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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된 민주당 권력이 '절대 반지'라는 착각]

뚝섬 2026. 6. 9. 08:38

선출된 민주당 권력이 '절대 반지'라는 착각

 

"민심 경고"에도 1년 평가 긍정
공소취소·부동산 정책 강행 방침
당권 싸움 중인 與, 2030 비하
'우린 옳고 뭐든 한다' 오만 버려야
 

 

지난 4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 및 오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6·3 선거에서 민주당 승리는 개운치 않았다. 최대 격전지인 서울·대구·경남에서 졌다. 재·보선에선 부산 북갑과 경기 평택을 등 5곳을 내줬다. 2030세대의 이탈과 투표 중단 사태의 후폭풍도 거세다. 자성론과 국정 쇄신 요구가 나올 법한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년 회견에서 “숫자 불문하고 국민의 경고” “나의 부족함”이라고 했다. 민주당에는 “포용과 통합의 그릇이 돼 달라”고 했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런데 부동산·경제·안보 등 국정 전반에 대해선 긍정 평가 일색이었다. 서울시장 선거의 승패를 가른 건 집값 불안과 전·월세 대란, 세금 폭탄 공포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은 선거에 좋은 영향이 더 많았다”고 했다. 민심과 큰 괴리가 느껴진다.

 

여당 압승 국면을 접전으로 바꾼 건 공소취소 특검이었다. 여권의 무리한 특검 추진이 민심 이반을 낳았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잘못됐으면 시정하는 것이고 법대로 하면 된다”고 했다. 누가 뭐라 해도 자기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국민 경고’에도 국정 기조 변화는 없다는 말로 들린다.

 

정부 여당에서도 위기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김민석 총리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사표를 던졌다. 여당은 반성은 뒷전인 채 당권 싸움에 들어갔다. 친명과 친청 간에 선거 책임론을 놓고 치열한 공방만 벌어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2030 세대의 상당수가 야당 지지로 돌아섰다. 여권의 독선과 부동산 실패가 이탈을 불렀다. 과도한 스타벅스 때리기에 대한 반감도 컸을 것이다. 투표 중단 사태에 대해서도 청년들은 집단 분노했다. 그런데 여권 인사들은 “2030에 몽둥이를 들자”“일베는 탱크로 밀어버려야 한다”고 했다. 영남 유권자들엔 “강도와의 스톡홀름 증후군에 걸린 인질”이라고 폄하했다.

 

이 대통령은 선거 당일 “최악의 저질들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투표하셨나”라고 했다. 자신들은 ‘민주 세력’, 상대는 ‘반민주 저질 세력’으로 편 가르고 낙인찍은 것이다. 말로는 ‘통합과 포용’을 주문했지만 ‘나만 옳다’는 운동권식 선민 의식과 독선적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 뽑힌 집권 세력은 뭐든 할 수 있다는 식의 ‘선출 권력 우위론’도 뿌리 깊다. 이 대통령은 “사법부는 직접 선출 권력인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여권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무소불위의 ‘절대 반지’를 지닌 듯 폭주해 왔다.

 

검찰 개혁을 앞세워 형사 사법 체계를 뒤흔드는 위헌 논란 법률을 줄줄이 통과시켰다. 법 왜곡죄와 재판소원제, 대법관 증원법 처리로 사법부 권한까지 침해했다. 대통령 재판 사건을 공소 취소하기 위해 청문회와 국정조사, 검사 징계와 수사까지 했다. 선출된 민주 세력’의 허울을 쓴 반민주적 행태였다. 이로 인해 법치와 삼권분립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민주당은 행정부도 하수기관처럼 여겼다. 공공기관장과 해외 공관장을 정치권 인사들이 줄줄이 꿰차면서 ‘정관(政官) 예우’라는 말이 나왔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정부 고위직과 공공기관장을 자르려고 법까지 고쳤다. 국회 파행과 독주는 일상화됐다. 국회의장의 중립 전통은 무너지고 강성 당원이 입법을 좌지우지했다. 정치 과잉이 도리어 정치를 실종시켰다.

 

민주당은 선거에 이길 때마다 통합과 협치보다 ‘힘 자랑’을 택했다. 이번에도 공소 취소를 밀어붙이고 부동산 정책을 강행하려 한다. 하지만 선거 후 여야 지지율 격차는 크게 줄었고 대통령 지지율도 떨어졌다. ‘우린 옳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오만과 착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현실에 절대 반지는 없다. 경고음을 무시한 독주는 민심의 역풍을 부를 것이다.

 

-배성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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