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여왕벌'과 '수벌'로 시작한 드론의 100년 역사] ....

뚝섬 2026. 6. 1. 09:12

['여왕벌'과 '수벌'로 시작한 드론의 100년 역사]

[실패가 만든 이스라엘 무인기]

[신기술 얻고 벤처 키우고...  대기업들 '스타트업' 투자 급증]

 

 

 

'여왕벌'과 '수벌'로 시작한 드론의 100년 역사

 

세계대전 때 격추 훈련용으로 탄생… 이란 '샤헤드'까지 모두 고정익
회전익 드론은 취미로 대중화, 동력원과 비행 효율 문제 더 개선해야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의 명장면은 아마도 노란색 프로펠러 비행기가 홍학 떼를 가로지르는 모습일 것이다. 영화에 사용된 비행기는 영국 드 하빌랜드(de Havilland)사의 1929년형 복엽기다. 이 회사의 후속 모델 DH82는 호랑나방을 뜻하는 ‘타이거 모스(Tiger Moth)’로 불렸는데, 드론이라 불리는 무인기(UAV)가 바로 이 비행기에서 시작되었다. 대개 드론이라면 중국 DJI 스타일의 ‘전기 회전익’을 떠올리지만, 그 역사는 훨씬 넓고 깊다. 한국 드론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비행기가 무기로 사용되며 무인기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가장 절실한 곳은 대공 사격 훈련이었다. 사람이 조종하는 비행기를 표적으로 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 1935년 영국은 DH82에 무선 조종 기능을 더해 세계 최초의 무인기를 탄생시켰고, 퀸 비(Queen Bee·여왕벌)’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어 미군도 독자 무인기 개발에 성공하는데, 퀸 비에서 영감을 받아 ‘드론(Drone·수벌)’이라 불렀다. 이들은 모두 내연기관을 사용했다. 

 

1941년 6월 윈스턴 처칠 총리가 '퀸 비'를 시찰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격추 훈련용 드론 수요가 폭발했다.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드론 공장에는 여성까지 투입되었는데, 1945년 미군 홍보 사진사의 눈에 유독 띄는 한 여성이 있었다. 공장에서 드론을 조립하던 ‘노마 진 도허티’라는 19세 소녀였다. 그녀는 사진사의 권유로 카메라 앞에 서며 모델로 데뷔했고, 훗날 이름을 바꾸어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그녀가 바로 마릴린 먼로다. 이처럼 무인기의 출발은 군의 표적기(Target Drone)였으며, 그 유산은 지금도 군용 드론 시장의 핵심 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초기 무인기는 당시 비행기 형태를 그대로 따랐다. 양쪽에 고정된 날개(고정익)로 양력을 얻고, 앞의 프로펠러로 전진하는 구조였다. 요즘 드론이라 하면 헬리콥터처럼 고속으로 회전하는 날개(회전익)를 떠올리기 쉽지만, 고정익 무인기는 여전히 중요하다. 고정익은 효율이 높아 적은 연료로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다. 현대 전장의 핵심인 순항 미사일 토마호크도 기술적 원리로 보면 고정익에 제트 엔진을 얹어 수천㎞를 비행하는 자폭 드론의 원형 격이라 할 수 있다. 

 

드론 공장에서 일하다 1945년 미군 홍보 사진사의 눈에 유독 띄어 카메라 앞에 섰다가 모델로 데뷔한 세계적인 스타 마릴린 먼로

 

회전익 드론이 대중화된 것은 취미용 전기 드론 때문이다. 배터리와 모터로 구동되는 전기 드론은 가격이 낮고 조작이 간편했으며, 높은 곳에서 촬영한 생생한 영상은 직접 비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회전익 전기 드론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 바퀴로 지면을 달리는 전기차와 달리, 회전익 드론은 공중에 떠 있기 위해 무거운 배터리를 모터 힘으로 버텨야 해 체공 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최근 이 차이는 실전에서 더욱 분명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심 전력으로 부상한 튀르키예의 바이락타르는 소형 내연기관으로 최대 27시간을 비행했고, 이란의 샤헤드는 저가 내연 기관으로 수백㎞를 날아 후방을 타격했다. 둘 다 고정익 무인기다. 샤헤드 한 대의 가격은 약 2만달러(약 3000만원)에 불과하지만, 이를 격추하려면 수십억 원짜리 대공 미사일이 필요하다. 수량 면에서는 전기 회전익 드론이 많을지 몰라도, 핵심 작전에서는 내연기관과 고정익 드론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란의 저가형 군용 드론 '샤헤드'

 

