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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사우루스는 왜 다시 '멸종 위기종' 됐나] [황금이 된 공룡 화석]

뚝섬 2026. 7. 21. 10:40

[티라노사우루스는 왜 다시 '멸종 위기종' 됐나]

[황금이 된 공룡 화석]

 

 

 

티라노사우루스는 왜 다시 '멸종 위기종' 됐나

 

티라노 '거스', 경매에서 5010만달러에 낙찰돼 개인 수장고로
巨富들의 공룡 화석 트로피 경쟁에 과학 연구는 점점 어려워져

 

1877년 미국 콜로라도와 와이오밍에서 거대한 공룡 화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서부 ‘골드 러시’를 연상케 할 정도로 탐험가와 과학자들이 앞다퉈 몰려들었다. 오스니얼 마시 예일대 교수와 에드워드 코프가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두 사람은 막대한 가족 자본을 쏟아부어 발굴단을 파견했고 화석을 긁어모았다. 트리케라톱스, 스테고사우루스, 알로사우루스 같은 스타 공룡 대부분이 이때 알려졌다. 마시가 80종, 코프가 56종의 공룡 이름을 지었을 정도였다.

 

명성과 수집욕에 눈이 먼 두 사람은 상대 발굴대에 첩자를 심고, 인부를 매수해 화석을 가로챘다. 심지어 발굴이 끝나고 나면 현장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뼈 전쟁(Bone Wars)’으로 불린 이들의 20년 경쟁은 광기로 치닫다 두 사람 모두 재산을 탕진하면서 비극적으로 끝난다. 이 비극은 역설적으로 미국을 세계 최고의 고생물학 강국으로 만들었다. 마시의 수집품은 예일대 피바디 박물관과 스미스소니언, 코프의 표본은 미국 자연사박물관으로 옮겨지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진 덕분이다.

 

공룡 화석 역사의 가장 큰 전환점은 1990년대 티라노사우루스 ‘수(Sue)’ 사건이다. 개인 목장에서 발견된 수의 소유권을 두고 미 정부와 원주민, 목장 주인 사이에 법정 소송이 일어났다. 예상과 달리 법원이 땅 주인의 권리를 인정하면서 수는 1997년 소더비 경매에서 판매돼 시카고 필드박물관에 전시됐다. 836만달러의 가격을 감당할 수 없었던 박물관을 위해 맥도날드와 디즈니가 돈을 댔다. 

지난 14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5010만달러(약 741억2300만원)에 낙찰된 티라노사우루스 '거스' 화석. 공룡 화석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썼다. /소더비

 

수 사건은 공룡 화석이 박물관 같은 공공 소유여야 한다는 믿음을 깼다. 판매 목적의 상업 발굴이 확산됐고, 거부(巨富)들은 공룡 화석을 트로피처럼 수집하기 시작했다. 공급이 제한적이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억만장자 댄 오다우드는 2009년 티라노사우루스 ‘샘슨’ 화석을 60만달러에 사들였는데, 2022년 육식공룡 고르고사우루스는 610만달러에 익명 구매자에게 팔렸다. 2024년에는 스테고사우루스 ‘에이펙스’가 4460만달러에 헤지펀드 억만장자 켄 그리핀에게 넘어갔고, 지난 14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 ‘거스(Gus)’가 5010만달러에 낙찰되면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17년 만에 100배 가까이 가격이 뛴 것이다. 거스 구매자는 공개되지 않았다. 과학계에서는 거스 역시 개인 소장품이 되어 저택이나 수장고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

 

미국 카티지칼리지의 고생물학자 토머스 카는 지난해 “과학적 가치가 있는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132점 가운데 공공 소장이 61점, 개인이나 상업 소유가 71점”이라고 발표했다. 카가 발표한 논문의 제목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멸종위기종’이었다.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진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이 개인 소장품으로 전락하면서 학문적으로도 멸종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장 과정 규명을 위해 꼭 필요한 공룡 새끼 화석은 소장이 쉽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는 이유로 개인 수요가 더 많다.

