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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 족쇄’ 벗는 기아 소하리 공장] [‘20년 만에 그린벨트.. ] ....

뚝섬 2025. 1. 16. 09:51

[‘54년 족쇄’ 벗는 기아 소하리 공장 ]

[‘20년 만에 그린벨트 화끈하게 푼다’… 왜 지금?]

[일본이 부러워하는 ‘한국 그린벨트’]

 

 

 

‘54년 족쇄’ 벗는 기아 소하리 공장

 

경기 광명시 소하동에 있는 ‘기아 오토랜드’는 광명 시민들에게 ‘소하리 공장’으로 더 익숙한 곳이다. 이 공장에서 처음 생산된 세단 브리사는 현대차 포니와 함께 1970년대 국내 자동차 시장을 휩쓸었다. 이후 ‘봉고 신화’를 쓴 승합차 봉고, 국민 소형차로 불린 프라이드, 기아 대표 스테디셀러 카니발 등이 줄줄이 이 공장에서 탄생했다. 지난해부터 이곳 2공장에서 전기차 EV3도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기아가 연매출 100조 원 돌파를 앞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동안 모태가 되는 이 공장은 54년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 있다. 공장은 1970년 설립 허가를 받아 착공했지만 이듬해 도시계획법이 개정되면서 느닷없이 그린벨트로 지정됐다고 한다. 그동안 주변 녹지는 그린벨트에서 풀려 아파트 단지들이 우후죽순 들어섰지만 공장 부지만큼은 한번 박힌 대못 규제가 뽑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기아는 광명 공장을 증설하거나 개축할 때마다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를 거치는 건 물론이고 그린벨트 보전부담금을 물어야 했다. 지난해 노후화된 2공장을 재건축해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전환할 때도 예외가 없었다. 광명시 등 지자체까지 나서서 그린벨트 부담금을 낮춰 달라고 건의했지만 정부는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퇴짜를 놨다. 4000억 원을 투입해 현대차그룹의 첫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탈바꿈하는 것이었지만, 세제 혜택은커녕 부담금 폭탄을 떠안은 것이다.

 

▷기아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전기차 생산라인 증설 계획을 20만 대에서 15만 대로 축소하고 기존 공장의 지붕과 뼈대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두고 경제계에서 “해묵은 규제가 미래차 투자를 가로막는다”는 반발이 쏟아졌고 국무조정실, 대한상공회의소, 지자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그렇게 절충점을 찾은 게 광명 공장의 지목을 ‘대지’에서 ‘공장 용지’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린벨트 보전부담금이 6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향후 증설 규모에 따라 최대 수천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그린벨트에서 완전히 해제된 건 아니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이 대만 TSMC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50년 이상 묶였던 그린벨트를 풀고 수조 원대 보조금을 쏟아붓는 것과 대비된다. 더군다나 오토랜드 공장처럼 설립 허가를 받은 뒤 그린벨트로 묶인 공장이 수도권에 수두룩하다고 한다. 급변하는 산업 흐름에 맞춰 공장 시설을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첨단산업 패권을 쥐기 위한 글로벌 전쟁이 숨 가쁜데,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규제가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정임수 논설위원, 동아일보(2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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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그린벨트 화끈하게 푼다’… 왜 지금?

 

“시민분께서 ‘화끈하게 풀어 달라’고 하셨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올해 들어 13번째로 울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비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대폭 해제 계획을 내놓은 뒤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획일적인 해제 기준을 바꿔 부산 울산 창원 대구 광주 대전 등 6개 대도시 등지의 그린벨트를 풀 방침이다. 총선을 47일 앞두고 지방 표심을 겨냥한 조치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국가첨단산업단지,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전략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한 경우 보전가치가 높은 1·2등급 그린벨트까지 풀 수 있도록 하고, 지역별 그린벨트 총량 규제에서도 예외로 인정해 준다는 게 이번 방안의 핵심이다. 현재 전국 그린벨트 3793km² 중 64%가 비수도권에 있다. 전국적인 그린벨트 해제는 2001∼2003년 춘천 청주 전주 여수 제주 진주 통영 등 7개 중소도시 해제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이다.

