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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수출한 'K힐링'의 정체] .... [모두가 대통령만 탓한다]

뚝섬 2025. 8. 21. 08:14

[우리가 수출한 'K힐링'의 정체]

["대중의 분노로 작두에 올라타지 말라"]

[모두가 대통령만 탓한다]

 

 

 

우리가 수출한 'K힐링'의 정체 

 

서점가의 한국 소설 매대. /뉴시스

 

얼마 전 ‘K힐링 소설’이 최근 해외에서 유난히 인기라는 기사를 썼다. 해외 출판사나 저작권 에이전시에서 K힐링 소설을 콕 집어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SF나 미스터리, 스릴러처럼 전 세계 소설 시장에서 한 장르가 된 것이다.

 

국내 밀리언셀러인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이나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윤정은 작가의 ‘메리 골드 마음 세탁소’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일상적 공간에서 펼쳐지는 소소하고 따듯한 이야기. 독자에게 위로를 준다고 해서 ‘힐링 소설’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2020~2023년 인기가 절정에 달했고, 2022년 즈음 해외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K힐링 소설은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출판 지원을 받은 한국 문학 도서의 해외 판매량은 지난 한 해 120만부를 기록해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5년간 해외 누적 판매량은 268만부에 이른다. 번역원도 “K힐링 소설의 폭발적 성장 덕에 해외 독자층의 폭이 넓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환호 속에서 “대체 왜?”라고 묻는 한국인이 많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 흥미롭다. K힐링을 “경쟁이 치열하고 번아웃이 만연한 한국 사회의 특성이 낳은 장르”라고 봤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팬데믹 이후 ‘필굿(feel good)’을 원하는 독자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했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전 지구인의 삶이 K힐링을 갈망한다는 뜻이다. 풍자하자면 ‘메이드 인 헬조선’인 이 장르는 어쩌면 해외뿐 아니라 지옥에서조차 널리 읽힐지 모른다.

 

이코노미스트의 또 다른 분석이 폐부를 찌른다. “이 장르의 성공은 현실 도피(escapism) 유혹을 보여준다”는 것. K힐링 소설은 대부분 특정 장소가 배경이다. 상처를 씻어내는 빨래방, 꿈을 사는 상점…. 일상 속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같지만, 현실에선 좀처럼 찾을 수 없는 장소다. 부드럽고 폭신한 세계를 좇는 K힐링의 이면엔 현실 도피적 성향이 똬리를 틀고 있다는 해석이다. 현실 문제를 외면하고, 눈을 돌리게 하는 세러피(치료)에 가깝다.

 

물론 각자의 취향은 존중해야 한다. 소설을 읽음으로써 답답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겠다는 게 죄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K힐링의 기저에 깔린 문화적 코드가 ‘현실 도피’ 또는 ‘ 현실 회피’라면 우리는 세계에 무엇을 수출하고 있는 것인가. 마냥 기뻐할 일인가.

 

아니면 그냥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옥에서도 살아남은 어떤 대단한 민족이 세계인을 빨래방에, 편의점에, 백화점에 가두는 데 성공했다고.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도록 최면을 걸어 사람들을 다독이고 위로하며 그들을 길들이는 데 성공했다고.

 

-황지윤 기자, 조선일보(2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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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분노로 작두에 올라타지 말라"

 

스스로 개혁 못 하는 우리, 이 절호 기회 놓쳐선 안 돼… 그러나 극단론은 경계해야
"모두 다 뒤집자"는 곤란… 대중의 분노에 올라탄 선무당 개혁 굿판은 안 된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자발적 개혁 능력을 잃은 나라가 됐다. 아무리 병폐가 목까지 차올라도 스스로 고치지 못하는 해결 불능(不能)의 나라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국회에 발목 잡힌 노동 개혁만 봐도 그렇다. 낡은 노동제도가 문제라는 국내외 경고가 숱하게 쏟아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국회는 꿈쩍도 않고 여태껏 노동 개혁 법안을 뭉개고 있다.

위기가 코앞에 닥쳐야 정신 차리는 체질임을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1997년 외환 위기가 그랬다. 대기업의 빚잔치 경영이 위험하다는 경보가 요란하게 울렸지만 기업도, 정부도 뒷짐만 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만 보내다 더 물러설 곳 없는 국가 부도의 벼랑에 몰리고야 수술에 나섰다. 지연된 개혁 때문에 수많은 월급쟁이가 실직하고 애꿎은 자영업자들이 파산했다.

비관론이 판치는 와중에 일본 노무라증권이 색다른 보고서를 내놓았다. 최순실 사태가 가져올 긍정적 측면을 주목하라는 내용이다. 보고서를 쓴 권영선 전무는 "외국 투자가들은 (한국에 투자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혁에 나선다면 국가 업그레이드의 호재가 된다. 일거에 '중진국 함정'을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국가 시스템을 개조할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나라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데 모두가 동의한다. 변화를 바라는 열망은 보수와 진보, 청년과 장년을 가리지 않는다. 이렇게 온 나라에 개혁 공감대가 형성됐던 예는 흔치 않다.

