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먼저 알았다]
[미국의 첫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 ‘얼음 아가씨’]
[트럼프를 사랑한 이민자들]
돈은 먼저 알았다
2024 미국 대선에서 미국 주요 여론조사 기관은 예측에 실패했지만 글로벌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은 거의 유일하게 트럼프 승리를 일찌감치 예측했다. 폴리마켓은 지난 10월 중순부터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66%까지 봤다. 일론 머스크는 “돈이 걸려 있어 여론조사보다 정확하다”고 했다.
▶폴리마켓은 뉴욕 출신 26세 청년 셰인 코플란이 4년 전 창업했다. 코플란은 13세 때 가상 화폐 채굴을 시작했고 2014년 이더리움이 단돈 30센트에 사전 판매할 때 최연소 구매자로 참여했다. 뉴욕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는데 대학을 중퇴하고 독서와 새로운 사업 구상에 빠져 지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 자신의 X(트위터) 계정에 “돈이 바닥나고 있는 1인 창업자, 본사는 집 욕실에 임시로 차린 사무실”이라고 글을 띄웠다. 미국은 선거 도박을 허용하지 않아 미국 사용자들은 차단을 우회해 폴리마켓에 접속한다.
▶영국은 선거 도박이 합법이어서 온라인 베팅 업체가 여럿 있다. 온라인 베팅 업체 ‘베트페어 익스체인지’에서는 2004년 미국 대선 당시 조지 W 부시 후보에게 90%를 베팅했다. 2008년과 2012년에는 판돈 90% 이상이 버락 오바마에게 몰렸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고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2016년 이후 선거 도박 시장이 급성장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판돈도 커진 것이다.
▶역대급 선거 도박이 펼쳐진 2024 미국 대선에서 최대 수익자는 테슬라 창업자 머스크다. 1억3200만달러를 캠프에 기부하고 트럼프를 지지했다. 트럼프 승리 후 테슬라 주가가 강세를 보여 단 이틀간 시가총액이 1450억달러(약 200조원)나 늘었다. 폴리마켓에 4개의 계정을 가진 ‘프레디 9999′라는 인물은 트럼프 당선 예측으로 총 4800만 달러(약 672억원)를 번 것으로 추산된다. 익명의 프레디 9999는 금융 투자에 경험 많은 프랑스 출신의 통계학자로 알려졌다.
▶돈을 걸고 베팅하는 예측 시장은 새로운 정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참여자 의견이 실시간 반영된다. 정보가 초 단위로 유통돼 주가가 출렁이는 증시와 비슷한 속성이다. 누가복음 12장 34절은 “너희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희 마음도 있다”고 했다. 돈 되는 곳으로 기민하게 움직이는 마음을 실시간 반영하는 기술과 시장이 선거에도 번성하고 있다. 응답자들이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고 실시간 업데이트도 안 되는 여론조사가 이를 당해낼 재간이 없는 듯하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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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첫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 ‘얼음 아가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택한 첫 백악관 비서실장은 수지 와일스(67)였다. 선거 캠프의 좌장 역할을 했던 와일스는 “가장 덜 알려졌지만, 가장 막강한” 트럼프 사람으로 통한다. 와일스 중용은 대선 불복으로 비판받던 트럼프를 2021년 초 만난 것이 출발점이 됐다. 2016년, 2020년 대선 때 워싱턴이 아닌 플로리다주에서만 선거운동을 했지만, 와일스는 트럼프가 왜 졌는지, 뭐가 달라져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질문을 쏟아내던 트럼프는 “2024년 선거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와일스는 미 역사상 첫 여성 비서실장이다. 1953년 아이젠하워 대통령 때 비서실장이 생긴 이래 30명 넘게 거쳐갔지만, 여성은 없었다. 충성심과 냉철함이 그의 경쟁력이라는 게 미 언론의 평가다. 그의 별명은 얼음 아가씨(ice baby) 또는 얼음 여사(ice maiden). 할머니 같은 넉넉함 속에 비수같이 담긴 냉철함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막후 조정을 선호하는 와일스는 언론 인터뷰에 거의 응한 적이 없다. 당선을 확정 지은 순간에 트럼프가 와일스를 행사장 연단으로 이끌면서 “(당신은) 뒤에 있는 걸 좋아하는데, 뒤에 있을 사람은 아니야”라고 할 정도다.
▷비서실장 지명은 당선 이틀 만에 발표됐다. 8년 전 트럼프의 첫 당선 때는 6일 걸렸던 일이다. 정치 신인과 다름없던 2016년과 달리 트럼프가 4년 국정 경험을 바탕으로 일처리에 속도를 낼 것이란 신호로 읽힌다. 비서실장 인선 방향도 달라졌다. 트럼프는 첫 임기 4년 동안 국정 경험 부족을 메워줄 중앙정치 명망가, 해병대 4성 장군 출신, 예산 전문가 등을 기용했다. 하지만 와일스 발탁 소식을 보면 트럼프가 실무를 꼼꼼히 챙길 행정과 정무 감각을 더 선호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트럼프 1기 백악관은 한마디로 뒤죽박죽이었다. 트럼프는 회의 때 발언 시간을 독차지했고, 개인 휴대전화로 수없이 바깥 인사들과 통화했다. 또 누구와도 상의 없이 국방장관 해임을 트위터로 공표한 적도 있다. 그 시절 존 켈리 비서실장은 동료였던 안보보좌관에게 “내가 백악관을 얼마나 떠나고 싶어 하는 줄 아느냐”고 털어놓은 기록도 있다. 와일스의 첫 과제는 내년 1월 취임하는 트럼프의 돌출행동을 통제하고, 백악관을 질서정연한 곳으로 만드는 일이 될 듯하다.
