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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 살인'에서 본 불안한 징후] [경찰 대공수사, 주말에는 마비.. ]

뚝섬 2024. 11. 15. 08:47

['북한강 살인'에서 본 불안한 징후]

[경찰 대공수사, 주말에는 마비되나]

[한국인이 中서 정보기관 촬영했다면 어떻게 됐겠나] 

[강대국의 정보 단속]

 

 

 

'북한강 살인'에서 본 불안한 징후

 

국방부·합참 디도스 공격받는데
이를 막을 사이버司선 치정 살인
정보司는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이버·정보戰 연패 중, 괜찮은가
 

 

지난 6일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서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 A(38)씨에 대한 현장 검증이 진행됐다. 사진은 A씨가 호송차에서 내려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2022년 2월 24일이다. 하지만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톰 버트 보안 담당 부사장은 침공일을 하루 전날인 23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침공 10시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과 민간 기업 등 300여 곳에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개시했는데, 이것을 사실상 개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아니라도 현대 전쟁은 사이버전으로 시작한다고 보는 군사 전문가가 많다. 그런 점에서 최근 우리 정부 기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심상치 않다. 지난 5일부터 이틀간 국방부와 합참 등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이어졌다. 군은 내부 전산망에 영향이 없었다고 했지만, 사건 초기 공격 주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망가진 사이트를 복구하지도 못했다. 공격 4일 전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국방부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인한 사이버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러시아의 디도스 공격에 대비하라고 권고했지만, 막상 일이 터지자 속수무책 당했다. 결국 러시아 측이 북한군 1만명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하기 직전 우리 국방부를 공격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는 이미 사이버 교전국이다. 지난 20년간 미국, 영국, 인도, 독일 다음으로 사이버 공격을 많이 당하는 나라다. 국정원에 따르면 해외에서 하루 평균 160만건의 사이버 공격이 들어온다. 정부 기관과 민간에 대한 사이버 방어는 국정원과 경찰 등이 수행하지만, 군과 국방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막는 부대는 사이버작전사령부다. 사이버사(司)는 우리나라 군대 중 실전을 벌이는 몇 안 되는 부대다. 육군 소장이 사령관이고, 밑에 현역 군인과 민간 해커가 함께 근무한다.

 

우리 국방부가 디도스 공격을 받을 때 이를 막아야 할 사이버사 장교는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던 내연녀를 토막 살인해 검거됐다. 경찰이 13일 신상을 공개한 범인은 육군사관학교 출신 중령 진급 예정자로, 사이버사 1작전단 작전과장이라고 한다. 적들이 국방부 공격을 계획하는 동안 그는 내연녀 살인과 범행 은폐 작전을 짰다. 범죄에 쓰인 차량 번호판을 위조하고, 증거를 없애려고 시신을 토막 내 돌에 매달아 북한강에 유기했다. 사이버사가 적의 공격을 막아낼 준비 태세와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사이버전과 함께 매일 실전을 벌이는 또 다른 분야가 첩보전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최근 치명적 패배를 당했다.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이 해외에서 신분을 위장하고 활동 중인 우리 ‘블랙 요원’의 명단을 중국 측에 넘긴 사건이 드러났다. 정보의 세계에서 최악의 일이 터진 것이다. 이 군무원은 억대의 돈을 받고 7년간 정보를 넘겼다고 한다. 정보사 조직 편성, 우리 정보부대의 작전 방법 및 계획도 넘어갔다. 신분이 들통난 우리 요원들은 급거 귀국했다. 붕괴한 첩보망을 다시 구축하려면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국군에서 방첩사(옛 기무사)가 적의 간첩을 잡는 ‘수비수’ 역할을 한다면, 정보사는 적을 포섭해 정보를 수집하는 ‘공격수’ 역할이다. 최전방 공격수가 알고 보니 적의 편이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대한민국은 지금 사이버전과 첩보전에서 연전연패 중이다. 보이지 않는 이 두 전장에서의 승패는 실제 지상전을 포함한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그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 우리 국민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는 말이다. 이에 대한 점검과 대비는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이나 이재명 대표 재판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 하루빨리 전열을 정비해 사이버·첩보전에서 일반에 공개할 수 없는, 남모를 승리를 많이 거두길 바랄 뿐이다.

