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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로 죽는 것은 불명예"] [빌게이츠 “한국, 탄소제로.. ] ....

뚝섬 2025. 5. 10. 06:55

["부자로 죽는 것은 불명예"]

[빌게이츠 “한국, 탄소제로 하려면 원전 필요하다”]

[게이츠, 아내와 재단 만들어 기후변화 연구… “쇠고기 패티 대신 인공육 먹어”]

[“지구 기온 2도 오르면 밀·옥수수 생산 반토막… 산호초도 완전히 소멸”]

 

 

 

"부자로 죽는 것은 불명예"

 

고대 그리스에서 ‘기부’는 부유한 시민의 공적 의무였다. 당시 아테네에선 축제가 빈번하게 행해졌는데, 술, 음식, 공연단을 준비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었다. 이 축제 비용을 부자 시민의 기부금으로 충당했다. 아테네 광장에선 기부에 참여한 부자들을 칭송하는 행사가 열렸다. 기부에 ‘명예’라는 사회적 유인이 있었던 셈이다.

 

이기적 유전자를 타고난 인간이 왜 기부라는 선행을 할까. 진화생물학자들이 찾아낸 답은 인간 유전자에 ‘호혜적 이타주의(利他主義)’가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원시시대에 인류는 집단을 형성하지 않으면 멸종에 처할 약한 존재였다. 인간보다 더 크고 빠른 포식자로부터 살아남으려면 ‘공동체’라는 울타리가 필요했다. 내가 가진 음식을 나눠주면, 내가 음식을 구하지 못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음식을 나눠줄 것이란 믿음이 ‘이타주의’를 이끌어내고, 이것이 인류의 멸종 방지 장치라는 것이다.

 

현대 뇌과학은 기부가 행복감을 높이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기부를 하면 쾌락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서 도파민 분비가 늘어난다. 행복 호르몬, 옥시토신 분비도 왕성해진다. 기부를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헬퍼스 하이(Helper’s high)' 현상도 있다. 미국 미시간 대학에선 기부에 참여한 노인들이 기부를 안 한 노인들보다 평균수명이 더 길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다른 사람의 기부 행위를 보는 것만으로도 면역력이 높아지는 ‘테레사 효과’(마더 테레사 수녀 이름을 딴 용어)도 확인됐다.

 

▶빌 게이츠(70)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부자로 죽는 것은 불명예스러운 일”이라는 앤드루 카네기의 말을 인용하면서 1000억달러가 넘는 재산 99%를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20년간 모든 재산을 어린이 사망률 낮추기, 감염병 퇴치, 빈곤 해소 등에 쓴 뒤 게이츠 재단도 없애겠다고 했다. 사후에 재단을 통해 이름을 남기고 싶은 욕심마저 스스로 차단한 셈이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기부 모범 사례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전처 매켄지 스콧의 기부를 소개했다. 그녀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자, 이혼 위자료로 받은 돈 165억달러를 아무 조건 없이 전 세계 구호 단체에 뿌렸다. 재단 설립과 복잡한 서류 작업, 사후 평가 등 기부 활동에 스며든 ‘관료주의’를 배제하기 위해 구호 단체에 바로 돈을 꽂아주었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수퍼리치 400명 중 자산 20% 이상을 기부한 사람은 11명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5-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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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게이츠 “한국, 탄소제로 하려면 원전 필요하다” 

 

빌 게이츠, 본지 인터뷰… 기후 재앙 피하려면 이렇게 하라
“원전만큼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전력생산 방법 없어”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원자력이 필요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66)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독일 등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탈(脫)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기후변화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추구(pursue)해서 대응해야 하는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다. 핵분열(원자력발전소), 핵융합, ‘그린 수소’(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친환경 수소) 등 모든 가능성을 탐구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런 생각을 담은 그의 책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김영사)이 16일 출간된다. 억만장자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가로 변신한 그를 지난달 29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인터뷰에는 게이츠와 한⋅중⋅일 등 아시아 지역 6국 기자 11명이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인류가 2019년 한 해 지구가 처리 가능한 용량 이상으로 배출한 온실가스가 510억t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이 중 전기를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4분의 1 수준으로 138억t(27%) 수준이다. 그러나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전기 사용량이 더 늘어나야 한다. 게이츠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전기차, 전기 난방, 공장 생산 과정 전기화 등을 고려하면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전력이 현재의 2.5배 이상이 필요해진다”며 “지난 수십년간 주요국들은 전력 생산량을 거의 늘리지 않고 있었는데 그 전기를 어디선가는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원전은 여러 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지만, 현세대 원전은 화석연료 등 다른 어떤 발전소보다도 안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보다 더 안전한 차세대 원전도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원자력은 매일 24시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원전만큼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전력 생산 방법은 없다”고 했다.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미국에서는 1979년 스리마일섬 사고 이후 새로운 원전 건설이 거의 중단됐다. 한 해에 모든 원자력 관련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보다 석탄발전소에 의한 오염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더 많은데도 그렇다. 대중이 열린 마음으로 원자력을 바라보길 희망한다.”

