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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 좌파'라는 경고음과 위기의 한미동맹] [국가안보실장이라는.. ]

뚝섬 2026. 6. 1. 09:43

['친중 좌파'라는 경고음과 위기의 한미동맹]

[국가안보실장이라는 극한 직업]

 

 

 

'친중 좌파'라는 경고음과 위기의 한미동맹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4월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미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미하원군사위원회TV

 

지난해 경주 ‘APEC CEO 정상회의’ 특별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미국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맹국”이라 했고,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도 “모범 동맹국”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불안한 경고음이 감지된다. 최근 미 정보당국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평안북도 구성에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고 언급한 것을 정보 유출 위험으로 보고 한국과의 정보 공유를 제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주둔으로 안보 혜택을 보면서도 미국 지원에 소극적인 동맹국 중 하나로 한국을 거명했다.

 

미국 조야와 싱크탱크들도 한국의 정치와 외교 기조를 ‘친중(親中) 좌파’로 규정하고 있다. 브루스 클링너 전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작년 초 “한국에 새로운 진보(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베이징과 평양에는 유화적이고 워싱턴에는 더 적대적일 테니 중국이 매우 환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도 “중국은 친중국 성향으로 알려진 한국 민주당의 부상을 긍정적인 상황 전개로 볼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는 “한미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천명했지만, 엇갈린 행보로 미국에 오해와 불신의 빌미를 제공했다. 한국은 지난 2월 미국이 제안한 한미일 공중 연합훈련에 불참했으며, 서해상에서 실시한 주한미군의 공중훈련에 대해 항의했다.

 

이러한 신뢰 훼손으로 방산, 통상 영역에서도 한국의 배제가 감지된다. 미 국방부는 자국의 첨단 스타트업과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등 50여 기업 간 방산 공급망을 구축해 드론을 대량 생산하기로 했으나, 이 거대한 ‘드론 동맹’에서 한국은 제외됐다. 최근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주도한 지휘통제체제 연동 네트워크(IMN)에서도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필리핀 등 태평양 핵심 동맹국들은 대중국 군사작전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있는데 한국만 빠져 있다. 통상 분야에서는 데럴 아이사 미 연방하원의원이 “한국의 친중 좌파 정부가 메타와 ‘한국의 아마존’ 쿠팡 등 미국 기업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고, 공화당 연구위원회(RSC) 소속 하원의원 54명은 한국 내 미국 기업 차별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보냈다.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 동맹의 방기(放棄)는 국가의 존망과 직결된다. 중국은 2049년까지 세계의 중심이 되겠다는 ‘중국몽’을 내걸고 북한, 이란, 러시아 등 권위주의 체제와 연대해 미국 주도의 질서를 흔들고 있다. 북한은 핵 능력 고도화로 우리에게 ‘핵 그림자(Nuclear Shadow)’를 드리울 태세를 구축했다. 거래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이란 전쟁에서 미국을 적극 지원하지 않은 NATO 동맹국들에 분노하며 NATO 탈퇴까지 고려하고 있다.

 

만약 우리 정부가 ‘주권 강화’라는 명분만 내세운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9500마일 떨어진 대만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듯 주한미군 감축이나 전작권 조기 전환 등을 대북·대중 협상 카드로 던질 수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전작권 전환에 대해 “정치적 편의가 조건을 앞지르면 안 된다”고 경고한 이유다. 미국 국방전략서(NDS)는 중국 팽창 저지를 위해 규슈, 남사군도, 타이완, 루손, 보르네오를 잇는 ‘제1도련선’ 내 동맹국들의 역할을 강조한다. 조셉 힐버트 미 8군 사령관도 최근 “한국 역시 제1도련선에 속해 있다”고 못박았다. 중국 눈치를 보는 동맹국들은 미국 방위선에서 제외하는 ’21세기의 에치슨 라인’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워싱턴이 한국을 중국의 압력에 흔들리고 동맹의 핵심 요소마저 양보할 수 있는 국가로 오해한다면 ‘철통같은 동맹’이란 구호는 모래성에 불과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안보를 볼모로 삼는 국내용 포퓰리즘을 멈춰야 한다. 미국 조야의 깊은 우려를 해소하고 무너진 한미동맹을 재건할 정교한 전략과 실질적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원장, 조선일보(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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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실장이라는 극한 직업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왼쪽)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해 7월 워싱턴 DC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뉴시스

 

최근 만난 미 국무부 직원은 “장관 얼굴 한 번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직원들이 ‘S’라 부르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대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 옆 백악관 사무실에서 일하기 때문에, 막상 제 식구들과는 좀처럼 스킨십이 없다는 것이다. 루비오는 미국 외교의 거목(巨木)이던 고(故) 헨리 키신저 이후 반세기 만에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겸임하고 있다. 직함이 몇 개 더 있어 ‘만능 장관’이라 불리는데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총독, 그린란드 주지사 같은 새 모자를 씌우려 하고 있다.

 

한국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카운터 파트인 루비오 못지않게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한미는 지난해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에 합의했다. 국무부 차관이 방한해 2~3일 실무 회의가 열린다. 트럼프가 원잠 건조를 구두로 승인한 건 그 자체로 큰 성과지만 그 뒤로 진도가 생각만큼 나가지 않고 있다. 합의는 지난해 10월 이뤄졌는데 8개월이 지나서야 워킹 그룹을 꾸려 ‘킥오프’ 회의를 열겠다고 한다.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어느 정도는 못을 박아 불가역적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안보실은 몸이 달아 있을 것이다.

 

보수 정부에서 장관급 대사를 지낸 위 실장이 전전(前前)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캠프에 합류했을 때 외교가의 적지 않은 이가 의외라고 했다. 캠프에서 사실상 홀로 일하며 보고서를 올렸고, 외교·안보 그룹의 실질적 수장 역할을 한 ‘자주파’ 이종석 국정원장 측과 언론 기고를 놓고 미묘한 갈등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지난 총선에서 비례 최상위 순번을 받았고 초대 안보 수장 자리까지 꿰찼으니 적지 않은 서사가 있었을 것이다. 불과 3년 전 “자위대 군홧발이 한반도를 더럽힐 수 있다”고 말하던 이 대통령이 한일 협력에 이만큼 진심이고, 한미 관계도 예상보다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었던 건 팔할이 위 실장 공이라 생각한다.

 

다만 상대가 있는 외교에 정치의 잣대를 들이대려는 이들이 정권 도처에 있어 한편으로는 그의 입지가 위태로워 보인다. 네타냐후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검토를 지시한 대통령의 ‘사이다’ 발언 앞에서 위 실장은 하마스의 10·7 테러도 짚는 외교관의 언어로 일관했다. 그러자 여권 일각에서 그에게 ‘친(親)이스라엘’ 낙인을 찍으며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북한과 무조건 대화를 외치고, 전작권 전환이 ‘국방 주권을 되찾는 일’이라며 감성적 접근을 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위 실장과 ‘실용 외교’가 설 수 있는 공간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은 앞길이 구만리다. 내부의 무리한 저격과 정치적 공세에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극한 직업을 맡은 위 실장과 루비오는 지금의 위기 속에서도 서로에게 위로와 신뢰를 보내야 한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조선일보(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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