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바닥 다 보여준 뒤 단일화한들]
[등록 직전 전대미문의 대선후보 교체 나선 국힘은 어디로… ]
[참으로 '킹 받는' K단식]
막장, 바닥 다 보여준 뒤 단일화한들
국민의힘이 10일 김문수 후보의 대선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한덕수 후보를 당의 후보로 교체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한 후보는 국힘의 이런 발표 이후 입당했다. 국힘은 오는 11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한 후보를 최종 후보로 선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법원은 국민의힘이 후보 단일화를 위해 추진하는 전국위원회 개최가 부당하다며 김문수 후보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정당의 자율성에 기초한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당의 문제는 법원이 아니라 정당에서 자율적으로 풀라는 취지였다. 김 후보와 한 후보 측은 9일 밤 단일화 협상을 했지만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문제의 이견으로 협상이 결렬됐다.
단일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후보 교체 과정에서 국힘과 후보들은 정치의 막장과 바닥을 다 보여줬다. 김문수 후보는 경선 때 후보가 되면 즉시 단일화하겠다던 공언과 달리 “강제 단일화에 응할 수 없다”고 했다. 한덕수 후보는 왜 국힘 경선에 참여하지 않아 무임승차 논란을 자초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은 단일화 담판을 하겠다며 이 모습을 야외 생중계하더니 말싸움만 하다 헤어졌다. 정당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법원에 가져가 자신의 운명을 맡기는 것도 딱한 모습이다.
김 후보 선출 이후 처음 열린 국힘 의원총회도 다르지 않았다. 김 후보가 “강제 단일화에 반대한다”고 하자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실망스럽다”고 했고, 두 사람 모두 의총장을 떠났다. 김 후보 측은 오후에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상임선대위원장을 수락했다”고 발표했지만, 홍 전 시장은 “나는 이미 국힘에서 나왔다”며 김 후보 측 발표를 부인했다.
단일화는 이재명 후보에게 반대하는 세력이 힘을 모아 시너지를 내기 위해 추진된 것이다. 절박한 상황에서 시작한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려면 지도부의 전략과,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희생하겠다는 후보들의 각오가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해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게 단일화다. 그러나 지금의 단일화는 이런 요건 중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단일화는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다 한들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혐오만 키울 뿐이다. 무능과 추태의 바닥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의 심정만 참담할 뿐이다.
-조선일보(25-05-10)-
______________
등록 직전 전대미문의 대선후보 교체 나선 국힘은 어디로…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무소속을 당 후보 만들려 불법부당 수단 동원, 중단하라”며 입장을 밝힌 뒤 의총장을 떠나자 의원들이 김 후보의 퇴장을 말리고 있다. 장승윤 기자
6·3대선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9일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갈등이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전대미문의 강제 후보 교체 절차에 들어갔다. 김 후보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강제 단일화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중앙선관위는 당 지도부가 김 후보의 반대에도 강행한 단일화 여론조사의 공표 불가를 결정했다. 잠시 김 후보에게 유리한 흐름이 형성되는 듯하더니 저녁엔 김 후보가 후보 교체를 막기 위해 낸 가처분 신청 2건이 모두 기각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전국위와 전당대회 개최를 막아달라는 신청에 대해 법원은 “당원 80% 이상이 단일화를 찬성하고, 비대위가 지지율 저하 등을 후보 교체에 필요한 ‘상당한 사유’로 봤다”며 “정당 자율성을 넘어 김 후보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당이 김 후보의 후보자 자격을 부인하고 있지는 않다”고도 했다. 반전을 거듭한 끝에 두 후보 측은 당 사무총장 주재로 막판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양측은 ‘역선택 방지 조항’ 등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 충돌했다. 김 후보 측은 “한 전 총리가 현재 무소속인 만큼 정당 지지 여부를 물을 필요가 없다”며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두지 않는 ARS 일반 여론조사를 제안했다. 반면 한 전 총리 측은 “그러면 민주당 지지층이 국민의힘 후보를 결정하는 격”이라며 반대했다. 김 후보를 선출한 국민의힘 경선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각자 서로에게 유리한 방식을 주장한 것이다.
