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파렴치 장관 수사 방해, 이게 국정 농단 사법 농단
'문재인 시대'를 건너는 법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납득 어려운 행태와 침묵
대깨문, 아나문, 나팔문
1988년이 보내는 시그널
"살아 있는 권력 엄정 수사하라"더니, 文 대통령 조국 수사 검찰에 경고…. 그럼 조국은 이미 '죽은 권력'인가요?
대통령이 파렴치 장관 수사 방해, 이게 국정 농단 사법 농단
대통령은 27일 검찰의 조국 법무장관 수사와 관련해 "검찰 개혁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을 성찰해 달라"며 "특히 검찰은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적폐 수사라며 사람 4명이 자살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떼로 사냥하듯
할 때는 잘한다더니 조씨 집 한번 압수수색했다고 검찰에 경고를 날린 것이다. 갑질한 재벌 가족
하나를 잡겠다고 대한민국 전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이 잡듯 하면서 인권을 아예 말살하다시피 했고 결국 그 회장은 사망했다. 그 총책임자가 인권을 말한다는 것도 어이가 없다.
문 대통령의 '조국 사태' 대처 방식에 놀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 발표는 할 말을 잊게 한다. 바로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 장관이
지난 23일 서울 방배동 자택 압수수색 때 현장에 있던 검사와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 인사권과 수사의 지휘감독권을 가진 법무장관이 자신에 대해 수사하는 검사와 통화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야당은 "직권남용으로 탄핵 사유"라는 입장이고 총리도 "(통화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아마도 많은 국민은 이제는 대통령이 조 장관을 사퇴시키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그래서 27일 청와대가 특별발표를 예고했을 때 조 장관 거취 관련이라고 짐작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대통령은 문제가 된 조 장관의 통화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 없이 오히려 검찰에 경고했다. 과거 정권에서도 대통령의 수사 개입 논란이 있었지만 이처럼 개별 수사의 방식을 문제 삼으면서 노골적으로 개입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지금 조 장관과 그 가족은 범법 혐의에 앞서 파렴치한 행태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딸을
병리학 논문 제1저자로 만들어 대학 입시에 이용한 것에서 시작한 파렴치 행태는 조씨 집을 '상장 위조 공장'으로 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위장이혼, 사기소송, 증거인멸
등 거짓이 거짓을 낳아 이제는 진실한 것이 단 하나라도 있느냐는 의문까지 제기된다.
불과 얼마 전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우리 정부 문제도 수사하라'고 지시했던 문 대통령이 그 지시를 이행하고 있는 검찰을 향해 우리 편 살살 수사하라는 식으로 언급할 수 있나. 문 대통령의 유체 이탈(遺體離脫: 영혼이 육체에서 벗어나 분리되는 일)화법과 이중성은 이미 새로운 사실도 아니지만 어떻게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이럴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에 경고하는 동시에 지지자들에게는 검찰에 대한 항의 시위에 나서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주말 10만명 이상이 서초동(대검찰청)으로
향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문 대통령까지
가세했다. 과거에도 검찰이 대통령의 자식들까지 수사했지만 이렇게 대통령과 여당이 자신들이 임명한 검찰을
향해 시위로 수사 중단을 압박한 적은 없었다.
문 대통령이 검찰 비난 전면에 나서자 전날 국회에서 조국씨에 대해 '국민들이 공정한
사회에 대해 깊은 회의를 느끼고 있다'고 했던 총리는 이날 갑자기 '검찰이
무리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민주당 내에서 더 이상
조국을 끌고 갈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입을 다물게 될 것이다. 지금 민주당 의원들은 "(조 장관과 검사 통화 사실을 알려준) 범인을 색출해야
한다"고 한다. 외압이 아니라 그 외압을 알린
게 문제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조국을 끝까지 안고 가겠다고 한 이상 나라의 분열은 더 심해지고
국정 전체는 블랙홀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이것이 국정 농단, 사법 농단이 아니면 무엇인가.
-조선일보(1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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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시대'를 건너는 법
국가 위한 最適 선택과 항상
거꾸로 가는 정권
국민 분열 시키고 선진국行 기차 또 놓치면 朝貢국가로 후퇴
동양의학에선 기(氣)의 순환을 중요시한다. 기가 막히면 울화(鬱火)가
되고, 울화가 쌓이면 목숨을 위협하는 병통(病痛)이 된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도 기가 잘 돌아야 한다. 그래야 궤도를 이탈한 정치와 정책이 정상으로 빨리 복원(復元)된다. 대통령과 국민이 불통(不通)이면 기가 찰 일이 반복되고 끝내는 기막힌 사태가 닥친다.
