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수사 與 후보 측 제보가 발단, '선거 공작' 드러났다
청와대가 4일 자체 조사 결과라며 야당 울산시장 관련 수사 첩보 입수 경위를 밝혔다. 민정비서관실 파견 공무원이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된 '다른
공무원'에게 제보를 받았다면서도 제보자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청와대에 제보한 사람은 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 최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
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를 촉발시킨 장본인이 다름아닌 경쟁 여당 후보의 핵심 참모였다는 것이다.
2015년 울산시 국장(3급)으로 퇴직한 송씨는
지방선거 때 송철호 캠프 핵심으로 활동하다 송 시장 당선 후 부시장으로 발탁됐다. '선거 공작'을 성공시킨 것에 대한 대가라고 볼 수밖에 없다. 송 부시장은
자신의 제보로 시작된 경찰 조사에 두 번 출석해 야당 울산시장에 불리한 진술을 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야당 시장이 공천을 받은 날 울산시청을 압수 수색했다. 송 부시장은 "정부에서 (야당 시장 관련) 동향을 요구했다"고 했다고 한다. 명백한 표적 수사 정치 공작의 증거가 드러났다.
검찰은 이날 유재수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를 압수 수색했다. 특감반의 유씨 감찰 자료를 확보하고
외압으로 감찰이 중단된 과정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이 '청와대
개입'을 공식화하면서 청와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는 의미가 있다. 영장을
발부한 법원도 그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검찰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도 수사하고 있다. 이 압수 수색 역시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갓 넘긴 정권의 심장부가 비리 혐의로 연거푸 검찰 압수 수색을
받는 전대미문의 사태다.
유재수 사건은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실세들과 친밀한 관계인 공직자의 비리를 청와대가 은폐했다는 것이다.
유씨는 비리 감찰을 받고서도 국회 수석전문위원, 부산시 부시장으로 영전을 거듭했다. 대통령 측근 비서관, 여당 도지사 등과 금융위 인사 문제를 상의했는가
하면 그들의 인사 청탁까지 들어줬다고 한다. 그가 감찰을 받게 되자 청와대 관계자가 '피아(彼我) 구분도
못하냐'고 특감반장에게 핀잔을 주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정권은 전 정권 적폐를 청산한다며 조선시대 사화를 연상시키는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 대통령은 "우리 정권 권력형 비리는 단 한 건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전 정권 뺨치는 적폐가 드러나고 있다. 그
신(新)적폐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조선일보(1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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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국정 농단이 점점 사소해 보인다
야당 후보 경찰 수사 지시는 댓글과 비교 안 되는 중범죄
전 정권 때려잡던 그때 적폐보다 더 나쁜 짓 벌여
靑의 제멋대로 권력 행사… 대통령도 알았는지가 분수령
자고 일어나면 사건이 커진다. 검찰 수사가 막 시작됐을 뿐인데 등장인물과 관련 혐의가 심상치 않다. 백원우 전 민정 비서관에 이어 또 다른 대통령의 최측근에 검찰 수사 조준경이 맞춰졌다는 보도가 나온다. 백 전 비서관은 대통령의 버킷 리스트인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야당 후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참모는 대통령을 '재인이 형'이라고 부른다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중단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대통령이 아끼고 챙기는 두 사람을 위해 한 참모는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한 참모는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게 했다. 정권 입맛 따라 권력을 마음대로 행사한 것이다. 그게 바로 전 정권 참모들을 줄줄이 쇠고랑 차게 만든 국정 농단이다.
백 전 비서관이 야당 후보 비리 첩보를 경찰 쪽에 건넸다는 2017년 9, 10월은 문재인 정권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감옥 보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때다. 당시 MB를 겨눈 핵심 혐의는 2012년 대선 때 댓글 공작이었다. 전 정권 국정원, 군이 댓글 단 것을 3·15 부정선거라고 규탄하면서 뒤쪽에선 야당 후보를 흠집 내는 소도구로
경찰 수사를 동원하는 공작 정치를 한 것이다.
유 전 부시장의 감찰 중단 결정이 내려진 것은 2017년
12월이었다. 그 무렵 검찰총장은 "적폐
수사를 연내에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 그리고 정권 지지층의 정서를 대변한다는 신문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다.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주변에서 너무 전화가 많이 온다"면서
유 전 부시장 감찰을 중단시켰다고 한다. 전화를 건 사람들은 적폐 수사를 중단하면 안 된다고 아우성친
바로 그 여권 핵심들일 것이다.
집권
반년 언저리를 맞던 문재인 정부는 한 손으론 전 정권 때려잡는 적폐 사냥을 하면서 또 한 손으론 적폐보다 더 몹쓸 짓을 하고 있었다. 배짱이 좋은 건지, 양심이 없는 건지, 아니면 머리가 나쁜 건지 보통 사람들은 헤아릴 길이 없다. 자신들의
정권이 천년만년 갈 거라고 자신했던 모양이다. '백원우 별동대'에서
활동했던 검찰 수사관은 주변 사람들에게 "청와대 파견 근무가 위험하다. 겁이 난다"고 했다고 한다. 문재인 청와대가 법과 규정을 넘나들며 권력을 휘둘렀다는 얘기다. 그가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도 거기 있을 것이다.
어깨 수술을 위해 외부 병원에 입원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구치소에 재수감됐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 농단으로 25년(2심),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로 5년(2심), 옛 새누리당 공천 개입으로 2년(확정)을 각각 선고받았다. 단순 합산하면
32년이다. 수천억 뇌물수수에 내란·반란혐의까지 받았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확정판결 받았던 17년 징역형의 거의 두 배다. 국정 농단 선고 형량 25년은 대법원 양형 기준에서 불특정 다수를 무차별 살인할 경우 적용되는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의 20~25년에 해당한다. 박 전 대통령이 그렇게 끔찍한 흉악 범죄를 저질렀나.