이 생생한 전장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인식은 여전히 배터리로 구동하는 회전익 드론에 머물러 있다. 이는 국내 드론 산업의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작용한다. 상당수 국내 드론 스타트업이 회전익에 집중한 나머지 체공 시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광범위한 산업·군사 임무를 소화하려면 고정익 설계 기술과 함께 가솔린 엔진이나 제트 엔진 같은 강력한 내연기관 동력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 편향된 인식은 UAM(도심항공교통) 분야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된다. 회전익 전기 드론을 크게 키우면 하늘을 나는 택시가 될 것이라는 일차원적인 접근이 시장의 눈을 흐리고 있다. 현재 배터리 에너지 밀도의 한계 내에서는 비행시간이 여전히 짧고, 소음과 도심 추락 안전 대책도 마땅치 않다. 실제로 항공 당국의 높은 ‘감항(항공 안전성) 인증’ 장벽 앞에서 우리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이 상용화 목표 시점을 잇달아 늦추며 속도 조절에 나선 이유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무인기 100년의 헤리티지다. 최근 개발되는 UAM 기체들은 회전익의 수직 이착륙 기능과 고정익의 비행 효율을 결합하고 있다. 이륙할 때는 회전익으로, 비행 중에는 고정익으로 작동하는 구조다. UAM 선두 주자로 꼽히는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의 틸트로터(Tilt-rotor) 기체가 대표적이다. 동시에 항공 업계는 배터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내연기관 발전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수소 연료전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수소 드론으로 12시간 이상 체공 기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여왕벌과 수벌로 시작한 무인기의 역사는 드론이 단순히 하늘을 나는 카메라가 아님을 보여준다. 비행 효율과 동력원 문제는 미래 모빌리티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과제다. 결국 미래 모빌리티의 돌파구는 정통 항공공학이 다져온 100년의 기반 기술에서 찾아야 한다. “드론은 곧 전기 회전익”이라는 좁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미래 모빌리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무인기의 역사적 계보를 다시 들여다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태기 '판타레이' 저자·공학박사, 조선일보(26-06-01)-

______________

 

 

실패가 만든 이스라엘 무인기

 

2016년 이스라엘 무인기(드론) 부대를 취재하러 갔다. 이스라엘 공군기지 격납고에 들어서니 16m 길이 날개를 펼친 정찰 무인기가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이스라엘 공군 중령이 말했다. “이거면 평양에서 김정은이 뭘 하는지도 정찰할 수 있을 겁니다.” 이 기지에는 세계 각국에서 선발된 엘리트 장교들이 이스라엘의 무인기 운용력 등을 배우기 위해 파견 근무 중이었다. 인구 900만명인 이스라엘은 내수 시장이 작아 제조업이 약하다. 차는 물론 웬만한 장비는 직접 만들지 않고 수입한다. 그런 나라가 무인기 강국 반열에 올랐다니 놀라웠다. 

 

이스라엘 유비전사의 히어로30 자폭형 무인기./이스라엘 유비전사

 

이스라엘이 무인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개발에 사활을 건 건 전쟁에서 뼈아픈 실패를 겪으면서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하며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를 빼앗았다. 그런데 시나이 반도는 이스라엘 본토보다도 3배 가까이 컸다. 언제 또다시 이집트가 쳐들어올지 시나이 반도에서 대비하기 어려웠다. 일반 항공기를 띄워 이집트 상공에 넘어가 정찰을 하자니 최신 소련제 방공 무기에 격추될 우려가 컸다. 한 장교가 TV에서 ‘바르 미츠바(유대인 성인식)’ 선물로 원격 조종 비행기를 주는 모습을 본 것에 착안해 정찰 무인기 개발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개발팀은 군에서 엉뚱한 짓이라는 비아냥을 받다 얼마 가지 못하고 1969년 해체됐다.

 

군은 4년 뒤인 1973년 10월 이집트의 기습적인 전쟁 개시 공격에 치명타를 입었다. 정찰 실패였다. 가까스로 전세를 뒤집어 판정승을 거뒀지만 진 것과 다름없었다. 사망 병력이 20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피해가 컸다. 1~3차 전쟁을 통틀어 가장 큰 사상자였다. 군에서는 “무인기 프로젝트가 폐기되지 않았으면 무인 정찰기로 이집트 전쟁 준비 상황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말이 나왔다. 군은 무인기 개발팀을 급히 부활시켰다. 6년 뒤인 1979년 첫 무인기인 ‘스카우트’는 이렇게 탄생했다. 한국 무인기 ‘송골매’가 2000년 나온 것보다 20여 년 앞선다실패를 분발의 계기로 만든 이스라엘은 현재 ‘자폭 드론’ ‘공격형 드론’ ‘안티 드론’ 등 각종 무인기 무기를 종합 세트로 갖춘 강군이 됐다.

