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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최악의 시나리오]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의 이익] ....

뚝섬 2024. 11. 12. 09:14

[한반도 최악의 시나리오]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의 이익]

[끝이 보이는 우크라戰, 한·러 관계 복원할 기회로]

 

 

 

한반도 최악의 시나리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9월 24일 경제공약을 발표하면서 “(자신에게) 투표하면 중국에서 펜실베이니아로, 한국에서 노스캐롤라이나로 제조업의 대규모 엑소더스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배너=AP 뉴시스

 

또다시 트럼프 시대에 4년을 살게 됐다. 예측하기 어려운 바람이 어디로, 어떤 강도로 불지 알 수 없게 됐다. 배는 예상치 않은 높은 파도가 옆구리를 칠 때 뒤집힌다. 당장 동북아에 불어닥칠 예상 가능한 폭풍은 관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60%, 자동차 등 일부 제품은 200%까지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경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스위스계 투자은행 UBS는 전망했다.

미국의 대중 무역 고율 관세가 본격화된 2018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6.6%를 기록했다.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현재 5%대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중국이 또다시 트럼프의 강펀치를 맞게 된 것이다. 경제 성장이 멈추면 중국 내부의 불만은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불만의 강도에 따라 시진핑(習近平)의 장기집권 계획은 물론이고 공산당 일당독재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 집권 위기에 빠진 독재자는 늘 전쟁의 유혹을 받는다.

중국이 대만과 전쟁을 벌인다면 미국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미국이 직접 참전하면 막대한 인명 피해와 비용을 치러야 한다. 지난해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미국이 승리해도 중국보다 더 긴 고통을 겪으며 승리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가 파병까지 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대만 전쟁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 중국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을 때 미국이 쓸 비장의 카드가 하나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도 포기하겠다는 트럼프가 미국의 손해를 막기 위해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카드다. 바로 북한 체제의 붕괴다.

북한은 중국의 옆구리에 붙어있는 폭탄이라 할 수 있다. 이 폭탄의 뇌관은 김정은이다. 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뇌관을 터뜨릴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 문제는 이 폭탄이 터지면 중국과 한국은 그 파편을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에 있어 대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북지역의 안정이다. 대다수 중국 왕조의 멸망은 동북지역의 혼란에서부터 시작됐다. 혼란 이후 힘을 키운 세력이 산하이관(山海關)을 지나 중원의 한족 왕조를 정복하고, 이후 시간을 두고 한족에게 동화되는 역사가 반복됐다. 북한이 붕괴되면 수백만 명의 난민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들은 세계에서 전투력이 가장 강한 난민일 가능성이 높다. 남성은 10년 동안, 여성의 절반도 6년 이상 군사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무장 난민 무리가 동북지역으로 끊임없이 몰려온다면 중국으로서는 비수가 옆구리에 꽂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과 전쟁을 치를 수는 없다. 어쩌면 경제위기 속 중국은 공산당 체제의 붕괴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중국에는 대재앙이다.

트럼프로서는 ‘닌자 미사일’ 한 발로 미국의 패권을 넘보는 중국을 주저앉히고, 대만과의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여기에 미국을 협박하는 핵미사일을 만드는 데 골몰하는 위험한 독재자 제거라는 덤도 생긴다.

한국도 파편을 피할 수 없다.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면 해외 자본이 일거에 빠져나갈 수 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엔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해 단기간에 해외 자본이 돌아왔다. 하지만 북한 붕괴로 인한 혼란은 언제 수습될지 알기 어렵다. 선진국에서 중진국으로 뒷걸음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후폭풍 때문에 김정은 제거는 미국이 그동안 감히 생각하지 않았던 시나리오다.

하지만 앞으로 의회 권력까지 틀어쥐게 된 트럼프라면? 그의 머릿속에 한국은 잘살면서도 방위비 분담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기생충 동맹국’으로 인식돼 있다면? 트럼프가 우리를 자국을 지키고 중국을 수렁에 빠뜨리며 세계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대의의 희생양’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물론 이런 시나리오는 최악의 최악을 가정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나서지 않더라도,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김정은이 급사해도 최악의 조건은 형성된다. 특정 조건이 만났을 때 생기는 ‘공진(共振)’은 위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제방이나 교량 하나 지을 때도 최악의 천재지변을 가정해 설계한다. 하물며 국가 존립을 위한 대비는 아무리 준비해도 모자람이 없다.

 

-주성하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동아일보(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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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와 미국의 이익

 

[임용한의 전쟁사]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이제 한국이 큰일 났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트럼프 측에서는 선거 기간 동안 ‘한국은 머니 머신이다’, ‘방위비 부담을 크게 올려야 한다’, 유럽, 대만,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미국은 모두 개입할 수 없다. 한국은 나중 순위다라는 발언도 했다. 사실은 나토에 대해서도 비슷한 발언을 했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우크라이나 사정은 ‘나는 모른다. 무조건 이 상황에서 전쟁 끝내라’는 식의 행동도 하고 있다.

트럼프의 행동을 미국 우선주의, 신고립주의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 말을 19세기 미국의 먼로주의로의 회귀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당시 미국은 신생국가였고, 미국은 유럽에서 이민 온 1, 2세대 주민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미국이 유럽의 전쟁에 개입하면 그것은 미국의 분열을 초래한다. 지금도 그런 현상은 존재하지만 이미 국가적 정체성이 확고한 지금과 먼로 대통령 시대는 다르다.