 

-황대진 사회부장, 조선일보(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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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대공수사, 주말에는 마비되나 

 

조지호 경찰청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의 경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퇴근해서 확인이 안 돼요. 내일 출근해서 알아볼게요.” 국가정보원 건물을 드론으로 촬영하던 중국인이 검거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시점은 일요일인 지난 10일이었다. 서울 서초경찰서 간부에게 취재 전화를 하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주말 밤이라 쉬는 중이니 월요일에 출근해서 사건 기록을 보겠다는 뜻이었다.

 

이 중국인은 토요일인 9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렌터카를 타고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릉으로 직행해 드론을 날렸다. 자신은 관광객이고, 평소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관심이 많아 촬영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한다. 경찰이 주말이라 퇴근하고 쉬어야 하는 탓인지 해당 중국인을 최초 인지한 주체는 국정원이었다.

 

이후 피의자 신병을 인수한 경찰 수사는 오락가락 그 자체였다. 10일 서초서 주변에선 “특별한 대공 혐의점이 확인되지 않았다” “사실 별것 아닌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11일엔 “군사기지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슬슬 말이 바뀌었다. 12일엔 “대공 사건이라 민감하게 수사 중이다” “대공 혐의점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며 이틀 만에 완전히 다른 말을 했다. 피의자 행적이나 진술에 석연찮은 점이 많은데도 처음부터 “대공 혐의점이 없다”고 밝힌 일부터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피의자가 한국의 유일한 주적인 북한의 최우방국에서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국정원 대공 수사권과 검찰 수사 종결권을 경찰에 넘긴다고 했다. 당시엔 ‘경찰 권력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공 수사권 이관 11개월째인 지금, 비대 권력이 얼마나 나태해졌는지 그 단면이 국정원 드론 사건에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간첩 색출에 특화된 국정원과 달리 경찰은 편의점 절도 잡범부터 토막 살인범, 보이스피싱범 등등 온갖 범죄자를 잡아야 하는 거대 조직이다. 대공 업무에 쏟을 여력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얘기가 일선 경찰에서 들려온 지는 이미 한참 됐다.

 

부산경찰청은 중국인 유학생 3명이 최소 2년간 우리 군사시설 사진을 수백 차례 촬영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이들의 휴대전화엔 중국 공안의 전화번호도 저장돼 있었지만, 경찰의 최상위 기관인 경찰청은 보고조차 받지 못했다고 한다. 다른 사건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이런 사건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는다는 건 일반 국민의 상식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무능, 알고도 알리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지난 8월 취임사에서 대공 수사권 이관과 관련해 “장기간 대공 수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제반 시스템과 제도 확충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공 사건을 맡았음에도 본인의 주말 저녁이 우선인 서초경찰서 간부의 모습을 보면 ‘시스템과 제도’만이 대공 수사의 걸림돌은 아닌 듯하다.

 

-김병권 기자, 조선일보(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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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中서 정보기관 촬영했다면 어떻게 됐겠나 

 

지난 6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CVN-71)함이 한국·미국·일본 3국의 최초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Freedom Edge)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지난 9일 국가정보원 청사를 드론으로 촬영한 40대 중국인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인천공항으로 입국하자마자 렌터카를 타고 서울 국정원으로 가 드론을 띄웠는데 경찰에는 “세계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아 헌인릉을 촬영하려고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헌인릉은 내곡동 외진 곳에 있어 내국인 방문도 드문 곳이다. 헌인릉을 핑계로 인근 국정원을 찍은 것이다. 지난 6월 부산 해군 기지에 입항한 미 항공모함을 드론으로 찍던 중국인 3명이 붙잡혔는데, 이들의 디지털 기기를 분석해 보니 최소 2년간 다른 군(軍) 시설을 촬영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당시 이들은 “단순한 호기심”이라고 했지만 믿기 어렵다.

