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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 男 173cm, 女 161cm… 미국만큼 큰 키] ....

뚝섬 2026. 5. 1. 06:44

[고1 男 173cm, 女 161cm… 미국만큼 큰 키]

[북한 병사의 기생충, 두루미의 脫北]

 

 

 

고1 男 173cm, 女 161cm… 미국만큼 큰 키

 

키는 유전일까, 환경일까. 개인으로 보면 유전의 영향이 우세하겠지만, 집단의 평균 신장은 환경적인 영향이 크다. 200개국 아동 및 청소년(5∼19세) 6500만 명의 평균 키와 체질량지수(BMI)를 장기간 추적한 연구 결과가 2020년 의학 저널 랜싯(Lancet)에 실렸다. 1985∼2019년 35년간 한국은 세계에서 평균 신장이 가장 빠르게 자란 나라 중 하나였다. 한국 남학생은 세 번째, 여학생은 두 번째를 기록했다. 한국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이 최상위권을 휩쓸었는데 모두 급속히 경제 발전을 이룬 나라들이다. 충분한 영양, 깨끗한 위생 등 환경적 요인이 아이들을 쑥쑥 자라게 한 것이다.

▷요즘 거리마다 외국인 관광객이 붐빈다. 그런데 생각보다 키가 크지 않아서 뜻밖이었다. 과거 올림픽, 월드컵에서 우리를 이긴 외국팀 선수들을 보며 ‘서구형 체형’ ‘타고난 체력이 다르다’는 말을 듣고 자란 세대로선 놀랍기도 하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학생 건강검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고1 학생의 평균 키는 남학생 173cm, 여학생 161.3cm였다. 고1이면 연간 몇 cm씩 크는 성장 급등기가 거의 지난 다음이라 성인까지 비슷한 수준이 유지된다.

고1 학생의 평균 키는 일본을 3∼4cm가량 일찌감치 따돌렸고 미국 학생들과도 비등비등하다. 지난해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1에 해당하는 16∼17세 남학생 평균 키는 174.4cm, 여학생은 161.1cm다. 여학생은 오히려 한국보다 작았다. 1970년대 이후 미국인의 평균 신장이 정체되면서 양국의 키가 비슷해졌다.

 

35년간 아동과 청소년의 키는 거의 자라지 않고 몸무게만 늘어 건강이 악화한 나라가 있다. 미국, 뉴질랜드, 멕시코 등이다. 소득이 낮은 계층에서 ‘고열량 저영양’ 식단을 많이 섭취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분쟁을 겪은 콩고, 수단, 에티오피아 등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선 아이들의 평균 신장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작아졌다. 영양 공급이 충분하지 못하고 식수가 부족한 탓이다.

이처럼 평균 신장은 그 나라의 경제력 총량과 불평등 정도, 복지 제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고1 남학생 키가 170cm를 넘고, 여학생은 160cm를 넘어선 건 1997년이었다. 경제 호황기를 지나며 영양, 위생, 의료가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론 고1 남학생의 평균 키가 3cm가량 자랐을 정도로 증가 속도는 둔화됐다. 유전자에 숨어 있던 키는 다 자란 것 아닐까 싶다. 문제는 앞으로 미국을 따라가지 말란 법이 없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신체 활동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고1 남학생 100명 중 6명이 소아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다. 이젠 키에 집착하기보다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와야 한다.

 

-우경임 논설위원, 동아일보(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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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병사의 기생충, 두루미의 脫北

 

北에 아토피 없는 건 기생충 많은 탓

젊은이들 왜소한 것은 천일염 부족 때문
북한 가던 두루미는 배고파 남으로 온다

 

