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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확 늙는 나이 44세, 60세] [생체 연령] ....

뚝섬 2024. 8. 17. 08:09

[갑자기 확 늙는 나이 44세, 60세]

[생체 연령]

[노인 아닌 노인 400만, 43년 된 연령 기준 이제 바꿔야]

 

 

 

갑자기 확 늙는 나이 44세, 60세 


사람은 흐르는 강물처럼 유유히 늙어가지 않는다. 바다에 파도가 몰아치듯 특정 시기에 확 늙는다. ‘가속 노화’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노화가 갑자기 빨라지는 두 분기점을 특정했다. 44세와 60세. 20∼70대 108명을 7년간 관찰했더니 ‘예전 같지 않은 몸’이 눈에 띄게 현실화되는 나이가 바로 그때라는 것이다. 이 시기에 노화가 특히 빠른 건 몸속 단백질 변화 같은 생물학적 원인 못지않게 사회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40대 중반은 직장에 다니든, 자영업을 하든 가장 몸 바쳐 일하는 시기다. 조직 내 중간관리자로서 제법 책임이 무거워지는 것도 이때다. 자녀 교육, 노부모 건강 등 신경 쓸 일도 많다. 과도한 스트레스 그 자체도 해롭지만, 쌓인 긴장을 풀기 위해 술 담배에 더 의존하기 쉽다. 40대부터는 알코올과 카페인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대사 능력이 감소하는데 섭취량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늘어나면 사람이 폭삭 늙을 수밖에 없다.

▷요즘은 ‘젊은 노화’를 촉진하는 유혹들도 많다. 노화의 4대 주범이 운동 부족, 기름진 식단, 술, 담배라고 하는데, 일에 지친 40대들에겐 운동보다는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가 더 달콤하다. 균형 잡힌 식단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다 보니 배달 음식이란 손쉬운 대안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30대 중반부터는 당뇨 고혈압을 유발하는 체내 단백질이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거기에 안 좋은 습관까지 겹친 탓인지 요즘 40대 남성의 비만율은 50%가 넘는다.

 

▷60세 가속 노화의 원인은 40대와 정반대인 측면이 있다. 은퇴나 정년퇴직 등으로 몸의 긴장이 갑자기 느슨해지는 게 문제다. 적당한 스트레스와 피로감이 있을 땐 잠을 잘 자다가 출근을 안 하면서 수면의 질이 떨어졌다는 은퇴자들이 적지 않다. 사람 만날 일이 줄면 거울을 덜 보게 되고 자연히 피부 등 외모 관리에 소홀해진다. ‘퇴직한 지인을 오랜만에 봤는데 1, 2년 새 부쩍 늙은 것 같다’는 반응을 흔히 접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60대부터 심혈관 질환이 급증하는 데에는 일상이 불규칙하고 활력이 떨어지면서 전반적인 신체 저항력이 낮아진 탓도 있다고 한다.

▷100세 시대인 요즘, 60세 생일을 기념하는 환갑은 의미가 많이 퇴색하긴 했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60세는 여전히 삶의 중요한 분기점이다. 기존의 환갑이 지금껏 살아 있는 걸 축하한다는 의미였다면, 지금의 환갑은 ‘유병장수’ 시대에 대비해 천천히 늙어가도록 건강을 바짝 챙기자고 응원하는 기념일이 되어야 한다. ‘급노화’가 찾아올 수도 있는 환갑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면 아직 건강할 때 겸손한 마음으로 몸을 돌보자는 다짐이 필요할 것 같다.

-신광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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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연령

 

2018년 네덜란드 정치인이자 방송인 에밀 라텔반트가 자기 생년월일을 1949년 3월 11일에서 1969년 3월 11일로 정정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또래보다 20세 이상 젊어 보이고 힘도 넘치는데 69세라는 법적 연령이 발목을 잡고 있으니 나이를 낮춰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는 “이름과 성별도 바꿀 수 있는 시대에 나이는 왜 못 바꾸냐”며 따졌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생물학적 나이’라고도 불리는 생체 연령은 2013년 스티브 호바스 UCLA 교수가 세포에서 추출한 DNA로 그 사람의 노화 정도를 정밀 측정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그는 여러 연령대에서 채취한 표본을 분석한 결과 메틸기라는 원자 집단이 DNA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데, 이 ‘DNA 메틸화’ 유형이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신체 조직의 노화도를 추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것이 ‘호바스 시계’로 불리는 생체 연령 판별법이다.

