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식 '평화주의'의 비극]
[北 핵 강화, 中 국방비 증강, 우리만 '대화로 나라 지킨다']
['北 탈출한 죄' 추궁에 南서도 위협 느끼고 망명했다니]
['新 事大'?]
추미애식 '평화주의'의 비극
[朝鮮칼럼]
'총·균·쇠'에 등장한 모리오리·마오리 동족의 비극
평화·우정 제안만으로 전쟁을 피할 수 있나
추미애 의원의 낭만적 기대… 북의 핵, 군사 도발 막을 수 없어
민주당은 '모리오리당'인가… 역사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1835년 11월 19일, 뉴질랜드에서 동쪽으로 800여km 떨어진 채텀 제도에 총과 곤봉과 도끼로 무장한 마오리족 전사들이 상륙했다. 그들의 목적은 분명했다. 채텀 제도에 사는 모든 것을 잡아먹는 것이었다.
채텀 제도는 무인도가 아니었다. 모리오리족이 살고 있었다. 마오리족과 같은 혈통이지만 수세기 전 뉴질랜드 본섬에서 배를 타고 나가서 교류가 끊긴 후 다른 부족이 된 것이다. 바로 그 모리오리족 역시 마오리족이 잡아먹으려는 ‘모든 것’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문자 그대로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모리오리족에게 마오리족 침략자를 물리칠 기회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다. 선발대로 온 마오리족은 500여 명이었지만 모리오리족은 모두 2000명가량이었다. 비록 마오리족의 무기가 더 좋지만 조직적으로 저항했다면 이겨낼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모리오리족에게는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전통이 있었”기에, “대표자 회의를 열어 맞서서 싸우는 대신 평화와 우정을 제안하고 물자를 나눠 주기로 결의했다.”
세계적인 석학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의 2장에서 그 비극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모리오리족의 평화와 우정의 제안은 전달되지도 못했다. 마오리족이 다짜고짜 공격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며칠 사이에 모리오리족 수백 명이 살해당하고 잡아먹혔다. 노예가 된 이들도 결국 같은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자신을 잡아먹으려 온 이들에게 선물을 주려 하다니, 모리오리족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다이아몬드는 마오리족과 모리오리족의 환경적 차이가 세계관의 차이를 낳았다고 설명한다. 뉴질랜드 본섬에 살던 마오리족과 달리 작은 채텀 제도에 정착한 모리오리족은 궁핍한 수렵 채집민으로서 생존을 위해 ‘평화주의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모리오리족은 채텀 제도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으며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전쟁을 포기했고 남자 신생아의 일부를 거세함으로써 인구 과잉으로 인한 갈등의 소지를 줄였다. 그 결과 전쟁을 모르는 작은 집단이 유지되었고 그들의 기술과 무기는 단순했으며 강력한 지도층이나 조직력도 없었다.”
국가도 전쟁도 종교도 사유재산도 없는 원시 공동체. 요컨대 모리오리족은 존 레넌이 ‘이매진’에서 노래한 그런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 평화는 서구의 침략자가 아닌 같은 폴리네시아 원주민 집단에 의해 처참하게 깨지고 말았다. 지금으로부터 두 세기 전, 남반구의 어딘가에서 벌어진 비극이다.
“훈련을 더 빡세게 시키고 인간 고정대를 시키면 지저분한 치킨게임이 불러올 무모한 전쟁 위험을 막을 수 있나?” 지난 13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의 내용이다. 그러자 같은 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반박했다. “전쟁 위험을 훈련과 대비로 막지 그럼 뭘로 막습니까. 국제 대북 제재 위반하는 굴종 뒷거래 같은 걸로 막아야 한다는 겁니까.”
추 의원의 본심은 무엇일까. 인용된 문장 바로 뒤에 “군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가 풀어야 하고 외교를 발동해야 하고 대화 재개를 해야 하는 자신의 영역”이라고 덧붙인 것을 보면, 여전히 햇볕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북한의 핵 개발과 군사 도발에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이런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의 전반적 기조와 맞닿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는 북한을 힐난하지 않았다. 그런데 평양에서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전단지를 살포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우리 정부를 향해 ‘평화’를 외치고 있다. 당명을 모리오리당으로 바꿔도 그리 어색하지 않을 듯하다.
