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 "도둑 잡아라" 고함치는 文 정권 '검찰 개혁'
검찰이 1일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나머지 검찰청에 설치된 특수부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당초 공개 소환한다고 했던 조국 법무
장관 아내를 비공개로 소환하기로 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직접 특수부 축소 등을 요구하며
검찰을 압박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실 특수부 축소는 애당초 검찰이 먼저 하겠다고 한 것이다. 전임 문무일 검찰총장이 특수부 43곳을 우선 폐지하면서 더 줄이겠다고 했다. 반면 청와대와 민주당은
특수부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구체적 수사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했다. 심지어 '특수부 축소'를 주장한 간부를 좌천시키기도 했다. 당시 검찰 특수부는 전 정권 적폐를 수사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특수부가
조국을 수사하게 되자 돌연 특수부를 줄이라고 한다. 이 모든 일을 해온 문 대통령은 시치미를 떼면서
검찰총장에게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 검찰이 자신들 충견일 때는 상(賞)을 주고 자기편을 수사하면 반(反)개혁 세력으로 몰아붙인다. 이 정권의 전형적인 내로남불 행태다.
인권침해로 치면 이 정권에서 2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적폐 수사를 따라갈 수 없다. 수사가 아니라 인간 사냥에 가까운 권력 남용이었다. 수사 대상 4명이 인격 살인을 호소하며 목숨을 끊었다. 20차례 가깝게 압수 수색을 당한 기업, 각기 다른 6가지 혐의로 수사받은 장관도 있었다. 이 정권 들어 압수 수색은
매년 20%씩 늘었고 구속영장에 담긴 수십 가지 혐의 가운데 보도되지 않은 게 없다고 할 정도로 피의사실은
친여 매체들에 아예 생중계됐다.
이때는 철저히 침묵하던 대통령이 제 측근이 수사받게 되자 '검찰 개혁'을 들고나왔다. '조국 수사를 중단하라'고 노골적으로 지시하지 못하니 '검찰 개혁'으로 돌려 말하는 것이다. 파렴치 장관이 있어야
검찰 개혁이 된다는 것은 무슨 코미디인가. 그래도 총리와 민주당 의원들은 "여성 두 명만 있는 집에서 11시간 압수 수색을 했다"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는 가짜 뉴스까지
퍼뜨리면서 조국을 비호한다. 끊임없는 사실 호도로 조 장관의 위선과 파렴치에 쏠린 국민 시선을 돌리려는
것이다.
국민들 사이에 무소불위 검찰을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검찰
신뢰 추락의 근본 원인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검찰이 대통령의 사냥개 노릇을 해왔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가 바로 여기서부터 비롯됐다. 그렇다면 검찰 개혁은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서 손을 떼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특수부 축소나 공수처 설치 등은 곁가지일 뿐이다. 검찰
제도를 만든 프랑스 등 유럽 대다수 국가는 헌법기구인 사법 평의회를 만들어 검사 인사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있다. 검찰 수사를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시켜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대통령이
검찰에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며 파렴치한 제 측근을 비호한다면 그보다 더한 반(反)검찰 개혁도 없다. 그런 반개혁을 서슴없이 하는 정권이 "검찰 개혁을 하라"고 한다. 도둑이 '도둑 잡으라'고
고함치는 세상이다.
-조선일보(19-10-02)-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00만명'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인파 보도의 시초는 1956년 대선 당시 신익희 후보의 한강 백사장 연설이 아닐까 싶다. 당시 신문은 백사장을 메운 인파 사진과 함께 '사상 최대 30만명 운집'이라 보도했다. 주먹구구가 아니라 백사장 넓이를 감안한 추정이었다고 한다. 1987년 대선 때는 서울 여의도 광장에 정당마다 "100만을 모았다"고 주장했다.
▶물리학자 페르미는 핵실험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핵폭풍에 따른 종잇조각 움직임으로 핵실험 폭발력을 추정했다. 그 뒤 기초 지식만 가지고 이를 확장해 합리적 추론을 하는 것을 페르미 추정이라 했다. 한 평(3.3㎡)에 사람이 9명 정도 설 수 있다는 지식을 가지고 집회 참석자 전체를 추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11만여평 여의도광장을 사람이 가득 채우면 '100만 운집'이라 보도했다.
▶지난 28일 열린 서울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에 주최 측이 200만명이 참석했다고 했다. 그날 인파가 들어찬 반포대로·서초대로는 인도까지 포함한 면적이 1만4520평(약 4만8000㎡)이다. 9를 곱하면 약 13만명이다. 왔다 간 사람을 감안하더라도 몇십 배 부풀린 숫자다.
▶당시 집회 인원을 추정해볼 가장 확실한 근거가 나왔다. 당시 교통 통제로 거의 유일한 접근 수단이었던 지하철 이용자 수다. 그날 오후 서초·교대역에 내린 승객은 10만명으로 평소보다 8만명 많았다고 한다.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은 다음에야 이 이상의 인파는 있을 수 없다. 그나마 상당수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서리풀 축제' 참가자였다고 한다. '퀸'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는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 장면이 나온다.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그런데 그 엄청난 관객 수가 7만2000 명이었다고 한다.
