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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시진핑, 협상인가 '연극'인가] ....

뚝섬 2026. 5. 19. 09:17

[트럼프와 시진핑, 협상인가 '연극'인가]

[한국이 주장 안 하면 미·중이 '北비핵화' 움직이겠나]

 

 

 

트럼프와 시진핑, 협상인가 '연극'인가

 

경제적 우위 보여준 美와 대등한 장면 연출한 中의 '외교 무대'
완승·완패는 없다… 미·북이 직거래한다면 한국의 배역은 뭘까

 

외교적 수사(Diplomatic Rhetoric)는 연극을 닮았다. 화려한 의전과 계산된 대사가 무대를 채우지만 진짜 이야기는 막후에서 결정된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도 그렇다. 잘 기획된 연극에는 복선과 반전이 숨어 있게 마련인데, 성급한 관객들은 보이는 것에만 집중한 나머지 본질을 놓치기 쉽다.

 

쏟아지는 헤드라인은 다소 아쉬웠다. 예를 들어 ‘아첨하는 트럼프, 단호한 시진핑’이란 외신 제목을 그대로 인용한 국내 언론이 많았다.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매체일수록 자사 논조를 투사하는 경향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매체다. 그 맥락을 짚지 않고 자극적인 제목만 입맛대로 끌어 쓴 느낌이다. 어느 방송사 썸네일처럼 트럼프가 정말 ‘헛물만 켠 게’ 맞을까. 반대로 ‘트럼프가 시진핑을 완벽히 눌렀다’는 식의 보수 성향 소셜미디어 분석 역시 아쉽기는 매한가지다. 국제정치에서 완승·완패가 가능할까. 복잡한 사안을 단선적으로 보는 건 별 도움 안 된다. 트럼프는 초강경파를 이끌고 시진핑을 만났다. 중국의 평론가 차오즈페이는 바로 이 점을 가리켜 “겉은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바늘을 숨겼다”고 했다. 외교가 원래 그렇다. 그러니 쉽게 재단하지 말고 그 안에 품은 바늘까지 읽어내야 한다.

 

“할리우드에서 중국 지도자 역할을 찾는다 해도 그보다 나은 인재는 없다. 완벽한 캐스팅이다.” 회담 직후 트럼프는 자기 운동장 같은, 폭스뉴스를 콕 찍어 인터뷰했다. ‘연극(theater)’이란 단어를 수차례 언급한 것이 유독 내 눈에 띄었다. 연극에선 장면이 가장 중요하다. 어쩌면 트럼프가 필요했던 건 실리보다 보여줄 그 장면 자체였을지 모른다. 대국의 체면을 세워주는 척하며 이면의 청구서를 내미는 장면 말이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구매를 승인해 준 것도 맥락은 같다. 어차피 자국 기술을 지켜야 하는 중국은 선뜻 받기 어렵다. 구매는 제로(0)였다. 다 알면서 알래스카에서 젠슨 황을 태워 온 것 아닐까. 얼마만큼 얻어 와야 실익인가에 대한 기준은 다르지만 비행기 수출을 따냈고, 일론 머스크 같은 스타 기업가를 대동하며 경제적 우월함을 보여줬다. 이란 사태에 대한 협조 약속을 중국이 안 지킨다면? 적어도 전보다 손해 본 것은 없다.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UPI=연합

 