문재인 정권 아래서 국민은 두 쪽으로 나뉘었다. 정권 지지파와 반대파의 분류법이 아니다. 대통령의 말과 행동에 '늘 놀라는 사람'과 '항상 태연한 사람'이다. '늘 놀라는 사람'은 이번 '조국
사태'에서 쓴잔을 거푸 세 잔이나 마셨다. 장관 지명·임명
강행에 이어 미국에서 돌아와 검찰을 나무라고 조국씨를 감쌀 때 그때마다 뒤통수를 맞았다.
예측 실패의 원인은 대통령에 대한 착각 때문이다. 대통령은 자신이 야당 대표 시절 했던 말과 행동에 구속받지 않는다. 청문회에서 혼났던 사람이 일은 더 잘한다며 임명장 주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대통령은 '국가 지도자'와 '파당(派黨)의 영수(領袖)'란 두 모자를 골라 쓴다.
'국가 지도자 모자'는 간혹 외국 방문 때 꺼내 쓴다. 북핵
문제·역사 문제나 대미(對美) 대일(對日) 관계처럼 '국가
지도자 모자'를 써야 할 때도 '파당의 영수 모자'를 쓰는 장면을 자주 본다.
'내 편'과 '내 편 아닌 국민'을 확실하게 구분한다. 대통령은 귀국 일성(一聲)으로 조국 수사와 관련 '검찰권
행사 방식과 수사 관행에 대한 개혁'을 주문했다. 이재수
전 보안사령관이 검찰에 불려다니며 곤욕을 치르다 빌딩에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을 때 이런 말 들은 적이 있는가. 대통령이 '내 편' 민노총을
향해 경제 회생(回生)을 위한 노동 개혁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항상 태연한 사람'은 누구인가. 첫 부류는 대통령과 함께 '팥으로 메주를 쑤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통령이 젓가락으로 물을 떠먹어도 그대로 따라 한다. 한국 법학 교과서 법률 용어의 90% 이상이 120여년 전 일본인들이 독일어 법학 서적과 씨름하며 만든 용어들이다. 그런
교과서에 밑줄을 쳐가며 사법고시 공부했던 사람들이 일제 잔재(殘滓) 운운하며
죽창(竹槍)을 들고 설치면 덩달아 들썩이는 유형이다.
그들 말고도 대통령의 말과 행동에 '항상 태연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현 정권 모습에 좌절을 느끼고 나라 안위(安危)를 걱정한다. 그들의 불안은 구체적이다. 한국 땅넓이(10만㎢)는
중국의 96분의 1이다. 인구(5170만명)는 저장성과 (5657만명)과 윈난성(4801만명) 사이다. 중국 GDP는 2010년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일본 면적은 38만㎢로 한국의 3.8배다. 인구는
한국의 2배가 넘는다. 1968년 서독을 앞질러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자리에 올라 42년간 그 자리를 지켰다. 세월은 무시 못한다. 그 기간 동안 땅밑으로 스며 저장된 경제 저력(底力)차이는 외형(外形)의 국력 차이보다 훨씬 크다. 인구가 늙어간다지만 한국은 더 빨리
노령 국가로 미끌어지고 있다.
두 나라 안보 전략은 한국만큼 복잡하지 않다. 중국은 미국에 버티면 되고 일본은 미국과
같이만 가면 된다. 한국은 그럴 수가 없다. 두 나라
사이에서 그들의 꼭두각시 노릇 하지 않고 자존(自尊)을 지키며
국가 진로를 뚫어야 한다. '인간 자원'과 '시간 자원'을 지금보다 몇 십배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도리밖에 없다. 중국의 28분의 1인
국민을 이념·지역·세대로 다시 쪼개면, 일본보다 100년
늦게 출발한 선진국행 열차 시간을 또 한번 놓치면, 그 옛날 조공(朝貢)국가 신세로 굴러떨어진다.
대통령의 어떤 말 어떤 행동에도 놀라지 않고 어떻게 대통령의 선택을 족집게처럼 읽어낼 수 있을까. 대답이
기가 찬다. '먼저 무엇이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최적(最適)의 선택인지 추론하고 그걸 거꾸로 뒤집으면 이 정권 진로 예측에 빗나가는 법이 없다.' 노동 개혁 회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도 그렇고 조국 사태도
예측 오차(誤差) 범위 안이다. 하긴 경제의 좋은 지표 아래에는 '최장기 하락(下落)' 나쁜 지표 아래에는 '최고(最高) 상승'이란 빨간불이
요란한데 '우리 경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대통령
아닌가.
우리는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통역이 필요한 시대를 산다. '객실 안에 잠자코 기다리라'는 선장의 선내(船內)방송이
들리면 무조건 탈출해야 하는 시대만큼 위태로운 시대가 어디 있겠는가.
