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기사회생 오세훈]
[장동혁 대표, 지금이 물러날 적기다]
두 번 기사회생 오세훈

선거에선 기적같은 역전승이 가끔 벌어진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1948년 미국 대선이다. 민주당 출신 트루먼 대통령은 스스로도 승리를 자신하지 못했다. 민주당에서 탈당한 후보 2명이 추가로 출마했기 때문이다. 트루먼은 개표 방송도 보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 한 신문은 개표 도중 ‘듀이가 이겼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결과는 트루먼의 승리였다. 드라마보다 더한 드라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는 오세훈 시장 재선이 예상됐다.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한명숙 후보에 20%포인트 가량 앞섰다. 그런데 투표 당일 출구 조사가 0.2%포인트 차 접전으로 나왔다. 개표 초반 오 시장이 앞섰지만 곧바로 한 후보가 역전하더니 자정이 넘도록 선두를 달렸다. 오 시장은 새벽 1시쯤 캠프 사무실에 나와 “패색이 짙다”고 사실상 낙선 인사까지 했다. 방송사들이 방송 장비를 철수해 한 후보쪽으로 간다며 오 시장에게 그 전에 낙선 인사라도 하라고 다그친 것이다. 그 시각 서울광장에선 한 후보가 지지자 2000여 명과 축제 분위기였다. 한 후보는 “당선이 희망적”이라고 했다. 그런데 새벽 4시 30분쯤 반전이 일어났다. 서초구 개표가 재개되며 오 시장 표가 쏟아졌다. 0.6%포인트 차이로 오 시장이 기사회생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계엄과 탄핵으로 누더기가 된 반면 민주당은 새 정부 프리미엄을 최대한 누리는 구도였다. 대통령이 직접 민주당 후보를 뽑아 세웠다. 국힘 당권파는 ‘윤 어게인’ 단절과 쇄신을 요구하는 오 시장에게 공천 배제를 위협했다. 오 시장은 후보 등록 보류로 맞섰다. 선거 운동이 시작되자 서소문 고가 붕괴 사태까지 터졌다. 민주당은 정부와 국회를 총동원해 그를 공격했다.
▶여론조사는 대부분 불리하다고 나왔다. 출구조사도 5%포인트나 뒤졌다. 이런 차이는 뒤집히기 힘들다. 참모들은 “절망적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투표율이 계속 오르자 캠프에서 “2010년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 참모는 “출구조사를 분석해보니 오류가 있어 보였다”며 “AI로 보정하자 오 시장이 이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했다. AI는 오전 5시쯤 역전한다고 예측했지만 실제론 7시 15분이었다. 또 한 번의 기사회생이었다.
▶오 시장은 역대 최연소, 최고 득표율 민선 서울시장 기록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최다선(5선)을 추가했다. 시민과 상식에 대한 믿음이 기사회생의 비결이란 그의 말이 정치권 전체의 상식으로 통용되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
-황대진 논설위원, 조선일보(2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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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대표, 지금이 물러날 적기다
[朝鮮칼럼]
진영은 궤멸 상태인데 미국서 해맑은 '인생컷'…
보수 지지자 길을 잃었다
선거로 불법·불의 견제하고 난관 풀 실마리는 사퇴
자신과 보수 위해 결단을

국민의힘 장동혁(왼쪽)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 /페이스북
장동혁 대표가 물러날 때가 됐다. 워싱턴 미 의사당 앞 사진을 보고 그런 생각을 확실히 굳혔다. 장 대표가 그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늘 화나고 찡그린 얼굴에, 보는 사람 마음조차 불편해질 지경이었다. 그러니 웃음에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문제는 때와 장소다. 지금 보수 진영의 눈에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 민주 국가에서 선거는 총성 없는 전쟁인데, 보수 진영은 궤멸 상태다. 그런데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다며 전선을 떠난 총사령관이, 어떻게 그토록 해맑게 희희낙락 ‘인생 컷’을 찍을 수 있는가?