시진핑도 만만치 않다. 표정 변화가 없어 감정을 읽기 어렵다. 미소 짓는 듯한 입꼬리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트럼프가 중간선거를 의식했다지만, 시진핑 역시 경제 침체 등으로 민심이 예전만 못하다. 베네수엘라에 이란까지 묶인 상황에서 그도 ‘밀리지 않는 그림’이 절실했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 회담 장소인 중난하이는 방송을 하는 내 눈에 잘 짜인 거대한 세트장처럼 보였다. 9년 전 황제급 의전을 펼쳤던 자금성과 비교해 보자. 프레임에 여백이 많아 실제 체격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형 공간과 달리, 상대적으로 닫힌 공간에서는 공간감이 사라져 두 인물이 대등해 보인다. 투샷이 잡힐 때 키 차이, 소파 쿠션까지 정밀하게 조절했다는 후문이 도는 이유다. 철저한 공간 계산 덕에 두 정상은 줄곧 대등해 보였다. 그러니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고도로 계산된 대사였다. 신흥 강국 아테네가 두려워 파멸적 전쟁을 치렀던 스파르타처럼 되겠냐는 의미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쳤지만, 트럼프가 떠나자마자 외교부를 통해 ‘일방적 압박에 반대한다’고 천명한 것 역시 이 연극의 연장선이다.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이 나설 것인가.” 자기 역린은 중국이 먼저 꺼냈는데 트럼프는 왜 대답을 안 했을까. 에어포스 원에서 트럼프는 대만을 빅딜을 위한 ‘협상 칩(Negotiating Chip)’이라 부르며 “9500마일이나 떨어진 곳에서 전쟁을 치를 수는 없다”고 했다. “대만이 미국 반도체를 빼앗아갔다”는 말은 놀라웠다. 그러나 미국은 칩(반도체)을 칩(협상 도구)으로 삼을 뿐, 대만을 포기할 리 없다고 본다. 중국에 패를 보여줄 필요도 없다. 정보의 불확실성과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것, 바로 ‘거래의 기술’이다. 미국의 진짜 ‘행동’을 보려면 루비오 국무장관의 말을 참고하는 편이 낫다. 그는 NBC 인터뷰에서 “대만 정책은 변함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말뿐이 아니다. 미국은 이미 중국 본토 턱밑인 금문도에 특수부대를 2024년부터 상시 주둔시켜 왔다. 말로 몸값을 올리고, 뒤에선 든든한 자물쇠를 채워두는 투 트랙(Two-track)이다.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는 존재감이 미미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요즘 조용하다. 그는 미국을 존중해 왔다”는 말에서 힌트를 얻는다. 언젠가는 다음 막이 올라간다. 혹시 한국을 건너뛰고 북한을 개방하는 그림을 짜진 않을까. 에이, 우리는 동맹이고 반도체, 조선까지 있는데 상상력이 지나친 걸까. 그러나 한밤에 마두로를 친 트럼프다. 대화가 통한다는 친구(bro)와 아예 직거래를 한다면 더 극적인 장면이 있을까. 전적으로 개인의 상상임을 강조한다. 다만 1%라도 그리 된다면 우리에게 어떤 배역이 주어질지 궁금하다.

 

-조수빈 방송인·강남대 특임교수, 조선일보(2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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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주장 안 하면 미·중이 '北비핵화' 움직이겠나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백악관이 17일 미·중 정상회담 팩트시트(설명 자료)를 통해 밝혔다.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라고 했을 뿐 북한 비핵화 문제를 를 거론하지 않았다. 중국도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수준의 발표만 했다.

 

최근 들어 미국은 북한 비핵화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고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중국은 오히려 유엔의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며 비핵화와 멀어져 갔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도 무역 분쟁과 대만, 이란 문제였다. 북한 비핵화가 후순위로 밀렸지만 비핵화 원칙만이라도 재확인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이 강력한 의지와 원칙을 유지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며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이벤트에만 집착하며 북한을 ‘핵 세력’으로 부르고 있다. 올해 초 미국이 발표한 국방전략(NDS)에도 북한 비핵화 목표가 삭제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는 것도 모자라 북한과의 군사적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김정은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흐름을 바로잡으려면 북핵의 최대 피해국인 한국이 더 큰 목소리를 더 일관되게 내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신년 회견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나”라며 북핵 폐기를 포기한 듯한 언급을 했다. 이 대통령은 ‘북핵 중단’에 이은 ‘군축’ 협상을 제안했다. 이는 북핵 인정으로 갈 수 있다. 지난 1월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비핵화나 통일 관련 논의는 없었고, 시진핑은 북핵 문제 자체를 거론하지 않았다. 북핵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이 북한 비핵화에 적극 나서지 않는데, 미국과 중국이 이 문제에 팔을 걷어붙일 리가 없다.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핵을 후순위로 두는 상황에서 북한은 지난 3월 개정한 헌법에서 김정은의 ‘핵무력 지휘권’을 명시했다. 북한에서 헌법이란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김정은은 이제 대놓고 핵을 내세우고 있다. 북핵도 통일 문제도 한국이 정권에 상관없이 원칙을 유지해야 주변국의 협조를 얻을 수 있다. 김정은이 듣기 싫어한다고 비핵화를 말하지 않으면 북이 핵보유국 지위를 얻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

 

-조선일보(2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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