두 차례 담판이 불발에 그치자 당 지도부는 심야 비대위를 열어 법원이 인정한 ‘상당한 사유’를 근거로 후보 교체 수순에 돌입했다. 한 전 총리를 후보로 재선출하는 방안에 대해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한 뒤 전국위를 열어 확정한다는 것이다. 이에 김 후보 측도 10일 선관위에 후보 등록을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당 지도부의 후보 교체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당 지도부의 후보 교체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이어질 경우 상황은 끝 모를 수렁에 빠져들 수 있다. 당내에서 이러다 기호 2번 후보를 못 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며칠 동안 국민의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장면들은 후진적 정당 민주주의의 민낯, 대선 후보들의 양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김 후보는 경선 때 ‘한덕수와 조속히 단일화한다’고 거듭 약속한 신의를 못 지켰다는 점에서 떳떳하지 못했다. 혼란기 국정을 내려놓고 출마한 한 전 총리가 ‘국민의힘 경선의 부전승’을 당당하게 요구한 것도 민망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국민의힘이 제대로 대선인들 치를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25-05-10)-
______________
참으로 '킹 받는' K단식
수행이자 저항인 단식
한국선 갈수록 변질
"출퇴근 단식" 비난도
'K단식쇼' 그만 볼 수 없나
그는 입에 물 한 모금조차 대지 않고 꼬박 66일을 굶었다. 71㎏이었던 체중은 39㎏까지 오그라들었다. 영국 지배에 맞서 독립 투쟁을 벌였던 아일랜드 지하 투쟁 조직 IRA의 일원이었던 바비 샌즈(1954~1981) 얘기다. 샌즈는 1981년 3월 테러 혐의로 체포돼 14년형을 선고받자 “나를 테러범이 아닌 정치범으로 인정해달라”면서 단식을 시작했고 끝내 감옥에서 숨졌다. 매년 5월이면 아일랜드와 영국 곳곳에선 샌즈를 기리는 행사가 열린다. 그에게 동의했던 이도, 그를 반대했던 이도, 샌즈의 죽음 앞에선 같은 말을 한다. “그의 절절한 단식은 북아일랜드 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단식은 말 그대로 곡기를 끊는 행위다. 의학적으론 하루 200㎉도 안 되게 극단적으로 영양 섭취를 제한하는 것을 단식이라 부른다. 생물학적 본능과 욕구에 맞서 버텨내는 일이다. 그래서 단식은 종종 수행으로, 때론 극한의 저항으로 읽힌다.
그 유명한 파키스탄 라호르 박물관에 있다는 조각상 ‘단식하는 부처’의 사진을 볼 때면 숨이 멎곤 한다. 인도와 네팔의 국경에 있는 샤키야족 나라의 왕자로 태어난 싯다르타는 부족함을 모르고 자랐지만 29세에 홀연 출가해 고행을 시작했다. 수행을 위해 음식을 줄이다 못해 나중엔 하루에 죽 한 방울만 먹었다. 조각상은 그렇게 극도로 말라 핏줄까지 튀어나온 인간 싯다르타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가톨릭에선 예수가 40일간 광야에서 단식했다 해서 부활절을 앞둔 40일간을 사순절(四旬節)이라고 부르며 금식을 권한다. 기독교 신자들도 이 기간 금식 기도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인에게도 ‘역사를 바꾼 단식’은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신민당 총재였던 1983년 대통령 직선제와 언론 자유 등을 요구하며 가택 연금 상태에서 23일간 벌였던 농성이다. 그해 5월 18일부터 6월 9일까지 단식하는 동안 그는 나날이 야위어갔고, 당시 권위주의 정권의 언론 탄압에도 이를 보도하는 신문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의 단식투쟁은 분열된 야권을 각성시켰고 훗날의 직선제 개헌을 닦는 사건이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평화민주당 총재 시절이던 1990년 10월, 13일 동안 단식한 끝에 지방자치제 도입을 관철할 수 있었다.
절체절명의 사투와 동의어였던 단식은 그러나 이후 상한 음식처럼 변질돼 왔다. 뜬금없는 단식투쟁이 툭하면 이어졌다. 현재 대선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당대표이던 2023년 8월 31일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민주주의 파괴에 맞선 국민 항쟁’이란 제목도 붙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민생 파괴, 민주주의 훼손, 일본 핵 오염수 투기 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검찰 출석 일정을 조율하던 도중 시작한 단식이란 사실만 더 주목받았다. 24일이나 단식했지만,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만 단식 장소를 공개하고 낮엔 멀쩡히 당무를 보는 모습을 보여 “출퇴근 단식” “방탄 단식” “라마단” 소리를 들었다.
지난 7일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단식을 시작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자신이 이끄는 정당의 대선 후보를 상대로 그 당 지도부가 벌이는 단식이다.
“피아 구분 없는 단식투쟁” “간헐적 단식” 비난에도 권 원내대표는 맨발로 앉아 책 ‘히틀러의 법률가들’을 펼치는 킹 받는(짜증나고 약 오르는) 사진을 연출했다. 또다시 시작된 단식쇼다. 이들에게 실제로 목숨이 위험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명언을 돌려주고 싶다. “굶으면 죽는 것은 확실하다.”
-송혜진 기자, 동아일보(25-05-10)-
______________
○ 법원, “강제 단일화 막아 달라’는 김문수 가처분 신청 기각에 희비 갈려. 판사 손에 좌우되는 정치, 정상인가.
-팔면봉, 조선일보(25-05-10)-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영에 빠져 자기만 옳다는 정치… 소크라테스가 성찰을 요구한다] (1) | 2025.05.11 |
---|---|
[이재명, 제 발로 내려올 수 없는 '대중 독재' 사다리 오르나] .... (4) | 2025.05.10 |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 [100년 같았다는 트럼프 100일] (2) | 2025.05.10 |
["부자로 죽는 것은 불명예"] [빌게이츠 “한국, 탄소제로.. ] .... (1) | 2025.05.10 |
[민주당 기대에 100% 부응 중인 국민의힘] [단일화 난장판.. ] .... (5) | 2025.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