사실 모리오리족에게는 승산이 없었다. 당시 마오리족의 인구는 총 10만명에 달했지만 모리오리족은 2000명에 불과했다. 전쟁 경험은 전무했고 무기도 형편없었다. 그러니 손에 무기를 들고 눈을 희번득거리며 이 땅에 발을 디딘 저들에게 맞서 싸우는 대신, 평화와 우정을 제안하고 선물을 주면 모든 일이 잘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 기댈 수밖에 없었으리라.
우리는 그렇지 않다. 북한보다 인구가 많다. 경제력은 비교 불가능하며 재래식 군사력에서도 크게 앞선다. 하지만 스스로 모리오리족이 되면 평화롭게 살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높은 자리에 오르기도 한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던가. 남의 역사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조선일보(2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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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 강화, 中 국방비 증강, 우리만 '대화로 나라 지킨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됐다"고 북 매체가 전했다. 또 "포병의 화력 타격 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도 취해졌다"고 했다. '핵 억제력'은 북한이 자신들의 핵 개발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이다. 22일간 잠행하던 김정은이 다시 공개 활동에 나서면서 핵무기와 장거리탄도미사일 개발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북은 미·북 대화 국면으로 눈속임을 하면서도 핵·미사일 능력 강화를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다. 북은 지난해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탄도미사일 시험만 13차례 했다. 핵 동결로 모든 제재를 풀려는 계산이 어긋나자 김정은이 직접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달 초에는 평양 인근에 ICBM 여러 기를 한꺼번에 세워 조립할 수 있는 규모의 탄도미사일 관련 시설이 관측됐다. 조만간 ICBM이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SLBM 탑재용 신형 잠수함 공개 가능성 등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 국가정보국장 지명자가 "북의 핵무기 및 발사체계 보유 시도가 미국이 직면한 최대 위협의 하나"라고 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중국은 올해 국방 예산을 전년 대비 6.6% 늘린 216조원으로 결정했다. 코로나 타격으로 경제성장률이 1.2%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국방 예산만은 늘린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신냉전'을 준비하는 것이다. 미·중 충돌이 경제 전쟁을 넘어 군사적 충돌로 번지는 틈을 타 김정은이 불장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 세계가 코로나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도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은 이처럼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오로지 대한민국만 무사태평이다. 우리 군은 '군사력이 아닌 대화로 나라를 지킨다'고 한다. 북이 우리를 겨냥한 미사일을 쏴도 입을 다물고 DMZ 초소에 북 총탄이 탄착군을 형성하며 박혀도 "우발적 사고일 것"이라며 도리어 북을 감쌌다. 북이 천안함 폭침에 대한 어떤 사과도 안 했는데 우리가 알아서 '5·24 대북제재 폐기'로 면죄부를 줬다. 북핵·미사일 개발을 억누르기 위한 제재는 '평화를 가로막는 걸림돌' 취급한다. 우리 해·공군의 방어 훈련 보도에 북이 반발하자 청와대가 군 지휘부를 불러 질책하기도 했다. 총선 압승으로 거칠 것이 없어진 이 정권에서 이런 모습은 앞으로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다. 지금 정부에서 북의 핵·미사일 위협 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있긴 한가.
-조선일보(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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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탈출한 죄' 추궁에 南서도 위협 느끼고 망명했다니
민변 소속 변호사의 월북 회유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탈북자가 신변 위협을 느껴 해외로 망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중국 닝보(寧波)의 북한 식당 여종업원 열두 명과 함께 탈북했던 지배인 허강일씨는 "윤미향 전 정대협 대표와 그의 남편, 민변 소속 변호사가 탈북 여종업원들에게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라고 회유했다"고 폭로하는 과정에서 망명 경위를 털어놨다.