1971년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서울 광화문에서 반경 15km 선상의 도넛 모양의 땅이 처음 지정된 후 그린벨트는 전 국토의 5.4%까지 확대됐다.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는 동안 무분별한 도시 확대 방지, 미래세대를 위한 자연보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영삼 정부 때까지 큰 틀이 유지되다가 김대중 정부 때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큰 폭의 해제가 처음 이뤄졌다.

 

이후 역대 정부들은 수도권 주택 문제가 심각해질 때마다 그린벨트에 손을 댔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임대주택,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박근혜 정부는 민간 기업형 임대주택을 지을 땅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 등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풀었다. 2020년 아파트 값이 폭등해 골머리를 썩이던 문재인 정부도 서울 주변 그린벨트를 해제해 아파트를 더 지으려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포기했다.

이번 그린벨트 해제는 지방 산업기반 강화 목적으로 비수도권 대도시를 겨냥했다는 게 다른 점이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수도권 해제를 함께 추진할 경우 지방 표심에 미치는 효과가 반감되거나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린벨트 해제는 국회에서 법을 고치지 않고도 정부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국토의 효율적 활용은 중장기적인 밑그림을 토대로 추진돼야 한다. 특히 기후변화 때문에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해온 녹지 규제 완화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총선을 코앞에 두고 대통령이 그린벨트 해제처럼 인화성 높은 개발 정책을 쏟아내는 건 관권을 이용한 선거 개입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박중현 논설위원, 동아일보(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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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부러워하는 ‘한국 그린벨트’

 

1971년 6월 박정희 대통령이 건설부 국토계획 국장을 호출했다. 청와대에 달려가니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도 와 있었다. 박 대통령이 서울 외곽에 둥근 띠를 그린 뒤 “그린벨트라는 거 있지, 그거 한번 해봐”라고 지시했다. 한 달 뒤 건설부가 “서울 세종로에서 반경 15㎞ 원형을 따라 폭 2~10㎞의 영구 녹지를 지정한다”고 고시했다. 한국형 그린벨트의 탄생이었다.

 

▶박 대통령은 그린벨트를 어떻게 구상하게 됐을까. 주영국 대사로부터 영국 그린벨트 얘기를 듣고 관심을 두게 됐다는 설명이 있다. 경부고속도로와 연관 짓는 해석도 있다. 경부고속도로 재원 마련을 위한 체비지 매각이 신통치 않자 투기 붐이 일었던 서울 외곽을 그린벨트로 묶어 민간 자본을 체비지 구입 쪽으로 돌렸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본인은 1975년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조선 500년 동안 땔감용으로 나무를 자르기만 해 전국 산이 민둥산이 됐다. 그래서 그린벨트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종주국은 영국이다. 산업혁명 여파로 도시 과밀화, 환경오염에 시달리던 영국은 1938년 그린벨트 법을 제정하고, 런던 주위에 그린벨트를 설정했다. 현재 영국의 그린벨트는 전 국토의 13%에 이른다. 박 대통령은 전 국토의 5.4%를 그린벨트로 묶었다. 80%가 사유지라 ‘재산권 침해’ 민원이 폭주했다. 박 대통령은 ‘그린벨트 규정’ 표지에 친필로 “개정 시에는 반드시 대통령 결재를 득할 것”이라고 썼다. 그린벨트 관리 부실을 이유로 공무원 2500명을 징계할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했다.

 

▶지도자의 강력한 의지 덕에 우리나라 그린벨트는 50년이 지났어도 70% 이상 잘 유지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한국보다 15년 앞서 그린벨트 제도를 도입했지만, 개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10년 만에 흐지부지돼 한국의 그린벨트를 부러워한다. 중국 덩샤오핑의 경제 자문관이었던 일본 국토부 차관은 “후일을 위해 베이징, 상하이에 그린벨트를 만들어라. 상세한 내용은 한국에 알아보라”고 조언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첨단 산업 단지가 들어설 경우 그린벨트를 풀어주기로 했다. 1999년 김대중 정부가 제주·춘천·여수 등 7개 지방 도시의 그린벨트를 해제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그린벨트 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도시 광역화, 인공지능(AI) 중심의 4차 산업 혁명 등을 감안하면 50년 된 그린벨트의 조정은 필요하다. 하지만 녹지와 산림은 대대손손 물려줘야 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국부라는 사실만은 절대 잊어선 안 된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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