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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올라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 ....

뚝섬 2026. 5. 30. 07:15

[주가 올라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

[고물가에 실질소득 0%대 증가… ‘인플레와의 전쟁’ 고삐 좨야]

[정치 과잉 한국 vs 정치 실종 대만]

 

 

 

주가 올라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

 

[박정훈 칼럼]

"누가 주식 계좌 3배 불려줬냐"는 집권당 대표…
삶은 팍팍하고 먹고살기 힘든데 주가만 오른들 무슨 소용인가

 

 

지난 4월초 기준 증권사 신용거래 융자 잔고/그래픽=김성규

 

1929년 방미(訪美)한 윈스턴 처칠 영국 하원의원은 미 전역에 불어닥친 주식 광풍에 압도당했다. 호텔마다 금융사들이 부스를 차려 놓고 자기 돈 10%만 있으면 90%를 빌려준다며 ‘빚투’ 영업을 벌이고 있었다. 미 증시의 역동성에 매료된 처칠은 강연료에다 본국에서 송금까지 해다 거액을 투자했다. 당시 그가 목격했을 투기 열풍의 한 장면을 후대의 버블 연구자들은 이렇게 묘사했다.

 

‘유럽으로 향하는 호화 여객선 안에도 무선 전신을 이용한 선상(船上) 주식 객장이 설치돼 있었다. 대서양 한가운데에 떠 있는 순간에도 승객들은 객장에 모여 단타 매매에 열을 올렸다. 휴양지로 가는 길마저 투기판으로 만들 만큼 주식에 중독되어 있었다.’

 

낙관론의 근거는 기술 혁명이었다. 라디오·자동차·세탁기 같은 신기술이 증시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환호했다. 그중 최고의 대장주는 라디오 기업 RCA였다. 지금으로 치면 라디오는 인공지능(AI)이고, RCA는 엔비디아였다. 돈 받고 종목을 추천해주는 점성술사까지 등장했다. 요즘의 주식 리딩방인 셈이다. 그러나 끝은 처참했다. 처칠의 투자 직후 대공황의 폭락장이 시작됐다. 처칠은 돈을 다 날렸고, 90% 신용을 당겨 쓴 수백만 개미들은 빚더미에 올랐다. 

 

29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사 딜링룸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장경식 기자

 

100년 전 미국 얘기를 꺼낸 것은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그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위험으로 가득 찬 주식판에 온 국민이 뛰어들었다. 주가 상승을 확신하는 끝없는 낙관주의, 리스크를 아랑곳하지 않는 공격적 베팅, 가진 돈의 몇 배를 털어 넣는 레버리지 빚투, 한 방에 인생 역전을 노리는 한탕주의 풍조가 100년 전 미국의 ‘광란의 20년대(The Roaring Twenties)’를 빼닮았다.

 

주식은 모든 이의 24시간을 지배하는 국민적 일상이 됐다. 사무실에서, 대학 캠퍼스에서, 등산로며 경로당에서도 주식 얘기가 꽃을 피운다. 한 외신 기자는 판교 IT 단지에 취재 갔더니 ‘조용히 주식 거래를 하려는’ 직장인들이 화장실에 줄을 섰더라는 기사를 썼다. 공무원이 신용 17억원을 끌어다 ‘몰빵’했다는 무용담이며, 대학생들이 학자금 대출받아 주식을 산다는 식의 뉴스가 꼬리물고 있다.

 

주식 열풍의 판을 짠 설계자가 이재명 정부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주가 상승을 장담한다며 투자를 독려했고, 민주당은 ‘코스피 5000 특위’를 만들어 상법 개정안을 초고속 처리했다. 주가가 급락하면 “숨 고르기”라고 마사지하며 안심시켜 주었다. 금융위 부위원장이 “레버리지 투자” 운운하며 빚 내 주식 살 것을 권장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증권사 영업 사원을 방불케 하는 마케팅을 펼치며 전 국민을 증시로 몰아넣었다. 천문학적 신용 위에 빚투의 주식 카지노를 세웠다.

 

주가가 오르는 동안은 문제가 가려질 수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상승장이 계속될 수는 없다. 한국 증시가 과열이라는 해외발(發)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투기 광풍”이라 썼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교과서적 버블”이라 했다. 36조원 신용을 끌어 쓴 빚투 개미들은 하루에도 5~6%씩 급등락하는 변동성 앞에 휘청거리고 있다. 주식 담보가 모자라 반대매매당하는 금액이 매일 1000억원에 달한다. 언젠간 거품이 꺼질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파멸적일 것이다.

 

주가가 오르는 동안에도 모두가 행복하진 않다. 증시 활황의 혜택은 ‘삼전닉스’ 밸류 체인에 올라탄 소수에게 집중되고 있다. 대부분 국민에겐 주가 상승의 이익보다 경제 침체에 따른 고통이 더 크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자영업 폐업률이 치솟았으며, 중소기업들은 경영난에 몰리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중고는 서민 민생을 더욱 옥죄고 있다. 1500원대 환율이 뉴 노멀이 되며 대외 구매력은 17년 만에 최저로 쪼그라들었다. 비싸진 금리는 2000조원 빚 더미의 가계를 신용 위기로 몰고 있다. 먹고 쓰는 생활 물가가 무섭게 뛰고, 집값과 전·월세값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치솟았다. 주식으로 돈 좀 벌었다고 좋아하는 사이, 생활비며 주거비며 민생 비용은 그보다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쓸 돈은 늘고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아무리 힘들게 달려도 제자리인 ‘붉은 여왕의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민주당 정권은 선거 때까지 주가만 올라주면 된다는 식이다. 현금 뿌리기 재정 살포로 물가·환율·금리를 자극한 장본인이 ‘코스피 8000’을 내세워 경제 실정(失政)을 물타기하려 한다. 경제적 약자일수록 더 고통스러운 고비용 민생 구조를 만들어 놓고는 3고(高)가 “도약의 과정”이자 “성공의 비용”이라며 궤변을 펼치고 있다.

