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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將이 뭐 저래" 김병주 보며 생각난 '군인 조성태' ] ....

뚝섬 2024. 11. 13. 11:50

["大將이 뭐 저래" 김병주 보며 생각난 '군인 조성태']

[원전 수출 훼방 놓더니 방산 수출까지 방해하겠다니]

[기업 규제법안 쏟아내고 갑질하더니… 국회, 기업에 신형 낙하산 인사]

[K뽕에 다시 취하고 싶다]

 

 

 

"大將이 뭐 저래" 김병주 보며 생각난 '군인 조성태' 

 

[정우상 칼럼]

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이 한·미·일 훈련 친일로 몰고
방산 수출 국회동의법 발의.. 개딸 같은 李코드 맞추기
김대중·노무현 정부 국방장관·여당의원 조성태
1차 연평해전 승리 이끌고 의원직 걸고 국보법·NLL 사수
 

 

지난 9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현희 최고위원, 이 대표, 김병주 최고위원. /장련성 기자

 

요즘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을 보면서 “대장 출신이 뭐 저래…”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선거 때마다 민주당이 군 출신을 영입하는 것은 안보에 대한 안정감을 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영입한 인사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김병주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그를 영입한 민주당은 ‘한미 동맹의 상징’이라고 그를 추켜세웠다. 운동권 대신 전문가 중심으로 영입했다 자랑도 했다. 그 역시 “더 튼튼한 안보, 더 강한 군대를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대장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 김병주를 두고 군에서는 “내가 알던 그 사람 맞나”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그는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일 연합 훈련을 재개하자 “일본 자위대가 한국에 진주할 수 있다”며 친일 몰이 소재로 활용했다. 그러나 한·미·일 훈련은 김 의원이 연합사 부사령관으로 근무하던 때 최소 6차례 시행됐다. 한·미·일의 안보 협력은 가능해도 군사 동맹이 될 수 없는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김 의원은 여당 대변인의 ‘한·미·일 동맹’ 표현을 트집 잡더니 국회에서 “정신 나간 국민의힘”이라고 말했다. 이런 식의 이재명 대표 코드 맞추기로 지난 8월 개딸들의 지지를 받아 민주당 최고위원이 됐다. 군 출신으론 이례적이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 대표는 동향 출신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한다. 무투표로 원내대표가 된 박찬대 의원은 부친이 안동 출신이다. 김 의원도 예천 출신으로 이재명 체제에서 성골(聖骨)이다. 야당 강세인 경기 남양주 공천을 받아 재선했고,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국방장관 1순위로 꼽힌다. 정부의 우크라이나 파견단을 파병으로 규정해 국회 동의를 주장하고, 방산 수출 때 국회 동의를 받는 법안을 발의했다. 북한 파병으로 안보의 핵심변수가 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남의 나라 전쟁”이라고 한 이 대표 박자에 맞춘 것이다. 이제 보니 ‘육군대장 김병주’는 이런 처세술로 쌓아 올린 모래성이었다.

 

김병주를 보며 20년 전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에 군 출신 비례로 들어온 조성태 의원이 떠올랐다. 육군 대장을 거쳐 김대중 정부 때 국방부장관을 지낸 조 의원은 노무현 정부가 전시작전권 이양을 추진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의원 모임을 만들었다. 여야 142명이 참여했다. 그때만 해도 안보에선 여야가 의기 투합을 자주 했다. 노사모가 그에게 탈당을 요구했다. 의원직을 그만두려 했지만 당 지도부가 말렸다. 당시 조 의원은 “아무래도 정치는 안 맞는 것 같다”며 괴로워했고, 보좌진들도 “언제든 국회를 떠나려 짐을 싸두고 있다”고 했었다. 

 

조성태 前 국방부장관. /조선일보 DB

 

민주당 정부에서 장관과 의원을 했지만 군인이라는 근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장관 취임 직후 발발한 제1 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 직후 백령도와 연평도에 신형무기 K-9 자주포를 배치하도록 지시한 것도 조 의원이었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도발 때 군은 이 자주포로 즉각 반격에 나설 수 있었다.

