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마지막 오아시스' 두바이에 닥친 모래 폭풍]
[미국이 중동에서 '스마트 폭탄 함정'에 빠져드나]
'세계화의 마지막 오아시스' 두바이에 닥친 모래 폭풍
걸프는 호시절로 기억되는 세계화 시대의 활력이 보존된 곳
전쟁이 두바이·도하의 운명 결정하나… '두쫀쿠'가 끝 아니길

2022년 7월, 나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당시 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러시아를 여행하기 위해서 두바이를 찾았다. 한국과 러시아를 이어주는 직항이 끊겼기 때문이다. 반면 두바이 공항에는 큼직한 광고가 걸려 있었다. “모스크바로 어서 오세요.” 당시 서방 세계 전체가 대(對)러시아 제재를 발표하고 러시아와 교류를 단절하던 상황에서 이런 광고판을 보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다.
사실 이는 두바이는 물론이고 GCC(걸프협력기구) 회원국 전체의 국가 전략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카타르의 도하,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와 두바이, 쿠웨이트와 바레인은 에너지 수출로 쌓은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스마트 국가, 강소국 비전을 실현하고자 노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동 바깥의 복잡한 정치적 분쟁에 휘말리기보다 오직 비즈니스만을 논할 수 있는 ‘탈정치적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걸프는 갈등과 다툼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 비즈니스와 관광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내걸었다. 미국과 탈레반도 카타르에서 협정을 맺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아부다비에서 회담을 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걸프 국가들은 정치적 안정 위에 경제적 번영을 쌓았다. 세계 최고층 빌딩과 화려한 분수, 명품 쇼핑몰로 시작한 걸프의 초현대 도시 프로젝트에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 공간, 암호화폐 사업가들과 데이터 센터까지 합류했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천혜의 입지도 큰 역할을 했고, 두바이, 아부다비, 도하의 공항들은 전 세계 하늘길의 중심을 차지했다. 인도, 필리핀, 이집트는 물론이고 한국, 일본, 영국에서도 이러한 경제적 기회에 이끌려 걸프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또 공격받은 두바이 공항 16일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연기에 휩싸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 상공에서 항공기가 착륙을 준비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미국·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주변 국가를 겨냥한 이란의 반격이 집중된 곳이다. /AFP 연합뉴스
요컨대 걸프는 2008년 금융 위기와 2016년 탈세계화로 이제는 아련한 신기루가 된 세계화의 마지막 이상이 살아있는 공간이었다. 자본 축적과 경제적 기회의 창출이 모두를 이롭게 할 것이라는 이상, 기회를 찾아 끝없이 국경을 넘나들며 움직이는 노동 이주, 사람들의 뒤얽힘 속에서 만들어지는 ‘세계 문화’의 꿈.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한동안 세계인에게 ‘호시절’로 기억되는 세계화 시대의 이상이 걸프에는 마치 사막 한가운데의 오아시스처럼 보존되어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화가 단절되었을 때, 아직 그 꿈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세계인에게 선언한 행사도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었다. 그런 점에서 걸프는 하나의 도시나 지역을 넘어서는 존재감을 지닌, ‘하나의 이상’이었다.
연초 한국을 강타한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역시 두바이의 정신을 상징하는 음식이었다. 두쫀쿠의 ‘원조’인 두바이 초콜릿은 필리핀 출신 누엘 오마말린과 이집트 출신 사라 하무다의 합작품으로, 러시아와 동유럽 SNS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그 두바이 초콜릿이 대만 과자 설화병과 한국에서 결합하며 ‘두쫀쿠’로 만들어져서 중국으로, 뉴욕으로, 또다시 두바이로 흘러갔다. 두바이 초콜릿과 두쫀쿠는 발명과 유행 과정은 물론이고, ‘두바이’라는 이름이 주는 아우라까지 모든 것이 세계화 시대의 활력을 떠오르게 한다.

