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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가 군에 남긴 3가지 교훈] [북한 대사령의 비밀]

뚝섬 2025. 1. 14. 09:44

[12·3 비상계엄 사태가 군에 남긴 3가지 교훈]

[북한 대사령의 비밀]

 

 

 

12·3 비상계엄 사태가 군에 남긴 3가지 교훈

 

[윤상호 군사전문기자의 국방이야기]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군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며 국회 관계자 등과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12·3 비상계엄 사태’는 부정선거 망상에 빠진 군 통수권자와 국방 수장을 정점으로 정치적 맹종주의와 연고주의, 진급에 눈이 먼 군인들이 주도한 군사반란이자 내란이라는 결론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10·26 사태’ 이후 45년간 쌓아올렸던 군의 정치적 중립이 모래성처럼 무너졌고, 영화 속 음모로만 여겨졌던 비상계엄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이 받은 충격과 배신감은 가늠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방부를 20년 이상 출입하면서도 군의 반헌법적 계엄 망동을 감시하고, 견제하지 못한 필자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든다.

그럼에도 뼈아픈 교훈 3가지를 결코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우선 이번 사태는 오랜 세월 군에 켜켜이 쌓여온 치부와 폐습, 부패의 총합이 그 촉매제가 됐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계엄 사태의 핵심 배후로 경찰에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과거 근무 인연과 진급을 미끼로 현역 후배들을 계엄 사태에 회유하고 포섭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계급 사회인 군대에서 “진급에 목숨을 건다”, “진급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말이 통용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진급을 위해서라면 국민과 나라도 배신하느냐”는 따가운 비판 여론이 쏟아지면서 “자괴감이 든다”, “더 이상 군에 미련이 없다”면서 군복을 벗겠다고 하소연하는 군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정식 지휘 계통을 건너뛴 비선 조직이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계엄 사태를 주도한 정황도 충격적이다. 그 배경에는 곪을 대로 곪은 군내 인사 적폐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인사철만 되면 군 안팎 곳곳에 줄을 대고, 예비역을 동원해 특정 출신이나 특정 인사를 올리도록 한다는 얘기는 지금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능력보다는 지연을 앞세워 어떤 상관과 근무했는지가 진급을 좌우하는 주요 잣대가 돼 버리고, 끼리끼리 끌어주고 당겨주는 정실 인사의 현실을 개탄하는 군 관계자들을 지금도 찾아보기가 힘들지 않다. ‘인사가 만사’라는 것은 고금의 진리다. 그릇된 인사가 국가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교훈을 이번 사태에서 되새겨야 할 것이다.

햇볕이 안 드는 음지에는 반드시 곰팡이가 피고, 종내에는 기둥까지 썩게 만든다’는 교훈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계엄 사태의 기획을 주도한 세력으로 노 전 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 정보사 인맥들이 지목된다.

이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의 강제 구금과 선관위 서버 확보 등 계엄의 핵심 설계도를 그리고, 실행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북 및 해외 정보 수집과 첩보 업무를 전담하는 정보사는 군에서도 음지 중의 음지 부대로 통한다.

군 내부에서조차 정보사 내부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다고 여겨온 게 사실이다. 군 관계자는 “정보사는 대북 보안을 이유로 비밀주의와 사각지대의 온상으로 사실상 견제 감독이 거의 이뤄져 오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 때문에 비뚤어진 정치의식을 가진 전현직 정보사령관이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서 정보사를 계엄 세력의 ‘전위부대’로 오염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군 당국자는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는 조직은 곪을 수밖에 없고,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 교훈은 민주주의와 국가안보는 군뿐만이 아닌 국민 모두가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다. 계엄군이 국회와 선관위 등으로 들이닥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그들을 막아선 것은 더 이상 국가안보와 군이 공포정치의 도구로 전락해선 안 된다면서 서슴없이 몸을 던진 다수 국민이었다. 일부 시민은 국회 앞에서 계엄군이 탄 전술차량을 맨몸으로 막아 서기도 했다.

북한에 주는 교훈도 적지 않다. 군 안팎에서는 작금의 정치적 혼란과 불안정을 틈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대한민국의 성숙한 민주주의는 어떠한 대내외 안보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필자는 본다. 오히려 북한에 오판하지 말라는 경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과거 활발한 비난 공세와 달리 여러 차례 사실 위주의 부정적 보도에 그친 것도 그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안보에는 여야, 보수·진보가 없다고 하지만 정권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안보가 갈지자를 그리고, 국민 갈라치기를 거들기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군이 더 이상 정치와 이념 투쟁의 도구로 악용되지 않길 바란다. 너무나 큰 대가를 치렀지만, 이제라도 군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할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동아일보(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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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사령의 비밀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 

 

북한 공개 재판 모습. 군중을 모아 놓고 재판관이 형량을 선고하면 피고인은 항소는커녕 항의도 하지 못한 채 정치범수용소나 교화소로 끌려간다. 사진 출처 데일리NK

 

시국이 이 모양인지라 올해는 신년 특별사면이 사라졌다. 내심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큰 불운이 아닐 수 없다.

