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트럼프 2기 출범 1년… 무역질서-동맹 뒤흔든 ‘거래의 제국’] ....

뚝섬 2026. 1. 20. 09:20

[트럼프 2기 출범 1년… 무역질서-동맹 뒤흔든 ‘거래의 제국’]

[‘석유전쟁’, 맞지만 틀린 말]

[청동에 새긴 미국의 옆얼굴]

[두 손 묶인 채 체포된 베네수엘라 대통령… 나라 앞길은 안갯속갯속]

 

 

 

트럼프 2기 출범 1년… 무역질서-동맹 뒤흔든 ‘거래의 제국’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그린란드 병합 구상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에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유럽연합(EU)이 미국에 최대 930억 유로(약 160조 원)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EU는 22일 정상회의를 열어 이 같은 맞불 관세나 미국 기업의 시장 접근 제한 같은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방어훈련에 병력을 보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8개국에 내달부터 10%, 6월부터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야심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간 유지돼 온 대서양 동맹에 최대의 위기를 불러왔다. 세계 질서를 이끌어 온 슈퍼파워 미국이 동맹을 보호하기는커녕 그 영토를 사실상 강탈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경악스러운 일인데, 그 동맹을 도우려는 동맹국들을 향해 관세 부과나 무력 사용 같은 위협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파열음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의 균열을 넘어 민주주의 등 보편 가치와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떠받쳐 온 서방 진영의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유럽은 수세적일 수밖에 없다. 프랑스 등 주요국이 미국에 맞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도 독자 대응 능력이 없는 유럽의 안보 현실에서 다수 유럽 국가들은 미국과의 협상에 우선 무게를 두고 있다. 사실 나토를 거추장스러운 ‘무임승차’ 동맹으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나토 탈퇴를 넘어 나토와 전쟁도 벌일 수 있다는 태도에 유럽은 충격에 빠져 있다.

 

20일로 재집권 1년을 맞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하루가 멀다 하고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취임하자마자 무더기 행정명령으로 폭주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내내 세계 각국을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이며 자유무역 질서를 파괴했고, 새해 들어선 벽두부터 베네수엘라에 대한 충격적인 군사작전을 감행한 데 이어 동맹국 영토를 차지하겠다는 야욕까지 노골화했다. 그사이 미국이 주도하던 세계의 가치와 질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이제 각자도생의 거래와 이익, 난폭한 힘의 논리만 남았다.

앞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3년 남아 있다. 다만 시간은 트럼프 2기의 최대 약점이다.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고비로 급격한 레임덕에 빠질 수 있고, 바로 그 점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조바심과 변덕이 올 한 해를 가장 큰 불확실성의 위험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모범 동맹’이란 평가를 받는 한국도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수상한 시기다. 유연한 전략과 민첩한 대응 아래 자강력 확보에 매진해야 한다.

 

-동아일보(26-01-20)-

______________

 

 

석유전쟁’, 맞지만 틀린 말

 

[임용한의 전쟁사]

 

1990년 걸프전이 발발했을 때 역사학자들은 전쟁의 원인과 의미를 분석하는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화두는 온통 자원이었다. 미국은 왜 석유를 노리는가? 강대국은 왜 전쟁을 통해 자원을 확보하려 하는가?

석유는 강력한 전략자원이다. 특정 국가가 이를 독점하거나 악용한다면 세계 경제와 정세를 한순간에 바꿔버릴 수 있다. 그러니 미국이 석유, 더 정확히는 석유 패권을 위해 이라크를 침공했다는 해석은 솔깃하게 들릴 수도 있다. 미국이 석유에 욕심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황금을 찾아 잉카제국을 침공한 것과, 영국이 다이아몬드 광산을 장악하기 위해 남아프리카를 정복한 것을 걸프전과 동일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을까.

인간의 욕망이나 강대국의 횡포라는 말로 보면 비슷해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상급생이 하급생의 구슬을 빼앗는 행위와 강대국이 약소국의 광산을 차지하는 행위는 욕심이 원인이고 무력이 수단이라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그것이 세상과 역사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다르다. 지식인이라면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중대한 사건을 ‘강자의 탐욕과 횡포’라는 말로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분석이 아니라 관찰일 뿐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하자 “미국은 왜 석유를 노리는가”라는 물음과 그에 대한 설명이 국내외 언론에 도배됐다. 미국이 석유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를 곧 석유를 강탈하기 위한 침공으로만 정리하는 것 역시 표피적이다.

21세기 국제 질서의 트렌드는 신(新)블록이다. 그 다음에 터져나오는 것은 신블록의 구성 요소인 블록 내부의 유통과 교역 방식, 자본과 자원의 순환 구조, 정치 체제와 이념 등이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갈등, 시위와 내전은 이 블록의 정체성과 내부구조와 관련이 있다. 우리에게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6-01-20)-

______________

 

 

청동에 새긴 미국의 옆얼굴 

 

오거스터스 세인트-고든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취임기념주화, 1905년, 청동, 지름 7.4cm, 워싱턴 DC 스미소니언 미국미술관 소장.