 

▶베스트셀러 ‘노화의 종말’로 유명한 데이비드 싱클레어 미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노화는 치료 가능한 질병”이라고 주장한다. 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필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첨단 과학의 ‘역노화’ 기술을 활용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괴짜 부자 브라이언 존슨은 연간 200만달러를 쓰며 자신의 신체 나이를 되돌리는 실험을 하고 있다. 46세인 그는 의료진의 철저한 관리 아래 매일 111알의 보충제를 먹는 등의 요법으로 18세의 폐활량과 28세의 피부, 37세의 심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화 억제 물질과 요법을 둘러싸고 수많은 이론이 나와있지만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가장 검증된 것은 소식(小食)이다. 미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열량을 25% 줄인 식사를 2년간 한 사람은 노화 속도가 2~3% 느려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시중엔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을 비롯한 각종 노화 억제 약물 리스트도 돌고 있다. 젊은 사람 피를 수혈하면 노화가 늦춰진다는 가설도 있지만 미 FDA는 임상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체내 연령 36세로 측정된 94세 일본인 사토 히데 할머니가 화제가 됐다. 일본 이와테현에 사는 그녀는 60세 어린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로 ‘이웃과 즐겁게 살자’란 인생관을 꼽았다. 노화를 초래하는 다양한 생물학적 원인이 있지만 사회·심리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장수 마을을 연구한 일본 연구자들은 ‘삶은 가치가 있다는 마음가짐’을 장수 요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곽수근 논설위원·테크부 차장, 조선일보(2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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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아닌 노인 400만, 43년 된 연령 기준 이제 바꿔야

 

6일 오후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노인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각종 노인 복지 혜택을 주는 기준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올해 안에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구 20%가량이 65세가 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것이다. 통계청 인구 추계로는 2050년 65세 이상 인구가 40%를 돌파한다고 한다. 복지 의존 인구가 이렇게 늘어나면 국가 재정이 견뎌낼 수 없다.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은 불가피하다.

 

지금의 노인 연령 기준은 사회 상황과도 맞지 않다. 노인 기준이 65세가 된 것은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의 경로 우대 조항부터다. 이를 계기로 기초 연금, 버스·지하철 무임승차 등 여러 복지 혜택이 이 기준에 맞춰져 왔다. 하지만 법 제정 당시 한국인 기대 수명은 66세 정도였는데 지금은 82.7세다. 과거엔 60세만 넘어도 노인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70세가 돼도 노인으로 분류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국민 절반 이상(52%)이 노년이 시작되는 나이를 70세로 봤다는 정부 조사 결과도 있다. 이 기준으로 보면 65~70세인 400여만 국민은 ‘노인 아닌 노인’인 셈이다. 43년 된 노인 기준을 유지하는 자체가 비합리적이다.

 

물론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39.3%)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급격하게 노인 기준 연령을 올리면 반발이 생길 수 있다. 노인 연령을 70세로 높이면 60세 정년 이후 10년간 기초 연금이나 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결국 정년 연장도 함께 논의해야 하는데 기존 임금 체계를 함께 바꿔야 한다. 정년을 늘릴 경우 청년 일자리가 줄어 ‘세대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설계를 잘해야 한다. 역대 정부가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흐지부지된 것도 이런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빨라지는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이미 늦었다. 노인 연령 기준은 대한노인회도 2015년 상향 조정을 제안한 바 있다. 2년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5년부터 10년마다 노인 연령을 1년씩 높이자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정치 문제가 아니니 사회적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지자체 차원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하기 바란다.

 

-조선일보(2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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