-강천석 논설고문, 조선일보(1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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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납득 어려운 행태와 침묵
조국 법무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 의혹에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이름이 모두 오르내리고 있다. 입시 비리의 피해자인 줄 알았더니 이제는 국내 최고 명문이라는 이들 대학이 입시 부정을 묵인하거나 가담한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든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는 조 장관 아들의 정외과 대학원 입시 평가 서류가 사라진 것을 놓고 최근 나흘간 세 번이나 말을 바꿨다.
처음엔 "서류 실종을 검찰 압수 수색 때 알았다"더니 "7월 교육부 감사 때 알았다"로 바꿨다가 교육부의
반론이 나온 뒤 다시 "8월에 알았다"고
한다. 입시 서류를 분실한 것인지, 누가 빼돌린 것인지는
수사로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분실 시점'조차 이렇게 모를 수 있나. 조씨 입학 전후 3년치 서류만 사라졌다더니 "모든 해외 입학생의 점수표가
분실됐다"고 뒤집었다. 입시 부정 의혹이 제기되면
대학은 적극 규명하는 게 상식인데도 오히려 뭔가를 자꾸 덮으려는 것 같다.
조 장관 딸은 2013년 서울대 의전원 입시에서 1차
서류 심사를 통과했다. 서울대 아닌 의전원에도 수시 1차에
합격하려면 과학고 등 출신 고교와 대학, 전공, 학부 성적
등이 탁월해야 한다. 조씨 딸에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고려대는
조씨가 제1저자로 등재된 병리학 논문을 제출해 합격했다는 의혹에 대해
"연구 활동 내역과 자기소개서를 받지 않았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무턱대고 숨기고 감싸려고만 한다. 학교의 명성이 먹칠되는데도 이들
대학과 교수들은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조선일보(1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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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깨문, 아나문, 나팔문
지난 대선 때 유행했던 '대깨문'이란 말을 요즘 자주 듣는다.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에서
첫 글자만 따서 만든 이 말은 선거 구호이자 당시 문 대통령 후보 지지자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재미도
있고 저돌적으로 싸운다는 의미가 담겨 집단적 결속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이 '대깨문'을 다시 불러낸 것은 조국 법무부
장관이다. 장관 후보 지명 이후 두 달 가까이 논란이 이어지는 동안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40%까지 떨어졌고, 국정에 대한 부정적 평가 비율이 53%로 늘었다. 조 장관을 통해
586 운동권 출신 진보 그룹의 민낯을 보며 환멸을 느낀 사람들은 하나 둘 등을 돌렸다. 그러자 '맞으면서 가겠다'는 조 장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번엔 '대가리가 깨져도 조국'이었다.
이들은 이번 주말에도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 모여 '조국 수사 중단' '검찰 개혁' 등을 외칠 것이다.
각종 포털 사이트 댓글과 실시간 검색어 코너는 실력 행사의 장이 됐다. 이들은 집단의
힘으로 여론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에 안 드는 기사 링크(좌표)를 올려놓으면 우르르 몰려가 공격하는 '무한도전'을 벌인다. 한
명 한 명 놓고 보면 이들도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들이고 누군가의 부모이고, 형제·자매들이다. 하지만 대깨문이라는 '집합'이
되는 순간 막무가내식 과감성과 저돌성을 드러낸다.
복잡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찌르레기처럼 수만 마리가 한 마리처럼 날아다니는 새떼를 보며 '집합적
마음'이라도 있는 것인지 연구했다. 하지만 그런 건 없었다. 새 한 마리 한 마리는 자기 주위 극소수 동료 새들의 움직임에 맞춰 날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바로 옆과 앞뒤 움직임에만 동조하면 충돌을 피해 한 마리처럼 춤출 수 있었던 것이다.(군지 페기오유키오, '무리는 생각한다')
이런 현상은 인간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한 명 한
명 손에 쥐어지면서 이런 집단 동조화가 매우 손쉽게 벌어지고 있다. 비슷한 의견만 접하면서
편벽된 생각에 갇히는 '확증 편향'은 현대사회의 병리현상이
되었을 정도다. '드루킹' 같은 여론 조작 세력은
이 공간을 유린하며 새떼를 이상한 곳으로 인도했다.
지난 대선 때 대깨문은 '아나문'(아버지가
나와도 문재인), '나팔문'(나라를 팔아먹어도
문재인)으로도 불렸다. 과장 섞인 표현이었지만
선거만 이기면 인륜(人倫)을 저버리고, 나라가 망해도 상관없다는 극단적 발상은 대깨문식 재미조차 없었다. 조국
사태가 이어지고, 남북 관계에 집착하는 현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인륜을 저버리고, 나라가 망해도 상관없다는 사람들은 없는지 궁금했다. 무리 속에서
사람들은 너무 쉽게 자신의 개별성을 망각하기 때문이다.