 

탄소 안줄이면 기후재앙… 코로나 사망자의 5배가 숨질 것”

 

“대중이 원전(原電)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어렵다. 기존 원전과는 드라마틱하게 다른 안전한 원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5년만 기다리면 신형 원전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게 가능하다.”

 

화상으로 만난 빌 게이츠는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와인색 카디건에 푸른 버튼다운 셔츠를 받쳐 입은 편안한 차림이었다. 한 단어씩 끊어 가며 또박또박 말했다. 그는 요즘 유행하는 화상회의 플랫폼 ‘줌’ 대신 자신이 창업한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팀즈’를 통해 만나자고 했다. 기사에는 인터뷰 사진을 쓰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빌 게이츠가 2019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기후변화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신간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을 낸 빌 게이츠는 인터뷰에서 원자력 발전은 가장 안전한 전력 생산 방법이라고 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태양광·풍력·지열 등 다른 재생 에너지도 있는데 굳이 원전을 고집하는 이유는.

 

“미국이나 유럽 일부 국가처럼 대규모 태양광·풍력 발전이 가능한 운 좋은 나라는 별로 없다. 아프리카와 아시아는 재생에너지를 대량으로 확보하기 불리한 지형과 기후를 갖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같은 면적에서 생산하는 전력량도 원전에 못 미친다. 날씨와 계절 영향도 받는다. 한번 생산한 전력을 보관해놓을 방법도 현재 배터리 기술로는 마땅치 않다. 영국은 국토 전체를 지열발전소로 만들어도 전체 에너지 수요의 2%밖에 공급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신이 일본 총리라면 원전 도입을 설득할 수 있겠나.

 

“지금 당장 일본 국민을 상대로 원전을 홍보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가 개발하고 있는) 다음 세대 원전은 자동화돼 인간의 실수가 개입될 여지가 없고, 원자로가 지나치게 뜨거워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기술이 적용돼 있다. 미국 정부와 협력해 아직 설계도만 있는 이 원전의 첫 시제품을 이르면 5년 안에 만들 계획이다. 안전한지, 얼마나 싼값에 전력 공급이 가능한지 확인되면 일본도 다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신형 원자로를 개발하는 기업 ‘테라파워’를 2008년 만들었고, 현재 이사회 의장으로 있다.

 

당신의 원전을 홍보하려는 전략처럼 의심할 수도 있다.

 

테라파워가 개발하는 차세대 원전은 이론적으로는 4분의 1 값으로 지을 수 있다. 미국은 천연가스를 통한 전력 생산비가 너무 싸서 현세대 원전은 가격 경쟁력이 없다. 천연가스가 싸서 원전 경쟁력이 떨어지는 미국, 앞으로 원자력발전이 필요할 저개발 국가는 새로운 원전이 필요하다.”

 

게이츠는 “원전은 밤낮과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대규모 전기 생산이 가능하면서도 유일하게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에너지원이다. 그 어떤 다른 청정 에너지원도 원자력과 비교할 수 없다”고 책에 적었다. “우리가 더 많은 원자력발전소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가까운 미래에 저렴한 비용으로 전력망을 탈탄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MIT는 2018년 1000가지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분석했는데 그중 가장 싼 방법은 모두 원자력을 활용한 방법이었다.”

 

이미 만들어진 원전은 상대적으로 위험한 것 아닌가.

 

현세대 원전도 다른 어떤 전력 발전 수단보다 안전하다." 그는 책에 더 상세한 설명을 남겼다. “자동차가 사람을 죽인다고 자동차를 없애자고 하지는 않는다. 지금 사용하는 원자력발전소는 자동차보다 훨씬 적은 수의 사람을 죽인다. 테라와트시(TW·h)의 전력당 석탄은 24.6명, 석유는 18.4명의 사망 사고가 났다. 원전은 0.07명이 숨졌다. 직접 사고와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기후 재앙'을 막기에는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기후 재앙은 아직 오지 않았다. 기후변화로 사망하는 사람은 말라리아, 에이즈, 결핵 등으로 숨지는 사람보다 적다. 물론 지금도 산불·기근· 허리케인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숫자를 봐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 팬데믹이 훨씬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코로나는 백신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인류가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그렇지만 지구 평균 온도가 2도 이상 올라갔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겪어보고 판단할 수는 없다. 코로나로 여러 분야에서 국제 공조가 이뤄졌다. 마찬가지로 기후변화 대응에서 더 잘 협력할 필요가 있다.”