 

정보기관이나 군사시설, 전략 무기를 몰래 찍는 건 간첩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국내 중국인들은 대담하게도 백주에 드론을 띄워 국정원과 미 항모를 촬영했다. 이는 한국 형법과 군 형법이 적국(북한)’을 위하는 행위만 간첩죄로 처벌하고 있어 외국인이 한국에서 벌이는 반국가 정보 활동은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사실을 중국이 잘 알기 때문이다. 실제 국정원 촬영 중국인은 ‘항공안전법’ 위반, 미 항모 촬영자는 ‘군사시설보호법’ 위반 혐의 정도만 받고 있다. 중국 비밀경찰서의 국내 거점 의혹을 받아 온 서울 중식당 운영자도 간첩죄가 아닌 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만 적용돼 기소됐었다.

 

반면 중국은 반도체 관련 일을 하던 우리 교민을 작년 12월 간첩 협의로 체포해 지금껏 구금하고 있다. 간첩죄 적용 범위를 확대한 ‘개정 반간첩법’을 한국인에게 처음 적용한 것이다. 중국에서 찍은 사진에 군 시설 등이 일부 들어갔다고 간첩으로 억류된 외국인이 수두룩하다. 북·중 국경에서 북한 모습을 촬영해도 간첩으로 몰릴 수 있다. 만약 한국인이 중국에서 중국 정보기관이나 해군 기지에 드론을 띄워 촬영했다면 어떻게 됐겠나.

 

국회가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 심사에 착수했다. 여야 입장 차도 크지 않다. 하루빨리 간첩죄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대공 수사 역량을 무력화한 국정원법도 정상화시켜야 한다.

 

-조선일보(2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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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의 정보 단속

 

미 연방 검찰이 2021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구인 조셉 버락(77)을 ‘외국 대리인 등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미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아랍에미리트(UAE)를 위한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버락은 억만장자로 2017년 트럼프 취임위원회 위원장도 지냈다. 돈이나 이념 때문에 외국에 정보를 넘길 사람이 아니었다. 미국과 동맹인 UAE는 미 공군 기지까지 두고 있다. 그런데 미 정보 당국은 2016년 버락이 이메일로 사업 파트너였던 UAE 외교관과 접촉한 사실을 확인하자 5년간 그를 추적했다. 버락은 평소처럼 미국과 UAE 친구들을 연결해주고 UAE에 대한 미국의 생각 등을 전해줬다. 간첩과는 거리가 멀었는데도 감옥에 갇혔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2017년 일본인 6명이 중국 산둥성 일대에서 온천 개발을 위해 측량을 하다가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 그들의 노트북 등에 저장된 사진과 지도가 문제였다. 산둥성에 있는 중국 북해함대 사령부의 일부 모습이 사진에 찍혔는데 간첩 증거라는 것이다. 중국 지방 곳곳에는 군부대가 있고 공식 지도에는 위치가 나오지 않아 외국인은 부대인지 농장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중국 법원은 일본인 2명에게 징역 15년과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일본 정부의 항의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중국의 국공 내전 당시 국민당 정보 총책이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하자 승부의 추가 공산당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국민당 정보 통제가 느슨해졌고 국민당군 작전 지도가 마오쩌둥 책상 위에 올려졌다. 중국은 지난해 ‘반(反)간첩법’을 대폭 강화했다. 한국 관광객이 압록강변에서 북한을 향해 사진을 찍어도 잘못 걸리면 ‘제3국(북한) 겨냥 간첩’ 혐의를 쓸 수 있다.

 

▶미 연방 검찰이 미 중앙정보국 출신의 한국계 대북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외국 대리인 등록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그가 한국에 넘겼다는 내용엔 비밀 사항이 없다. 그런데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밀을 넘기지 않아도 미 정부에 신고 없이 외국 인사와 밥 먹고 선물 받으면 감옥에 간다는 것이다.

 

▶미국이 ‘외국 대리인 등록법’을 만든 건 1938년이다. 당시는 나치의 파괴적 선전·선동에 대응하려는 목적이었다. 이후 미국이 초강대국이 되면서 미국 정부와 의회에 선을 대거나 영향을 미치려는 외국에 경고하는 수단으로 이 법을 이용하고 있다. 독일·프랑스·러시아처럼 과거 제국을 꿈꿨던 국가들도 유사한 법률이 있다. 강대국의 정보 집착을 잘 알아야 한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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