물러나라는 말을 홧김에 한 게 아니다. 무엇보다 그 무능에 질렸다. 한국 보수에게 무능은 죄다. 지난 80여 년간, 누가 휴전선을 지키고 빵을 만들었나? 독재에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을 안고도 보수가 국민의 마음을 잃지 않은 건 오직 유능함 때문이었다. 그런데 장 대표의 이번 방미 행보에선 그 유능함을 눈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었다. 때도 엉뚱했고, 내용도 껍데기뿐이었다. 누추함만 도를 넘었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제1 야당 대표가 혈맹의 나라에 가서 부통령, 국무장관은커녕 겨우 차관보만 보고 왔다. 뒷모습뿐인 차관보가 누군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보안이란다. 그냥 의미 있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 보수 유튜버는 미국 주요 인사들이 장 대표를 “차기 대권 주자로 보고 대우”했다며 높이 평가했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다. 누가 이런 주먹구구 일정을 기획하고, 쭉정이뿐인 기자회견문을 준비했는가?
장 대표의 당 리더십도 이미 망가졌다. 공천 파동의 여파로 공천위원장이 결국 물러났다. 서울 다음으로 중요한 경기도는 후보조차 없다. 서울, 부산은 패색이 짙고, 경남도 위태롭다. 대구조차 격전지다. 대구가 무너지면 보수의 심장이 멈춘 거다. 그런데 아직 후보조차 미정이다. 정당으로서 국민의힘이 갈 데까지 갔다는 뜻이다. 지금 국민의힘 후보들은 빨간색 대신 흰색 점퍼를 입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녹색 넥타이를 맸다. 후보들은 장 대표가 선거 현장에 오는 걸 두려워한다. ‘탈(脫)동혁’이 큰 흐름이 됐다.
장 대표는 이미 당 대표로서의 자격을 잃었다. 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면서 이미 지난해 말부터 그랬다. 굳센 결기로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다. 올 2월 초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그는 “누구라도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사퇴와 재신임을 요구한다면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사퇴의 목소리가 쑥 들어갔다. 극우 유튜버들과 함께 신규 가입한 책임당원 30만의 든든한 뒷배를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힘은 정상적인 보수정당이 아니다. ‘극우 숙주 정당’으로 변모했다.
이 때문에 다수의 보수정당 지지자들은 길을 잃었다. 그들은 만약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찍으면 장 대표가 살아날 걸 걱정한다. 숙주들의 당 점거도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아예 부수고 새로 시작하자는 국민의힘 필멸론이 나온 것이다. 그런 민심이 지금 여론조사 동향에 고스란히 담겼다. 대구조차 그렇고, 60~70대도 그렇다. 유권자 대다수가 이 길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어이없지만, 스스로 죽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이 난관을 해결할 결정적 실마리가 장 대표의 사퇴에 있다. 보수 정당이 살려면, 지지자들이 돌아올 물꼬를 터야 한다. 지난 대선 때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그때는 윤어게인파 김문수 후보가 앞길을 막았다. 결국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득표율은 김문수, 이준석 후보의 합보다 0.07%포인트 낮았다. 권력은 회수했지만, 지지를 완전히 철회한 건 아니란 징표다. 일단 가짜 보수에 반대했지만, 가짜 진보도 비토한 셈이다.
민주당이 지방 권력마저 장악하면 대한민국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될까? 검찰은 이미 망가졌고, 사법부 독립도 거의 무너졌다. 국회는 이른바 검찰의 ‘조작기소 국정조사’로 정부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불법과 불의를 언제까지 견뎌야 하나.
그래서 지금이 장 대표가 사퇴할 적기다. 오 시장은 장 대표가 사라지면 3%포인트 안팎에서 승부가 갈릴 걸로 본다. 민주당도 ‘샤이 보수’를 걱정한다. 실제 지난 20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부산 시장은 박빙 상태에 들어갔다. 이익에 가장 민감한 게 정치가지만, 큰 정치를 하려면 한 번은 크게 결단해야 한다. 스스로를 위해서도, 또 보수와 나라를 위해서도, 장 대표의 ‘백척간두 진일보’를 촉구한다.
-김영수 TV조선 보도 고문·前 영남대 특임교수, 조선일보(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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