 

국방장관 때 주적(主敵) 개념을 만들었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김대중 정부가 주적 개념을 삭제하려 했지만 “현 시점에서는 안 된다”며 버텼다. 북한이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 다시 주적을 트집 잡은 얼마 뒤 조 장관은 경질됐고, 군에서는 “주적 고수가 경질의 이유”라는 말이 나왔다.

 

조 의원은 2007년 노무현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을 다루려 하자 “NLL은 영토 문제다. 회담 의제에 올리면 북한에 이용당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권력 앞에서도 원칙을 굽히지 않았던 집권당 의원, 이것이 그의 마지막 공직 생활이었다. 구차하게 권력 주변을 서성이지 않고 후학을 양성했다. 조성태 의원은 2021년 8월 14일 별세했다. 그의 아들은 육군 장성으로 복무 중이다. 김병주를 보며 “대장, 정말 아무나 하는구나” 고개를 저었다가 조성태 장관을 회고하며 “대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안심했다. 필자가 병장이었을 때 부대 최고 지휘관이었던 ‘대장 조성태’께, 그때는 할 기회도 없었던 ‘충성’ 경례를 드리고 싶다.

 

-정우상 논설위원, 조선일보(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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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수출 훼방 놓더니 방산 수출까지 방해하겠다니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지난 10월 22일 육군 제2작전사령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방산 수출 시 국회 동의를 의무화하는 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안전보장 조약을 맺는 국가나 국군 파병국은 제외’라고 했지만 한국이 안전보장 조약을 맺은 국가는 미국뿐이다. K방산을 수출하려면 민주당의 허가를 받으라는 것이다.

 

방산 수출은 경제적 효과 못지않게 국제사회에서 위상과 영향력을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 세계 방산 수출 상위 국가 전부가 강대국이거나 첨단 유럽 국가라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한국이 그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우리 기술진이 수십 년 피땀 흘려 이룬 기적이다. K방산 수출은 지난해 140억달러에 이어 올해 200억달러를 기대하고 있다. 2022년 4국이던 수출국도 지난해 12국으로 늘었고, 품목도 전투기, 함정, 잠수함, 자주포, 탱크, 대공 미사일, 지대지 미사일 등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민주당이 우리 방산 수출에 제동을 거는 이유는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방산 지원을 못 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검토하는 것은 러시아가 북한 파병 대가로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핵잠수함 기술, 신형 전투기, 대공 미사일 체계 등을 지원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다. 우리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면 러시아와 북한은 한국 안보를 유린하려 들 것이다. 민주당은 이를 원하는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북한이 파병한 우크라이나에 정부가 참관단을 보내려 하자 “고문 기술을 수출하려느냐”고 막말을 했다. 지금 우리 사회 어디서 고문이 이뤄지고 있나. 정부가 북한 파병을 감시하고 모니터하지 않는다면 정부도 아닐 것이다. 민주당은 탈원전 자해를 하고 원전 수출까지 훼방 놓더니 이제 신기원을 열어가는 K방산 수출까지 방해하려 한다. 왜 이렇게 매사에 도를 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조선일보(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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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규제법안 쏟아내고 갑질하더니… 국회, 기업에 신형 낙하산 인사

 

'수퍼 갑 국회'에 떠는 기업들 

 

걸그룹 뉴진스 멤버인 하니 팜이 지난달 15일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온 김주영(오른쪽)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를 쳐다보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하이브는 국회 업무 강화 명목으로 최근 몇 년 사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출신 보좌관이나 당직자를 임원으로 채용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출신 인사들의 정부 산하 기관이나 공기업 낙하산 인사가 문제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 들어 대통령직 인수위나 대선 캠프 출신 인사 140여 명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기관장 또는 상임이사·감사로 임명됐다며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낙하산 인사 근절을 약속했지만 역대 정권과 다를 바 없다며 더욱 비판받는 대목이다.