미국 우선이든 고립이든 이런 주장의 근간은 미국의 이익이다. 과거 미국이 나토의 방위를 사실상 책임지고, 세계의 분쟁에 개입한 이유도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지금 고립주의를 들고나오는 이유는 개입보다 고립이 미국의 이익을 보장한다는 생각이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 만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세계는 이미 경제로 얽혀 있다. 미국이 국내의 석유로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다고 해서 중동 유전이 모두 파괴된다거나 한국과 일본이 전쟁에 휘말리고 심지어 핵공격까지 받아서 초토화된다면 미국의 이익도 심대한 타격을 입는다.

 

트럼프와 해리스 누가 되었든 한국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방위비 부담이 늘면 다른 곳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바람이 부는 걸 탓해서는 바다에 나갈 수 없다. 역풍이든 순풍이든 이용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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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는 우크라戰, 한·러 관계 복원할 기회로

 

[조형래 칼럼]

진보적 이상주의 바이든… 전쟁 장기화로 비판 여론 커져
"우크라의 나토 가입에 대해 애매한 태도로 푸틴 자극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휴전 여론 힘 실리고 러시아 관계 복원 계기 마련돼
외교는 사자의 용맹보다 여우의 교활함이 더 필요
 

 

지난 9월, 미국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만나고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푸틴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논란을 빚는 대목이 있다. 2021년 말부터 당장에라도 전쟁이 터질 듯한 상황이었는데도 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용인하겠다는 듯한 제스처로 푸틴을 자극했느냐는 것이다. 바이든은 푸틴, 그리고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와의 회담에서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주권 국가의 선택 사항”이라며 나토의 동진(東進)을 멈추라는 푸틴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랬던 그가 2년 7개월여 전쟁으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지금에 와서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긋는다.

 

1991년 소련 몰락 이후 본격화된 옛 소련 위성 국가들의 나토 가입은 유럽의 안보 지형에 직결되는 예민한 문제였다. 2014년 친서방 정책으로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뺏겼던 우크라이나는 자국 안보와 러시아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토 가입을 추진했던 반면 푸틴은 같은 뿌리의 옛 소련 연방국이 서방 편에서 총부리를 겨눈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게다가 현재 전쟁이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과 러시아 쿠르스크 일대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소(獨蘇) 전쟁의 최대 격전지였다. 쿠르스크에서는 독·소 양국에서 340만명의 병력과 1만대의 전차가 동원된 사상 최대 규모의 전투가 벌어졌고 남쪽의 볼고그라드(옛 스탈린그라드)에서는 사상자가 200만명에 이르는 역사상 가장 참혹한 시가전이 전개됐다. 이런 역사를 기억하는 푸틴은 서방에게 나토의 동진 중단을 공식 보장하라고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푸틴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 그 전까지 사이가 좋았던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나토에 가입하려는 조지아를 침공했다는 소식을 무덤덤하게 통보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푸틴의 호전성을 바이든은 왜 간과했을까? 트럼프도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바이든이 전쟁을 부추겼다”며 미국의 지원을 요구하는 젤렌스키를 “지구 최고의 세일즈맨”이라고 비꼬았다.

 

전쟁에 지친 유럽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회의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극우 세력은 물론 대(對)러시아 강경파였던 영국에서조차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영국을 대표하는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직전 게재한 기사에서 서방과 젤렌스키가 전쟁에서 밀리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휴전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가 독재자로부터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켰다는 데 의미를 두고 나토 가입을 조건으로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푸틴의 공격을 견뎌낸 정신 승리를 했으니 우크라이나 영토의 20%에 이르는 러시아 점령지는 포기하라는 것이다. 트럼프 측 휴전안은 향후 20년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배제하는 것으로 젤렌스키에게 더 불리하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 깊숙이 빠져드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3년 가까이 세계 경제를 짓눌렀던 식량·에너지 등 공급망 교란과 북러·북중 밀착으로 인한 동북아 안보 위기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전환점이 마련된 것이다. 전쟁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경제 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러시아나, 미국 지원 없이는 전투 수행은 물론이고 공무원 월급이나 연금 지급 등 몇 개월도 버티기 힘든 우크라이나로서는 협상장에 나오라는 트럼프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우리도 러시아와의 관계 복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으로 수교한 러시아는 한국에 대한 긍정 평가가 90%를 넘을 정도로 한국을 좋아하는 나라다. 러시아와 교역 규모는 전쟁 전 연간 38조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삼성·LG전자는 러시아의 국민 브랜드로, 오리온 초코파이는 최애 식품으로 추앙받았고 현대차 점유율은 30%에 달했다. 하지만 러시아 제재로 교역 규모는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현지 진출 기업들의 손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19세기 독일의 명재상 비스마르크나 20세기 최고의 외교가 헨리 키신저는 그 어떤 이념이나 가치보다 국익을 우선했다. 지금이야말로 지도자에게는 사자의 용맹보다 여우의 교활함이 더 필요한 때다.

 

-조형래 부국장, 조선일보(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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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푸틴, 네타냐후가 휴전 협상 위해 통화했다는 보도 잇따라 나와. 스트롱맨 말에 스트롱맨이 움직일까.

 

-팔면봉, 조선일보(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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