 

공룡 트로피 열풍은 과거 명화 구매 경쟁을 떠올리게 한다. 일본 다이쇼와제지 명예회장 사이토 료에이는 1990년 빈센트 반 고흐의 ‘가셰 박사의 초상’과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를 사들인 뒤 이렇게 선언했다. “죽으면 그림을 관에 넣어 함께 태워버리겠다.” 세계가 분노하자 발언을 철회했지만 고흐 그림은 료에이가 사후 30년이 된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2017년 사우디 왕가에 팔린 것으로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 역시 9년째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경매회사 크리스티의 기자회견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예수 초상화 '살바토르 문디'(구세주)가 공개된 가운데 한 관람객이 휴대폰으로 그림을 촬영하고 있다. 현재 다빈치의 작품은 20점도 남아 있지 않으며 이 그림은 다빈치가 1500년쯤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명화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을수록 가치를 갖는다면, 화석의 가치는 과학의 발전에 달려 있다. 100년 전에 발견한 화석을 새로 등장한 기술로 다시 연구하면서 공룡의 색깔과 체온, 식성, 이동 경로까지 밝혀졌다. 공룡 화석 뼈에서 단백질을 찾아내고, 그 서열을 분석하면서 공룡이 새의 조상이라는 확실한 증거도 찾아냈다.

 

수천만 년 전 지구를 지배한 공룡의 화석이 과학과 만나 우리에게 들려줄 수 있었던 이야기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아무리 많은 돈을 지불했더라도, 개인의 만족감과 과시가 그 가치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박건형 미래기획부장, 조선일보(2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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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이 된 공룡 화석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따르면 지구 역사상 가장 포악한 포식자 티렉스(T. rex) 공룡은 총 25억 마리가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티렉스는 북미 대륙이 둘로 나뉘어 있던 백악기에 서쪽 대륙인 라라미디아(Laramidia)에서 살았다. 평균수명은 28년쯤이었으며 약 12만7000세대를 거듭하며 살았다. 연구자들은 생태학에서 동물 개체군 크기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체중-밀도 비율’을 적용해 라라미디아에는 언제든 줄잡아 20만 마리의 티렉스가 돌아다녔을 것으로 본다. 

 

북미에 티라노사우루스가 있었다면 아시아에는 타르보사우루스(Tarbosaurus)가 살았다. 티렉스보다 몸집이 조금 작았지만 이 논문의 계산에 따르면 남한에만 약 900마리 정도가 살고 있었다. 지리산국립공원 정도의 면적에는 네 마리가 어슬렁거렸다. 지금 지리산에는 지난 15년간 환경부가 추진해온 복원 사업 덕택에 반달가슴곰 50여 마리가 살고 있다. 곰이 많아지며 등산객과 지역 주민의 안전을 걱정하게 됐는데, 만일 티렉스 네 마리가 휘젓고 다닌다고 상상해보면 영락없는 ‘쥐라기 공원’이다.

 

티렉스 화석 중 가장 압권은 미국 시카고 필드자연사박물관의 ‘수(Sue)’라는 이름의 표본이다. 전체 골격의 85%가 발견돼 티렉스 표본 중 보존율이 가장 높다. 박물관이 1997년 10월에 830만달러를 주고 사들인 화석이다. 하지만 이 가격은 작년 10월 ‘스탠(Stan)’이라는 표본이 3170만달러에 경매되며 권좌에서 밀려났다. 우리 돈으로 35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스탠은 현재 영국 맨체스터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번 사이언스 논문의 연구자들은 티렉스가 화석으로 남을 확률을 8000만분의 1로 계산해냈다. 그러다 보니 수와 스탠을 포함해 지금까지 발굴된 티렉스 표본은 고작 40점 남짓이다. 하나만 찾으면 팔자가 늘어질 판이다.

 

-최재천 교수, 조선일보(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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