 

◇국회, 낙하산 인사 비판하더니 신형 낙하산

 

그러나 정부·여당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해왔던 입법부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대기업이나 테크 기업, 엔터테인먼트 회사 등 기업으로 국회발 낙하산 인사를 보내고 있다. 물론 정부나 대통령실과는 다른 차원이다. 기업들이 국회 출신 보좌관이나 국회 사무처 출신들을 채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관계자들은 “국회에서 입법으로 규제하고 국정감사에서는 총수 증인 채택 문제로 갑질을 하며 괴롭히기 때문에 보험 차원에서 국회 출신들을 채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기업 총수들의 증인 채택 문제로 국회에 잘 보여야 하는 기업들은 국회 출신 인사들을 대관(官) 업무라는 이름으로 채용하고 있다. 정부와 대통령실발 낙하산 인사의 임기가 2~3년이라면 국회발 낙하산 인사는 정규직으로 때론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으로 채용된다.

 

엔터테인먼트 회사 하이브와 SM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몇 년 사이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인사들을 여야에서 모두 영입했다. 하이브는 2022년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행정관을 지낸 A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전직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하이브의 대외협력실장은 보수 정부 청와대 행정관과 국민의힘 보좌관을 지냈다. SM 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초에 윤석열 정부 실세 중 한 명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의 보좌관 출신을 대외 협력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들 모두 엔터테인먼트 관련 경력이 없는 인사들이다.

 

K팝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회사들이 왜 국회 출신들을 영입했을까. 이번 국정감사를 보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국회는 이번 국감에서 내분 중인 하이브 산하 연예기획사 어도어 소속의 뉴진스 하니와 김주영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를 참고인과 증인으로 불렀다. 명분은 ‘직장 내 괴롭힘’이었다. 연예인 매니저가 아이돌 인사를 받지 않는다고 이를 노동 문제로 다룬 것이다. 그러나 뉴진스 국감 때문에 정작 같은 날 환경노동위 국감에서는 다른 기업들의 노동자 안전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호되게 당한 하이브, 그리고 이를 지켜본 다른 연예 기획사들은 더 많은 국회 출신 인사들을 채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테크 기업, 플랫폼으로 문어발 확장

 

국감 때만 되면 국회는 기업 총수들을 일단 증인으로 신청해 놓고 막판까지 기업들 군기를 잡는다. 이번에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현대차 정의선 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모두 증인으로 신청됐지만 최종 증인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일단 이런저런 이유로 증인으로 신청했다가 나중에 증인에서 빼주는 국회의 갑질 때문에 기업들도 국회 인맥을 활용할 수 있는 인사들을 임직원으로 많이 데려왔다.

 

국회의 문어발식 구직 활동은 최근 판교 테크 기업들로 확장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국회 4급 이상 공무원 287명이 사기업으로 이직했다. 이 중 쿠팡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카카오는 6명이었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우아한형제들 같은 대형 플랫폼 회사로 범위를 넓히면 최근 6년간 모두 18명의 국회 고위직이 이직했다. 국회 관계자는 “5, 6급 보좌관이나 비서관을 포함하면 이직 인원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출신들은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더라도 판교 대신 여의도 주변을 떠나지 못한다. 국회가 기업들 관련 어떤 규제 법안을 만드는지, 기업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하는지 체크하고 막아내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기업 관계자는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지만, 막상 국회의 횡포를 견제할 수단이 마땅히 없다고 말했다.