촛불 집회의 수백만 군중을 보고 어느 외국 투자가는 18년 전 금 모으기 운동을 떠올렸다고 했다. 외신들은 위기 때 분출하는 한국민의 저력을 확인했다고 쓰고 있다. 변혁을 원하는 국민 에너지는 외환 위기 때 못지않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낡은 제도와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 나온 중·고교생 시위대의 발언이 언론에 소개됐다. "우리가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을 갓조선(최고의 한국)으로 만들겠습니다." 청소년 사이에서 '갓(god)'은 최고란 뜻의 접두사라 한다. '최고의 한국'이라니, 우리가 갈 방향을 이렇게 정확하게 짚어낸 말을 나는 보지 못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최고의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다가올 대선에선 국가 시스템을 어떻게 고칠지가 핵심 이슈가 돼야 한다. 이를 토대로 차기 정부가 개혁 프로그램을 짜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런데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분위기에 편승해 온갖 것을 다 뒤집자 하는 극단적 흐름이다. 촛불 인파 속에 옛 통진당 세력이 등장했다. 야당의 대권 후보들은 선명성 경쟁을 치닫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모든 것을 부정하겠다 한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대권 후보는 '국가 대청소'를 내세웠다. '대청소'란 말이 프랑스대혁명의 단두대처럼 섬뜩하게 느껴진다. 야권 2위 후보는 재벌 해체론으로 치고 나왔다. 재벌은 고칠 곳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체'라니, 이건 선동에 가깝다. 대통령 퇴진이 기정사실인 상황에서 이제 우리는 냉정해져야 한다. 고칠 것은 고치고, 지킬 것은 지키는 옥석(玉石) 판단의 지혜를 발휘해야한다.

무엇을 고칠 것인가. 권력이 사정 기관을 동원해 기업을 겁박하는 후진적 통치 구조를 수술해야 한다. 대통령의 잘못된 지시를 무조건 추종하는 영혼 없는 공직 문화를 고쳐야 한다. 집회 현장의 고교생들은 "대학도 '빽'으로 가는 나라가 싫다"고 외쳤다. 돈과 '빽'이 통하는 부패 사슬을 잘라야 한다.

무엇을 지킬 것인가. 국가의 기본을 지켜야 한다. 통진당 해산은 국가 체제를 부정하는 집단에 대한 헌법적 결정이었다. 그럴 리도 없겠지만 이것이 흔들려선 안 된다. 대한민국 질서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선 더욱 눈을 부릅떠야 한다. 외교와 안보의 축이 흔들려선 안 된다. 야당은 미국과 합의가 끝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한·일 정보교류협정과 위안부 합의도 흔들 기세다. 그러나 대외 협상을 마음대로 뒤집어선 안 된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국가 간 합의를 번복한다면 후진국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경제의 성장 동력을 키우려는 정책들도 지켜져야 한다. 규제 완화와 좋은 기업 환경 만들기가 중단돼선 안 된다. 아무리 박 대통령이 미워도 노동·공공·교육 개혁은 계속되어야 한다. 기회가 왔는데도 개혁을 못 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그러나 개혁의 완장 아래 선무당 굿판이 벌어진다면 이것 또한 큰일이다. 지금 그런 조짐이 보인다.

같은 야권이 보기에도 걱정되는 걸까. 또 한 사람의 대권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대중의 분노로 작두를 타선 안 된다"고 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무리 흥이 올라도 포퓰리즘의 작두에 올라탔다가는 나라가 망하는 길로 간다. 

 

-박정훈 논설위원, 조선일보(16-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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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대통령만 탓한다

 

'헬조선'인 줄 알았는데 고조선..

어디 대통령 한 사람의 문제일까 최씨 농단을 방조하고 침묵한 시스템의 후진성이 더 문제다

일본과 맞먹겠다 큰 소리쳤지만 우리가 선진국 되려면 멀었다 이 처연한 현실 앞에 솔직해지자 

 

역설(逆說)이라고 할까. '최순실 스캔들'이 가져다준 순작용이 있다. 최씨 일당의 분탕질 덕에 나라의 실력을 알게 됐다. 우리는 그래도 선진국 문턱까진 온 줄 알았다. 경제력은 물론 국가 품격과 문화 수준이 개도국은 넘어섰다 믿었다. 그 믿음이 무너졌다. 비선의 사익(私益)을 위해 국가기관이 동원됐다. 청와대가 기업 돈을 뜯고 특권층의 '빽'에 입시 공정성이 무너졌다. 비선의 암약, 정권의 갈취, 특권층 '갑(甲)질'…. 이 모든 것이 후진국병(病)이다. 이 참담한 실상 앞에서도 계속 선진국 운운한다면 우리가 뻔뻔한 것이다.