▶KBS·MBC 등은 그날 저녁 뉴스에서 "주최 측 추산 100만명이 모였다"고 보도하고 자막까지 띄웠다. 다음 날 뉴스에선 두 배로 뛰어 "200만명이 모였다"고 했다. 기자가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가득 찼다" "수많은 인파가 도로를 메웠다"란 느낌을 전한 뒤 주최 측을 인용해 200만명이라 했다. MBC 보도국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느낌'으로 100만이라고 했다. 울산시 인구가 100만을 조금 넘는다. 울산에 사는 남녀노소가 어린아이까지 다 서울에 와야 100만이다. 울산과 대전 인구가 다 모여야 200만이다. 몇 배 부풀리는 것은 '과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몇십 배 부풀리는 것은 과장이 아니라 이성을 잃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동훈 논설위원, 조선일보(19-10-02)-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함부로 국민 들먹이지마라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조국 장관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 "여론조사를 보면 과도하다는 의견이 더 많다"고
했다. 이 총리는 나흘 뒤 국회에서 또다시 "상당수
국민이 검찰 수사를 과도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정말 민심이 그럴까. 조 장관 임명 이후 각 언론의 검찰 수사 관련 여론조사는 모두 다섯
건이었다. 추석 때 MBC 조사는 검찰 수사가 '적절하다'(66%)가 '부적절하다'(30%)의 갑절 이상이었다. SBS 조사도 '정당하다' 60%, '무리하다'
36%였다. KBS 조사도 '정당한 법 집행' 50%, '검찰 개혁에 저항' 41%였다. KBS가 조 장관 자택의 검찰 압수 수색 이후 다시 실시한 조사도 검찰 수사가 '지나치지 않다' 49%, '지나치다' 41%였다.
지난주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조사만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 49%, '적절하다' 43%로 달랐다. 이 총리가 콕 집어 인용한 여론조사다. 이 조사의 표본은 다른 조사들(1000명)의 절반인 501명이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된 조사도 아니었다. 여론조사를 할 때 선거 조사 항목으로 분류되는 정당 지지율을 조사해서 발표하면
여심위 심의 대상으로 등록해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설문지에 검찰 수사 평가와 함께 정당 지지율도 넣어서
조사했다. 그런데 정당 지지율 결과는 발표하지 않아서 여심위 심의·등록 대상에서 빠졌다. 이 총리는 이 조사만 민심의 근거로 삼았고, 조 장관에게 불리한
많은 조사는 못 본 체했다.
최근 이 총리를 비롯한 여권(與圈)이 검찰 개혁을
언급할 때마다 '국민'을 빼놓지 않고 내세우는 것도 눈길을
끈다. 서초동 촛불 집회와 관련해 이 총리는 "검찰
개혁이 절박하다는 국민의 뜨거운 의견 표출"이라고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국민의 목소리가 검찰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도 검찰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에서
"검찰 개혁은 온 국민이 염원하는 역사적 소명"이라고 했다. 국민 전체가 '조국의 검찰 개혁'을 간절하게 원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조 장관 임명 이후 쏟아진 여론조사에서 임명 찬성이 반대보다 높은 조사 결과는 하나도 없었다. 국민 다수는 조 장관 임명 강행을 의아하게 여겼고, 그로 인해 나라가
두 동강 나고 있는 것에 어이없어하고 있다. 조 장관 임명 직후
KBS 조사에선 '조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67%에 달했다.
요즘 상황은 대다수 국민이 우려했던 그대로다.
여권이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와 열성 지지층의 고함 소리를 '국민의 뜻'으로 포장하는 황당한 여론몰이에 몰두하는 것은 그만큼 다급하다는 방증이다. 그럴수록 여권에 불어닥칠 역풍은 초특급 태풍으로 바뀔 것이다.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조선일보(19-10-02)-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정치 선전도구로 전락한 소셜 미디어
최근 BBC에 따르면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가장 큰 갈등 요인은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 간의 갈등'(61%)인 것으로 조사됐다. 디지털 문명으로 인간관계는 어느 때보다 밀접해졌지만 문명의 진화를 이끌어온 소통과 화합, 협력 유전자를 약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디지털 혁명이 낳은 소셜
미디어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람을 연결시켰지만 동시에 분열시키고 증오하게 하기도 한다. 최첨단 디지털
세계에 살지만 역설적으로 봉건적·아날로그적 공동체를 재건하고 동종화(同種化)된 사고에 안주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좌파·우파, 친북·반북, 친문·반문 등
해묵은 이분법은 한국 정치의 병적인 양극화를 대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원칙은 지키되 상대를 존중하고
원칙이 정책으로 표현되는 과정이나 도구에 대한 창의적·포용적 사고가 사라지고 있다. 정치는 법·도덕과
달리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선을 위해 다양한 생각을 모아 조정·타협하는 행위다.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윈·윈 게임을 지향해야 한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의 어두운 그림자가 이를 방해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 문제, 대일(對日) 정책, 조국 사태
등 현안에 대해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도덕적 혹은 종교적 이념·가치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피아(彼我)를 구분하고 정치·정책 담론에 전선(戰線)을 긋고 있다.
정치는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인내하고, 협조하고, 양보하는 행위다. 이
과정에서 소셜 미디어는 시공의 한계를 넘어 사람을 묶는 도구가 되어야지 정치적 이해를 대변하는 선전·선동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성청 미국 핀리대 교수, 조선일보(19-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