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장군 숙청]
[혈투 예고하는 미·중]
[일론 머스크의 'Vox Populi']
[연방교육부 폐지한다는 트럼프… 한국은?]
美 장군 숙청
2차 대전이 발발한 1939년 미군은 육군조차 19만여 명에 불과했다. 조지 마셜 장군이 단 5년 만에 이를 800만 육군의 대군으로 탈바꿈시켰다. 그가 구축한 합동참모본부 체계는 지금까지 미군을 움직이고 있다. 마셜은 동맹국 지도자와 협력하고 소통하는 외교 역량도 뛰어났다. 종전 후 국무장관으로 임명돼 서유럽 재건을 위한 ‘마셜 플랜’을 주도했다.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2차 대전을 상징하는 장군은 구데리안, 만슈타인, 되니츠, 로멜 등 천재적 독일군 장군이었다. 그러나 미군에도 뛰어난 장군이 많았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이끈 아이젠하워, 미드웨이 해전에서 최강 일본 해군을 격파한 니미츠, 일본의 항복을 받은 맥아더 등 뛰어난 장군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미군 역사상 별 다섯 개 원수 계급을 받은 장군은 9명인데 모두 2차 대전 영웅이다. 미군 장군들은 지금도 국민의 진심 어린 존경을 받는다.
▶트럼프 1기 첫 국방장관이던 매티스는 해병 여단장 시절 부하들이 지쳐 있자 몸소 보초를 섰다. 휴가를 얻으면 전사한 병사의 집을 찾아 위로했다. 4성 장군이 됐는데도 방에는 작은 침대와 성경만 있었다. 트럼프가 “물고문 부활”을 주장하자 “반대한다”며 정면으로 맞섰다. 트럼프가 미 장군들에게 분노한 순간 중 하나가 2020년 흑인 사망 사건 시위 때라고 한다. 당시 트럼프는 시위 진압을 위해 군 동원 방침을 세웠는데 국방장관과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부터 공개 항명했다. ‘노(No)’를 참지 못하는 트럼프의 충격이 컸다.
▶트럼프가 2기 첫 국방장관으로 소령 출신 방송인 피트 헤그세스를 지명했다. 특이하게도 지금까지 지명한 안보 관련 책임자 중 장군 출신은 한 명도 없다. 국가안보보좌관은 대령 출신, 정보 총책임자는 중령 출신이다. 오히려 퇴역 군인으로 구성한 ‘전사 위원회’를 만들어 현역 3~4성 장군들을 숙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헤그세스는 최근 저서에서 “국방부 지도부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썼다. 군복을 벗길 대상으로, 시위 진압에 군 동원하기를 반대했거나 군내 성평등을 옹호한 장군들 실명이 이미 거론되고 있다.
▶미군 1년 예산이 9000억달러(약 1200조원)를 넘는다. ‘천조국(千兆國)’이라 부른다. 지구 전역을 넘어 우주까지 관리하는 군대가 미군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힘을 갖고 있다. 한반도 평화에도 미군 역할이 크다. 이 미군을 장군 950여 명이 지휘한다. 이들이 ‘숙청 전야’라니 남의 일로만 보이지 않는다.
-안용현 사회정책부장, 조선일보(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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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군대 문화 속 PC주의 갈아엎겠다는 트럼프 의지 보여준 국방장관 인사. 독설가가 전문가 뛰어넘을까.
-팔면봉, 조선일보(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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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투 예고하는 미·중
고대 중국의 예법에서는 주인과 손님의 행동 절차를 세밀하게 규정하고 있다. 문을 들어선 손님은 집의 서쪽에서, 그를 맞이하는 주인은 동쪽에서 각각 움직인다. 주객(主客)이 동서(東西)로 나뉘어 서서 예법을 따르는 동작이다.
이는 분정항례(分庭抗禮)라는 성어로 정착했다. 예법이 이뤄지는 집 뜰[庭]에 양편으로 갈라져[分] 서로 대등한[抗] 예법[禮]을 진행한다는 뜻이다. 차별 없이, 대등하게 이뤄지는 예절의 집행 장면이지만 지금은 ‘서로 대립하다’는 의미로 쓴다.
전쟁터에서 싸움을 독려하는 도구로는 깃발과 북이 있다. 그를 써서 기고상당(旗鼓相當)이라고 하면 ‘싸우는 기세가 서로 비슷하다’는 뜻이다. 서로 한판 붙어서 승패를 가르려는 다툼의 엇비슷한 기운을 표현하는 성어다.
필적(匹敵)이라는 말도 있다. 서로 맞서서 동등한 수준의 싸움을 벌일 수 있는 두 편을 일컫는 단어다. 누가 위인지, 어느 쪽이 아래인지 가리기 매우 어려운 싸움을 일컫는 단어는 백중(伯仲)이다. ‘백’은 맏이, ‘중’은 그 아래의 지칭이다.
대등하게 맞서는 양쪽 형세가 저울의 수평을 이룬다고 해서 나온 말은 항형(抗衡)이다. 정분(鼎分)은 ‘삼국연의(三國演義)’를 바로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위·촉·오(魏·蜀·吳) 세 나라가 천하를 삼분해서 대립하는 형국이다.
가을걷이 뒤의 풍요를 나눠 갖는다는 뜻의 평분추색(平分秋色)도 세력 균형을 지칭한다. 그러나 올해 가을은 중국이 그리던 모습과 영 딴판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뒤 미국은 강력한 대중(對中) 공세와 제재를 예고한다.