허씨에 따르면 작년 1월 어느 날 저녁 50대 초반의 낯선 여성 두 명이 아파트를 찾아왔다고 한다. 주민번호와 이름을 두 번씩이나 바꾸고 숨어 지내던 허씨의 거주지가 노출된 것이다. 놀란 허씨는 파출소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두 사람은 조사받은 뒤 "국정원 끄나풀 ××야. 너 죽을 준비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당시 민변 변호사의 월북 권유에 심리적 압박을 받던 허씨는 "암살 선발대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두 달 뒤 허씨는 제3국에 망명을 신청해서 떠났다.
망명이 받아들여진 건 허씨가 한국에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것이 인정됐다는 뜻이다. 1987년 대한항공(KAL)기 폭파 사건의 범인 김현희씨는 노무현 정권 시절 사건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좌파 단체들과 일부 방송이 거주지를 노출시키는 바람에 한동안 도피 생활을 해야 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처 성혜림의 언니 아들로 남한에 귀순해 북한 체제를 공개 비판했던 이한영씨는 1997년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에 살해됐다. 허씨 역시 집단 탈북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어 북한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 허씨는 "거주지를 옮겨 달라"고 호소했으나 통일부와 국정원은 외면했다고 한다. 탈북자들을 적대시하는 정권 분위기 속에서 허씨가 느꼈을 불안감이 짐작이 간다.
민변은 "재월북을 권유하거나 강요할 이유가 없다"며 허씨 주장을 부인했다. 그러나 허씨는 "북한의 어머니가 보고 싶지 않느냐"고 묻고 '조국과 어머니 품으로 돌아오라'는 어머니 편지를 구해서 전해주는 것이 "월북 권유가 아니면 뭐냐"고 반문한다. 민변 변호사가 허씨에게 '죗값을 치르고 속죄하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목숨을 걸고 북의 공포 체제를 탈출해서 자유를 찾아온 것이 죄로 몰리는 세상이다.
-조선일보(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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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事大'?
신의주 건너편 중국 무역 도시인 단둥에서 북쪽으로 30km쯤 가면 바싼(八三) 유류 저장소가 나온다. 대북 송유관이 시작되는 곳이다. 여기서 평안북도 정유 시설인 봉화화학 공장까지 연결된 30.3km의 송유관으로 연간 100만t가량의 원유가 흘러들어 간다. 중국이 이 송유관을 몇 달만 잠가도 북한은 큰 타격을 입는다. 북핵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 3일 "북한 경유 가격이 지난달 초보다 60%, 휘발유 가격은 25%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한 이 마당에도 중국은 여전히 대북 송유관에는 손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 간 고위급 대화'에 참석한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1일 시진핑 주석과 같이 사진을 찍는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노력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관련 부품을 밀수해온 주요 통로가 중국이다. 북한이 무슨 도발을 해도 김정은의 살길을 계속 열어주는 게 중국이다. 그러면서 방어용인 한국 사드에 대해선 막가는 보복을 한다. 중국의 어떤 노력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추 대표는 3일 이 행사의 기조연설에서 "'신시대 설계사'인 시진핑 총서기께서 주창하신 '중국의 꿈'이 세계 평화와 번영에 공헌할 것으로 확신한다"고도 했다. '중국몽(中國夢)=중화민족의 부흥'이다. 이른바 중화 민족주의 아래 우리 민족이 어떤 피해를 당해왔는지 안다면 이런 말은 못할 것이다. 시진핑 시대 중국의 중화 부흥 앞에 이웃 나라 주권은 쉽게 희생될 수 있다. 전 세계가 중국몽을 경계하는데 우리 집권당 대표는 중국몽이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지난 5월 대통령 특사로 이해찬 의원이 시 주석을 만났을 때 시 주석은 테이블 상석에 앉고 이 특사 일행은 시 주석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한 모양새였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때만 해도 방중 특사는 시 주석과 나란히 앉아 대화했다. 이해찬 특사단의 자리 배치는 시 주석이 홍콩 행정장관을 접견할 때와 같았다.
▶문 정부 들어 중국은 우리를 아래로 보는 행태를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항의는커녕 주눅 든 사람들 같은 태도를 보인다. 추 대표가 중국 지도부 앞에서 사드 보복에 대한 우리 입장을 당당하게 말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 신(新)사대(事大)인가. 여당이 강조하는 '당당한 외교'에 중국은 예외인가 보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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