지난 주말 광화문 집회에서 무릎을 친 순간이 있었다. 청년 시위대가 이런 구호를 들고 있었다.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인 줄 알았는데 고조선이었다.' 이게 정답일 것이다. 우리의 국가 운영은 '고(古)조선'으로 희화될 만큼 전근대적이었다. 모두가 대통령만 탓한다. 대통령 잘못으로 나라가 이 꼴이 됐다고 한다. 검찰에 불려간 청와대 참모들도 대통령이 시켰다 하고 있다. 맞다. 왕정(王政)시대에 머문 듯한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사태의 주범이다.

그런데 대통령 한 사람만의 문제일까. 대통령도 문제지만, 대통령을 둘러싼 국정 운영 시스템은 더 문제였다. 주변 참모들과 사정 기관, 정치 리더십과 관료 집단이 모두 엉망이었다. 어느 나라나 비선이 출몰할 수는 있다. 우리의 문제는 비정상을 감시할 경보(警報)시스템이 고장 난 것이었다. 대통령의 궤도 이탈을 잡아줄 견제 시스템도 없었다. 대통령의 일탈(逸脫)이 후진적인 국가 시스템과 결합한 것이 지금의 사태다.
 


최씨 일당의 국정 농단은 어느 날 갑자기 돌출된 것이 아니다. 아무리 늦춰 잡아도 2년 전엔 체크될 수 있었다. 2014년 가을 파문을 일으킨 이른바 '정윤회 문건'에 최순실이 등장한다. 문건엔 '시중에선 최순실이 서열 1순위, 대통령이 3순위라 한다'고 적혀 있다. 대통령도 문건 내용을 보고받았다. 적어도 그 시점엔 박근혜 대통령도 최씨가 문제 될 수 있다는 개연성을 인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진상 파악 대신 문건 유출만 문제 삼았다. 국정 시스템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부터 기능 장애를 일으켰다.

대통령은 40년 친분에 눈이 멀었다 치자이를 감시해야 할 청와대 참모와 사정 책임자들은 무얼 했나.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은 문건 유출이 "쓰레기 같다"며 엉뚱하게 '언론 보복'을 지시했다. 민정수석실과 검찰은 내시(內侍)처럼 대통령 비위만 맞췄다. 때늦은 복기(複棋)지만 최순실 문제가 체크될 경로는 숱하게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씨 딸의 승마대회 판정 시비를 감사한 것이 3년 전이다. 감사보고서에서 승마계의 최씨 파벌 문제를 지적해놓고도 대통령이 화내자 덮었다. 그 후 문체부는 최씨 일당의 민원(民願)해결 부서로 전락했다.

최씨 딸이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한 것 역시 2년 전이다. 대학 측이 "금메달을 뽑으라"며 부정 선발을 지시해도 저항한 교수는 한 명도 없었다. 저항은커녕 수업을 빠져도 학점 주고 과제물까지 대신 써주었다. 이대 교수·교직원 중 최씨 딸 문제를 알 만한 사람이 수십명은 될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이의 제기하지 않았다. 부정을 감시할 교육부는 거꾸로 최씨 딸을 VIP로 모신 이대에 특혜를 주었다. 특권층 앞에 공교육이 무너졌지만 교육의 감시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이게 선진국인가.

교육계뿐 아니다. 야당은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고, 언론의 감시 기능도 불충분했다. 대통령을 '누님'이라 부른다며 친분을 과시하던 친박 실세들은 무얼 하고 있었나. 국가 시스템 전체가 장애를 일으켰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반성해야 한다. 대통령 핑계만 댈 게 아니다. 선진국에도 부정과 비리는 있다. 그러나 썩은 구석이 생기면 누군가 나타나 휘슬을 불어대는 것이 선진국이다. 우리는 최씨 일당이 휘젓고 다니는 동안 누구도 경보음을 울리지 않았다. 대통령이 무섭다고, 윗선의 지시라고 혹은 지금까지 해왔다는 관행을 이유로 부정의 향연에 동조했다.

우리는 스스로를 과대평가해왔다. 일본과 맞먹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지구상에 일본을 우습게 보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외국인들이 놀란다. 얼마나 허망한 과대망상이었는지 알게 됐다. 최순실 사태가 벌여 놓은 이 처연한 현실 앞에서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대통령 한 사람만 몰아낸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정 시스템에 참여하는 통치 엘리트들이 후진성을 버리지 않으면 절대 달라지지 않는다. 공직자·관료·정치인·교육자·언론인·기업인의 '고조선 의식'을 송두리째 고쳐야 한다.

각자 자기 위치에서 공공성(公共性)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 선진국이다. 우리는 갈 길이 멀었다는 사실부터 겸허하게 인정하자. 그래야 나라 꼴이 엉망진창 된 이 난리통 속에서도 다음 갈 길이 보인다.

 

-박정훈 논설위원, 조선일보(16-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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