더 이상 중국과 한가하게 예법을 논할 생각 없는 미국은 중국이라는 손님을 아예 문밖으로 내쫓은 뒤 싸울 태세다. 거센 육박전의 종합 격투기(MMA)와 모양새 중심의 쿵푸가 맞붙는 구도다. 바야흐로 미·중의 다툼이 혈투(血鬪)로 번질지 모를 분위기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조선일보(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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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Vox Populi'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0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행사에서 자신이 설립한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 아메리카팩의 청원에 서명한 등록 유권자 중 한 명을 추첨해 1백만 달러(약 13억7700만원)를 지급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덴세이진고(天声人語)’는 아사히신문 1면 칼럼 제목이다. 종종 대학 입시에 지문으로 출제될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아사히신문의 간판으로 유명하다. 첫 칼럼이 19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120년에 달하는 역사도 인상적이다. 신문사는 제목의 뜻을 ‘사람들의 말이 곧 하늘의 소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민심은 천심’과 유사한 뜻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영문판에 게재될 때의 제목은 ‘Vox Populi, Vox Dei’다. ‘민중의 목소리는 곧 신의 목소리’라는 뜻의 이 라틴어 구절은 18세기 초반 영국의 휘그당이 발간한 소책자의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바 있다. 명예혁명 이후 영국에서 태동한 보편적 기본권, 의회민주주의 등 근대 자유주의 이념을 기독교 신앙의 바탕 위에서 함축적으로 표현한 슬로건이라고 할 수 있다.
‘Vox Populi, Vox Dei’는 세기의 괴짜 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애용하는 문구이기도 하다. 그는 트위터 인수 후 논란이 된 자신의 트위터 CEO직 사임 여부나 영구 폐쇄 조치가 내려졌던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 복권(復權) 문제를 온라인 여론 투표로 결정하면서 이 구절을 인용한 바 있다. 사람들이 원해서 그에 따르겠다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냉소의 뉘앙스가 담긴 측면도 있다.
머스크는 지난 미 대선 트럼프 압승의 1등 공신이다. 그는 막대한 선거 자금 후원은 물론, 첨단 데이터 분석 기법을 구사하는 지원팀을 운영하고 경합 지역 유세장을 직접 누비며 트럼프의 당선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그 중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사실상 매표(買票)의 경계선에 서있는 파격적인 방법도 있다. 정치의 장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따른다’는 명제를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하도록 한다’는 명제로 치환하는 순간 ‘vox populi’는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이번 미 대선에서 머스크는 ‘vox populi’를 그러한 시각에서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는 심증이 있다.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조선일보(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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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교육부 폐지한다는 트럼프…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연방 교육부 폐지다. 그는 “미국 학생들은 막대한 교육비를 쓰고도 전 세계 또래들보다 뒤처지고 있다”고 했다. 또 “교육부가 여러분 자녀들에게 허튼 훈계를 늘어놓는 데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며 “연방 교육부를 없애버리겠다”고 했다. 이는 그가 2016년 대선 때도 공약했으나 실행하지 못한 정책이다.
▷트럼프는 연방 교육부를 폐지하고 그 권한을 주 정부에 돌려주겠다고 했는데 미국 교육은 헌법상 주 정부 권한이고 실제로도 주 정부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신입생 선발과 교육과정 운영, 학교 설립 인허가권은 주 정부에 있고 연방 교육부는 학자금 지원 같은 제한된 업무만 한다. 1957년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을 발사하자 충격을 받고 수학 과학 교육에 연방 예산을 지원하기 시작했지만 학교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안 된다. 교육부를 폐지하든 않든 학교 현장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은 셈이다.
▷연방 교육부 폐지는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처음 시도했다. 교육부는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보건교육복지부에서 교육을 떼어내 13번째 부로 신설했는데 주 정부 권한을 침해하는 데다 대선 당시 교원단체의 지지에 대한 답례 성격이어서 집권 민주당에서도 반대가 나왔다. 레이건이 집권하자마자 폐지를 시도했으나 뜻밖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교육부 관료, 의회 교육위원회, 교육 단체들이 ‘철의 삼각(iron triangle)’ 동맹을 맺고 막았다. 연방 교육부의 지원금 정책은 양당 의원들이 모두 좋아해 이번에도 교육부 폐지안이 의회 표결을 통과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교육 정책은 양당이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 빌 클린턴 정부가 공화당의 성과 위주 정책을 채택한 이후 학교 선택권 보장과 학업 성취도에 따른 학교 책임 강화 기조가 초당적으로 유지돼 왔다. 트럼프의 교육부 공약은 교육 정책이라기보다 문화 전쟁에 가깝다. 현 정부의 성 소수자 보호 정책에 대해 보수적인 유권자들은 “학교를 타락시키고 있다”며 반발하는데 교육부 폐지도 이런 표심을 의식한 정치적 수사라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교육부가 없어야 교육이 산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한국 교육부는 막강한 권한으로 교실 크기부터 강사 수업 시수까지 시시콜콜 간섭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교육부는 폐지해야 한다”고 했고, 이주호 장관도 입각 전엔 “대학을 교육부 산하에서 떼어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 말고도 17개 시도교육청에 국가교육위원회까지 있는데 누구 하나 개혁다운 개혁 과제를 챙기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서로 책임만 떠넘긴다. 교육부 폐지 논의가 어느 곳보다 필요한 나라가 한국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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