▷미 언론은 와일스가 듣기 거북한 사안을 트럼프에게 직설적으로 보고하면서 캠프가 돌아가도록 했던 일처리 솜씨에 주목하고 있다. 45년 정치 경력 동안 고위직을 맡은 적이 없는 와일스가 ‘부통령보다 중요하다’는 비서실장직을 맡은 것도 이 점을 평가받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전 세계는 트럼프 2기가 가져올 변화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와일스에게는 과거 어떤 백악관 비서실장 못지않게 관심이 모아질 것 같다.
-김승련 논설위원, 동아일보(2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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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를 사랑한 이민자들
[특파원 리포트]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
미국 대선의 승세(勝勢)가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 쪽으로 확실하게 기울기 시작했던 지난 5일 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스마트폰이 ‘지잉’ 울리더니, 이내 “이 나라가 전부 불타버렸으면 좋겠어”라는 문자가 화면에 떴다. 평소 트럼프의 재선 성공은 ‘지성의 몰락’이라며 결사코 반대했던 백인 친구의 연락이었다. 좌절한 그는 “어쩌다 이 나라가 이렇게까지 멍청해졌나”라고 탄식했다.
실리콘밸리 지식인 백인 남성인 그가 “여성 인권, 인종 차별, 헬스케어 같은 문제는 이제 어떡하라고!”라며 울부짖는 동안, 나는 조용히 올 들어 여러 곳에서 만나왔던 트럼프 지지자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트럼프의 승리에 십시일반으로 표심을 행사했을 그들 중에는 전형적인 백인 레드넥(뒷목이 빨갛게 되도록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나 힐빌리(가난한 저학력 백인)가 아닌 다양한 피부색의 이민자들이 다수 섞여 있었다.
지난 9월 7일 네바다주 레이크미드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보트 퍼레이드를 펼치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지지자인 맬리사(왼쪽)과 존 곤잘레즈 부부./오로라 특파원
지난 9월 네바다주에서 만난 맬리사와 존 곤잘레스 부부는 자수성가한 부동산 사업가이다. 멕시코 이민자인 그들은 “불법 이민자는 추방하는 게 맞다”라며 “그들 때문에 합법적으로 이 나라에 자리 잡은 우리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나빠졌다”고 말했다. 라틴계 남성 유권자의 높은 지지는 트럼프 당선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지난 7월 22일 샌프란시스코 텐더로인의 가게에서 만난 점주 알리 마나(48)씨. 이라크 출신 이민자인 그는 이번 선거에 트럼프를 찍겠다고 했다./오로라 특파원
지난 7월 샌프란시스코의 우범지대 텐더로인에서 만난 이라크 출신 이민자 알리 마나(48)씨는 이곳에서 생필품 가게를 17년째 운영하며 어렵게 국적을 얻었다. 그의 가게 앞에는 노숙자와 약쟁이들이 득실했다. 그는 “남미에서 온 불법 이민자들이 마약 유통의 주범”이라며 “트럼프가 당선돼 내 일상을 좀먹는 이들을 당장 추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캘리포니아는 이번 대선에서 20년 만에 가장 높은 공화당 득표율(39.8%)을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다니는 중국 이민자 장위안(가명·31)씨는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엔지니어다. 이미 국적을 취득한 그는 솔직했다. 그는 “불법 이민을 잘 이해 못하겠다. 미국은 여전히 충분히 똑똑하면 대우를 해주는 나라”라며 “정치적 올바름(PC)보다 내 주식이 오르는 게 중요해 트럼프를 지지한다. 집도 사고 결혼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의 얼굴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며 민주당의 패배에 울분을 토하고 있는 백인 친구에게 “이민자들은 생각보다 트럼프를 사랑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트럼프는 이민자의 적이야!”라고 되받아쳤지만 나는 생각했다. 투표권이 아직 없는 이민자들에게 적인 거겠지. 같은 이민자라고 원하는 바조차 같을까.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1960년대 미국 페미니즘 운동의 구호는 페미니즘이 아니더라도 성립한다. 이건 나라가 멍청해진 게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어떤 이상에 눈이 가려 이처럼 다양한 이민자들의 개인사적 현실을 놓친 것은 아니었을까.
-실리콘밸리=오로라 기자, 조선일보(2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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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로 시작해 선거로 끝난 2024년, 키워드는 ‘인플레이션 심판’. 명분·이념 중요하다 해도 투표할 땐 역시 민생.
-팔면봉, 조선일보(2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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