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종전 MOU… ‘석유 다시 흐르려면’ 아직 살얼음]
[전쟁 끝나도 에너지 과소비·공급 다변화 숙제 풀어야]
[워싱턴에서 어른거리는 한국 정치의 모습]
美-이란 종전 MOU… ‘석유 다시 흐르려면’ 아직 살얼음

(워싱턴=AP뉴시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에 15일 합의했다. 3개월 반 이어진 군사 충돌을 끝내는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고, 세계 경제가 ‘오일 쇼크’의 충격과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공포를 털어내는 출구를 만든 것이다. 전쟁 재개라는 최악은 피했지만, 이란 핵 프로그램 등 민감한 쟁점이 향후 60일간 진행될 기술 협상으로 미뤄져 ‘협상을 위한 합의’라는 한계도 안고 있다.
양국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19일 만나 MOU에 공식 서명할 예정이다. 이번 합의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 장기화로 지지율이 하락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돌파구 필요와 전면전 재개에 대한 이란 지도부의 두려움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미국과 이란은 4월 휴전 선언 이후에도 두 달 동안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역봉쇄, 교전을 주고받으며 위태로운 살얼음판 협상을 이어 왔다. 이번에도 난관과 복병이 많아 완전한 종전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미국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폐기와 제3국 반출에 합의했다고 했지만, 이란은 구체적인 핵 협상은 60일간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란 동결 자금 해제 시점도 ‘핵 포기 이행 후’와 ‘MOU 서명 직후’로 서로 입장이 다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때 미-이란의 핵 협정(JCPOA) 협상도 20개월이나 걸렸다.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처리, 핵 프로그램 동결 및 감시 등의 처리 방식과 이란 동결 자금 해제와 제재 완화 등 민감한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전쟁의 포연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면 중동 지역과 전 세계를 향해 석유가 다시 양방향으로 흐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물길이 열린다고 해도 과거처럼 선박과 석유가 자유롭게 오가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폭격으로 가동이 중단된 중동 지역 정유시설의 복구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AP뉴시스)
당장 호르무즈 해협에 설치된 기뢰들이 유조선과 상선의 안전한 항행을 가로막고 있다. 이미 해협에 군함을 보낸 영국과 프랑스 등은 기뢰 제거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의 수혜자인 만큼 청해부대 파견을 포함해 국제사회의 자유 항행 노력에 단계적으로 기여할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우선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 24척과 선원 137명의 안전한 복귀가 급하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고유가 고물가 고환율에 직면한 한국 경제는 한시름을 놓게 됐다. 그동안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눌러놨지만, 지난달부터 수요가 회복되는 분위기다. 가격 통제가 장기화하면 수요 억제 효과는 줄고 재정 부담은 커진다. 국제유가 추이를 보며 출구 전략도 시동을 걸어야 한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풀리면 이란 간 경제 협력도 확대될 수 있다.
이란 전쟁은 이해관계에 따라 동맹을 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동맹관의 불확실성을 드러냈다. 국익을 훼손하지 않게 하면서도 동맹을 발전시킬 어려운 과제도 안게 됐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대체 불가능한 전략적 가치를 지렛대 삼아 미국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과 안보 분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동아일보(2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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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끝나도 에너지 과소비·공급 다변화 숙제 풀어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이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피격으로 국내 LNG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23일 안산 단원구의 한 항구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저장능력을 갖추고 있는 인천 송도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에 LNG 운반선이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종전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합의함으로써 국제 유가가 급락하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종전이 됐다고 해서 에너지 리스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중동 정세는 여전히 예측 불허이고, 전쟁 과정에서 드러난 우리 취약점도 그대로다. 이번 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고질적인 에너지 과소비 병폐를 고치지 못했다. 정치권은 포퓰리즘으로 위기에서도 에너지 소비가 줄지 않는 기현상을 만들어냈다. 위기가 터질 때마다 포퓰리즘이 반복되고 있다.
에너지 계약과 도입 간 시차 때문에 진짜 에너지 청구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전쟁 때 비싸게 계약한 원유와 LNG 물량은 냉방 수요 급증기인 여름철부터 국내 시장에 본격적인 충격을 준다. 2배 가까이 폭등한 아시아 LNG 가격은 전력 도매 가격을 끌어올려 전기료와 가스비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다. 필수 원료인 나프타의 수급 불안 역시 하반기 제조업 전반의 원가 상승 요인이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내세워 에너지 가격을 무조건 억눌러서는 안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가격을 억누르다 한전의 천문학적인 적자와 가스공사의 미수금 폭탄이라는 부실을 키웠다. 서민 부담을 고려하되 시장을 왜곡하지 않는 정교한 정책을 짜야 한다.