 

◇규제 법률의 90%가 의원 입법

 

국회가 기업을 길들이는 수단은 기업 총수에 대한 증인 채택 외에 각종 규제 법안이다. 22대 국회는 지난 5월 30일 출범 이후 3개월 동안 약 300건 이상의 규제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하루에 한 건 이상의 규제 법안이 발의된 것인데 국회가 ‘1일 1규제법안’을 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규제 관련 공포 법률 중 의원 입법이 차지하는 비율은 89.1%였다.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입법 발의를 쏟아내다 보니 정작 법안 가결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16대 국회의 의원 발의 법안은 1912건이었고 이 중 514건이 가결됐다. 가결률은 27%였다. 그러나 21대 국회에선 의원 발의 법안은 2만3649건이고 가결률은 11.4%로 하락했다. 규제의 진원지가 정부에서 국회로 바뀌자 기업들도 국회 출신 인사들을 더 많이 채용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국회 출신들을 직접 채용하는 한편 대형 로펌을 통해 대국회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회가 규제로, 갑질로 기업에 대한 갑질을 확대하자 로펌의 영역이 서초동에서 여의도로 확장하고 있다. 로펌들은 규제대응설루션팀, 입법지원팀, 공공정책팀이라는 이름으로 국회 담당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 총수 증인 빼주기, 질의서 입수, 증언 답변 때의 태도에 대한 ‘컨설팅’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인 채택을 피할 수 없다면 증인의 격을 오너에서 임원으로 낮춰주는 일도 한다. 이 때문에 최근 로펌들은 전직 의원은 물론 국회 보좌관과 국회 사무처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 로펌들은 법안 발의 단계에선 전직 보좌관들을, 심사 단계에선 국회 사무처 출신을 활용하고 마지막 입법 단계에선 전직 의원들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 입법에도 정부 입법처럼 영향 평가제 도입해야”

 

국회의원 평가에서 문제 중 하나는 법안을 많이 발의하는 의원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부실한 입법과 규제 위주의 입법이 늘어나면서 평가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1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 1위는 4년간 모두 325건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다. 3일에 1건의 법안을 제출한 것이다. 2위는 민주당 윤준병 의원으로 281건을 발의했다. 그러나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폐기된 법안 건수 1위 역시 민형배, 2위는 윤준병 의원이다. 국회와 학계에서는 이처럼 의원 입법을 남발하면 그만큼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 관련 법안들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법안 발의 건수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적 위주나 보여주기식 법안 발의 때문에 기업들이 국회를 상대로 하는 업무가 더 늘어나고, 국회발 규제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의원 입법 발의 건수는 2만3649건이다. 17대 국회 5728건, 18대 국회 1만1191건, 19대 국회 1만5444건, 20대 국회 2만1594건으로 의원 입법 발의는 폭증하고 있다. 4년 평균 영국 572건, 독일 847건, 일본 947건과 비교하면 한국 국회의 법안 남발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반면 정부 입법 발의 건수는 17대 국회 1102건에서 20대 국회 1094건, 21대 국회 831건으로 계속 줄고 있다. 정부의 규제성 법안이 줄고 있지만 국회의 법안 남발 때문에 규제가 늘어나고 입법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의원 입법에 대한 영향 평가제를 도입해 과잉 규제를 막아달라고 국회에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정부 입법은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라 규제 영향 분석이 의무화돼 있지만, 의원 입법은 10인 이상만 동의하면 규제 영향 분석 없이 법안 발의가 가능하다. 20대와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들이 제출됐지만 폐기됐다. 역대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규제 혁신을 추구해왔지만 국회발 기업 규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오히려 규제가 더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우상 논설위원, 조선일보(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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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뽕에 다시 취하고 싶다

 

의정 갈등 속에 휘발된 '바이털 뽕'
오늘날 한국 위상은 'K뽕'의 결실
미국은 트럼프 'MAGA 뽕' 또 선택
불확실한 미래 밝히려면 'K뽕' 절실

 

출출해서 생라면을 부셔 먹을 때 불쑥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지난해 여름, 병원 출근길에 교통사고로 별세한 고(故)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 산더미 같은 라면 스프가 그의 연구실 책상 주변에 쌓여있던 사진이 워낙 강렬해서, 일면식도 없는 분인데 라면 스프를 만지작거릴 때마다 생각이 난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응급 심장 질환자의 생명을 그가 밥 먹을 시간의 분초(分秒)까지 바쳐서 지켜냈노라고, 대한민국 필수 의료인의 삶은 저렇게나 고된 것이라고, 주인을 잃은 라면 스프들이 증언했다.