박 전 대통령 국정 농단의 핵심 혐의는 뇌물죄인데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돈을 받은 것은 한 푼도 없다. 삼성이 최순실씨에게 건넨 승마 지원금 72억9000만원과 후원금 16억2800만원을
박 전 대통령이 받은 셈 친 것이다. 그 뇌물죄를 엮느라고 두 가지 희한한 법 논리가 등장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부탁한 것은 없지만 '묵시적
청탁'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후삼국 시대 궁예의 관심법이 동원됐고,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은 경제 공동체라서 최씨가 받은 것은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경찰을 시켜서 야당 후보를 수사하게 한 것은 야당 후보에 대한 댓글 몇 개 단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중대한 범죄다. 대통령 주변 인물의 확실한 비리 혐의를 덮은 배경에는 집권 세력 내부의 경제 공동체가 작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청와대의 이런 행태에 비해 박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은 사소하게 느껴질 정도다.
박근혜 정부 핵심 관계자는 소셜 미디어에 "유재수에 이어 백원우, 탄핵의 문이 열릴 수도…"라고 적었다. "문재인 퇴장"이라는 광화문 함성이 더 이상 공허하게만
들리지 않는다. 검찰이 지금처럼 수사하고 법원이 법대로만 판결하면 대통령 최측근들이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그 최측근들이 벌인 일을 대통령도 알고 있었다면, 그리고 그게 입증된다면 생각할 수 없던 일이 현실로 다가온다.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1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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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과 2019년의 문재인
2015년 前 정부 경제 失政에는… 文
"경제 실패로 민생 파탄났다"
2019년 심각한 징후 나타났지만 "우리 경제는 올바른 방향" 자찬
20대 총선을 1년 앞둔 2015년 경제 상황은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당초 성장률
목표를 3.8%로 내걸었으나 수출 감소와 메르스 사태로 2.8% 성장에
그쳤다. 물가상승률이 0%에 근접하면서 디플레이션과 일본식
장기 불황 우려도 높아졌다. 이해 물가상승률은 0.7%로
역대 최저였다. 대외 여건이 악화되며 수출은 2015년 1월부터 1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쳤고, 한국은행은
차갑게 얼어붙은 경기를 되살려보겠다며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때 경제 상황을 놓고 많은 전문가는 '개혁의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이 시기를 놓치면 한국이 일본과 같은 장기 저성장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였다. 최근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고 중국과 반도체 경기만 바라보는 천수답 신세가 된 것은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신호다.
당시
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도 경제 실정(失政)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혼용무도(昏庸無道·어리석고 무능한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히고 도리를 무너뜨린다는 뜻)'를
인용하며 "역대 정부 최악의 경제 실패로 민생이 파탄 났다"고
했다. 정부가 제출한 새해 예산안을 두고선 "국가
채무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40%가 깨졌다"며 "박근혜 정부 3년 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났다"고 했다. 이때 정부가 제출한 지출 증가율은 3%였다.
21대 총선을 앞둔 올해 경제 상황은 공교롭게도 2015년과 매우 흡사하다. 정부는 2.6~2.7% 성장을 목표로 했으나 3분기까지 성적을 보면 2% 성장도 어렵다. 디플레이션 우려도 4년 만에 되풀이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0.4%로 역대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수출은 최근 12개월 연속 감소하며 2015~2016년 기록을 경신할 태세다. 고용은 정부가 만드는 노인
일자리로 분식(粉飾)하고 있지만 질적 하락까지는 감추지 못한다. 지난 3년간 세수 호황이 막을 내리며 재정 여건은 급속히 악화 중이고, 한국은행은 2015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올해가 2015년과 다른 점이라곤 미친 듯 날뛰는 서울 집값뿐이다.
경제 상황은 별로 다를 것이 없는데, 문 대통령의 언행은 4년 전과 180도 바뀌었다. 내년 60조원 적자 국채를 찍어 지출을 9.3%나 늘리면서도 "40%가 재정 건전성의 마지노선이라는
근거가 뭐냐"고 하고, 빈부 격차가 4년 전보다 더 심화됐는데도 "우리 경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한다. 4년 전엔 기회가 될 때마다 "경제가 위기"라고 걱정하더니 이제는 "경제는 심리"라며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은
불순분자 취급한다.
이런 극적인 입장 변화는 전 정권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무조건 선거에서 이기고 보겠다'는 일념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위기를 호소하며 이른바 '4대 개혁'을 추진하다 민심을 잃었고, 빠르게 늘어나는 국가 채무 우려에 재정 지출도 크게 늘리지 못했다. 그
이후 총선 패배와 탄핵, 투옥,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
눈앞의 선거에서 이기는 데는 문재인 정부처럼 절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미래보다 현재에 '올인'하는 전략이 확실히 유리할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인정하기보다 "잘하고 있다"고 우기는 게 지지층 결집에 낫고, 개혁한답시고 이익 단체를 들쑤시기보다 적당히 묻어두고 타협하는 게 안전하다.
다음 세대를 위해 재정을 아끼기보단 선심 쓰듯 현금을 쥐여주는 게 한 표라도 더 얻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게 과연 이 나라를 위한 것인지는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안다. 요즘
들어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보다 잘한 게 뭐냐"고 묻는 사람이 부쩍 많아진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최규민 경제부 차장, 조선일보(1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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