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대통령이 국민을 두 동강 내 거리 패싸움으로 내모나] [저주 의식] [유시민, 그리고 고문과 조작의 기술자들] [.. '비판 언론 총공격에.. ']

뚝섬 2019. 9. 30. 08:16

대통령이 국민을 두 동강 내 거리 패싸움으로 내모나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조국 법무장관 일가를 수사 중인 검찰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조 장관과 아내, 자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부인하면서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난했다. 대통령 지지층이 주축인 참가자들은 "문재인을 지켜내자"는 구호도 외쳤다. 대통령과 조 장관의 운명을 동일시하고 있는 것이다. 주최 측은 참석 인원을 처음 10만명이라고 주장했다가 이후 50만명, 150만명이라고 늘려 잡았다. 한참 부풀려진 수치이긴 하지만 대통령 응원단이 이 정도 규모로 뭉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촉구 촛불 집회 이후 처음일 것이다.

이들을 거리로 불러낸 것은 대통령과 여당이었다.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사람을 검찰의 인사권과 수사지휘권을 쥔 법무장관에 임명한 것은 검찰 수사를 중단하라는 암묵적인 지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조 장관 본인에 대해 압수 수색을 실시하자 대통령은 "검찰권 행사를 절제하라"고 공개 경고했다. 대통령 충견 역할에 충실하지 않는 검찰에 대한 불만 표시. 지지층엔 그런 검찰을 압박하라고 지령을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집권당 원내대표는 "주말 10만명 이상이 촛불을 들고 서초동으로 향할 것"이라고 선동했고 집회에 참석한 집권당 의원들은 "백만 촛불이 일으킨 민란이 정치 검찰을 제압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두 달 전 임명한 검찰총장이 "우리 식구도 차별 없이 수사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 수사가 대통령 마음에 안 든다고 이제 와서 민란으로 뒤엎겠다는 것이다. 이런 희극이 어디 있나
.

집권 세력이 거리로 동원한 지지층 머릿수로 사법 절차의 정당성이 가려지는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이러니 야당도 10 3일 광화문에 100만명이 모여서 대통령 퇴진을 외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여야 정당이 여의도 광장으로 지지자들을 버스로 실어 나르던 30년 전 선거판으로 나라가 뒷걸음치고 있다. 이것 역시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자초한 일이다
.

장관 한 명 임명 문제를 놓고 나라가 두 달째 난장판이다. 파렴치한 행각과 거짓말로 국민을 화나게 한 조 장관의 임명을 대통령이 거둬들였으면 진작에 끝났을 일이다. 조국이 아니면 검찰 개혁이 안 되는 것처럼 변명하지만 검찰 개혁 법안은 이미 국회로 넘어가 있다. 조 장관이 임명되나 안 되나 아무 상관이 없다. 반칙과 특혜의 상징인 조국이 정의 실현을 책임져야 할 법무부 장관 자리에 앉아 있으면 대통령이 개혁을 말해도 국민은 오히려 콧방귀를 뀔 것이다. 조국 한 사람을 지키겠다는 대통령의 아집이 5000만 국민을 두 동강 내 거리 패싸움을 하게 만들고 대한민국의 국정 전체를 마비시키고 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가.

 

-조선일보(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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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 의식

 

저주는 고대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의 흉사(凶事)를 비는 수단이었다. 무슨 일이 잘 안될 때 저주 탓으로 돌리는 건 요즘도 흔한 심리다. 스포츠 경기, 특히 야구에서 이런 경우가 많은데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가 베이브 루스를 트레이드한 뒤 85년간 우승하지 못했다는 '밤비노(루스의 애칭)의 저주'와 한국 프로야구에서 김성근 감독을 경질한 팀은 부진을 겪는다는 '김성근의 저주'가 유명하다. 이런 저주는 안타까운 팬들의 상상 속 산물이지만 실제 저주는 개인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진다

 

▶저주는 어떤 물건을 매개로 한 의식(儀式) 형태로 할 때 효과적이라는 믿음은 고대 이집트 때부터 있었다. 람세스 3세의 정적들이 람세스 모양 밀랍 인형을 만들어 저주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주술적 풍습은 '부두 인형'이라는 저주 인형으로 이어졌다. 헝겊 인형에 저주할 대상의 손톱이나 머리카락을 넣고 바늘로 찌르면 그 대상에게 고통이 전해진다는 미신이다.