 

환갑의 의사가 생라면 덩어리를 삼켜가며 매일같이 저승사자와 결투를 벌인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환자의 생명을 살렸다는 기쁨과 긍지, 요컨대 의사들이 일컫는 ‘바이탈 뽕’의 위력 덕분일 것이다. 그래서 작금의 의정 갈등이 어찌저찌 끝난다 하더라도 응급실과 수술실이 전과 같은 에너지를 되찾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로 불리는 필수 의료진 충원을 성적 경쟁에서 밀린 의대생들의 낙수효과로 해보겠다는 안이한 발상이 그들의 바이탈 뽕을 모욕적으로 해독시켰기 때문이다.

 

하물며 ‘과학자 뽕’은 최상위권 이과 학생들이 의대로 쏠리는 입시 광풍 속에서 휘발된 지 오래다. 서울 강남에 치과를 개원한 지인의 원래 꿈은 한국인 최초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되는 거였다. 그 꿈을 위해 서울과학고를 조기 졸업하고 서울대 공대를 최우등으로 졸업했는데 “공부 머리가 아깝다”는 주변 잔소리에 시달리다 결국 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처럼 과학고나 공대 졸업장이 의술의 보증서처럼 동네 병원에 전시되는 경우가 갈수록 흔해진다. 3음절짜리 뽕 해독제 ‘아/깝/다’와 맞물린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공대생들을 수능 시험장으로 등 떠밀고 있다.

 

‘K’의 이름으로 세계에서 환영받는 오늘날 한국의 위상은, 다채롭기 그지없던 ‘K뽕’이 각계에서 누적된 결실이다. ‘잘살아보세’ 뽕은 나라의 기간산업을 농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격상시켰고,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뽕은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겁 없이 개척하며 반도체·자동차·철강 등을 내다팔 힘을 줬다. 행시 공무원은 나라 시스템을 디자인한다는 뽕에, 외교관은 한반도의 통일과 번영에 기여한다는 뽕에, 교사는 나라의 미래를 길러낸다는 뽕에, 군인과 경찰은 안전한 나라를 만든다는 뽕에, 부부는 아이가 인생의 가장 값진 선물이라는 뽕에 취해 살았다. 그러나 IMF 위기를 겪으며 돈 냄새가 뽕맛을 압도하고, 진짜 마약이 만연한 사회가 됐다. 돈 많이 버는 순으로 장래 희망이 서열화되는 나라에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보람’ 따위의 말은 무력하다.

 

미국인들이 도널드 트럼프를 다시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8년 전부터 나부끼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슬로건은 펜타닐만큼 강력해서, 트럼프가 그 많은 구설에도 세계 최강국의 지도자로 두 번이나 낙점받게 했다. 치솟는 물가와 흔들리는 치안, 인공지능(AI)의 대두, 중동과 유럽의 전쟁 등 격변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시대를 ‘MAGA 뽕’에 취해 돌파해 나가겠다는 미국인들의 의지가 이번 대선 결과에 담겼다.

 

한국 사회가 상하좌우로 갈래갈래 찢어져 뒷걸음치는데, K정치인들은 서로 싸우기 바쁘다. 여권은 아직도 검찰 드라마 촬영 중이고, 야권은 방탄과 탄핵의 악다구니를 쏟아낸다. 그 사이 복잡성과 변동성으로 직조된 새로운 세계가 당도했다. 전인미답 변화의 물결을 이겨내려면, 뽕의 힘이라도 빌려 헤쳐 나가는게 급선무다. 대내외 리스크를 아우르는 안목과 시대정신, 보통 사람다운 윤리의식을 한 스푼씩 섞은 K뽕 제조업자가 이 땅에 다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양지혜 기자, 조선일보(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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