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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공학 안 할래요"] [20세기 교수가 21세기 학생을.. ] ....

뚝섬 2024. 11. 14. 06:24

["남녀 공학 안 할래요" ]

[20세기 교수가 21세기 학생을 가르치는 한국 대학]

[세상 변화는 ‘빛의 속도’ 대학 시계는 30년 전, 청년들에게 못할 짓 한다]

 

 

 

"남녀 공학 안 할래요"

 

1950년 단과대학으로 출발한 동덕여대를 종합대학으로 키운 이가 조용각(전 동덕학원 이사장) 박사다. 지금 그의 흉상은 밀가루와 계란, 케첩으로 얼룩져있다. 학교가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한다는 소식에 총학생회 주도로 시위가 벌어졌다. 본관 앞 플래카드에 이렇게 적혀있다.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

 

▶‘여자대학’은 혁명의 산물이다. 프랑스혁명, 산업혁명, 미국 독립혁명 이후 여성에게 고등교육 기회가 열렸다. 1830년대 미국 마운트 홀리요크 칼리지, 조지아여대 등이 개교했다. 여성은 남성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에 따로 학교를 만들어 우대해줘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진일보한 여성 차별’ 의식이다. 미국에는 1960년대까지 280개가 넘는 여대가 있었고, 명문 7개 대학을 따로 ‘세븐 시스터스’라고도 불렀다.

 

전 세계적으로 여대는 퇴조하고 있다. 영화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은 하버드대-래드클리프 여대 커플이었다. 래드클리프 학부는 하버드에 흡수됐고, 이제 대학원 과정만 남았다. 현재 50개 미만인 여대도 몇몇이 통폐합, 공학 전환을 논의 중이다. 일본 부유층이 선호했던 가쿠슈인여대 역시 2026년 가쿠슈인대와 통합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학생들의 남녀공학 선호, 실용 학문 및 대형 학교 지향을 이유로 꼽는다. 남녀공학에 다니는 여학생 취업률이 그렇듯, 여대 졸업생 취업률도 낮은 편이다. 이공계보다 인문계 학과가 많은 탓이다.

 

남녀공학 전환은 대개 성공적이었다. 고려대 의대 전신은 1938년 설립된 ‘경성여자 의학전문학교’였고, 수도여사대와 상명여대는 각각 세종대학교, 상명대학교로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동덕여대 시위 현장에서는 여성 차별이 존재하는 한” 여대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대가 여성 차별을 바로잡아온 게 사실이다. 이화여대 출신 여성운동가 고 이효재 교수는 호주제 폐지, 동일노동 동일임금, 여성할당제 도입에 앞장섰다. 군복무가산점제 폐지에도 여대가 나섰다.

 

▶여대에 페미니즘 바람이 거세지며 여대가 오히려 ‘성적 소수자를 배제’하는 역설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20년 성전환자(트렌스젠더)가 숙명여대 법대에 정시로 합격했지만 학생들 반대로 등록을 포기했다. 레이건 대통령 부인 낸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딸 욜란다가 나온 스미스여대를 비롯, 일본 오차노미즈여대 등은 성소수자를 받아들이고 있다. 여대를 탄생시킨 ‘시대정신’의 근간이 변하면서, 온 나라의 여대들이 ‘성숙통’을 앓고 있다.

 

-박은주 기자, 조선일보(2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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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교수가 21세기 학생을 가르치는 한국 대학 

 

2019년 2월 21일 오후 서울 성신여자대학교 학위 수여식 날 한 졸업생이 취업 게시판에 걸린 채용 정보를 바라보고 있다. /장련성 객원기자

 

대졸 청년들이 취업 시장에서 구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은 현장에서 쓸 만한 인재를 뽑기 어렵다고 하소연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본지가 최근 기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기업들은 여전히 원하는 인력 확보가 어렵다며 대학이 학생 교육 내용을 바꾸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10년, 20년 전부터 들어온 말이지만 대학은 하나도 바뀌지 않고 있다.

 

이런 인력 미스 매치는 우리 대학과 교수들이 글로벌 경쟁이라는 인식은 없이 철밥통 매너리즘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20~30년 전부터 유지해온 학과와 커리큘럼을 고수해도 등록금이 들어오고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돈 내는 기계나 마찬가지다. 철밥통, 변화 무풍지대,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을 가르친다”는 말이 우리나라만큼 잘 들어맞는 나라가 없다.