 

TV 사극들은 조선시대 장희빈이 인현왕후를 죽이려고 저주 인형을 만들어 활로 쐈다고 묘사한다. 역사적 근거가 없는 각색이지만 우리나라 대중문화에도 저주 인형이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동양에서 인형을 만들어 바늘로 찌르는 저주는 일본 대중문화에서 자주 등장한다. 프랑스에서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닮은 저주 인형이 출시된 적도 있다. 2008년 한 출판사가 사르코지 인형을 내놓고 대통령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하려면 어디를 바늘로 찔러야 하는지 알려주는 설명서도 첨부했다. 이 인형을 두고 대통령과 출판사가 법정 싸움까지 벌였다.

 

▶우리나라 전통 풍속의 저주 인형은 '제웅'이라는 인형이다. 정월 대보름 전날 짚으로 인형을 만들어 그해 액운(厄運)이 있는 사람 옷을 입히고 이름과 생년을 적어 길에 버리면 그걸 주워가는 사람에게 액이 옮겨간다는 풍습이다. 누구를 저주하려고 인형을 만든 게 아니라 저주를 피하려고 만든 셈이다.

 

▶헝겊 인형 속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름을 빨간색으로 적은 종이를 넣고 핀으로 찌르는 저주 인형 사진이 정권 지지층 사이에서 돌고 있다고 한다. 윤 총장이 피로 누적으로 링거를 맞았다는 보도에 "저주가 효과를 봤다"고 환호하기도 했다. 일본 속담에 "남을 저주하려면 구멍 두 개부터 파라"는 말이 있다. 이 구멍은 묏자리를 말하는데 남에게 한 저주는 자신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무속인들도 절대 누굴 저주하는 부적은 써주지 않는다고 한다. 대통령은 '통합과 공존의 나라'를 약속했지만 지금 우리나라엔 저주가 넘치고 있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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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그리고 고문과 조작의 기술자들

 

모든 고문엔 시나리오가 존재… 동양대 총장에게 시나리오 제시
신념 위해 사실 조작까지 시도… 권력이 된 운동권, 괴물 되려나

 

최성해 동양대 총장이 "유시민이 시나리오를 하나 딱 만들어왔더라"고 말한 인터뷰 기사를 봤을 때 고() 이범렬 변호사가 떠올랐다. 1차 사법 파동의 주인공인 그는 고문을 통한 억지 수사의 여러 희생자를 무죄로 이끌어내 이름을 날린 분이다. 그는 자신이 변론한 피해자가 받았던 고문 과정을 글로 남겼다.

〈그는 책상과 책상 사이에 걸친 굵은 각목에 손발이 묶인 채 거꾸로 매달려 있다. 얼굴에는 몇 장의 타월이 겹쳐져 있고 주전자의 물이 쉴새없이 부어진다. 고춧가루를 진하게 탄 물은 숨을 쉴 때마다 사정없이 입과 코에 스며든다. "그때 아이가 무엇을 신고 있었지?" "운동화." "아니 운동화 말고 더 가벼운 것 있잖아." "쫄쫄이." "아니 쫄쫄이 말고, 거 여름에 신는 거 있잖아." "슬리퍼!" "맞아, 슬리퍼야. 근데 그 슬리퍼는 어떻게 했어. 증거인멸하려고 갖다 버렸지?" ". 갖다 버렸습니다." "어디다 버렸어?" "" "말해봐" "어디에서 나왔습니까?" "딴전 부리네, 네가 도랑에다 버렸잖아." ", 도랑에다 버렸습니다."('정동언저리에서')


고문 피해자들의 증언록에는 비슷한 대목이 많이 나온다. 고문 기술자가 요구하는 시나리오의 답을 맞히지 못했을 때 가해지는 끔찍한 고문을 피하기 위해 '정답'을 맞히려고 필사적이다. 허위 자백을 요구하는 모든 고문에는 시나리오가 있다. "했다"는 인정만으로는 자백이 완성되지 않는다. 육하원칙에 따라 수미일관 납득이 되는 자백이어야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이 동양대에서 받은 표창장이 가짜라는 의혹을 취재하기 위해 전화했다고 했다. 최 총장의 말은 다르다. "유시민이 나한테 '시나리오를 하나 보여 드릴게'라면서 쭉 얘기하더라고. '요거 요런 식으로 생각하니까 총장님이 아마 요런 식으로 답변을 해줄 거고. 맞죠?'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하더라고." 고문이 악랄한 것은 상대의 양심과 정신, 인격(人格)까지 지배하려 들기 때문이다. 고문 피해자는 인간됨을 부정당한다. "요런 식으로 답변을 해줄 거고"라는 말은 최 총장이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인격체임을 부정한다
.