두쫀쿠 /두바이 쫀득쿠키.
그런 두바이와 걸프가 현재 전쟁의 땅으로 변모했다. 석유 수출이 막히고, 공항에는 비행기가 뜨지 못하고, 호텔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는 가운데 ‘세계화의 오아시스’ 걸프에 사막의 모래 폭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두바이 공항에 발이 묶인 승객들부터 불길하게 오르는 우리나라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시작에 불과하고, 걸프 봉쇄가 만들어내는 효과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영역으로 계속해서 일파만파 확장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귀추가 주목되는 영역은 역시 관념의 영역이다. 이 전쟁이 어떤 방식으로 끝나는지에 따라 두바이와 도하를 비롯한 걸프 지역의 운명도 결정된다. 걸프가 다시 세계화 시대의 오아시스로 부활할 수 있다면, 세계화 시대의 이상은 상처받은 채로 당분간 더 지속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끝내 걸프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한다면, 카타르 월드컵과 두쫀쿠는 다가올 혼돈의 시대에 아련한 번영의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임명묵 대학원생·'K를 생각한다' 저자, 조선일보(2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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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동에서 '스마트 폭탄 함정'에 빠져드나

미 해병대 전투공격비행대대 소속 F-35C 라이트닝 II 스텔스 전투기가 지난 3일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 갑판에서 출격 대기 중인 모습.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 전단은 지난 1월 중동 해역에 배치돼 지난달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을 준비해왔다. /미 해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맹폭을 퍼부어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다수의 인사가 사망했다. 이란이 반격하면서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정치권 일각의 반응은 감정적이다. 조국혁신당은 이란 폭격을 ‘국가 테러리즘’이라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우리 안보의 최대 위협은 주한미군”이라는 주장마저 나온다. 주권국가에 대한 예방공격을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최근 몇 달 사이 다수의 비무장 시위대를 사살했다. 핵무장을 시도하고 역내 테러 단체들을 지원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와 거리를 두며 ‘중견국 연대’를 외치던 캐나다와 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미국 편에 섰다. 일본도 이란 핵 비확산을 강조하며 긴장 완화에 무게를 뒀다. 한국 역시 수위 조절을 해야 한다.
우리 입장에서 가장 섬뜩한 시나리오는 미국이 중동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로버트 페이프 시카고대 교수는 공습만으로 적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환상을 ‘스마트 폭탄 함정(Smart Bomb Trap)’이라 부른다. 공중 폭격만으로 레짐 체인지에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초기의 ‘깔끔한’ 공습이 원하는 붕괴를 가져오지 못하니 타격 목표는 계속 늘어난다. 마땅한 출구 전략 없이 확전의 굴레만 남는 구조다.
고로 미국이 중동의 늪에 빠져 인도·태평양의 안보 공백을 초래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한국과 괌에도 배치된 미국의 사드 요격 미사일 재고가 중동에서 소진되고 있다. 이란에 쏘는 해상 발사 토마호크 미사일은 대만에서 미·중 충돌 발발 시 초기 몇 주 만에 동이 날 수도 있는 핵심 자산이다. 향후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비축해 둔 무기를 중동으로 옮긴다면, 지역 안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될 가능성 역시 대비해야 한다. 국제 유가 상승은 우리 산업에 타격을 준다. 미국은 동맹국들을 모아 해상 호송 연합 함대를 꾸리려는 의도로 한국에도 참여를 요구하기도 했다. 직접 나서기 부담스럽다면, 과거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소진된 미국의 포탄 재고를 채워주면서 우회 지원했듯이 다른 곳에서라도 연합 해군의 빈틈을 메워줘야 한다. 이란 전쟁이 정당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경제와 안보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이 매몰 비용의 오류에 빠져 중동 분쟁의 늪에 갇히면 위험하다. 결국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목표를 아예 조기 달성하거나, 반대로 정치적 목적을 현실적으로 조정해 개입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한국의 기여 역시 어떤 형태로든 미국이 사태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지 않겠다는 시그널과 결부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미국의 SOS를 받은 다른 동맹국들과의 협의가 중요한 이유다.
상황이 긴박한데 일부 스피커들은 감정 섞인 미국 비판에만 열중한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을 ‘예방 공격(preventive strike)’이 아닌 ‘선제 공격’(preemptive strike)이라 불러야 할 침략 행위로 분류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선제 공격’은 상대가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에 자기 방어 차원에서 먼저 타격하는 행위로, 대체로 그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장기적으로 힘의 균형이 불리해지기 전에 지금 시행하는 ‘예방 공격’이야말로 비판의 소지가 크다. 개념적 오류에 입각한 프레임 설정이다. 감정적 반응 대신, 터져버린 중동의 화약고가 아시아의 안보 공백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홍태화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 유라시아 펠로, 조선일보(2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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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은 無호응, 충복은 “전쟁 반대” 사표, 야구마저 ‘마두로 팀’에 져. 트럼프 ‘장대한 짜증’ 향할 곳은?
-팔면봉, 조선일보(2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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