 

선진국 대학들은 우리와 정반대로, 4차 산업혁명 생태계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학을 중심으로 기업가, 연구자, 투자가 등이 경쟁하고 협력하고 연구개발하면서 새로운 사업 모델, 플랫폼, 상품, 산업은 물론 사회 혁신까지 선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실리콘밸리에서 스탠퍼드와 버클리와 같은 대학을 중심으로 혁신이 일어나는 것이 좋은 예다. 미국 MIT·프린스턴대, 싱가포르 난양공대와 같은 대학들도 HP·인텔 등 글로벌 기업과 합작해 최고의 인력을 길러내고 있다.

 

한국 대학은 이런 세계적 흐름과는 딴판인 세상을 살고 있다. 반도체·배터리·소프트웨어 같은 첨단 산업의 기업들은 대학 졸업생들을 새로 가르쳐야 한다. 대학이 창의력과 혁신 역량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실무 능력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게임 회사가 신입 사원에게 코딩 과외를 하고 배터리 회사가 별도의 물리학 강좌를 개설해 가르치는 일이 흔한 일이 돼버렸다. 급기야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처럼 기업들이 직접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LG는 최근 오창 공장에 세계 최초로 배터리 전문 교육기관을 세우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세계 첨단 수준에서 경쟁하겠다는 교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학생은 대학에 대한 기대를 접고 돈 내서 졸업장을 따겠다는 생각뿐이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는 대학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대학 교육을 교수 등 공급자 중심에서 기업과 사회 등 수요자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바꾸는 혁신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다. 대학이 교육부 관료 손아귀 안에 있는 한 혁신은 불가능할 것이다. 한국 대학 교육은 낡고 낡아 이제 더 이상 갈 수 없는 한계에 와 있다.

 

-조선일보(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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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변화는빛의 속도대학 시계는 30 , 청년들에게 못할 한다

 

1991년 서울대 인문대는 15개 학과로 구성돼 있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아시아언어문명학부가 하나 추가됐을 뿐 그때 있던 학과 15개가 그대로다. 사회대는 30년 전 11개 학과였는데 그중 정치학과·외교학과가 정치외교학부로, 경제학과·국제경제학과가 경제학부로 통합되고 신문학과가 언론정보학과로 이름을 바꿨을 뿐이다. 30 19 학과로 구성됐던 공과대학 역시 유사 학과들이 6 학부로 묶였을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 힘들다. 

 

30년 동안 세상은 강산이 30번 바뀌었다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급변했다.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4차 산업 혁명에 국가와 사회, 각 가족과 개인의 명운이 달린 세상으로 하루가 다르게 달려가고 있다. 자고 나면 달라지는 산업 지형에 ‘세상이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한 달만 게으르면 경제 뉴스를 이해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이런 세상이니 대기업이 신입 사원의 80% 이공계 전공자로 뽑을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시대에서 재무, 인사, 회계 등은 이상능력 없는 시대다생산, 마케팅부터 경영 전략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분야에서 과학기술적 기본 소양 없이는 버티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학 교육만은 수십 흘러온 관성 그대로다.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은 지난달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석사 정원을 500명으로 만들고 싶지만 40명에 묶여 있다”고 개탄했다. 미국 스탠퍼드대는 2008년 컴퓨터공학과 정원이 141명이었던 것이 작년엔 745명으로 늘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정원은 15년째 55명에 묶여 있다가 올해 겨우 70명이 됐다. 서울대가 법인으로 바뀐 지 10년 됐는데도 수십 년 전 학과 체제에 거의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대학들 상황이 모두 비슷하다.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다. 우선 39 제정된 수도권정비법이 수도권 대학의 총정원을 동결시켜놓아 대학은 총정원 내에서만 학과 학생 수를 주고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없어지고 줄어드는 학과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해당 학과 교수들이 반발한다. 정부와 대학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학 수업료로 연간 1000만원씩 내고 젊은 시절 4 이상을 투입하고도 취직조차 못한다면 너무나 잘못된 일이다법을 고치고 교수 철밥통을 깨면 해결되는 문제인데 아무도 하지 않는다. 사회 변화에 맞게 대학 학과 구성부터 조정해나가는 일을 해야 할 곳은 교육부다. 교육부는 지금 자사고·외고 없애고 국가교육위원회라는 교육 이념 기관을 만드는 데 정신을 팔고 있다. 국가로서도 손실이지만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에게 못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 학생 수는 급감하는데 일선 교육청 배정 예산은 내년에 11조원 이상 다시 늘어난다50 제정된 시대착오적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고치지 못해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지방 교육청에 무조건 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예산의 일정 부분을 대학 학과 조정 비용으로 사용하면 대학 교육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들 가운데 심각한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을 보지 못했다.

 

-조선일보(2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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