유 이사장도 고문을 당한 적이 있다. 1980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때 합수부에 체포됐을 때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나는 맞지 않으려고 맹렬하게 글을 썼다. 진술서를 쓰는 동안만큼은 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다 4년 뒤에는 고문 가해자 쪽에서 등장했다. 1984년 서울대 운동권 학생들의 민간인 감금 폭행 사건 때 그는 학생 지도부였다. 당시 학생들은 물고문까지 했다. 그는 폭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지만 감금에는 찬성했고 피해자들이 폭행당하는 것을 목격하고도 제지하지 않았음을 시인했다('항소이유서'). 경찰이 하면 '고문'이고 학생이 하면 '폭행'인가. 누가 하든 그것은 고문이고, ()인륜적인 범죄다
.

유 이사장은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으로 조사를 받을 때 '전두환 일파는 김대중이 복학생들한테 돈을 주어 대학생 시위를 배후조종했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 그가 최 총장에게 '조국 살리기 시나리오'를 들이밀었다고 한다. 육체에 가하는 것만 고문이 아니다. 표창장 진위 조사 결과를 발표하려다 취소한 동양대의 두려움 근원이 무엇일까. 유 이사장이 '1980년의 유시민'에게 물어보았으면 한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상당수 80년대 운동권들은 짧은 고난으로 긴 영예를 누렸다. 신념을 위해 권력과 싸웠던 그들이 이젠 권력을 쥐고 사실을 조작하려고 한다. 제발 괴물은 되지 말았으면 한다.

 

-조중식 국제부장, 조선일보(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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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에 '비판 언론 총공격에 나서라' 주문한 방통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 사장들과 가진 첫 간담회에서 "지상파 방송이 경쟁 심화로 재정적 위기와 사회적 영향력 하락에 직면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누구나 언론을 자처하는 미디어의 혼돈 속에서 지상파가 미디어 비평 등 저널리즘 기능을 복원하여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도 지상파 방송은 이른바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에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 거기 출연한 해당 방송 기자가 "조국에게 유리한 프로그램인데 왜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이 논란이 됐을 정도다. 그런데도 한 위원장은 그 정도로 양에 차지 않는다며 정부 비판 언론 공세를 보다 강화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뉴스를 '허위 조작 정보'(가짜 뉴스)로 몰아붙이며 집요하게 공격해왔다. 비판 언론은 물론 유튜브 방송과 심지어는 대학생들이 붙인 대자보의 정권 비판 내용까지 문제 삼고, 방통위엔 이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친정부 사람이라던 전임 방통위원장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이 요구를 거부하자 임기 1년을 남기고 사실상 경질됐다. 그 후임인 한 위원장은 인사 청문회에선 "지배 세력의 잣대로 허위 조작 정보를 판단해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하더니, 위원장이 돼 주재한 방통위 회의에선 "허위 조작 정보에 대해 방통위가 할 수 있는 역할과 법적 근거가 있다"며 태도를 180도 바꿨다고 한다.

지상파의 영향력 하락은 과당 경쟁 때문만은 아니다. 일부 지상파의 뉴스 시청률이 종합편성채널보다 뒤처지고 있는 현실은 지나친 '친정부 편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조국 관련 뉴스가 많다"며 보도국장이 소속 기자들에게 경고하고, 대통령이 김원봉을 추켜세우자 그를 미화하는 방송으로 뒷받침하고, 이승만 대통령을 김일성보다 더 반민족적인 인물로 매도하는 방송까지 서슴지 않는다. 정부 응원 역할에 더 충실하라는 한 위원장의 주문은 지상파의 추락을 더 가속화할 뿐이다.


-조선일보(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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