북한에도 특별사면 제도가 있다. 이를 대사령(大赦令)이라고 부른다. 다만 북한 대사령은 새해를 맞아 하지는 않고, 최대 명절로 꼽는 김일성 김정일 생일이나 광복절, 정권 수립일 등에 발표한다.

그런데 북한 대사령의 비밀을 알고 나면 경악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북한에서 특별사면 기준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교화소에서 사면받고 나온 사람도 자신이 왜 풀려났는지 잘 모른다.

전거리교화소에 6년 동안 수감된 탈북민 권효진 씨는 교화소에서 두 번째로 높은 ‘죄수 간부’인 ‘총지령공’을 지내면서 대사령의 두 가지 비밀을 알게 됐다.

첫 번째 비밀은 대사령이 죄인들에게 주는 혜택이라기보다는 교화소 간부들에게 주는 특혜 성격이 더 크다는 것이다.

북한 대사령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政令)으로 발표되지만 이는 형식에 불과하다. 대사령은 사회안전성이 김정은에게 “장군님의 위대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올해 태양절에 30만 일(日)을 빼서 혜택을 주려고 합니다”는 식의 제안서를 올리고 이를 비준받으면 집행한다. 5나 10으로 끝나는 정주년(整週年·꺾어지는 해)에는 대사령 사면일이 평년의 두 배쯤으로 늘어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제안서가 몇 명을 사면시킨다는 것이 아니라 몇만 일을 빼겠다고 돼 있다는 것이다. 승인이 떨어지면 전국 교화소들에 수감자 수에 비례하는 일수(日數)가 할당된다.

가령 전거리교화소가 1만 일 사면 권한을 받았다고 하자. 이를 기초로 간부들이 일수를 배분한다. 보통 7명의 주요 간부가 직급에 따라 사면일을 나눠 가진다. 교화소장, 부소장, 당 비서가 1000일씩 가지는 경우 보위지도원, 보안과장, 간부지도원, 후방과장은 500일씩 가진다.

이렇게 나눠 받은 사면권은 각자 알아서 사용한다. 교화소장은 특정인에게 몰아줘서 3년 형기를 단축시켜 줄 수도 있고, 다섯 명에게 감형 200일씩을 나눠줄 수도 있다. 간부들은 뇌물과 특정인과의 관계 등에 의해 사면을 해줄 사람을 선택한다.

간부들이 나눠 갖고도 남는 일수는 다시 도강죄(渡江罪) 몇 %, 인신매매죄 몇 %, 사회불량자 몇 % 하는 식으로 할당한다. 죄수들은 교화 생활을 잘하면 사면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지만, 실은 바깥에 있는 가족의 뇌물 액수에 사면이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북한 대사령의 두 번째 비밀은 더 끔찍하다.

교화소 죄수들은 사회안전성에 소속된 ‘노예’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죽어 가며 생산한 식량이나 석탄 등으로 사회안전성과 평양의 지배계층이 먹고산다.

갑자기 대사령이 떨어져 많은 죄수가 석방된다는 것은 노예 수가 줄어든다는 의미이고, 이들이 만들어 내던 생산물도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사령으로 죄인 수천 명이 줄어들면 사회안전성은 즉각 이만큼을 충원하려 한다. 그래서 대사령과 비슷한 시기에 각 안전부에 죄수 수를 할당하는 비밀 지시를 내려보낸다.

그러다 보니 대사령이 예고된 해엔 단순 범죄를 저질러도 중형을 받아 교화소를 가게 된다. 북한의 대다수 죄인은 자기 형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모른다. 일반인은 법조문을 볼 수 없고 변호사도 없으며 법정 다툼도 불가능하다. 판사가 판결하는 대로 형기가 결정된다.

그런데 같은 액수를 훔친 도둑이라고 해도 어떤 해엔 3개월 노동단련형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대사령이 있는 해에 걸리면 3년 형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에선 내부적으로 이 시스템을 교화 정책이라고 부른다. 교화 정책의 중요한 목표는 죄인, 즉 노예 숫자를 일정하게 맞추는 것이다. 그래야 교화소 생산량이 들쑥날쑥하지 않게 맞춰지고, 평양 지배계층이 뜨뜻한 집에서 배급을 받으며 살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김일성 때부터 3대째 이어지고 있고 김정은도 당연한 듯 활용한다. 자신을 지키는 사냥개라고 할 수 있는 보위성과 안전성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줄 돈이 없으니 대사령이라는 제도로 수감자들의 운명과 복역 날짜를 활용해 먹고살 수 있게 허락한 것이다.

올해는 광복 및 노동당 창건 80주년이다. 이를 계기로 대규모 대사령이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북한 사람들에겐 2025년이 그 어느 해보다 조심스럽게 살아야 하는 위험한 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성하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동아일보(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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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서 생포된 北 병사 “우크라 사람들 좋은가요?” 국민 속여 총알받이로 凍土 보내는 北 수괴보다야 억만 배 좋지.

 

-팔면봉, 조선일보(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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