-신동흔 문화부 차장, 조선일보(1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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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이 보내는 시그널
광화문은 이념 전쟁의 최전선
잠실운동장엔 희망의 기억… 이 폐허도 넘어설 것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야구 기사를 쓰는 날엔 2호선을 탄다. 회사를 나와 시청역으로 가는 10분 남짓의 시간이 DMZ(비무장지대) 철조망에 찔린 것처럼 아프다. 광화문 사거리는 이념 전쟁의 최전선이다. '조국 사태' 이후엔 싸움이 더 격렬해졌다. 눈이 닿는 곳마다 있는 현수막엔 '궤멸, 타도, 적폐, 해체, 살인' 같은 말들이 가득하다. 좌우
진영이 서로를 향해 분노를 퍼붓는다. 한국전쟁 때 가장 치열했다던 다부동 전투를 말로 또 치르는 느낌이다. 보기만 해도 머리에 수류탄 파편이 날아들 것 같다.
쓰라린 마음을 한강다리 위에서 달랜다. 정확히는 2호선
열차가 강변역에서 잠실나루역(구 성내역)으로 향할 때 오륜기
박힌 종합운동장이 한강을 품고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이때 서울올림픽 공식 주제곡 '손에 손잡고'까지 듣는다면 금상첨화다. 전주만 들어도 용암처럼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에서 울컥 솟는다. 서울올림픽을
직접 경험하진 못했지만 한국 사회가 희망의 에너지로 넘쳐흘렀던 흔적을 차창 너머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아까의 상처도 아문다.
31년 전 이 가을 저 운동장에서 올림픽이 열렸다. 약
3시간 분량 서울올림픽 개막식 전체 영상을 최근 찾아봤다. 영상에 나오는 사람들 모두가
입꼬리 끝까지 웃는 게 제일 인상적이었다. 요즘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미소다. 하얀 한복을 입고 우아하게 걷는 피켓 걸이나 매스게임에 동원된 고교생들, 태권도
시범을 보인 초등학생 등 올림픽에 참가한 모든 이가 군사훈련을 방불케 하는 혹독한 연습을 거쳐 그 자리에 있었을 텐데 다들 행복해 보인다. 학생들은 강제로 1년여간 단축 수업을 하면서 올림픽 준비를 했다는데
직장인도 주 52시간만 근무하는 요즘 시대라면 어림없는 일이다.
이때는 정말 행복했을까. 듣기와 읽기로 가늠해보면 그 시대는 군사정권 그림자가 짙었고 정경
유착과 빈부 격차, 지역 감정, 북한 도발, 반일 교육 등이 횡행했다. 지금의 문제가 당시에도 여전했다. 차이는 희망이 있고 없고에 있다. 그때는 '헬조선, 개돼지, 흙수저' 같은 피폐한 자조와 체념이 없었다. 내일은 뭐든지 나아지리란
기대가 전쟁의 잿더미를 30여년 만에 올림픽의 땅으로 만들어내는 기적을 만들었다. 지금은 더 배부르고 따뜻하게 사는데도 악다구니가 기승이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거짓과 위선, 갈등과 분열로 점철된 정치인의 말들이 뉴스를 지배한다. 나라가 곧 망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야구마저 형편없다. 잡담 견제사, 0구 끝내기 보크,
끝내기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같은 기상천외한 최초의 기록들이 올해 야구장에서 쏟아졌다.
1988년은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기 일 년 전이다. 호돌이는 '손에 손잡고'가 울려 퍼지는 개회식 무대 한복판에서 독수리(미국)와 불곰(소련) 인형 손을 맞잡았다. 호돌이의 악수처럼 머잖아 냉전이 끝났고 세계인의
관심사는 형이하학 분야로 바뀌었다. 자율주행차와 화성 로켓, 셰일가스, 인공지능 반도체 등이 화두다. 한국만 네 편, 내 편 따진다고 피 흘린다. 법과 도덕의 가치가 무의미해지는 광경이
매일 생중계된다.
조국 사태가 법적 결론이 나더라도 광화문의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증거인멸을 증거 보존이라고
주장하는 편은 법치주의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독설과 궤변의 총알이 얼마나 더 빗발칠지 아찔하지만, 평화가 올 날이 있을 거라 믿으면서 야구장에 간다. 선동에 골몰하는 586 정치인들보다 세대와 지역, 빈부의 갈등 해소를 원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힘이 훨씬 세다고 믿는다. 잿더미에서 올림픽도 해봤으니 이 폐허도 극복할 것이다.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양지혜 스포츠부 기자, 조선일보(1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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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있는
권력 엄정 수사하라"더니, 文 대통령 조국 수사
검찰에 경고…. 그럼 조국은 이미 '죽은 권력'인가요?
○ 조국, 압수 수색 검사와 통화에 대해 "남편으로서
인륜". 남이 하면 구속, 내가 하면 인륜… 조로남불
추가요.
-팔면봉, 조선일보(1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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