JSA 귀순 북한 병사에게서 많은 기생충이 나왔다는 보도에 서울대 의대 신희영 교수(연구부총장)에게 들은 얘기가 생각났다. 신 교수는 북한 의료 지원차 2003~08년 여섯 번 방북한 경험이 있다. 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 교수들이 금강산 온정리를 찾아가 주민들 기생충 검사를 한 적이 있다. 95%가 기생충을 갖고 있었다. 인분을 비료로 쓰는 데다 구충제가 부족해서다. 신 교수 팀이 기생충 약을 지원해주겠다고 했더니 북측은 "공화국엔 그런 병 없다"며 거절했다. 포장을 '영양 증진제'로 해서 건네줬더니 그제야 받더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남한엔 기생충은 없는 대신 아토피가 많고, 북한엔 아토피는 없고 기생충이 많다"고 했다. 둘 사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아토피는 신체 면역 시스템이 스스로를 공격해 생기는 증상이다. 남한 사람들 몸은 기생충에 의한 외부 공격이 사라지자 자기 몸을 적으로 인식하고 스스로를 괴롭힌다는 것이다. 아직 가설(假說)이지만 설득력이 있었다. 북한 사람들 몸은 외적(外敵)인 기생충에 맞서느라 자기를 공격할 여력은 없다는 뜻이다.

신 교수는 북한 젊은이들이 왜소(矮小)한 건 1996~97년 홍수와 관련 있다고 했다. 당시 북한 서해안의 천일염 염전들이 파괴되면서 소금이 부족해졌다. 북한 당국은 중국에서 암염(岩鹽)을 수입해 대체했다. 그런데 암염엔 바닷소금과 달리 요오드 성분이 없다. 요오드는 미역, 생선 같은 해산물을 먹어도 보충할 수 있다. 하지만 내륙 사람들은 해산물 먹을 기회도 없다. 결국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광범위하게 생겼다. 키가 안 크고 몸이 붓고 지능 수준이 떨어진다. 탈북자 건강 진단에서도 요오드 부족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어제 신 교수에게 다시 확인해봤더니 2012년 국내 기업이 호주산 천일염을 북에 지원해주는 사업을 추진했다가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은 암염에 요오드를 추가하는 공장을 두 군데 만들어 요오드 부족에 대처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얘기는 신 교수가 북한에 백신을 지원해주면서 겪은 일이다. 백신을 가져다줬으나 "냉장고가 없다"며 난처해했다. 백신은 부분적으로 살아있는 생물이라 냉장 보관이 필요하다. 다음번엔 냉장 설비도 갖다줬다. 그랬더니 "전기가 수시로 끊겨 냉장고가 있어봐야 못 쓴다"고 했다. 할 수 없이 그다음엔 소형 발전기를 지원해줘야 했다.

사람들 보건 수준이 이런데 자연이 멀쩡할 리 없다.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의 2013년 발표를 보면 1990년 이후 20년간 북한 산림의 32.4%가 사라졌다. 다락밭을 만드느라 민둥산이 된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산불이 나도 끄지 않는다고 한다. 자기 손으로 불을 냈다가 들키면 처벌받지만 자연 산불이야 누구의 책임이 아니다. 끌 이유도 없다. 나무가 타 없어지면 밭이 생긴다. 이런 식으로 산이 밭이 되면 토양이 침식되고 그 토사가 하천에 쌓인다. 비가 조금만 세게 내리면 홍수 피해가 난다. 국제기구 선정 '세계 10대 재난 취약 국가'로 북한이 늘 꼽힌다.

서울대 김성일 교수(산림환경학) 설명에 따르면 철원 평야에 두루미가 오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두루미는 전 세계에 3000마리가 안 된다. 그 가운데 많을 땐 1000마리가 겨울에 철원을 찾는다. 그 두루미들은 원래 북한의 안변 지역으로 가던 두루미들이다. 원산 바로 아래다. 그런데 식량 부 족으로 주민들이 논에 떨어진 낙곡(落穀)까지 걷어가게 됐다. 그러고도 남은 낙곡은 오리, 염소, 거위 등을 풀어 주워 먹도록 하는 바람에 두루미가 먹을 게 남지 않았다. 그러자 두루미들이 안변을 떠나 80㎞ 남쪽 철원으로 오기 시작한 것이다. 북에 억류됐다 풀려난 흥진호 선원들 말로는 북한 사정이 전보다 나아진 것 같다고는 하지만, 참 갑갑한 이야기다.

 

-한삼희 논설위원, 조선일보(17-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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