 

유세장에 선 집권당 대표는 “누가 주식 계좌를 3배로 불려 줬냐”고 외친다. 먹고사는 게 여전히 고단한데 주가가 오른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주식으로 민생 파탄을 덮으려는 선거 공학적 구호 앞에서 우리는 과거 대선 때 회자됐던 그 유명하고도 근본적인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2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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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실질소득 0%대 증가… ‘인플레와의 전쟁’ 고삐 좨야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올해 1분기 가구의 실질소득 증가율이 제자리걸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48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2.4% 늘었지만, 물가상승분을 뺀 실질소득 증가율은 0.4%에 불과했다. 수치상으로는 월급 봉투가 두툼해진 것 같지만, 치솟는 생활 물가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집어삼키면서 가계의 실제 구매력은 늘지 않은 것이다.

소득은 사실상 그대로인 반면 물가는 크게 뛰면서 지출이 소득보다 더 많이 늘었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5.3% 증가했다. 씀씀이가 헤퍼져서가 아니라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이 무섭게 오른 탓으로 해석된다. 고물가는 소득이 낮은 계층의 지갑부터 먼저 얇게 만드는 잔인한 ‘역진세’와 같다. 소득 하위 20%의 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7.3% 늘어 적자 구조가 심화됐다. 주거·생활비 지출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이 장바구니 물가 폭등에 직격탄을 맞으며 가혹한 고통을 겪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물가를 자극할 불안 요인이 안팎으로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28일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7%로 제시해 석 달 전보다 0.5%포인트 높여 잡았다. 이란전쟁에 따른 고유가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150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달 외환위기 이후 2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뛴 생산자 물가는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도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풀어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커지는 물가 압력 등의 이유를 들어 28일 한국은행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화했다. 경제의 기초체력을 약화시키는 고물가 충격에 대비해 물가 안정을 최우선에 두는 통화 정책은 이제 불가피하다. 정부는 물가 불안을 키우지 않는 방향으로 재정정책을 신중하게 운용하고, 고물가에 무방비로 노출된 취약계층의 타격을 최소화할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가계와 기업 등 모든 경제 주체 역시 당분간 계속될 고비용 구조를 직시하고, 고통 분담과 체질 개선에 힘을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

 

-동아일보(2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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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과잉 한국 vs 정치 실종 대만 

 

지난 4일 타이완의 한 주식시장 전광판의 주가 그래프가 가파른 상승으로 표시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대만은 지난 1분기 13.6%라는 경이로운 경제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을 기록했다. 5월 26일 대만 증시 시가총액은 인도를 제치고 세계 5위(4조9500억달러)로 뛰어올랐다. 코스피 지수 8000 돌파에 인공지능(AI) 강국 대열에 들어선다고 기뻐하는 한국의 자축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숫자들이다. 한국의 ‘AI 메모리’가 이제 겨우 AI 생태계의 한 자리를 차지해 사이클에 올라탄 반면, 전 세계 하이엔드 반도체의 90%를 생산하는 대만은 몇 년 전부터 ‘몸통’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대만인들은 이 ‘돈잔치’를 체감하지 못한다. 최근 현지 여론조사에서 경제 상황이 나쁘다(55.6%)는 응답이 좋다(38.9%)를 압도했다. 특파원으로 한 해 동안 대만에 머무르며 만난 평범한 사람들의 반응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AI 호황이 부른 역설적인 빈부격차 때문이다. 테크 기업들이 인재를 뺏기지 않으려 억대 연봉을 안기는 반면, 대졸 초임 평균은 여전히 월 170만원 수준이다. 수출 경쟁력을 최우선시하는 사회 전반의 기조 속에서, AI 생태계 바깥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은 늘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이다.

 

놀라운 건 평범한 노동자들의 허탈감과 분노가 대만에선 ‘정치적 에너지’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이 경제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그곳에서 노동자들은 쟁의 행위가 곧 회사의 존망과 직결될 수 있음을 잘 안다. 개인 몫을 따지기에 앞서 기업의 사정을 먼저 헤아리는 분위기가 강한 이유다. 정치권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진보당·국민당 양당은 진보·보수 성향을 떠나, 노동 분배 문제를 기업 경쟁력보다 앞세우는 데 매우 신중하다.

 

양당 정치에 염증을 느낀 청년층과 중도층의 불만을 등에 업고, 제2 야당 민중당의 커원저 전 주석이 한때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2024년 대선에서 26% 넘는 득표율을 올리며 기대를 받았지만, 지금은 비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7년 형을 선고받아 정치 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했다. 노력해도 세상은 안 바뀐다’는 체념 속에 평범한 사람들의 ‘정치 행위’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파업 사태가 보여주듯, 각자가 제 몫을 더 챙기려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에 돌입한 한국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역대급 호황과 빈부격차라는 동일한 모순 앞에서 대만과 한국 상황은 이토록 대비된다. 정치 실종’ 상태의 무기력한 국민들의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AI 생태계에 깊게 뿌리내리겠다는 대만. 정치 과잉’ 상태의 사회 구성원들이 이제 막 성장이 시작되는 단계에서 분배부터 논하는 한국. 극단적인 두 사례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사회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질문을 한 번 바꿔서 생각해 보자. 냉혹한 글로벌 AI 생태계는 과연 어느 쪽을 더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삼을 것인가. 답은 자명하다.

 

-류재민 기자, 조선일보(2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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