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
[100년 같았다는 트럼프 100일]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
역대 교황들 중엔 유럽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8일 선출된 레오 14세(70)를 포함해 지금까지 15개국에서 267명의 교황을 배출했는데 이 중 이스라엘 출신인 초대 교황 성 베드로를 비롯해 12명을 빼면 모두 유럽인이다. 최초의 신대륙 출신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하기 전 135년간 재위한 10명의 교황 전원이 유럽인이었다. 시카고 태생인 레오 14세 선출은 신대륙, 그것도 가톨릭교회 2000년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교황직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초강대국 출신은 배제한다는 불문율을 깬 것이다.
▷새 교황 레오 14세는 아버지 쪽이 프랑스와 이탈리아 혈통이고 어머니는 스페인계다. 27세부터 로마에서 유학했고, 로마에서 사제품을 받은 뒤로는 페루로 건너가 20년간 사목하며 페루 시민권도 얻었다. 영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등 5개 국어와 라틴어가 유창한데 교황에 선출된 후 첫 강복은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로 하고 라틴어로 마무리했다. 미국과 유럽 언론은 “가톨릭 글로벌리스트”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 교황”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청교도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여서 반(反)가톨릭 정서가 있었다. 역대 대통령 중 가톨릭교도는 존 F 케네디와 조 바이든 2명뿐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남부연합군 출신 가톨릭 교인들에게 암살당하자 1867년 건국 이후 유지해온 바티칸시국과의 영사 관계도 끊었다. 이후 117년 만인 1984년에야 공식 수교했는데 당시 교황이던 폴란드 출신 요한 바오로 2세는 반공주의자로서 미국의 든든한 우군으로 냉전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1979년 백악관에 초청받은 첫 교황이었다.
▷미국 출신 교황 선출에 대해선 “도널드 트럼프 시대 대미 소통 강화 차원” “트럼프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백인 기독교인 집단인 복음주의자들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이지만 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이민자 보호나 기후 위기 같은 진보적 의제에 관심이 많다.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도 있다.
▷전임자들과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12년간 68개국을 돌면서도 고국인 아르헨티나는 한 번도 찾지 않았다. 교황의 방문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걸 원치 않았다고 한다. 특히 대선 전 “망할 공산주의자”라며 교황을 욕했던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과는 껄끄러웠다. ‘교황 합성사진’ 논란을 일으켰던 트럼프 대통령은 “레오 14세를 만나길 고대한다. 매우 의미 있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 교황이 언제 고국을 찾을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미국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 주목된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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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임 교황 레오 14세, 첫 메시지는 “다리를 놓자.” ‘사자’란 의미 즉위명처럼, 그 뜻 강건히 이루시기를.
-팔면봉, 조선일보(25-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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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같았다는 트럼프 100일
[특파원 리포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UPI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취임 100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0일 동안 서명한 행정명령은 142개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42개)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19개)의 기록을 훌쩍 넘었고, 2017년 1기 행정부 시절 자신의 기록(33개)보다도 많았다. 속도전이 가능했던 이유는 한 차례 대통령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바이든 정부 시절 차곡차곡 재집권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는 권력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트럼프는 전광석화같이 행동했다.
142개 행정명령에는 그의 지지층이 환호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예컨대 트랜스젠더의 여성 스포츠 참여 금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주자 추방 등은 보수층의 박수를 받았다. 그런데 헌법적, 절차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행정명령도 적지 않았다. 정부 재정 적자 감축을 위해 연방 기구를 하루아침에 통합 또는 폐지하거나, 미국에서 태어나면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시민권제도 폐지는 소송 대상이 됐다.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불러온 관세 부과도 행정명령을 통해 단행했다.
눈여겨볼 점은 이 과정에서 공화당에서 별다른 반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다. 절대 권력을 가진 트럼프 눈치를 본 공화당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트럼프에게 박수 치기 바빴다. 행정부의 폭주에 입법부가 침묵 또는 동조로 일관하자 하루가 멀다 하고 행정명령 폭탄이 떨어졌다. 유일하게 트럼프 열차에 제동 장치를 한 곳이 법원이다. 현재 미 전역에서 행정명령에 대항한 소송 수십 건이 진행되고 있다. 일부는 법원에서 인용돼 행정명령 효력이 중지됐다. 심지어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도 지난달 ‘적성국 국민법’에 따른 이주자 강제 추방 조치를 막아섰다. 화가 난 트럼프는 자신의 정책에 제동을 건 판사 실명을 거론하며 “탄핵돼야 한다”고 했다.
현재 한국과 미국 정치 상황은 닮아 있다. 지금은 뇌리에서 잊혔지만 지난해 대선에서 야당 후보였던 트럼프는 4개 형사사건 피의자로 재판을 받는 중에 당선됐다. 집권당이던 미국 민주당은 대선 후보였던 바이든 전 대통령이 선거를 100여 일 앞둔 상황에서 후보직에서 사퇴하며 허겁지겁 대안 후보를 냈다. 한국 민주당은 트럼프가 장악해 이견(異見)이 나오지 않는 미 공화당보다 결코 덜하지 않다. 대법원이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내리자 민주당은 대법원장 탄핵을 운운하기도 한다.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한 권력이 얼마나 무소불위인지는 전 세계가 체험하고 있다. 국민은 분열되고 시장은 불확실성을 경험하며 공동체 의식은 사라졌다. 정치가 사법부까지 흔들며 민주주의 골격인 삼권분립도 위태하다. 트럼프의 100일이 100년처럼 느껴졌다는 미국인이 꽤 많다. 미래가 훤히 보이는 그 길을 우리가 답습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뉴욕=윤주헌 특파원, 조선일보(25-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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