 고통스러운 개혁을 무릅써야 한다.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 한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단언컨대 고통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고통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조선일보(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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