이번 전쟁을 통해 다시 드러난 우리의 해묵은 에너지 병폐를 이제는 해결해야 한다. ‘에너지는 펑펑 써도 국가가 가격을 막아준다’는 안일한 인식이 전 국민에게 퍼져 있다. 산업계와 가정 전반에 걸쳐 에너지 고효율·저소비 구조로 바꾸는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하다. 중동에 편중된 원유·LNG 도입선도 미주·아프리카 등지로 다각화하고 수송 루트도 다원화해야 한다. 석유 비축 역량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번 종전으로 다음 위기를 대비할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조선일보(2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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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서 어른거리는 한국 정치의 모습
대선 지고도 '네탓'만 한 야당
야당福 믿고 일방독주한 정권
오만한 정권에 철퇴내린 민심
미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인가

무기력하게 정권을 내준 정당이 쇄신에 나서기는커녕 “너 때문에 졌다”며 집안싸움에 몰두한다. 지리멸렬한 모습에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당 안팎에서 패배주의가 팽배한다. 야당이 이 모양이니 정권은 마음놓고 무리한 법안·인사를 밀어붙인다. 대통령은 자신의 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인들을 정부 요직에 앉혀 사법리스크 무마까지 시도한다. 여기에 대외 실정(失政)까지 겹치면서 민심이 요동치더니, 여당이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에서 패하는 일이 벌어진다. 절망뿐이던 야당에 갑자기 한 줄기 서광이 비치는 듯하는데….
왠지 모르게 익숙한 이 장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대선 승리 이후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야당인 민주당이 뭘 잘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트럼프의 공화당에 넘어갔던 연방하원 다수당을 되찾아 올 것으로 점쳐진다. 상원 다수당 탈환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한다.
민주당은 2024년 대선에서 ‘후보 교체’ 쇼까지 벌였지만 완패했다. 7개 핵심 경합주가 모두 공화당의 빨간색으로 뒤덮였다. 민주당 전통적 지지 기반인 히스패닉, 젊은층, 블루칼라도 대거 트럼프로 이동했다.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의 꼴은 더 처참했다. 당을 이끌어갈 차기 유력 주자나 지도자는 보이지 않고 정체성·노선 갈등으로 분열만 극심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 독주에 제대로 방어선도 구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의 ‘내부 총질’ 회고록은 안 그래도 쑥대밭 된 집에 기름을 제대로 부었다. 책에서 해리스는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자존심이 부른 무모함’으로 규정했고, 후보가 자신으로 교체된 뒤에 바이든이 대선을 방해했다고 했다. 선거를 도왔던 당내 중진들에 대해서도 “겉과 속이 달랐다” “성(性) 정체성이 문제였다”며 독설을 퍼부었다. 지지자들이 하나둘 떠나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각종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호감도는 “30년 만에 최악” “조사 사상 최저 수치” 등의 제목으로 발표됐다.
반전은 정권의 잇따른 실책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존재감 제로 야당을 ‘패싱’하며 무리한 예산을 밀어붙이다 사상 최장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를 초래했다. 이란 전쟁을 감행한 이후 기름값과 인플레이션은 통제불능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 와중에 트럼프는 자신이 연루된 각종 재판에 참여했던 변호인단 출신들을 법무부 장·차관, 연방판사·검사장 등 요직에 앉혔고, 이들은 트럼프 정적(政敵) 제거에 앞장섰다. 최근 법무장관에 지명된 인물은 트럼프의 ‘성추문 폭로 입막음 사건’ 변호인 출신인데, 그는 트럼프 일가에 대한 국세청(IRS)의 세무 조사를 면제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이 조치는 ‘영구히’(forever) 유효하다”고 했다.
실점이 쌓이면서 공화당은 최근 ‘텃밭’ 선거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마이애미 시장을 28년 만에 민주당에 내줬고, 플로리다·조지아·텍사스주 상하원 보궐선거에서도 패배했다. 모두 지난 대선 때 트럼프가 두 자릿수 격차로 이겼던 곳들이다.
민심은 이토록 무섭다. 대선 때 표를 몰아준 정권이 야당복(福)에 겨워 독주하는 모습을 보이자 1년여 만에 바로 등을 돌리고 야당에 기회를 줬다. 야당이 딱히 예뻐서 그런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물론 민심은 야당이 반사이익에 안주하는지, 이를 바탕으로 거듭나는지도 지켜볼 것이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불씨가 꺼지는 것도 한순간이 될 수 있다. 한번 뜨거운 맛을 본 정권도 바보가 아닌 이상 심기일전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미국 얘기다. 그런데 자꾸 국내정치가 어른거린다면 기분 탓일 것이다.
-임민혁 국제부장, 조선일보(2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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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본인 생일에 ‘종전’ 발표하고 백악관서 UFC 경기 열어. ‘6·14 트럼프節’ 만들겠다고 할 기세.
○국힘 최고위 또 난장판, “좀비 지도부 총사퇴” 양향자 요구에 당권파 “너나 사퇴”. ‘좀비’란 표현이 딱 맞구먼.
○2차특검, ‘내란 종료’ 시점 종전보다 열흘 늦춰 잡아. 與서 “내란 종식” 외치는데 이러다 수사 대상 무한대 될라.
-팔면봉, 조선일보(2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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