 

1905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할 때 취임 기념으로 제작한 특별 주화다. 미국 미술의 르네상스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조각가 오거스터스 세인트-고든스(Augustus Saint-Gaudens·1848~1907)가 디자인하고 티파니앤코사(社)가 제작했다. 앞면에는 단호한 루스벨트의 옆얼굴을 새기고 그의 선거 슬로건 ‘만인을 위한 공정’을 라틴어로 적었다. 뒷면에는 미국의 상징인 독수리가 대지를 강인하게 움켜쥐고 당당히 서 있고, 취임식이 열린 장소·날짜와 함께 미연방의 건국 이념이 담긴 ‘여럿이 모여 하나(E Pluribus Unum)’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와 같은 기념 주화는 초대 워싱턴 대통령 때부터 여러 단체에서 만들었으나, 1901년 루스벨트의 전임자 맥킨리 대통령이 취임할 때 처음으로 조폐국에서 공식 주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조폐국에서는 주화의 예술성보다 효율적인 대량생산을 중시했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로마의 고전미술을 사랑하던 루스벨트 눈에는 이들이 모두 ‘끔찍할 정도로 흉측하게’ 보였다. 그는 조각가에게 직접 고대 그리스 주화처럼 예술적인 새 주화를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고, 당시 암 투병 중이던 세인트-고든스는 품격 있는 디자인이 곧 국격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했다. 주조를 티파니에서 하게 된 것도 입체감이 큰 예술적 디자인을 소화하기에 조폐국의 대량 생산 체계가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37년 이래 미 대통령 취임식은 1월 20일로 변경됐다. 그러나 절제된 고전미를 바탕으로 엄격하되 위압적이지 않은 공화국의 가치를 지향하는 미국 공식 디자인의 원칙은 세인트-고든스 이래로 변하지 않았다.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조선일보(26-01-20)-

______________

 

 

미국-유럽, 그린란드 놓고 ‘관세 폭탄’ ‘무역 바주카포’ 엄포. 한때 죽고 못살던 부부의 살벌한 이혼 전쟁.

 

-팔면봉, 조선일보(26-01-20)-

______________

 

 

두 손 묶인 채 체포된 베네수엘라 대통령… 나라 앞길은 안갯속갯속

 

속수무책·오리무중

 

지난 3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대통령 관저 지붕에 미국 육군 특수부대의 헬리콥터가 착륙했습니다. 헬리콥터에서 내린 미군 50명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경호원 수십 명을 제압한 후, 대통령 부부를 체포해 눈가리개와 플라스틱 수갑을 채웠습니다. 대통령 경호원들은 체포를 막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80명이 사망했죠. 착륙부터 체포까지 3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뉴스에 세계는 깜짝 놀랐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이렇게 체포될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미군의 체포 작전 앞에서 마두로 대통령 부부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속수무책은 두 손이 묶인 것처럼[束手] 어쩔 도리가 없어서 꼼짝 못 한다[無策]는 뜻입니다. 예상치 못한 위기나 재난 앞에서 아무 방법도 쓸 수 없는 무력한 상태를 나타낼 때 쓰는 말이에요. 한쪽이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훈련한 반면, 다른 한쪽이 무방비 상태라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많은 사람이 속수무책이라는 말을 떠올렸을 것 같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이나 베네수엘라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마두로 대통령은 현재 뉴욕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어요. 베네수엘라는 대통령 체포 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죠. 대통령을 독재자라며 반대했던 국민들은 환호했고, 대통령 지지층은 무장봉기를 시도하면서 내전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요.

 

이처럼 베네수엘라는 카리브해의 맑은 하늘 아래 있다기보다 마치 안개 자욱한 오리무중(五里霧中)에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오리무중은 반경 5리(五里)가 안개로 덮여 있어서[霧中], 앞이 보이지 않아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말합니다. 5리는 약 2㎞입니다. 짙은 안개 속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이 얼마나 막막한지 알 것입니다.

 

오리무중은 장해(張楷)라는 사람의 이야기에서 유래했습니다. 중국 한나라 말기 혼란한 시대를 살았던 장해는 학식과 인품이 모두 뛰어났지만 관직에 나가지 않고 산에서 조용히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명성을 듣고 권력자들과 수많은 사람이 장해를 포섭하거나 배움을 청하러 자꾸 찾아왔다고 해요. 장해는 이런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올 때마다 사방 5리에 안개가 덮이도록 ‘오리무(五里霧)’라는 도술을 부렸습니다.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사람들은 모두 돌아갔고, 장해는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오리무가 나중에 ‘오리무중’이 됐다고 해요.

 

-채미현 박사·'상식 밖의 고사성어' 저자, 조선일보(26-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