 

그의 책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나는 낙관주의자다. 기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우면 재앙을 피할 수 있다.”

 

탄소제로

 

온실가스를 지구가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줄인다는 개념이다. 현재 인류는 이산화탄소로 대표되는 온실가스 510억t을 초과 배출하고 있는데, 초과 배출량을 ‘0’(제로)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탄소 중립’ ‘넷 제로’라고도 한다. 한국·일본·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양지호 기자, 조선일보(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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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이츠, 아내와 재단 만들어 기후변화 연구… “쇠고기 패티 대신 인공육 먹어” 

 

신형 원자로 개발 기업 창립 “5년후 효율·안전성 입증 가능”

 

빌 게이츠는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났고, 2008년부터는 아내 멀린다와 함께 ‘빌앤멀린다게이츠 재단’ 활동에 집중했다. 지난해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이사직,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 이사직도 내놨다. “국제 보건과 개발, 교육 및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자선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어” 내린 결정이다.

 

게이츠는 지난 10년간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을 연구하는 데 시간을 쏟았다. 2000년대 중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 저개발 지역에 저렴하면서 친환경적인 전기 공급을 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지만 그 에너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방식이어야 했다.” 그는 2008년 신형 원자로 설계 등 원자력 혁신 방법을 연구하는 기업 ‘테라파워’를 창립했다. 2019년에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 게이츠’에 출연해 인생 역정을 털어놓으면서 테라파워의 신형 원자로 개발 이야기도 했다.

 

정작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회의엔 개인 제트기를 타고 등장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내 탄소 발자국 수치가 터무니없이 높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혁신 기업에 투자하고, 쇠고기 패티 대신 인공육을 먹고, 포르셰 전기자동차 타이칸을 타고, 지속 가능한 비행기 제트 연료를 구매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빌 게이츠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트렸고, 백신 접종 과정에서 사람 몸에 추적 가능한 마이크로 칩을 심는다’는 음모론이 떠돌았다. 게이츠가 2015년 TED 강연에서 감염병 유행이 찾아올 수 있다고 주장했던 것이 빌미가 됐다. 그는 “글로벌 팬데믹이 일어날 수 있다고는 예측했고 맞아들었지만 이런 해괴한(weird) 음모론이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제임스 본드 영화에 나올 법한 악역이 실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면서 “이런 ‘안티 백신’ 음모론 때문에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꺼리면서 집단면역을 위한 ’80% 이상 접종'이 어려워질까봐 우려된다”고 했다.

 

-양지호 기자, 조선일보(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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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기온 2도 오르면 밀·옥수수 생산 반토막… 산호초도 완전히 소멸”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출간

 

‘510억과 0’.

 

빌 게이츠는 신간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김영사)에서 두 가지 숫자를 강조한다. 인류가 매년 510억t씩 초과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제로(0)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인류가 대응하지 못하면 2100년에는 지난해 코로나로 숨진 사람의 5배가 기후 재앙으로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한다. 2020년 전 세계 인구 10만명당 코로나로 14명이 사망했는데, 2100년에는 10만명당 75명이 기후변화에 따르는 자연재난과 기근 등으로 숨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책은 기후 재앙이 닥친 미래를 전망하고, 제로(탄소 중립)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설명한다. 지구 평균 기온이 2도 오르면 척추동물 서식 범위는 8%, 식물 서식 범위는 16%, 곤충 서식 범위는 18% 줄어든다. 남유럽 밀·옥수수 생산량은 반 토막 난다. 해수온 상승으로 산호초도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지난 10년간 기후변화 연구에 집중하면서 읽었던 책들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논지를 전개한다.

 

게이츠는 이를 막기 위해 원자력·태양광·풍력 등을 이용해 친환경 전기 생산량을 늘리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농축산업 혁신을 이뤄내고, 철강과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한 정부, 민간 기업, 개인 차원의 실천 수칙도 제시한다. 그는 ‘제로’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의 세 번째 책으로 내일(16일) 세계 각국에서 동시 출간된다. 앞서 쓴 책 두 권은 인터넷과 정보통신 혁명 시대를 다룬 ‘미래로 가는 길'(1995년)과 ‘생각의 속도'(1999년)였다.

 

-양지호 기자, 조선일보(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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