 

얼마 전 북한 무인기 침투 사태로 우리 군의 대비태세 허점이 드러났다. 2~3m 소형 무인기를 효과적으로 무력화하는 법을 몰라 허둥댔고, 용산 비행금지구역(P-73) 침투를 허용했다. 군 수뇌부가 북 무인기 P-73 침투 사실을 사후 검열로 알게 되고도 국민에 제때 알리지 않고 하루·이틀 묵히다 ‘용산구(區)까진 못 들어왔다’ ‘P-73에 살짝 스쳤을 뿐이다’는 식으로 설명하며 실책을 모면하려는, 군인답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실패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실패에서 무얼 얻느냐가 아닐까.

 

-노석조 기자, 조선일보(23-02-07)-

_____________

 

 

신기술 얻고 벤처 키우고... 대기업들 '스타트업' 투자 급증 

 

자체 벤처 투자회사 운영… 삼성·카카오도 흐름에 동참

"자체 연구개발에 의존하면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 어려워"

헬스케어·가상현실 등 신기술 확보로 시너지 창출

벤처 창업자는 富를 얻고 대기업은 단기간에 사업 확장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전자제품 전시회 'IFA(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2015'에서 수면 측정 기기인 '슬립센스'를 공개했다. 침대 아래에 넣어놓으면 수면 패턴을 분석해주고 무호흡·맥박 급변 등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가족·친지에게 알람도 보내주는 스마트기기다. 이 제품은 삼성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얼리센스가 개발했다. 삼성은 투자 전문 계열사인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이 회사에 2000만달러를 투자하고 이 기술을 도입했다.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에 대기업의 투자 자금이 밀려들고 있다. 지금까지는 재무적 투자를 목적으로 한 전문 벤처투자회사(venture capital·VC)가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 대기업이 운영하는 기업 벤처투자회사(corporate venture capital·CVC)의 투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대기업

미국 구글·인텔·퀄컴 등 대기업들은 대부분 자체 벤처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삼성, 카카오 등이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기업이 운영하는 VC는 벤처의 수익 창출보다는 신기술 확보, 모기업과의 시너지 창출에 집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조시 러너(Lerner) 교수는 "기업 자체의 연구개발(R&D) 성과에만 의존했다가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하기 어렵다"며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 스타트업 투자"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업 인텔이다. 인텔은 1991년에 인텔캐피털이라는 투자 전문 회사를 설립했다. 주요 투자처는 자사의 반도체를 탑재하는 스마트 기기 업체다. 세계 최대의 이륜 전동식 이동장치 업체 나인봇 등 지금까지 800여 곳에 투자했다. 작년 4월에는 중국 하드웨어 업계를 겨냥한 1억달러(약 1173억원) 규모의 펀드를 따로 만들기도 했다. 퀄컴 역시 무인기(드론) 업체 3D로보틱스, 헬스케어 스타트업 눔 등에 투자했다.

구글은 2013년 1월 사물인터넷 기술 업체 네스트랩스에 8000만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1년 뒤 이 회사를 완전히 인수했다. 사물인터넷이란 각종 기기에 통신장치·센서를 부착해 자동으로 작동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종하는 기술을 말한다. 구글은 네스트랩스의 센서·정보 분석 기술을 활용해 사물인터넷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협회(NVCA)에 따르면 2011년 23억6500만달러 수준이던 기업 벤처투자업체의 스타트업 투자는 올해 64억500만달러로 3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인수·합병(M&A)을 제외한 지분 투자만 따진 수치다.

신사업 키우고 창업자도 富 얻어

한국에서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는 기업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삼성·카카오 등 제한적이다. 삼성은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미국 실리콘밸리, 이스라엘 등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투자 분야는 헬스케어·가상현실 등 다양하지만 모두 삼성전자의 신사업들과 연관돼 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케이큐브벤처스를 운영하고 있다. 케이큐브벤처스는 설립 3년 만에 59개 업체에 342억원을 투자했다. 카카오는 케이큐브벤처스가 투자했던 유아용 스마트 알림장 서비스인 키즈노트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 창업자는 부(
富)를 얻고, 대기업은 단기간에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스타트업 업계는 대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환영한다재무적 투자자들은 수익을 올리는 데 집중하는 반면, 대기업은 기술 향상, 시너지 확보 등에 집중하기 때문에 사업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이 투자한 가상현실 콘텐츠 업체 '바오밥 스튜디오'는 자신들의 콘텐츠를 삼성의 가상현실 기기 '기어 VR'을 통해 서비스하면서 사업을 키울 수 있다. 삼성 역시 콘텐츠의 질과 양을 높여서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LG경제연구원의 한수연 연구위원은 "외부 역량을 통해 혁신과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철 기자, 조선일보(15-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